기자,페미니스트,《이프》창간유숙열!
쓰러질때마다웃고,놀고,뒤집고,다시살아낸한여성의생존기
《웃고놀고뒤집은나의페미니즘》에서만나는유숙열의삶은‘순탄한성공담’과는거리가멀다.“기자는여자일이아니다”라는편견과맞서면서도기자가되었고,시대의폭력속에서해직과고초를겪었다.다시언론계로돌아온뒤에도남성중심의조직문화와부당한인사에맞서야했다.
페미니즘은그런유숙열의삶을송두리째바꾸었다.뉴욕에서여성학과페미니즘을공부하며오드리로드를비롯한세계의여성지성들과교류했고,한국으로돌아온뒤에는페미니즘문화운동에뛰어들었다.그리고마침내1997년,페미니스트저널《이프》의창간을주도했다.《이프》는여성의욕망과몸,성,일상과정치까지,그동안쉽게꺼내지못했던이야기들을여성자신의언어로말하며웃고,놀고,뒤집었다.
《웃고놀고뒤집은나의페미니즘》은거창한영웅의성공담이아니다.시대와끊임없이불화하면서도자기삶의주인이기를포기하지않았던유숙열의뜨겁고유쾌한생존기다.동시에이여성의삶을통해한국여성운동과페미니즘문화의한시대를생생하게되짚는기록이기도하다.
민병두·전홍기혜·정현경,서로다른자리에서지켜본유숙열
더선명해지는한국페미니즘의시간
이책은유숙열과서로다른자리에서시대를함께건너온민병두,전홍기혜,정현경의추천의글로시작한다.
《문화일보》에서함께일한민병두는유숙열을‘펜을빼앗겼어도세상을뒤집는목소리를멈추지않은’언론인이자페미니스트로기억한다.그의추천의글을통해독자는유숙열개인의삶뿐아니라민주화이후언론의변화와그안에서여성기자가부딪쳐야했던현실까지들여다볼수있다.
전홍기혜의글에서는페미니스트유숙열을만들어낸사람과관계,그리고그곁을지키고함께싸웠던‘페미니스트공동체’가선명하게드러난다.
정현경은유숙열을아담에게저항한‘릴리스’,굴을박차고나온‘호랑이’,불속에서되살아나는‘피닉스’에빗댄다.지배와복종이라는오래된질서에끊임없이질문을던지고,무너진자리에서도다시일어선유숙열의생애를선명하게보여준다.
추천의글들은이책을읽는또하나의중요한길잡이가된다.유숙열의기억에동료와후배들의기억이포개지면서개인의회고는한세대가함께통과한시대의증언으로확장된다.
《웃고놀고뒤집은나의페미니즘》의힘은바로여기에있다.한사람의삶을읽었는데,어느새한국언론과여성운동,그리고우리가지나온시대전체를돌아보게한다.
우리가당연하게누리는오늘은,누군가먼저금기를깨뜨린결과다!
페미니즘을살아낸세대에게는기억을,
그다음을살아갈세대에게는새로운질문을건네는책
《웃고놀고뒤집은나의페미니즘》은페미니즘의역사를공부하려는독자에게만필요한책이아니다.여성이라는이유로꿈과욕망을줄여봤다면,조직안에서부당함을겪고도침묵해야했다면,이책과유숙열의삶속에서자기자신의한장면을발견할수있다.동시에지금의젊은세대에게는오늘당연하게여겨지는여성의권리와목소리가어떤질문과싸움,실패와연대를거쳐만들어졌는지를보여준다.
이책은‘유숙열처럼살라’가아니라자신의욕망을부끄러워하지말고,부당한것에는질문하며,무엇보다자기삶을자기답게살아보라는메시지를전한다.
페미니즘이라는말이여전히낯설거나불편한이,먼저길을낸여성들의삶이궁금한이,그리고지금자기답게사는법을고민하는모든이에게이책을권한다.우리가지금어디에서있으며,앞으로무엇을바꿔가야할지돌아보게될것이다.
책속에서
《이프》는2년이넘는준비기간동안많은것을‘출판분과모임’의공동토론으로결정했는데잡지이름도그중하나였다.준비모임에서는장난처럼온갖이름들이다나왔는데‘if(이프)’와함께‘perhaps(퍼햅스)’도나오고‘maybe(메이비)’도나왔다.창간이결정된후에다시토론에부쳐졌는데나는잡지의성격과장르를설명하는‘페미니스트저널’이꼭들어가야한다고주장했고,거기에고유이름‘이프(if)’를더해《페미니스트저널이프》로최종결정됐다.《이프》는페미니스트들이‘만약에……’라고가정한세상을의미할수도있고혹은정해지지않은부정형의페미니즘또는무한대의페미니즘을의미하는인피닛(infinite)페미니즘으로해석할수도있다.
