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발걸음 (풍경, 정체성, 기억 사이를 흐르는 아일랜드 여행)

마음의 발걸음 (풍경, 정체성, 기억 사이를 흐르는 아일랜드 여행)

$19.00
Description
“삶은 여행이 될 때 비로소 이야기가 된다.”
우리를 낯선 풍경과 이야기, 다른 운명으로 이끄는 여행의 경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에세이스트 리베카 솔닛의 청년기 걸작 『마음의 발걸음』은 솔닛만이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쓰인 아일랜드 여행기다. 솔닛은 어머니 쪽의 아일랜드 혈통 덕에 아일랜드 국적을 얻게 되고, 새로 생긴 여권을 “조상의 나라로 눈앞에 나타난 낯선 남의 나라”에서 정체성, 기억, 풍경 같은 개념을 탐구해볼 기회로 삼는다. 이 탐색의 여정은 아일랜드를 두 발로 밟아가는 여행과 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학을 읽고 책을 써나가는 여행, 이렇게 두 차원의 여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의 여행지는 영어를 공식어로 사용하고 총인구의 95퍼센트 이상이 백인이지만, ‘유럽의 제3세계’라 불렸던 곳이자 사람이 최대 수출품인 나라, 시인과 트래블러의 안식처, 영혼·천국·기도를 믿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 등 분명한 성질과 복잡한 맥락을 지닌 곳이다. 솔닛은 더블린과 킬라니, 모허 절벽과 버른, 골웨이, 웨스트포트 등 주로 아일랜드 서해안을 따라 걸으며, 청년기 특유의 날카롭고 감각적인 글쓰기로 아일랜드의 역사·문학·정치를 엮어냄으로써 이 특이한 나라의 역설적인 가능성과 어려움을 모두 그려 보인다. 나아가 이 책에서 우리는 아일랜드를 배경 삼아 유럽 중심의 세계사에, 강단철학에, 문학사의 정전들에 솔닛이 어떻게 도전하고 그 권위를 유려하게 무너뜨리는지 목격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여행을 만들어준 것은 뿌리 뽑힌 땅 아일랜드에서 마주친 장소와 사람들, 곧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그것은 대기근 당시 ‘사랑하는 이들에 의해 불구가 되고 모르는 이들에 의해 목숨을 구한 걸인, 아일랜드의 퀴어 독립영웅 로저 케이스먼트와 페루 푸투마요 열대의 나비,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이자 성 패트릭 대성당 주임 사제였던 조너선 스위프트의 “불공평과 불의, 흙과 똥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반(反)낭만주의 등을 오간다.
저자

리베카솔닛

예술평론과문화비평을비롯한다양한저술로주목받는작가이자역사가이며,1980년대부터환경·반핵·인권운동에열렬히동참한활동가이기도하다.국내에소개된작품으로『멀고도가까운』『걷기의인문학』『어둠속의희망』『이폐허를응시하라』『남자들은자꾸나를가르치려든다』『이것은이름들의전쟁이다』『여자들은자꾸같은질문을받는다』등이있으며,『그림자의강』으로전미도서비평가상,래넌문학상,마크린턴역사상등을받았다.『멀고도가까운』으로2013년전미비평가협회상최종후보에올랐다.2010년미국의대안잡지《유튼리더》가꼽은‘당신의세계를바꿀25인의사상가’가운데한명이기도하다.

목차

초판서문
재판서문

1장동굴
2장침입의서
3장노아의ABC
4장나비수집가
5장걸인의길
6장길위에내려진닻
7장떠도는암초들
8장신앙고백
9장깃털1파운드가더무거울까
10장총알1파운드가더무거운가
11장혈액순환
12장암초수집
13장새와나무사이의전쟁
14장기러기사냥
15장은총
16장트래블러
17장녹색의방

감사의말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이처럼지적이고매혹적인여행기라니!이건아일랜드여행기가아니라이야기를찾아나선모험일지도모르겠다.아일랜드의자연과역사와인물에익숙해졌을무렵,리베카솔닛은여행이라는것,떠돈다는것,이주한다는것의의미속으로더깊이‘걸어’들어간다.움직이는한,세상과의대화는계속된다는것을그는잘알고있으므로.그러므로이야기는끝없이이어진다.-김연수(소설가)

솔닛의글은아일랜드에대한이야기이자세계사,영문학,여행에관한최고의문장이다.읽기로서의여행,여행하기위한읽기의정석이다.이시대,‘집’에서여행하고싶다면이책이상이없다.여러번읽고필사할책이있다는기쁨.역시솔닛은실망시키는법이없다.-정희진(여성학연구자)


