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틀랜드 :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쫄딱 망하는 삶에 관하여

하틀랜드 :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쫄딱 망하는 삶에 관하여

$18.00
저자

세라스마시

저자:세라스마시
《가디언》《뉴욕타임스》《텍사스옵저버》《퍼시픽스탠더드》등여러지면에사회경제적인이슈에관한글을기고해왔다.최근에하버드대학케네디스쿨의조앤쇼런스틴펠로우교수로임명되었다.이전에는논픽션글쓰기를가르치는강의교수로일했다.경제적불균형에관해,혹은그에대해이야기하는미디어의태도에관해연구자로서활발하게논평을하고있다.캔자스에살고있고,『하틀랜드』가첫책이다.

역자:홍한별
연세대학교영어영문학과와같은학교대학원을졸업했다.옮긴책으로『야누시코르차크의아이들』『우먼월드』『먹보여왕』『밀크맨』『달빛마신소녀』『이문장은,내삶을완전히바꾸어놓았다』『나는가해자의엄마입니다』『나는불안과함께살아간다』『바다사이등대』『페이퍼엘레지』『몬스터콜스』『가든파티』등이있다.

목차

작가의말
오거스트에게

1장지갑안동전한푼
2장가난한여자의몸
3장밀밭사이끝없는자갈길
4장나라가부과하는수치
5장지붕이새는집
6장노동계급여성
7장나의출신지

감사의글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미국시골백인빈곤계층의삶을증언하고
가난을수치심으로징벌하는사회를고발한다

‘미국시골백인빈곤여성’이라는존재는어떤것일까?이책전체가바로이런곤란한질문에대한답이다.세계에서가장부유한나라에서가난하게살아간다는것도설명하기곤란하고,미국에서방대한면적을차지하지만미디어에서제대로재현된적이없다는시골빈곤계층의삶을설명한다는것도곤란하고,백인빈곤층이어떻게생기는지인종주의를빼고설명하는것도곤란하다.게다가여성이라는굴레가중첩되면이존재는간명한언어와쉬운이미지로설명하는것이거의불가능해진다.
4년전트럼프의당선에미국의주류미디어와지식계가깜짝놀란이후,힐빌리라고불리는이들,혹은레드넥,화이트트래시라는이름으로불리는이들에대한관심이늘어났다.하지만이런관심이얼마나진지했는지는의문이다.그다양한차이에대해진지한관심을가지기에는정보가너무부족했다고하는편이정당하겠다.『힐빌리의노래』를비롯해이에대해해석을제공하고자하는책들이많이출간되었지만‘미국시골백인빈곤여성’이라는존재는여전히불충분하게만이해되고설명된다.『하틀랜드』는그런삶을그어떤책보다정확히기록하고증언하고자하는책이다.
세라스마시는캔자스의시골농장에서1980년대와1990년대를보내며성장하여지금은경제적불균형에관해활발히논평하고있는학자다.스마시는미국시골의빈곤층으로자란삶을기록하며가난의고통스러운문제들을하나씩관찰한다.당사자이기에가능한기록이지만,연구자로서의엄밀함과객관성을놓치지않았다는점도중요하다.이책을통해기록된이들의삶은상상이상으로험난하지만때때로위엄있고,불안하지만끈질기며,폭력속에서도사랑을키워낸다.어떤이미지로도단순화할수없는이들은대체로어려운환경과부족한자원속에서도최선을다해삶을낫게만들려는의지로버텨내는사람들이다.
캔자스하면한국의독자들조차도몇가지상징들을떠올릴수있을것이다.「오즈의마법사」의주인공도로시,토네이도,하늘,들판,튤립…….“날아서(비행기를타고)지나가는땅”이라는별명이붙은이거대한장소에서누군가는농사를지으며,누군가는건설공사를하며,또누군가는값싼서비스업에종사하며엄청난양의노동을통해살아간다.여성들은10대에임신을하고,학업은제대로이루어지지않으며,안정된직업을갖지못해임시직을전전하며,주거도불안정해이곳저곳을떠돈다.몸이아파도제대로된치료를받지못하고결국더큰문제로빠져들기도한다.폭력과마약에노출되고,술과담배에의존하며보수당에투표한다.(진보적인빈민구제정책들이왜가난한사람들의호응을얻지못하는가에관한생생한답도이책안에들어있다.)여기서특히주목할만한것은현대미국사회에서가난은유난히수치스러운것으로경험된다는사실이다.이것은빈곤층이단순히정보가부족하고정치적고려의여유가없어서무지한상태로보수당에투표할수밖에없다는사회적인편견을깨드릴중요한열쇠다.
이것은미국만의문제가아니다.한국에서도전세계에서도계층분리는점점더가속화하고있고,가난한이들의삶을설명하는언어도점점더불충분해지고있다.또그에따라이들의존재는더더욱보이지않고들리지않고대변되지도대표되지도않게된다.이들에대한사회적인편견이강화된다.그리고이들은이전어느사회에서보다더강력하게’수치심‘을정체성으로강요당하게된다.당연히이들의존재는더더욱위축되고작아지게되고,이들을재현하거나대변하거나대표하는언어는더더욱줄어든다.이책을정확하고공정하게읽어내는것은그래서한국의독자들에게도중요하다.

