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

$17.50
Description
장례 문화, 이것이 최선인가요?
세계 곳곳의 죽음 의례에서 대안을 찾다
'나의 시체 문화 답사기'『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전작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에서 상업화, 기업화된 장례 문화와 죽음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지 않는 관행이 고인을 추모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던 저자 케이틀린 도티가 이번 책에서는 좋은 죽음을 위한 구체적인 참조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케이틀린 도티는 세계 곳곳의 죽음 의례 현장으로 떠난다. 인도네시아의 마네네 의식, 볼리비아의 냐티타, 멕시코의 망자의 날 축제, 일본의 고쓰아게, 미국의 야외 화장과 자연장까지 그가 직접 목격한 지구촌 곳곳의 죽음 의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낯선 죽음 의례를 결코 혐오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는다. 무조건 예찬하는 것도 사절이다. 그는 다른 문화권의 의례를 존중하며 겸손한 태도로 장례식에 임한다. 또한 현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외부인으로서 허용 가능한 선까지 적극적으로 의례에 참여한다. 그리고 그것이 지난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들여다본다. 죽음 의례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며, 시대와 갈등하고 타협하며 변화해온 역사적 산물임을 전한다.
한국에서도 코로나를 기점으로 장례식 풍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조문은 소규모로 진행되며, 성묘도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3일 내내 한산한 빈소를 지키기보다는 가족끼리 모여서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 가족장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부장적인 장례 문화에서 벗어나 평등한 추모 공간을 만들려면, 시신을 자연에 이로운 방식으로 처리하려면, 고인을 사랑했던 이들이 함께 충분히 애도하며 사회적으로 소외된 구성원까지도 포용하는 죽음 의례를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이 책을 통해 보다 나은 죽음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다.
저자

케이틀린도티

현재로스앤젤레스에서장의사로일하고있다.어릴적쇼핑몰에놀러갔다가우연히어린아이의추락사를목격한후죽음이라는주제에사로잡혔다.시카고대학교에서중세사를전공하며,죽음을둘러싼역사와문화에대해공부했다.졸업후샌프란시스코의한화장터업체에서하루에수십구씩시체를태워가며현대장례문화의최전방에서일했다.이때의경험을토대로미국의획일화된장례문화에문제를제기하며첫번째책『잘해봐야시체가되겠지만』을펴냈다.장의사대표가된케이틀린도티는두번째책에서다른문화권에서는시체를어떻게다루는지알아보기위해여행을떠난다.인도네시아,멕시코,스페인,일본,볼리비아등각나라의흥미진진한의례들을돌아보며,새로운장례문화의가능성을모색한다.케이틀린도티는죽음을부정하는문화에서살아가는현대인들이죽음을받아들이고준비할수있도록책과강연,유튜브「장의사에게물어보세요(AskaMortician)」를통해죽음에대한담론을친숙하게풀어놓는다.죽음에대한대안적인문화를탐구하는장례업전문가,연구자,예술가들의집단인'좋은죽음교단'을운영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며

야외화장
:미국콜로라도주크레스톤

마네네의식
:인도네시아남술라웨시토라자

망자의날축제
:멕시코미초아칸

인간재구성프로젝트
:미국노스캐롤라이나주컬로위

알티마장의사
:스페인바르셀로나

고쓰아게부터라스텔까지
:일본도쿄

냐티타축제
:볼리비아라파스

자연장
:미국캘리포니아주조슈아트리

나오며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괴짜장의사의‘시체문화유산답사기’

