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여년동안이어진수사학의기본입문서
거의모든수사학은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시작된다
‘수사학’의정의를사전에서찾아보면“사상이나감정이나효과적이고미적으로표현할수있도록문장과언어의사용법을연구하는학문”이라고되어있고,‘수사’는“말이나문장을꾸며서좀더묘하고아름답게하는일또는기술”이라고정의한다.실제로우리가하는말을좀더멋있게표현하는법을연구하는학문분과정도로생각하는것이보통사람들의통념이다.
하지만아리스토텔레스는수사학을“설득의기술”이라고정의했다.따라서이책은우리에겐수사학이아니라웅변술또는변론술이라는개념이더어울릴것으로보이며,사전적의미의수사학은이러한웅변술이나변론술의한부분으로보는것이더맞겠다.아리스토텔레스의『수사학』은2,400년동안수사학체계에서‘논증’이론에관한성찰의기본서가되었다.또한로마의키케로와퀸틸리아누스를거쳐중세에이르기까지많은영향을미쳤으며,현대에도아리스토텔레스의『수사학』을빼놓고새로운수사학을논한다는것은불가능하다.
고대그리스의독특한정치체제와철학,
수사학탄생의배경이되다
아리스토텔레스가수사학을주제로책을쓴배경은무엇이었을까?세가지요인에주목해야한다.첫번째는고대그리스의도시국가에서대중연설이가지는위치이고,두번째는기원전5세기와4세기에걸쳐발달한소피스트들의수사학이며,세번째는수사학과정치학에대한플라톤의철학이다.
고대그리스시대에도시국가는국가적,사회적,시민적인면에서중요한체제였다.도시국가는조상대대로내려온제의를중심으로도시와그주변의농촌지역으로이루어진독자적이고자율적인시민공동체였다.아리스토텔레스가활동한시대말기에는그리스전역에거의천개에이르는도시국가가존재했다.따라서직접민주주의가가능했고,도시국가의크고작은일은시민전체가참여하는민회,대표자들이참여하는의회와위원회들,시민들이배심원으로참여하는법정에서논쟁과토론과변론을거쳐다수결원칙에따라이루어졌다.
기원전5세기와4세기에그리스아테나이에서활발하게활동했던소피스트는대대로전해져온기존관습을거부하고실천적이고실용적인지혜를토대로하는전문기술을중시했다.또한그들은대중연설의기술을발전시켰는데이것이수사학의시작이라고도볼수있다.
한편,플라톤은정치를비롯한인간의모든행위를고찰하는데에는반드시윤리적고려가포함되어야한다고주장했다.그래서그는윤리가배제된소피스트들의수사학을대중의약점과어리석음을악용하고기만해서연설가의관점을받아들이게만드는사기극이라고평가했다.그런데도정치인이되려고하는자들사이에서는소피스트수사학이인기를끌었고,대중선동가가판을쳤다.
소피스트들의수사학을비판한것은아리스토텔레스도마찬가지였다.하지만이유는플라톤이제기한것과좀달랐다.그는소피스트들이청중을설득하는데가장효과적이고중요한것,즉사실증명은소홀히하고,오로지청중이나배심원의감정만을부추겨서자신에게유리한쪽으로이끌어가려고한다는점이잘못되었다고비판했다.그는플라톤의철인국가를옹호하지않았으며,기존의민주정치를토대로올바른설득의기술인수사학을통해정치를더나은방향으로이끌어나가는길을추구했다.
‘연설’에관한가장체계적이고분석적인저서
2,400년동안읽히고연구되어온‘설득의기술’
정의를현실세계에서실현하고자했던아리스토텔레스사상의관점에서보자면『수사학』은그정점에있는저술이라고할수도있었다.왜냐하면수사학은그가제시한변증학을기반으로자신의윤리학과정치학을,대중연설과법정에서현실정치로구현해내는기술이었기때문이다.그래서당시소피스트들은정의와윤리를다배제한채로오직사람들의감정을움직여자기목적을달성하려고한반면에,그는변증학적기초위에서어떤것이국가에이롭고정의로우며훌륭한것인지를개연적으로증명해내는수사학이야말로설득하는기술로서가장좋은수단이된다고생각했다.