내가어릴때에미국사람들은미국에는계급이없다고믿었어.나도고등학교때19세기영국소설을읽기전에는계급이라는개념을접해본적조차없었던것같아.계급의존재가인정되지않으니,우리의경험이나우리가느끼게되는수치를표현한다하더라도그즉시무효화될수밖에없었지.계급을인식하지도않았고입밖에내어이야기하지도않았어.그러니나같은아이,즉가족의비밀을파헤치고서랍속을뒤져내가사랑하는속을잘알수없는사람들의과거를알아낼단서를찾기를좋아하는아이에게는하루하루가조용히좌절감의대못을박아넣는것같았단다.내가어릴때느꼈던가장주요한감정은문제가있다는걸너무나잘알겠는데다들문제가없다고말할때느끼는좌절감이었어.(30)

엄마는실제보다더부유해보이게꾸미는재주가있었어.엄마한테는뭐랄까담대한위엄같은게있었거든.엄마는사람들이벽에그림을너무높이건다고,그게정말신경쓰인다는듯이말하곤했지.그거말고도걱정할거리가없지않았을텐데.엄마는또더러움에도신경을많이썼어.청소부를고용할형편이아니니신경을쓸수밖에없겠지만.엄마가청결에매달린것은우리같은사람들은더럽게산다는편견을강화하고싶지않아서이기도했을거야.우리여자들은이런뼛속깊이흐르는걱정을물려받았어.베티할머니도처음가본햄버거가게나길가모텔안에들어가서둘러보고괜찮다싶을때하는첫마디가늘“깨끗하네”였지.(57~58)

네가태어났다면너도창의적이고부지런해졌겠지.가난하면그래야만하니까.(62)

충격적이었던건아빠가입은정신적상처가아니라,그일에대해아빠가아무분노도느끼지않는다는점이었어.일하다가죽는게자기운명이라는걸잘안다는듯이,그럼에도불구하고살아남은것에대해감사하는마음이커서자기가희생되었다고는생각하지않는듯이말했어.일하다가목숨을잃은사람이드물지않긴했지.1960년대에,아빠가어릴때가장좋아하던삼촌이우리농장근처다리에서트랙터가미끄러져내려와거기깔려세상을떴대.나는거의날마다그다리를건너면서아빠의아픈기억을떠올렸어.(107)

“『분노의포도』말고다른데에서는한번도못들어본얘기야.”내가농장에서어떻게살았는지이야기하면다른지역출신인사람들은진심으로이렇게말해.우리가이제존재하지않는다고생각했던거야.사실은그들이결코가지않는곳에존재했던거지만.그렇게생각하는게쉬울거라고생각해.내가집이라고부르는곳을정치담론,뉴스매체,대중문화에서정형화하거나100년전일인것처럼묘사하지않고다루는건한번도본적이없으니까.(151)

우리가족은열심히일하는걸그렇게강조하는사람들인데도,노력한만큼반드시얻는게있다는생각을다른미국중산층보다훨씬일찌감치버릴수밖에없었어.날이면날마다동트기전에일어나일을시작해서해가질때까지쉼없이일했으니,우리가이렇게쪼들리는건노력이부족해서가아님이명백했거든.문제는공산품시장,대기업,월스트리트에있었지.우리에게서너무나멀리있고알수도없는것들이라우리는그저고개를가로젓고,정부를욕하고,우박이내리기전에콤바인을창고안에들여놓는일말고는달리할수있는게없었어.(158)

하지만내가느낀수치는내죄에서오는게아니었어.사회전체에서가난한사람을멸시하기때문이지.경멸이미국법에아예명시되어있어.빈민에대한멸시를가장뚜렷하게보여주는예가복지제도에대한태도일거야.공공정책이나언론에서복지프로그램에의존해살아가는걸혐오스러운것으로취급하기때문에우리가족은혜택을받을자격이되어도지원을안했어.(193)

당장먹여야할갓난아이가있으니베티는다른방법이없었어.레이의폭력을견디지못하고집에서나왔지만레이는군대에서만무단이탈한게아니라아비노릇도무단이탈해버렸어.베티는벌써몇년째테이블서빙을해서번돈을거의예술의경지로아끼고아껴써온경험이있었지.하지만식당에서일하면서동시에아기지니를볼수는없었으니까.결국실업수당을신청했어.
“그이야기를하려니부끄럽구나.”복지혜택을받았다는이야기를털어놓으면서할머니는이렇게말했어.베티가무엇에대해서건부끄럽다고말하는걸들어본일은손에꼽을정도야.내가아는힘들게사는사람들이대부분그렇듯우리는굳건한자존심하나로버티는사람들이니까.(198)


