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 성매매라는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용감한 기록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 성매매라는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용감한 기록

$18.00
저자

봄날

저자:봄날
성매매라는차가운겨울을지나만물이소생하는봄날에사회의품으로돌아왔다.자신이겪은폭력의경험들을재해석하며성매매경험당사자들과함께반성매매활동을열성적으로하고있다.
친구들과수다떨기를좋아하고,맛집을찾아다니는것을소소한재미삼아살아가고있다.요리,여행,콘서트,반려식물키우기를좋아하며,비혼의삶에관심이많은여성이다.곁을내어주며나누어주고베푸는삶을살아가고자노력하고있다.

목차

추천의말
책을펴내며|나는왜말하는가

1부긴터널

1장“어떻게성매매를하게되었나요?”
2장열여덟살에유입된업소
3장바다건너낯선섬으로
4장유리방골목
5장“우리는어차피진상처리반이야.”
6장시골의티켓다방아가씨로

2부나를다시찾아가는시간

7장나의과거에살고있는업주
8장돈으로여성의인격을사는자들
9장얼굴없는여자와얼굴없는남자
10장나는누구일까?
11장지난날과이별하기위해
12장몸이말해주는트라우마
13장그녀들을떠나보내며
14장경험의재해석
15장성매매,그리고성폭력

에필로그|나는과정속에서있다

출판사 서평

이것은당신과상관없는이야기가아니다

『길하나건너면벼랑끝』은과연성매매가성매매자체만을놓고이야기할수있는문제인지질문을던지는책이다.이책은20여년간성매매를경험한여성이써내려간삶의기록이다.저자봄날은열여덟살에성매매업소에유입되기까지,그리고그후업소에서빠져나오기까지의기나긴여정을증언한다.
저자가기록한삶의경험은많은한국여성들이보편적으로처하게되는상황과다르지않다.가난한집의장녀로서어린나이에학업을중단하고가계를짊어져야했던상황,가족내성차별과아버지의가정폭력,청소년여성노동자로서겪은부당한노동착취,저개발된지방도시,직장내성폭력과잘못된사건처리,자원이없는젊은여성이당하게되는성착취.하나하나떼어놓고보면한국사회에서살아가는거의모든여성들이생애단계마다겪게되는전형적인피해의경험들이다.저자는이런경험들이한여성의삶에서어떻게서로얽히고교차하면서성매매에유입되고또빠져나오기힘들어지는지,그과정을고통스러울만큼생생하고설득력있게전달한다.
이책은개인의생애사를통해서성매매가결코특수하고개별적인문제가아니며,한국사회의수많은젠더이슈들이첨예하게만나는지대임을보여준다.저자가세밀하게기록한삶의여정을따라가다보면,빈곤,성차별,노동문제,지역간격차,남성들의성폭력적놀이문화등이성매매와얼마나긴밀하게연결되어있는지를자연스럽게이해하게된다.

나는20여년동안성매매를경험한여자입니다.내게성매매경험당사자라는정체성은내몸의일부와같기에버릴수가없습니다.나는성매매를하며살아왔습니다.처음에는가난한집안의생활비를벌기위해서,그뒤에는불어나는빚을갚기위해서빠져나오기힘든긴터널을걸어왔습니다.그러나내게도누군가의딸로,보살핌받아야할어린학생으로,가난을짊어진여공으로살아왔던삶이존재합니다.(7)

“동생들은어쩔거냐?”그한마디에나는입을다물었다.자식의앞날을위한교육보다먹고사는것이우선인부모앞에서아무리고집을피워봤자소용이없었다.이집안에서나의존재는소모품에불과했다.내가희생함으로써동생들이제대로교육을받았으면하는심정으로모든것을포기했다.결국아버지가원하는대로자퇴서를제출하기위해학교로향했다.(22)

아버지와엄마는마치기다렸다는듯이내가일할공장을물색하고있었다.당시저금리,저유가,저달러의3저시대였기에한국경제는호황이었고,저임금덕에생산공장들은활기를띠었다.내가살던도시에는신발공장,고무공장,봉제공장이많이생겨났고작은인원으로하청을하는공장들도생겨났다.생산량은많고일할사람이없어서인지구인광고가넘쳐났다.나는봉제공장에취업해소위‘공순이’가되었다.그때의내삶은누구를위한삶이었을까?아마나는그순간부터내삶이아닌남의삶을대신살았던것은아닐까.(24)

내가20여년간경험한성매매업소는나를때린아버지와어린나를성추행했던삼촌과나를강간하며웃던그놈,임신한나를버리고간군인의모습과너무나닮아있었다.(46~47)

아버지는오히려얼굴이좋아보였다.엄마는아버지가이제술을안마신다고자랑스럽게말했다.엄마의말에아버지는웃었다.그러나나는아버지가싫었고불편했다.집으로오지말고밖에서엄마만만났으면좋았을텐데,하는후회가밀려왔다.(76)