삶의방식은모두다른데,죽음의방식은왜같아야할까?종교가있든없든,고인이어떤정치적지향을가졌든간에한국의장례식은하나같이비슷한모양새다.3일동안남성은상주가되어양복을입고빈소에서문상객을맞이하며,여성은한복을입고홀을분주히오가며음식을접대한다.과연지금의장례문화가최선일까?매장이나화장외에시신을처리하는다른방법은없을까?우리에게시체는,죽음은어떤의미인걸까?『좋은시체가되고싶어』는죽음을둘러싼관습에의문을제기하는데서출발한다.
저자케이틀린도티는20대에화장터에취직해여성장의사로일한경험을담은전작『잘해봐야시체가되겠지만』으로전세계독자들로부터뜨거운호응을받았다.전작에서그는상업화,기업화된장례문화와죽음에대해솔직한대화를나누지않는관행이고인을추모하고죽음을받아들이는데전혀도움이되지않는다고비판했다.이런관행을넘어서기위해그는다양한활동을해왔다.유튜브채널「장의사에게물어보세요」를개설해백만명이넘는구독자와죽음에대한이야기를나누고,‘좋은죽음교단’이라는단체를설립해전문가들과함께대안적인죽음의례를연구했다.
『좋은시체가되고싶어』는그간의노력이담긴‘시체시리즈’완결판이라할수있다.전작에서죽음을직면하는과정을다루었다면,이번책에서는좋은죽음을위한구체적인참조점을보여주고자한다.이를위해케이틀린도티는세계곳곳의죽음의례현장으로떠난다.인도네시아의마네네의식,볼리비아의냐티타,멕시코의망자의날축제,일본의고쓰아게,미국의야외화장과자연장까지그가직접목격한지구촌곳곳의죽음의례를생생하게보여준다.그는특유의블랙유머를구사하며,독자를다시한번이기이하고도친근하며애틋한시체들의세계로초대한다.긴여정을마치고자신의장의사로돌아온저자는말한다.당신이속한문화권의의례는결코절대적인것이아니며,우리에게는더나은죽음을상상하고선택할권한이있다고.

전화기너머호스피스에서근무하는간호사의목소리가들려왔다.그간호사말로는,조세핀이10분전숨을거두었는데,시신을만져보면아직도따뜻하다는것이었다.간호사는죽은여인의침대맡에앉아조세핀의딸과언쟁하는중이라고했다.그딸이우리장의사에전화를걸기로한것은,어머니가마지막숨을거두자마자누군가가와서영안실로시신을냉큼가져가는걸원치않기때문이라고했다.딸은어머니의시신을집에두고곁에있고싶어했다.“그렇게해도되나요?”“물론그래도되지요.”내가대답했다.“시신을마음대로할수있는건고인의따님이에요.호스피스나병원이나요양원이아니고요.장의사는더더욱아니지요.”(10~11p)

미국에서는20세기초부터죽음이커다란비즈니스가되었다.옛날에장례를치르던방식,그러니까가족과공동체가이런일을전담해왔다는것을시민들이단한세기만에까맣게잊어버린다는것이입증되었다.지금이19세기였다면조세핀의딸이자기어머니의시신을다루는것에대해아무도의문을제기하지않았을것이다.놀랄만큼짧은시간안에,미국의장의업은지구상다른어떤나라의장의업보다더값비싸고더산업적이며더관료적으로변했다.우리가가장잘한다고말할수있는일이하나있다면,그건슬픔에잠긴유가족을고인으로부터떨어뜨려놓는일일것이다.(12p)

물론벨리즈의대도시에는미국식사업모델을채택해,가족들에게값비싼마호가니관이나대리석묘비같은것을사게하는장의사들도있다.이와똑같은‘현대화’의물결이벨리즈에있는병원에도들이닥쳤는데,이런병원에서는가족이원하든원하지않든부검이이뤄지기도했다.루치아노의할머니는돌아가시기전에부검을거부했다.“그래서우리는할머니시신을병원에서훔쳐냈답니다.”그들은할머니시신을병원에서훔쳤다.시트한장에둘둘말아시체를빼낸것이다.“병원이우리한테뭘어쩌겠어요?”루치아노가물었다.(15p)

내게깊은인상을준것은루치아노가할머니의죽음과정하나하나에얼마나함께했는가하는점이다.할머니시신을병원에서탈취하던것부터가족들이럼주를마시고밤새할머니가좋아하던란체라를연주하던것이며,몇년후살뜰히할머니무덤을돌보는것까지.(21p)

루치아노는자기가죽으면그저구멍이나하나파서,무덤벽에는나뭇잎을늘어뜨리고동물가죽을수의삼아그속에묻히기를원한다.그는동물가죽수의를직접디자인할계획이다.그는자기가‘항상’친구들과죽음에대해이야기한다고덧붙였다.그들은서로묻곤한다.“야,넌죽은다음에어떻게했으면좋겠어?”루치아노는물었다.“당신나라에서는그런얘기를나누지않나요?”(15~16p)

