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30년의처절한실패가일깨운뼈아픈교훈
기후위기대응이지금까지실패를거듭하여급기야최후의방어선처럼간주된‘1.5°C가드레일’조차이제는지키기어려운새로운국면으로접어들고있다.과학자들은이제기후붕괴가사회붕괴로이어지는‘기후엔드게임(climateendgame)'마저고려해야한다는목소리를내고있다.급기야2022년4월세계곳곳에서는,지금까지처럼기후위기대처를계속회피하거나지연시키면아무런준비없이사회붕괴상황을마주할것이라며1,000명이넘는과학자들이거리로나와시위를벌이는지경에이르렀다(뉴스펭귄2022년8월29일자기사).
과학자들의경고가아니더라도지금이순간기후위기한계선을넘어가고있다는사실을우리는현실에서뼈저리게체험하고있다.매년신기록을갈아치우는홍수와태풍,가뭄,폭염과열돔현상,점점더거대해지는산불등이그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2015년부터2022년까지가관측기록상지구평균온도가가장높았던시기라고보고했다.2022년만해도폭염으로스페인에서700여명,포르투갈에서1,000여명이사망하는비극이발생했다.또한파키스탄의거대한국토를1/3이나물에잠기게했던대홍수는1,500여명의사망자와3,300만명이넘는이재민을발생시키면서국가비상사태를선언하는지경까지몰고갔다.그나마사정이나았던한국역시집중호우로서울일부지역이완전침수되는대재난을초래했는가하면,강력한태풍이포항제철소를덮쳐용광로를꺼뜨리고2조원이넘는매출손실을발생시켰다.제철소용광로가가동된이래처음있는일이다.더욱심각한것은앞으로통제범위를벗어나폭주할기후붕괴와재난,그리고사회붕괴라는용어를더자주더많이미디어에서듣게될것이라는점이다.
이러한상황에서떠오르는의문이있다.기후위험을평가하는조직인IPCC(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패널)가설립되고1990년첫보고서가발표된이래인류가기후위기를명백히인지하고대처하기시작한지도30년이넘었는데도대체그동안어떻게대처했기에해결은커녕훨씬더악화되었을까?마침이의문에대해진지하게접근하여실패의원인을해부하여교훈을찾고자했던학자들이있었다.2021년클라이브스패시(CliveL.Spash)를필두로한세계의저명한생태경제학자와기후과학자23명이“기후완화30년:왜글로벌탄소배출추이를꺾지못했나?”라는논문을공동집필한것이다.이논문은기후변화대응실패의원인을크게3가지묶음즉,‘화석연료기득권’을유지하려는권력의문제,‘잘못된지식과정책패러다임’에서비롯한지식인그룹의문제,그리고‘익숙한관성에안주’하려는시민들의습관으로구분하면서기후변화대응실패의원인을분석한다.이책에서는그동안기후위기대응을집요하게방해하고지연시키려는화석연료기득권이기후위기대처에서거듭된실패를불러온제1원인이라는논문의주장을비롯하여3가지원인에대해조목조목살펴보며우리에게다음과같은교훈을남긴다.
화석연료에의존해온산업화문명의역사가이미경제와사회,문화,심리에서‘강력한경로의존’을만들어냈기에,이궤도에서이탈하는것이개인적으로도집단적으로도결코쉽지않다.특히이러한경제문명을뒷받침했던경제학을비롯한기존의경제패러다임이미치는영향은광범위하다.이패러다임은온실가스감축을위한효과적인정책수단개발에실패했을뿐아니라,화석연료기득권에의해기후위기대응을방해하거나지연시키기위한정당화논리로이용되기도했다.또한시민들이탄소집약적라이프스타일에서벗어나새로운탈탄소문명을꿈꾸고실현하려는동기를갖도록하는데도도움이되지못했다.따라서화석연료에의존한경제시스템의무한팽창을당연한전제로하는기존경제학이야말로패러다임에서의궤도탈출이절실할지모른다.이러한문제의식에서출발하여이책은생태경제학이라는우리에게아직은낯설지만새롭고실천적인경제학전통으로관심을돌리게한다.
기후와생태,불평등위기의시대에꼭필요한생태경제학
이제기후과학자,자연과학자들이아니라사회와경제를연구하는이들과정책을결정하는이들이나설차례다.자연과학으로기후의심각성을되풀이하여설명하고있을시점이아니라,어떻게모두의지혜와역량을모아사회적으로대처할수있는지사회과학의지식과지혜가필요한시점이라는말이다.하지만지금껏사회과학의중심을자처한경제학은기후위기를무시해왔거나인정했다하더라도지나치게과소평가했다.경제성장과기후위기사이에놓인딜레마를아직도해결하지못한이유다.