이것을위해『수사학』에서는연설가청중을설득할때,‘에토스’(청중과연설가의성격),‘파토스’(청중의감정),‘로고스’(논리적추론)등의세가지기본적인설득수단을사용할수있다고말한다.‘에토스’는‘관습,습관’을의미하는용어로서,여기에서는청중이나연설가가지닌어떤성향이나정서같은것이다.‘파토스’는‘감정’을가리키고,‘로고스’는‘논증’을의미한다.
또한그는수사학이사용되는연설을선전을위한연설,법정변론,조언을위한연설등의세종류로구분한다.『수사학』은세권으로구성되어있다.제1권에서는전체적으로내용을개관한후에,연설가가사용해야할설득수단이자수사학에서다루어야할내용중에서논리적추론에해당하는‘로고스’와관련해서그토대로사용되는전제들을집중설명한다.제2권에서는‘에토스’와‘파토스’를설명한다.마지막으로제3권은연설가가신경써야할추가문제,즉문체와배열(구성)그리고전달의문제를다룬다.
책속에서
수사학과변증학은짝을이룬다.이둘은어떤의미에서는누구에게나친숙한것을다루지만,어느특정한기술이나지식분야에속한것은아니다.따라서모든사람이이둘에참여하고있다고도할수있다.누구나어느정도는어떤추론을검증하거나제시하고,자신을변호하거나남을고발하기때문이다.사람들은보통각자성향에따라어쩌다그렇게하거나습관적으로그렇게한다.하지만이둘을어쩌다하거나습관적으로하는것이가능하다는점에서,체계적으로그렇게하는것도분명가능하다.사람들이어쩌다또는습관적으로이둘을했을때여기에서성공을거둔이유를찾아낼수있고,모종의기술을사용해그런식으로이유를찾아낸다는것은누구나동의하기때문이다.-p.11
설득력있는요소중에서어떤것은이기술에해당하고어떤것은이기술이아니다.이기술에해당하지않는다함은연설가가제시하지않고도이미존재하는것을말하는데,예컨대증언이나자백이나계약서등이그것이다.반면에이기술에속한다함은수사학적방법론을사용해연설가가제시할수있는것을가리킨다.따라서전자는사용하면되고,후자는찾아내야한다.-p.17
하지만청중을잘설득하고조언하기위해필요한모든요소중에서가장중요하고강력한것은모든국가형태를알고,각각의국가형태가지닌특징과제도와이점을잘파악하는것이다.모든사람은자신에게이롭다는점이증명되면거기에설득되고,그들에게이롭다면그들의국가형태도잘보존하려하기때문이다.-p.56
다른사람을위한행위들은고결한것이다.그런것은덜이기적이기때문이다.자기자신이아니라다른사람을이롭게하는행위는훌륭한것이다.은인에게보답하는행위는정의롭기에훌륭한것이다.은혜를베푸는행위도훌륭한데이는자신을위한것이아니기때문이다.사람들이수치스러워하는것의반대는고결한것이다.사람들은수치스러운것을말하거나행하거나계획하는것을부끄러워하기때문이다.그래서알카이오스가“나는말하고싶지만,수치심이나를가로막는구나”라고썼을때,사포는이렇게응수했다.“당신이고결한것을원했고,혀를놀려나쁜말을하려고한것이아니었다면,수치심이당신의두눈을덮지않았을것이고,당신은기꺼이정의롭게말했을것입니다.-p.61
이번에는문체에관해다룰것이다.연설가는무엇을말해야하는지아는것으로는충분하지않고,그것을어떤식으로말해야하는지도알아야하는데,이는청중이연설을어떻게받아들이느냐를결정하는데큰역할을하기때문이다.물론연설의본질에비추어보면어떤것을설득력있게만드는것이무엇인가를가장먼저살펴야한다.그런후에그것을어떤문체로표현해낼지를두번째로살펴야하고,세번째로는연설에서아주큰효과를발휘하지만아직까지아무도다루지않은부분,즉전달과관련된문제를살펴보아야한다.-p.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