리베카솔닛의청년기걸작!
솔닛만의감각과사유로쓰인본격여행기
‘맨스플레인’이란단어로전세계적반향을일으킨작가이자《유튼리더》가꼽은‘당신의세계를바꿀25인의사상가’,깊은사유와매혹적인글쓰기로한국에서도많은독자의지지를받고있는리베카솔닛의청년기걸작『마음의발걸음』이출간되었다.이책은솔닛만이쓸수있는방식으로쓰인아일랜드여행기다.솔닛은어머니쪽의아일랜드혈통덕에아일랜드국적을얻게되고,새로생긴여권을“조상의나라로눈앞에나타난낯선남의나라”에서정체성과기억,풍경같은개념을탐구해볼기회로삼는다.이탐색의여정은아일랜드(특히아일랜드서해안지역)를두발로밟아가는여행과아일랜드의역사와문학을읽고연구해책을써나가는여행,이렇게두차원의여행으로이루어져있다.길,헤맴,모험을품고있는여행은항상솔닛의한테마였지만,이책은낯선곳에서다른이야기와다른자아를상상할수있는뛰어난여행자로서그의면모가더폭넓게펼쳐지는,한나라에관한본격적여행기다.
이책은리베카솔닛의초기주저이자그에게세계적명성을안겨준『걷기의인문학』의전작으로,내밀한경험과내면의풍경을포함한수많은재료들을밀도높게엮어내며하나의주제에천착하는솔닛의인문학적에세이의원형이라할만하다.이후솔닛을세계지성으로자리매김해주는작업들을예비하는지적야심과비전이돋보이는저작인것이다.독립연구자라는정체성을30년가까이지켜온솔닛은자신의비주류성을지적자산으로바꿔냈다.『마음의발걸음』은청년솔닛이이러한지적자산을어떻게일구어냈는지보여주는더없이적절한사례다.우리는이책에서솔닛이‘유럽속의제3세계’라는,아일랜드라는특이한나라를배경삼아유럽중심의세계사에,강단철학에,문학사의정전들에어떻게도전하고그권위를유려하게무너뜨리는지목격한다.
한편서구(Western)중심역사와철학,정치,문학사에관한솔닛의급진적이면서도독특한비판적관점은주로미국‘서부(west)’라는주제에대한고유한입장에바탕을두고있다.서부는『걷기의인문학』을비롯한이후의주요저작들에반복적으로중요하게등장하는테마다.『마음의발걸음』에서솔닛은자신에게서부가어떤역사적,문화적,정치적,자연적,상징적장소인지아일랜드,또는멕시코,콩고,페루푸투마요,또는미국,유럽과마주놓으며자세하게밝히고있다.이로써동부중심의미국사와유럽중심의세계사에동시에문제제기한다.이책은장소들(친숙한장소와낯선장소)간의상호작용이솔닛의글에서어떤역할을하고,우리에겐어떤가능성을제공하는지선명히보여줄것이다.