복잡하고어려운사실을가장쉽고정확하게표현할수있는여성의언어

가난한삶을어떤미화나왜곡도없이증언하기위해책이채택하는방법은바로가장적절한‘청자(聽者)’를설정하는것이다.여기에서놀라운글쓰기실험이시작한다.이책은이런이야기를아무렇게나읽어버리고소비하고잊어버릴사람들을위해쓰이지않았다는강력한함의가첫장부터분명히드러나며독자를긴장시킨다.한편으로는이책이엄청나게친절하고명확하고쉽게쓰였다는사실도동시에드러나며독자를흡인시키기도한다.
이책의청자,너,‘오거스트’는저자가누구보다도사랑하는딸이다.그런데그딸은그냥딸이아니라태어나지않은딸,아예잉태되어본적도없는딸이다.앞으로도태어나거나잉태될수도없는딸이다.이딸이잉태될수없는이유는저자가삶의전반기를온전히자신의소중하고귀한딸이이런험난한조건에서태어나는것을방지하는데바쳤기때문이다.
딸의이름오거스트는저자의할아버지(캔자스의농부,곧레드넥)의중간이름을따서지은것이다.오거스트는오거스틴이라는여성형이름으로바뀌지않았고또‘아우구스트’라는과한발음으로불리지않지만‘위엄있는’이라는의미를지니고있다.할아버지와저자모두8월에태어났고둘모두비슷하게부지런한기질,독립적인기질을지녀서이런이름을붙인것이기도하다.이런저런장면에서‘오거스트’는저자의상처받은‘내면아이’로보이기도하지만,단순히심리치료의대상이라기보다는저자를살아남게만든정신적인중심이기도하다.
이런독특한글쓰기로인해고유하게여성적인문제라고할만한것이드러나는데,바로여성과시골의관계,여성과양육의관계가그것이다.저자의어머니,그리고저자의친할머니인테리사는재능과흥미가있었지만,폭력적인부모나애인혹은남편,어려서부터값싼노동을해야하는환경,정보의부족,선택지의부족등종합적인자원부족의상황에서제대로교육받지못하고적절한일자리도얻지못한채시골에서살아가게되었다.그리고이런욕구의좌절은고유한정신적이고심리적인문제로발전해아이에게(특히딸에게)전달된다.(유년시절저자는늘엄마에게사랑을갈구했지만,엄마는의도적으로그사랑을부인했다.)특히이들의사회적성장이종결되는거의마지막관문이‘빠른임신’이라는점을고려하면그자녀들에게상속되는정신적,심리적부담은매우자연스럽게여겨지기도한다.시골이기때문에정보와기회의부족에시달리고,어린나이에양육에발목을잡히게되어재능과사회적욕구를포기해야했던여성들의이야기가저자의모계와부계에걸쳐계속해서반복적으로등장한다.그리고이들을지켜본똑똑한여자아이는절대로사랑하는딸을낳지않겠다는모순적이고도영리한결심을하게된다.
‘미국시골의백인여성빈곤층’이라는모순적이고양가적이고복잡하고곤란한정체성은이렇게정교하고진심어린서술을통해그총체적인모습을드러낸다.스마시는자신의삶,자신의어머니들의삶,자신이사랑했던사람들의삶을냉소없이날카롭고도명확하게언어화한다.그럼으로써독자들이가난의복잡성을똑바로바라보도록이끈다.

네가누군지알아내려고애쓰지는않았어.그냥알았어.이따금어른들이애매하게돌려말하는데도아이가금세알아들을때가있잖아.그러다가서서히내마음속에서너는내가가질수도가지지않을수도있는아기의모습이되어갔어.하지만너는그냥아기가아니었지.너와나사이에는세상에서가장깊은이해의끈이있었어.그끈이머릿속에서자꾸휙휙움직이고시간이흐르면서모양도의미도달라졌기때문에어떤건지설명하기는힘들지만.그런데그런순간이있었어.내가실제로아이를가질수있을만큼자라기도전에.다른집아이라면부모님하고의논해결정할일을어떻게해야할지몰라혼자고민하다가나는보통저멀리어딘가에있는신께기도를드렸거든.그런데어느날이런생각이문득들더라.내딸한테라면어떻게하라고말하면좋을까?(9~10)

가난한아이를영영가난하게살도록내버려둔나라에대해말하지않고어떻게가난한아이이야기를할수있겠니?사실전에는나도그런생각은못했어.실패의책임을모두개인에게돌리도록,스스로를시궁창에서끌어올리려는노력이부족했던탓이라고생각하도록배웠으니까.그렇지만실제로는환경이결과를좌우하지.
아니면,내모어로말하자면이런거야.거두는것은날씨나름이잖여?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