내가일하면서부딪히는주요한질문중하나는,어째서내가속한문화에서는죽음에대한이야기를이렇게도꺼리는가하는것이다.왜우리는가족과친구들에게그들이죽으면시신을어떻게하면좋을지묻는,그런대화를거부하는것일까?(16p)

다른문화에서죽음을어떻게다루는지직접관찰할수만있다면,죽음을‘맞이’하거나이해하는단하나의정해진길이란없다는걸보여줄수있을거라고믿었다.그래서나는지난몇년간호주,영국,독일,스페인,이탈리아,인도네시아,멕시코,볼리비아,일본,그리고미국전역을돌며죽음의례가어떻게실행되는지를관찰했다.내가찾아간장소에는어디나극적이고도널리알려지지않은이야기가있었다.내가발견한것이우리공동체가장례의의미와전통을되찾는데도움이되었으면한다.이러한회복은장의사로서도중요하지만,한사람의딸로서그리고친구로서는더욱더중요하다.(16p)

이책에나오는의례중많은것들이독자가속한문화권의의례와매우다를것이다.그차이에서아름다움을보았으면한다.당신도어쩌면죽음에대해진정한두려움과근심을느끼는사람일수있다.하지만지금당신은여기에있다.이제만나려는사람들과마찬가지로,당신도죽음을마주하는자리에모습을드러낸것이다.(23p)

인도네시아마네네의식부터미국의자연장까지
문화인류학적인관점에서시체를응시하다

케이틀린도티는낯선죽음의례를결코혐오하거나대상화하지않는다.무조건예찬하는것도사절이다.그는다른문화권의의례를존중하며겸손한태도로장례식에임한다.또한현지인과소통하고공감하며,외부인으로서허용가능한선까지적극적으로의례에참여한다.그리고그것이지난사회적,문화적맥락을들여다본다.죽음의례는고정불변한것이아니며,시대와갈등하고타협하며변화해온역사적산물임을전한다.
죽은자와산자의경계가모호한곳으로인도네시아,볼리비아,멕시코를꼽을수있다.인도네시아의타라토라자에서는미라화한시신을가족들이몇년간돌본다.멕시코에서망자의날축제가벌어지는11월1은죽은자가산자의세상으로넘어오는날이다.이들지역에서는축제형식을빌려,죽음을삶의일부로가져온다.죽음을두고함께울고웃는공동체의풍경을인상적으로보여준다.
볼리비아의소원을들어주는두개골인냐티타는산자와죽은자를이어주는가교역할을하는주술적존재다.저자는이냐티타와가톨릭교의대립에주목한다.이냐티타는삶과죽음을축복하는권한을독점하려는남성사제로부터여성과민중이그권한을가져오려는시도로본다.평등한죽음문화를만들려는노력은기술과만나다양한방식으로변주되고있다.미국에서시신을퇴비화하는방법을연구하는도시죽음프로젝트를이끄는이들이여성인것은우연이아니라고저자는말한다.이에더해미국의친환경적인시신처리방식으로야외화장과자연장을소개한다.
화장후유족들이뼈를추려모으는고쓰아게전통을이어나가는한편,화장터에최신기술을도입하고시신호텔‘라스텔’을만드는등죽음의례를다방면으로발전시켜나가는일본의사례도흥미진진하다.이외에도티베트에서독수리가시신을먹게끔하는하늘장,고인의두개골을기리는이탈리아의폰타넬레묘지등세계곳곳의죽음문화가상세하게서술되어있다.