은유와아이러니의나라아일랜드를경유해유럽을넘어서기
이책에담긴여행을만들어준것은뿌리뽑힌땅아일랜드에서마주친장소와사람들,곧그들이들려준‘이야기’이다.솔닛의여행지는영어를공식어로사용하고총인구의95퍼센트이상이백인이지만유럽의제3세계라불리듯,낯선장소로나탐구대상으로나고유한성질과복잡한맥락을지닌곳이다.셀수없이많은침략과약탈을겪은아일랜드를두고솔닛은“침입은아일랜드역사의주요모티프가되어왔고”“더블린은처음세워질때부터지금까지침입자들의도시였”으며,“더블린을뺀나머지아일랜드에서는아직산업혁명이일어나지않은것같”다고말한다.사람이최대수출품인나라,시인과트래블러의안식처,영혼·천국·기도를믿는비율이압도적으로높은국가……몇가지수식어만나열해보아도이나라의역설적인흥미로움,그리고이나라가처한어려움이무엇일지가늠해볼수있다.
이책은또한아일랜드역사와문학,자연의장면들을은유와아이러니의키워드로서술한다.5장「걸인의길」은흑사병에비견될만한아일랜드대기근을다루는데,이역사적사건은밤늦도록이어진솔닛과아일랜드지인들의대화속이야기에서등장한다.거기엔아일랜드가감자역병으로대기근의참상을겪으면서도본국에작물을보내야하는식민지인탓에,대기근내내식량수출국이었다는아이러니가있다.한편이시기장례식도제대로된관도없이죽어나갔던사람들틈에서다리를잃고살아남은아이는걸인이되어이런질문들을불러낸다.“사랑하는사람들에의해불구가되고모르는사람들에의해목숨을구한사람은누구일까?항상같은곳을떠도는떠돌이는누구일까?”이걸인을기억하는사람들은질문한다.“한사람의기억이가닿을수있는가장먼과거는150년정도가아닐까?”
그런가하면4장「나비수집가」는생전에도사후에도정당한평가를받지못한아일랜드의퀴어독립영웅로저케이스먼트의이야기다.솔닛은케이스먼트의흔적을더블린자연사박물관의유리상자안에박제돼있는나비에서발견한다.케이스먼트는본래영국제국주의정책의일환으로추진된오지탐험대의일원으로아프리카콩고를찾았지만,그여행을통해원주민과가까워지고원주민편에서열강이벌인폭력과고문을기록한보고서를남겼다.또한다른어떤곳도아닌콩고강유역의풍경과페루푸투마요열대림의풍경에서아일랜드인이라는정체성을키워독립투쟁으로까지나아갔다.박물관의나비는케이스먼트가푸투마요에서벌어진참상을조사하기위해찾은밀림에서수집한것이었고,솔닛은이를“연약한기념비”라부른다.그리고이런질문을던진다.“참상속에나비가존재해서는안되는것일까?”나아가그가침묵당한존재에목소리를줄수있었던것은“아일랜드인이라는정체성덕분인것못지않게동성애자라는정체성덕분이아니었을까?”라고묻는다.10장「총알1파운드가더무거운가」에서는자연과풍경,시를다룬다.영국시인들이아일랜드의자연과시골을배경으로많은낭만주의목가시를남긴데반해,조너선스위프트등의아일랜드문학가들은반(反)목가를썼다.그이유에대해솔닛은이렇게반문한다.“아일랜드에풍경시가없는것은아일랜드의풍경에상처가있기때문이잖은가?”
아일랜드를중심으로한이런이야기들은아일랜드라는풍경과정치적실체의독특하고전복적인맥락을드러내준다.아일랜드에서만들어지고전해지는이야기속에서유럽,백인,제1세계,원주민과같은개념,그리고이개념들과그대립항인비유럽,비백인,제3세계,침입자·외부인의구분은그리명확하지않다.아일랜드가겪은대기근은기존유럽사에서보이지않던것을말해주며,로저케이스먼트는아일랜드인이라는정체성이채담아내지못한사례다.아일랜드반목가는문학사정전에대한비판을시적이고구체적으로제기한다.이처럼유럽이면서유럽이아닌아일랜드를통해유럽중심주의의구분선을흐릴수있었던것은,솔닛이움직이는사람(여행자)과움직이지않는풍경(여행지)의통상적이분법에서벗어나,풍경이정체성에얼마나깊이영향을미치는지,개인또는집단의정체성이형성되는데기억못지않게망각이얼마나중요한역할을하는지를여행으로탐구했던덕분이다.


타인의문화를탐색하는균형감각
우울과배척의시대에집에서여행하기를위한책
이책에서우리는청년기솔닛의날카롭고감각적인글쓰기를완연히느낄수있다.‘프로패셔널아이리시맨’에게맨스플레인을당하고,젊은여성으로서때로폭력과추행의위험에노출되는경험은시니컬한유머로,때론“묘한신경질”로곳곳에깔려있어읽기의긴장감을낳는다.이는동시에독자에게“솔닛의육체적현존”을느끼게하며,내면과외부,몸의자리와상상의자리,정치와정신이분리될수없음을보여준다.유럽중심성과같은거대한문제에대한비판과구체적이고감각적인,에피파니와도같은통찰의순간이수시로교차하고,그럴수록솔닛의목소리에는더깊은울림이실린다.때때로뒤따르는위험에도솔닛은온몸으로의경험,실제적마주함을포기하지않으며,기록된/기록되지않은이야기를들을수있는대화의능력을키워왔기때문이다.
『마음의발걸음』의솔닛은타인의문화에다가가그것을탐색하고관계맺는탁월하고훌륭한모델을보여준다.혈통을상징하는족보와문장기념품을사러아일랜드로몰려드는수많은(아일랜드계)관광객들과관광객을만나면아일랜드계냐고꼭한번물어봐주는현지주민들을정형화하지도미화하지도않고이야기하는대목이그예시일수있다.좀더추상적인차원에서는20세기말유행한미국발뉴에이지가“정신으로부터정치를격리”하고아메리카원주민과아일랜드인등서로다른“문화들사이의중대한차이를외면”한다고지적하는경우가있다.지금처럼먼곳,낯선세계로나아가기어려워진때,그것이우울과혐오,배척을부추기고있는때에집에서여행하기를위한책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