마담의말에따르면업주는그동안익명으로기부와후원을많이했다고한다.익명으로하는이유는세상에드러나기싫어서라고했다.그러면서후원자를밝혀야하는곳은어쩔수없이이름을쓰지만시에서후원자에게상을준다고연락해도받으러가지않는다며,술을마시러오는공무원들이직접가져다준적도있다고자랑했다.빚이많은아가씨들을데려와업소에서일을시키고선불금이자,숙소비에지각비,결근비를다받아내고,외상술값과카드수수료까지아가씨들에게물리고안주와술을재사용해가며돈을벌어서불우이웃을돕는다는것이아무리생각해도이해가되지않았다.(152)

“여기첨왔을때마담이증명사진한장달라고하지않더냐?그사진,공항보안팀에가있어.업주랑아주친한사이인가봐.”나는너무놀랐다.증명사진을달라고했지만이런용도로쓰일것이라고는상상도못했다.비행기를타려고티켓을끊으려인적사항을적는데공항직원이다가와잠시같이가자고했다며그아가씨는말을이어갔다.나는어이가없어서담배를연달아피웠다.그아가씨는이제자신은어디론가팔려갈것같다고하며여기보다지옥이있겠냐고말했다.(155)

벽에는장기매매스티커가붙어있었다.전화번호를적어오지못해서머릿속으로외워집에돌아와수첩에적어놓았다.다음날장기를팔면빚을갚을수있을까하는생각에용기를내어장기매매스티커에적혀있던번호로전화를걸었지만받지않았다.한번더전화를걸었지만연결이되지않았다.장기를팔아서라도벗어나고싶었는데이마저도운이따라주지않는다고원망했다.팔수있는것이있다면전부팔아서라도벗어나고싶은절박한심정은나스스로를더원망하게만들었다.부모잘못만난죄,강간을당한죄,임신을해서차인죄,모든것이내죄였다.더비참한것은내일이없는이삶을계속살아야한다는것이었다.(177)

주위를두리번거리며둘러보고있었는데그때아가씨한명과아줌마한명이같이들어왔다.아가씨는옷을벗어서옷장에넣고열쇠를돌려잠그더니옆에있던아줌마에게옷장열쇠를건네주었다.그아줌마는옷장열쇠를들고나가며“목욕다하면전화해.”라고말했다.이곳은유리방,사창가옆목욕탕이라아가씨들이목욕탕에간다는핑계로도망갈까봐낮이모들이직접따라오는것이었다.아가씨들이다른곳으로외출할때도낮이모들이따라다닌다는것을나중에알았다.(202)

엄마는몇년전에보았을때보다몸이안좋아보였고아버지는여전했다.나는엄마보다안색이좋은아버지의모습이싫었다.엄마에게적은돈이지만생활비에보태쓰라고돈을건넸다.“네가무슨돈이있냐.”엄마는미안해하며돈을받았다.엄마가나에게미안해하는것이당연한걸까?돈을얼마나주면엄마가편해질까?늙고병들어가는엄마의손을바라보며마음이아팠다.(228)



당사자의육성으로고발하는성매매현장의착취와폭력

‘버닝썬게이트’는연예계를비롯한한국사회의남성카르텔이자본을불려나가는데에어떻게성접대를이용하는지보여줬다.최근주거지역이나초등학교인근까지퍼져있는오피스텔성매매에관해집중보도되며한국사회곳곳에성매매가얼마나만연해있는지에대한사회적관심도높아졌다.하지만실제로그안에서여성들이어떠한상황에처하는가,왜그런상황에놓이게되는가,왜벗어나기어려워지는가하는구체적인현실에대해서는아직충분히알려져있지않다.이책에서저자는20여년간룸살롱,성매매집결지,보도방,티켓다방등여러업종을전전하며직접겪고목격한성매매현장의구체적인현실을전방위적으로고발한다.
저자의기록은한국사회에서성매매여성들이겪고있는현실을아주선명하게보여준다.저자는여성들의발목을잡아탈성매매를어렵게만드는선불금이왜불어나게되는지상세하게설명한다.업주들이여성을업소로데려올때미리주는선불금은1할,많게는2할까지이자를받는고리대금업이며,이들은‘영업’에드는모든비용,업소에서입는의상부터강요되는성형수술비용까지여성들에게고스란히부담하게한다.더불어미용실부터직업소개소,사채업자,심지어점집까지성매매업소주변의산업생태계가얼마나정교하게여성들을착취하며돌아가는지도고발한다.저자는구매자들이여성들에게휘두르는신체적,언어적폭력또한낱낱이밝힌다.이들의이런행태는돈을냄으로써여성의서비스,신체,인격까지도모두‘샀다’고여기기때문임을꼬집는다.또한경찰을비롯한여러공적기관과성매매업소의깊은유착에대한고발은여성들이성매매현장에서당하는폭력이왜제대로해결되기어려운지를보여준다.
저자가기록한현실은성매매가‘강제냐자발이냐’와같은단순한질문으로환원될수없는복잡한문제임을알려준다.이책이담고있는‘현장에서온목소리’는성매매를둘러싼다방면의현실을좀더정확하게이해할수있도록해줌으로써,성매매문제에관심을갖고해결하고자하는이들이논의를발전시켜나가는데에도움을줄것이다.