이에반해생태경제학은그시작부터“지구생태적한계안에서인간의경제가존재해야한다”는원칙을강조해왔다.인간경제활동에서과도하게사용된화석연료,그로인한막대한온실가스배출이지구온도를상승시켜지구의탄소순환체계를교란하고지구안의생태계를위험에몰아넣어나타난현상이바로기후위기다.생태경제학은우리경제가어떻게지구생태한계선안에서안전하게작동할수있는지지혜를줄수있다.최근무한경제성장,무한한물질소비확대에대한점점더커지는비판적문제제기나점차영향력을넓혀가고있는‘탈성장’도모두생태경제학이라는접근법에토대를두고있다.
이책은생태경제학이기후와생태위기대처를위해더나은해법을찾는데도움을줄수있을것이라믿고,이학문이어떤문제의식으로출발했으며기존경제학과다른원칙은무엇인지를,그리고그것이제시하는주요한이론틀,다양한주장들과특별한정책수단들을차례로검토한다.
1장은생태경제학이탄생한배경과역사를되돌아본다.니콜라스조르제스쿠-로겐,허먼데일리등생태경제학의선구자들이활동했던1960년대의태동기,1990~2000년대의정체성확립기,최근의탈성장론등장과급부상시기까지생태경제학이어떤문제의식을발전시켜왔고기존경제학과어떻게차별화되어왔는지를크게세가지시대구분을통해확인한다.
2장에서는생태경제학을다른모든경제학과구분을지어주는생물리학적기초를확인한다.모든생명현상이작동하는방식과다름없이인간의집단적생명을유지해주는경제활동역시자연과끊임없이물질대사를하는과정이다.그렇다면경제활동역시당연하게도자연계에보편적으로적용되는열역학법칙의지배를받아야한다.열역학제1법칙(에너지보존법칙)이기존의생산함수를어떻게수정하도록만드는지,그리고열역학제2법칙(엔트로피법칙)은경제의무한성장에어떻게한계를지우는지에대해서살펴본다.
3장에서는기후위기와인간경제가첨예하게충돌하는지점인‘경제의무한성장’문제를집중적으로다룬다.지구의한계를이미부분적으로넘어버린인간경제는‘꽉찬세상’으로진입하였고,무한성장은기술혁신이나다른수단으로도더이상가능한선택지가아니게되었다.현실에서도이미1980년대이후선진국을중심으로제로성장에수렴하고있으며한국경제도이방향으로움직이기시작했다는사실도살펴본다.
이책의중심주제를다루는4장에서는지구의생태적한계를넘어서지않기위해무한성장을제한할경우우리경제가어떻게작동하고유지될수있을지짚는다.달리던자전거가멈추면넘어지듯,무한성장을그만두면실업과혼란을수반하는경기침체나공황상태에빠져들지않을까?이에대해생태경제학자들이해법으로제시한‘정상상태경제’,‘도넛경제’,‘잘설계된성장없는경제’,‘탈성장경제’,‘생태사회주의’등이각각어떻게다른방식으로경제성장과자본주의에새로운관점과방식으로접근하는지세부적으로비교한다.그리고OECD국가의일원이된지27년이넘은선진국한국경제가어떻게무한성장궤도에서빠져나와생태경제로전환하고기후위기대응에성공할수있을지짚어본다.
5장은생태경제학의분배정책을소개한다.특히경제의기본주제인성장-분배-시장정책에대해생태경제학이기존경제학과달리어떤접근을하는지확인하는동시에왜파격적인분배정책을요구하는지도알아본다.나아가기존경제학에서가장중시하는시장가격메커니즘을어떻게수용하는지,또시장가격을기후위기해결에어떻게활용하려하는지알아본다.그리고우리나라에서특히관심을끌고있는ESG나RE100을생태경제학이평가하는방식과금융에대한독특한접근법도함께짚는다.결론부분에서는지금까지정리한생태경제학의관점과정책들을종합하여새로운경제개혁전략과정책을어떻게구성해낼수있을지시론적인모색을한다.그리고생태경제가추구해야할7가지개혁과제와기후위기대응이안고있는2가지난제인‘규모’와‘속도’의문제를환기하고이러한문제들의해결에중심적역할을해야할생태국가를호명하고시민의행동을촉구한다.
국내저자가집필한최초의생태경제학입문서
한국에서생태경제학은연구하는사람도극소수이고번역된출판물도매우적다.최근들어탈성장관련서적들이꽤번역되기시작했지만,대체로그내용의배경을이루고있는생태경제학의원리나이론체계를충분히소개해주고있지는않다.그렇기에이책은생태경제학에관한입문서로서의역할을충실히하려는목적으로집필되었다.자연과학과사회과학분야를전공하고오랫동안사기업과시민사회,공공영역을모두경험한저자가다양한문헌과자료를바탕으로생태경제학의발상과문제의식,기본원리들이어떻게기존경제의관점이나정책과확연히구분될수있는지독자들에게쉽고분명하게전달하려고노력했다.