_‘12화.여성의욕망을아는잡지,그리고웃자!놀자!뒤집자!,103쪽.
“제가이런생각을하고또이런이야기를공개적으로하는것은저를위해서예요.저는,주장도없고소신도없이만인에게착한여자는병적으로싫어해요.제노래‘청혼가’에도‘너에게아침을지어주고싶다’라는가사가나오는데와이프가사회활동을하는것이좋고또그러면가사분담하는것은너무당연한얘기예요.저는억눌림이없는건강한여자가좋습니다.웃을때웃고슬플때울고배고플때먹고싶은걸찾는그런여자요.여자들이깨우쳐주기를바라는것도내연애가재미있길바라는이기적인이유죠.죽어있는여자는매력이없어요.하다못해점심에뭘먹고싶은지도자기의견이분명한것이좋고키스도감정표현인데하고싶으면하고싶다고자연스럽게얘기하는여자가좋아요.”
_‘맛있는남자박진영“난페미니스트의노예가되어도좋아”’에서,178~179쪽.
“‘밝힌다’라는말을나는참좋아합니다.흔히‘여자가남자를밝힌다’,‘먹을것을밝힌다’라고말합니다.밝힌다는것은관심을갖는다는것,끌린다는것이에요.그런‘관심’과‘끌림’이우리를살아가게하는원초적힘이아닐까요?그것이사라지면사람은시들어가고늙어버린것입니다.몸을가진인간은자연스러운생명체로서욕망의불을밝혀들어야생기차고발전합니다.”(중략)우리는내일의박노해가어떻게변할지모른다.왜냐하면그는매일‘오늘은다르게’살겠다며적극적인자기변신을다짐하고있기때문이다.소년같은미소와나직나직한목소리로초봄의‘해토’처럼우리에게스며드는그의모습은청년예수같은순결한감동을자아낸다.그리고그는마침내실토한다.
“나는하나도변하지않았다.나는죽는마지막날까지21세기의혁명을해나갈것이다.”
결국박노해는‘진리’를‘밝히는남자’이고싶은것이다.
_‘밝히는남자박노해’부드러운페니스로‘에서,199~203쪽.
‘예쁜여자가페미니스트의적인가아닌가’를묻는것은곧‘백설공주의계모가백설공주와전쟁을하지않을수있는가’하는질문으로귀결된다.계모가전쟁을하게끔부추기는것은,그녀보다더아름다운여자가나타났다는것을알려주는거울의말이다.왕비에게진실을말하는거울은아름다움을규정하는사회의눈이며그거울은남성이다.실제디즈니영화에서도거울은남성의목소리로말한다.여성의미모를판단하는목소리는여성의목소리일수없다.오늘날광고에서도소비자에게중요한판단이나평가를내리고명령을내리는목소리는언제나남성인것과마찬가지다.(중략)
1960년대미국에서여성이최초로부사장직위에올라화제가된적이있다.당시미국의언론은그녀의경제수치에대한해박한지식이아니라그녀의몸사이즈34-24-36에더인상을받았다.모든인터뷰마다그녀의사이즈가공개됐다.결국언론은한기업체의부사장을미인대회에나간여성으로폄하,전락시킨것이다.또한여성이판사로임명되거나고위직에진출하면그녀의외모가반드시거론되며대개의경우“미인이기까지하다”는감탄사가추가된다.남성이판사로임명될경우그의외모가거론되지않을뿐만아니라아무리잘생겼다해도그가“미남이기까지하다”라고쓰지않는다.
_‘1999봄호특집네거울에침을뱉어라:예쁜여자는페미니스트의적인가?-아름다움의욕망에관한명상’에서,282~294쪽.
페미니스트들의주장은모성을없애자는것이아니라모성을가부장제사회의통제와억압으로부터해방시키자는것이다.실제로자신들이어머니이기도한페미니스트들은모성의경험이개개인여성들에게비교할수없는기쁨과만족,그리고창조성을선사하며또모성이남성문화에반대되는여성문화의근간이되며여성들에게힘을주는긍정적인가치를가지고있다는사실을인정해야한다는것이다.
_‘1999여름호특집남자는어머니를모른다:모성도유행이다-수난의마더스토리’에서,3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