마담은겉옷만중요한것이아니라여자는속옷이중요하다고하면서속옷은꼭세트로입으라고했다.속옷을세트로입지않은아가씨들에게는“네가때밀이이모냐?”라면서면박을주었다.속옷조차도업주나마담이간섭할수있다는사실이나의존재는뼛속까지성매매여성임을알려주었다.내몸은구매자들기분을맞춰주는도구이기때문이었다.업주나마담은내마음대로내몸을꾸밀수없게했고,어떻게내몸을다뤄야하는지철저하게교육시켰다.(71)

여자업주는몇군데매장을말해주며그곳에가서옷을사라고했다.홀복매장과업주는서로돕는사이였다.업주는홀복매장을이용해카드깡을하는경우도있었고,홀복매장은업주에게홀복을많이팔수있도록로비를하는등이익으로엮인사이였다.매장에서홀복을두벌씩샀고,외출복에도신경을써야하기때문에다른옷을몇벌더샀다.화장품도몇개샀다.여자업주는“진작꾸미고그러지그랬냐?”하고흡족해했다.(92~93)

업주는선심쓰듯원래는하루에50만원씩인데임신중절수술을했으니하루30만원만받겠다고했다.30만원씩,3일90만원이라는계산에어이가없었다.너무하는것아니냐고따지니까업주는“야.몸뚱이가네밑천인데네가관리해야지누가관리하냐?누가임신하래?그리고당분간2차도못나가는데손님은어떻게가려서받냐?”소리를질렀다.수술비에결근비에,빚이하늘높은줄모르고치솟고있는데나는아무것도할수없었다.(81)

쓰레기통에는담배꽁초,먹다만안주,가래,침등쓰레기와우리가버린술이섞여있었다.나는술을거르는작업을하는아가씨의손길을바라보았다.쓰레기통에서걸러지는술의색깔은붉다못해검은색을띠고있었다.한남자가술을잔에따르라고시키고아가씨들에게마시라고했다.아가씨들이인상을쓰며술을못마시고있자남자는거친욕을했다.웨이터에게“주인불러와!”하며고함을쳤다.(100)

업주와보살의말에현혹되어몸안아프고돈을많이벌수있다면굿을하는것도나쁘지않다고생각했다.비용은얼마나드는지궁금했지만함부로물어보지못하고보살의눈치만봤다.보살은나를힐끔쳐다보더니250만원을불렀다.갚을빚이많은내게는큰돈이라얼른대답을못하고있자업주는그정도는소개소삼촌에게융통할수있을것이라꼬드겼다.보살도굿하고나면그돈은돈도아니라며맞장구를쳤다.(128~129)

업주는희한하게수익을올렸다.과일안주,화채,마른안주등은늘재사용되었다.그사실을아는아가씨들은안주를잘안먹었다.맥주는재사용하기어렵지만양주의경우구매자들이마시다남은술을모아서새병에담아냈다.주류회사에서위조방지를위해노력하지만그기술력을비웃기라도하듯업주는가짜양주를만들어냈다.내가매일두통을호소하고구토가심해서약을먹었는데도소용이없어괴로워하자S가이사실을알려주었다.(145)

큰마담이그달매상이많이올랐다며‘주사이모’를불러서아가씨들에게주사를맞히기도했다.2차를나가는일이잦아지면서질염과골반염을앓는아가씨들이많았다.이방법은업주만의아가씨관리법이었다.마담은염증주사라고했지만,그주사가정확히어떤것인지알고맞는아가씨는없었다.(169)

그아가씨는“보건소에서일부러한업소에만계속이렇게하는것은업주에게돈봉투들고오라는뜻이에요.”라고말했다.무슨이런말도안되는경우가있나싶어돈을갖다주는것을봤냐고묻자그아가씨는자기도들은이야기라고했다.업주가보건소에인사를하러가면몇개월은그업소에서성병확인자가나오지않는다고했다.처음왔을때는경비아저씨가새벽에보내줬지만이번에는유리방으로돌아가지않고여기서텔레비전이나보고쉬고싶었다.그아가씨도여기서쉬어야겠다고했다.보건소당직실에오는아가씨들이정말성병에걸린것이맞을까하는의문이들었다.(210)

우리를본마담은“야,돈벌어먹고사는게쉽냐?손님비위하나못맞추는것들이무슨일을하냐?얼른꺼져.”하고화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