그래서이책은생태경제학이지구생태계와경제를관계짓는방법,다른관점으로재해석된경제성장과분배는물론이고,시장이론이어떻게기후위기해결에도움이될수있는지를밝히는데초점을맞췄다.또한생태경제학의기본원리들이우리사회경제의대전환과정에도훌륭하게적용될수있다는점을보여주고그시작점이어디일지찾기위해모색했다.그러한의도아래녹색성장에서생태사회주의까지생태경제학을둘러싼다양한주장들을폭넓게소개하고있지만,특히성장패러다임을거부하면서도생태거시경제적접근법으로정책설계를모색하는허먼데일리,팀잭슨이나‘도넛경제학’으로유명한케이트레이워스등의견해에무게를싣는다.
특히이책은모두53개의그림과표자료를통해흥미를배가하고독자의이해를도움으로써입문서역할을충실히하고있다.여기에는기후와경제에관한객관적인현황을근거로서보여주는기초자료는물론이고효과적인이해를돕기위해저자가공들여직접구성한개념도형식의그림자료도다수포함되어있다.예를들면“순환계에소화계가덧붙여진경제시스템”,“생태경제학의다양한대안들의상대적위치”,“생태경제와생태사회주의의상대적위치”,“정의로운사회와지속가능한사회를동시에만들기위한전략들의위치”,“기업이생태적책임을지는방식에대한유형분류와국가의역할”,“부침을겪어온성장주의신화”,“기후위기와불평등을해결하기위해필요한경제관점들의구성”같은것들이다.
환경주의자라면반드시알아야할생태경제학
저자는생태경제학의관점을빌려다음의세가지주장을독자들에게전하려한다.첫째,무한한경제성장은불가피한것이아니고가능하지도않다는사실을생태경제학이명확히입증했다.둘째,글로벌경제는이미지구생태계의경계선을넘었으므로선진국을중심으로무한경제성장을멈추고에너지와물질자원처리량규모를줄여나가야한다.물론한국도이를따라야한다.셋째,경제규모팽창을멈추는대신사회구성원들의삶을개선하기위해분배를획기적으로개선해야한다.기후위기해결을위한모든정책과실천들은위의세가지를바탕으로해야한다.
이책은기후와환경에관심있는독자들이쉽고흥미롭게읽을수있는생태경제학교양서일뿐아니라,기후위기대응을위한경제의전환을상상하고재설계하려는기후운동가나정책담당자들에게풍부하고직접적인도움을주는것은물론이론적,실천적통찰력을크게넓혀줄것이다.특히기술혁신을통한경제성장의지속과기후위기해결의가능성,성장주의이후의웰빙경제대안,정의로운분배개혁의과제,ESG와RE100을어떻게볼것인지의관점,사회를강타하고있는에너지대란을바라보는기본관점등우리사회에서이슈가되고있는여러문제들에대해분명한어조로다루고있다.
따라서이책은향후생태경제학의관점에서한국경제와기후위기에관한더많은논쟁과토론을벌이기위한촉진제로활용될수있고그리하여더나은경제정책설계와기후대응실천에기여할수있을것이다.“실천없는사상은좌절을부르고,사상없는실천은실패를부른다”면서기후운동실천과이를뒷받침할경제학이론을모두강조한생태경제학자피터빅터의조언이이책의필요성을뒷받침한다.
추천사
이책의가장큰장점은생태경제학의다소낯선이론들을쉽고간결하게요약해줄뿐만아니라생태경제학태동부터최근까지방대한레퍼런스를충실히소개해주어서기후위기에관심을갖고있는사람들이생태경제학에입문하는데걸리는시간과노력을상당히절약해준다는것이다.
-강남훈(한신대경제학과명예교수)
기후위기가모든것을바꾸어놓을것이다.유한한지구에서무한한물적성장을더는할수없기에….희망은욕망으로은폐되어끝없이성장해야하는지금체계를긍정하지않고,부수고나가는데서열리게될것이다.그렇다면더커지는세상이아니라더좋아지는세상을어떻게만들까?이질문에답하고자한다면이책을읽어야한다.저자의치열한학습으로이루어진풍부한내용에감탄하게된다.최근몇년동안읽은책중내게통찰력을가장크게넓혀준책이다.
-조천호(대기과학자,경희사이버대학교기후변화특임교수)
1.5℃이하안정화도탄소중립도지금상태라면불가능하다.무엇이잘못되었고,어디서부터시작해야하나싶을때우리는이책을읽어야한다.기후위기시대에다른경제학이필요하다.이책은지구생태계와인간경제를연결하고,성장이아니라지구한계안에서필요를모색하며,어떻게좋은사회를만들지에대한해답을제시한다.어떻게구현할지는우리의몫이다.저자는끊임없이질문하고답한다.이끝없는질문속에서우리가가야할방향을찾아낼수있을것이다.기후위기와한국사회를걱정하는많은이들과함께읽고토론하고싶은책이다.
-이유진(녹색전환연구소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