로라는몇년동안크레스톤에살았고,그날아침장작더미근처에그도시의주민이다온것같았다.로라의아들제이슨이첫마디를꺼냈다.그의시선은줄곧타오르는불꽃을향해있었다.“엄마,사랑해주셔서고마워요.”그는갈라지는듯한음성으로말했다.“우리걱정은말고,훨훨날아서이제는자유로워지세요.”(37p)

토라자에서는죽음과장례사이의기간에시신을집에둔다.여기까지는그리놀라운얘기가아니지만,문제는그기간이몇달에서몇년까지지속될수있다는점이다.가족들은그동안시신을미라로만들며,시신에게음식을갖다주고옷을갈아입히고말을걸고보살핀다.(60~61p)

폴은토라자에서는죽음을산자와죽은자사이의넘을수없는‘견고한경계’가아니라넘나들수있는경계로본다고했다.그들의애니미즘체계에따르면,자연계의인간적인측면과비인간적인측면,그러니까짐승,산,심지어망자들사이에도경계가없다는것이다.할아버지시신에대고말을거는것은영혼과연결되는방법이었다.(61p)

멕시코의시인옥타비오파스가한유명한말이있다.뉴욕,파리,런던같은서양도시시민들은‘죽음’이라는말을입에올리기만해도“입술이부르틀만큼부정을타는”반면에“멕시코인은자주죽음을넘나들고,놀리고어루만지며,죽음과함께잠들고재미로그걸갖고논다.죽음은그가좋아하는장난감중하나이며그의가장오래가는사랑이다.”이말은멕시코사람들이결코죽음을두려워하지않는다는뜻이아니다.그들이죽음과맺는관계는힘들여겨우얻은것이다.그관계는수세기동안혹독한시절을보낸뒤에야드러났다.“멕시코는자랑스럽고강력한제국이되기보다는,외세와독립한수탈자들에게괴롭힘당하고침략받고점령당하고훼손되고뺏김을당한적이더많은나라이다.”라고클라우디오롬니츠는설명한다.20세기,서구세계에서억압과죽음에대한부정이정점을찍었을때,멕시코에서는“죽음에대한명랑한친근함이국가정체성의초석이되었다.”(85~86p)

망자를위한정교한제단과해골과두개골이미지를흔히볼수있는곳에서세라는캘리포니아에서찾을수없었던대면과평화를찾았다.“멕시코에있으니,내슬픔을내려놓을곳이여기라는게느껴졌어요.그건인정할수있는사실이었어요.이곳에서는나때문에사람들이불편해하지않았어요.나는숨쉴수있었어요.”(89p)

매년11월1일밤이면산자와죽은자를나누는경계가옅어지고희미해져서,정령들이그경계를넘어오는것이허용된다.미초아칸지방의소도시산타페델라라구나의,조약돌로이뤄진길위에는할머니들이망자의빵과신선한과일을들고집집마다분주하게다니며,그해에식구중누군가죽은사람이있는이웃들을찾아간다.(92p)

죽은사람을퇴비로만들자는생각이처음떠오른것은카트리나가건축학석사논문을쓰고있던때였다.카트리나는“도시에서죽은자가쉴만한공간”을디자인하고있었다.앞으로그녀의고객이될사람들은생전에는콘크리트밀림속에서편하게사는것에만족하지만죽어서는‘살이흙이되는’자연계로돌아가고싶어하는현대대도시의시민들이라고생각했다.카트리나가쓴논문은‘도시죽음프로젝트’로이어졌다.유가족은경사로를통해건물의중심부로고인을운구해올수있다.부드럽고따뜻한느낌을주는콘트리트로지어진2층반높이건물의꼭대기에도착하면시신은탄소가풍부한혼합물속에뉘어진다.이혼합물은4~6주사이에시신을(뼈와모든것을)흙으로만든다.(112~113p)

20세기초반에시신돌봄이하나의산업이되었을때,죽은사람을누가맡아돌볼것인가에대해커다란지각변동이있었다.시신돌보는일이여자들이하던본능적이고원시적인일에서보수를두둑이받는남자들이하는‘직업’이자‘기술’,심지어‘과학’으로까지바뀐것이다.신체적ㆍ감정적인더러움을포함해시신에대한모든것은여자들손에서남자들손으로넘어갔다.그리고깨끗하고청결해진시신은관에담겨결코우리손에닿지않을저높은곳에안치되었다.아마재구성같은과정은우리여자들이시신을다시돌려받으려는시도일것이다.(135p)

일본제2의도시요코하마에는‘라스텔’이라는것이있다.이는‘라스트’와‘호텔’의합성어로당신이머물게될마지막호텔(왜냐하면당신은이미죽었으니까)을의미한다.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