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자본』〉이란?
천년의상상출판사는철학자고병권이‘독자들과함께’마르크스의『자본』을읽어나가는대형프로젝트를기획했습니다.그간‘난공불락의텍스트’로여겨지며수많은독자들을중도포기하게만든,그래서늘미련이남는책마르크스의『자본』을철학자고병권의오프라인강의와더불어더쉽게더제대로읽어나가려는기획입니다.2018년8월부터『자본』을더깊이해석한단행본이먼저출간되고,책출간다음달에는오프라인강의가진행되었습니다(이강의는온라인으로도제공).자세한출간일정은책속의‘일러두기’에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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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초축적’,피와불의문자들로기록된연대기
-마침내만난『자본』의프리퀄,그핏빛역사
철학자고병권과함께하는〈북클럽『자본』〉시리즈의대미를장식할열두번째책『포겔프라이프롤레타리아』가출간되었다.2018년시작한시리즈의마지막책을3년여의여정끝에드디어만나게된것이다.이책12권에서저자고병권은카를마르크스의『자본』I권의마지막부분,즉제7편의제24장“소위시초축적”과제25장“근대식민이론”을독자들과함께읽는다.
이책은말하자면시리즈의이전책들(1~11권)이다룬내용의‘프리퀄’이라할수있다.11권까지가‘자본주의적생산양식’을전제하고내용을펼친것이라면,이번12권은그전제가어떻게형성되었는지를다룬다.즉자본주의적생산양식의‘전사’(前史)를이야기한다.자본주의적생산양식이있기전에,혹은그것이있기위해무엇이필요했던것인가.
지금까지이시리즈에서저자는자본이란곧‘잉여가치를낳는가치’임을말해왔다.그런데‘잉여가치’가존재하려면그것을낳는가치가‘먼저’주어져야한다.자본주의생산양식이시작되려면일정규모이상으로축적된자본(일정규모이상의가치량)이존재해야한다는것이다.이‘시작하는자본’이없다면자본의순환운동은‘시작’될수없다.‘자본의순환’이전에존재하는‘시초축적’을상정하지않을수없는이유다.
제24장의제목을보면마르크스가‘시초축적’이라는말앞에‘소위’라는수식어를붙이고있습니다.앞으로소개할내용이‘사람들이말하는’바로그런의미의‘시초축적’이라는것이지요.사람들은이렇게물을수있을겁니다.‘도대체자본주의는처음에어떻게시작된거지?’나는마르크스가이런물음에답하기위해제24장을썼다고생각합니다.자본(자본주의)의‘역사적등장’에대해말하려고요.-본문30쪽,〈1장“수치스러운기원”〉에서
‘처음의자본과처음의자본가’는어떻게생겨난것인가.우리는시리즈의이전책들을통해‘노동력’이라는특별한상품이없다면자본역시불가능하다는사실을알게되었다.화폐와상품이존재한다고해서그것들이저절로자본이될수는없는것이다.화폐와상품이자본으로변신하려면‘노동력’이시장에‘상품으로서’나와야한다.
그런데노동력이시장에나오려면두가지조건이필요하다.저자고병권의분석에따르면,그중하나는노동자의‘신분해방’이다.즉노동자가자기노동력을시장에서자유롭게거래할수있는존재가되어야한다.그리고나머지하나는노동자의‘빈곤’이다.즉노동자가생활수단과생산수단을상실해버려더는노동력을팔지않고서는살길이없어야만한다.
이책『포겔프라이프롤레타리아』에서저자고병권은이른바‘시초축적기’에자본의탄생에필수불가결한상품인노동력이어떻게출현했는지를추적한다.부르주아역사가들은이시기에관해말할때노동자들이농노적예속이나길드예속에서벗어나자유로워졌다는점만을강조하지만,마르크스는그자유의이면,즉어떻게해서다수의사람이노동력판매외에는살길이없는상황에처하게되는지를분석했다.그리고그일이얼마나참혹하게이루어졌는지를마르크스는다음과같은말로표현한다.“이러한수탈의역사는피와불의문자들로인류의연대기에기록되어있다.”
2.‘포겔프라이프롤레타리아’의탄생
-‘노동력이만들어지는과정’에숨겨진끔찍한진실
『자본』에서마르크스는“대다수인구의프롤레타리아화”가자본주의를가능케한결정적사건이라고보았다.여기서저자고병권은마르크스가‘프롤레타리아’라는단어와함께언급한용어,‘포겔프라이’(vogelfreie)에주목한다.
본래‘포겔프라이’라는말은새(Vogel)처럼자유롭다(frei)는뜻입니다.어디에도묶여있지않다는뜻이지요.하지만시초축적기에즈음하여‘아무런법적보호도받을수없는’,‘아무런권리도없는’이라는부정적의미가생겨났습니다.사람을처형한후‘새들의먹이로내던지는’경우가있었는데요.이표현에서포겔프라이의새로운의미가덧붙여진것같습니다.그래서공동체로부터아무런보호도받을수없는존재,법적권리가없어무차별적폭력에노출된존재를가리킬때도이말을썼습니다.-본문39쪽,〈1장“노동자의탄생①-공유지약탈과인간청소”에서〉
저자의분석에따르면,마르크스의용어‘포겔프라이’는이처럼‘해방이상실로나타난것’혹은‘상실의형태로해방이이루어진것’을표현하기위한단어다.즉‘포겔프라이’는기존의봉건적예속에서벗어난존재(새처럼자유롭게나는존재)이자보호받지못하는존재(새먹이로내던져진존재)라는의미를다갖고있다.사실속박에서벗어난인간은발가벗겨진인간이기도한것이다.
인격을부인당한노예나농노의처지에서벗어났으니이제온전한인격을가진인간이출현해야할것같지만,실상은그렇지않다.오히려아무런권리도없이,아무런보장도없이,오로지인간이라는사실하나만남은인간이‘시초축적기’에등장한다.저자고병권은“이때의인간이가장위험한처지의인간”이며,바로이시기에“인간으로서의생존이가장위태로운순간”을맞게된다고말한다.
마르크스는“자본주의적생산양식의기초를만들어낸변혁의서막은1470년경부터1500년대초의수십년동안”일어났다고말한다.이시기에다수의농민이자신들이보유하던토지를잃고‘포겔프라이프롤레타리아’로전락해‘대량의인간대중’이노동‘시장’으로내던져졌다.나라마다시기와양상은다르지만세계곳곳에서이런일이일어났다.그것이바로‘울타리를두른다’라는뜻의‘인클로저’인데,울타리하나두르는것이무슨큰일일까싶지만이울타리야말로중세농촌의사회형태가해체되었다는징표였다.
사실중세에는‘관습’의힘이상당히강했으며,제아무리영주라해도관습을무시하고농민들의땅을제마음대로빼앗을수는없었다.그랬던영주들이어찌하여돌변해농민들의토지를앗아간것일까.마르크스는봉건귀족자체의구성이바뀌었음을지적했다.영국의경우‘백년전쟁’과‘장미전쟁’으로귀족들이큰타격을받아전쟁의결과로다수귀족이피살되고가문들이몰락했다.남은귀족마저경제적변화,특히물가상승에대처하지못하자상인부르주아들이이빈틈을파고들어돈의힘을이용해신분을끌어올렸고땅을사들였다.그리하여‘땅의의미’자체가달라졌다.땅은이제영주와농민의공동체가아닌,상품의생산수단이자사유재산이되었다.
그렇다면신분해방을이룬농민들은,그인간대중은어디로향해야했을까.저자는말한다.해방된농민이곧바로노동자가되어야하는것은아니라고.시초축적기는아직자본주의생산양식의토대가구축된때가아니며,봉건제해체와더불어출현한‘인간대중’의운명또한아직결정되어있지않았다.따라서신분제에서풀려난다수의인간들이모두노동자가되어야했던것은아니다.
신분해방자체에는노동력판매라는뜻이담겨있지않습니다.땅의속박,영주에대한예속에서풀려난사람이노동시장을향해,자본가에대한예속을향해걸어가야할내적이유는없습니다.이점이중요합니다.내적이유가없다는것말입니다.나는마르크스가앞서의문장에서언급한인간의두상태를구분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인간대중인상태와노동시장에던져진상태,즉‘대중으로서의인간’과‘상품으로서의인간(노동력판매자)’말입니다.이것을두가지사건이라고해도좋습니다.많은사람이땅에서쫓겨나인간대중으로서쏟아져나온사건과,이인간대중이노동시장으로내몰린사건은다른사건입니다.-본문43쪽,〈1장“노동자의탄생①-공유지약탈과인간청소”에서〉
저자고병권에따르면,마르크스가‘토지수탈’이라는사건에서중요하게본것은‘추방’이다.농사짓던땅에울타리를치고양을키웠다는사실보다,그땅에서대규모의인구가추방되었다는사실이중요하다는것이다.마르크스가보기에‘토지의수탈’은‘사유지청소’였다.그렇다면도대체그사유지에서무엇을쓸어냈는가.바로‘인간’이었다.15세기말에서18세기말까지지속된인클로저는한마디로‘인간청소’였다.
결국‘노동자’는두단계를거쳐탄생했다.하나는토지의폭력적약탈(인클로저)과정에서‘포겔프라이프롤레타리아’가대규모로창출된것이고,다른하나는‘피의규율’(피의입법)을통해이들프롤레타리아가‘임금노동자’로전환된것이었다.그런데이과정은국가폭력이라는외적힘이없다면결코일어날수없는일이었다.마르크스는이시초축적기에일어난노동착취와자본축적이경제학적방식이아니라‘경찰적방식’,다시말해치안(공안)의방식으로이룩된것임을강조한다.‘시초축적기’는경찰학이곧경제학인시대였던것이다.
시초축적기가자본주의적생산양식의토대를구축하던시기라고한다면이때의폭력을일종의토대폭력이라부를수있지않을까싶습니다.기존의습속,본성,자연을지우고새로운습속,본성,자연이생겨날기반을조성한거죠.나중에는새로운것이알아서자라나겠지만처음에는기존의것을길들여야합니다.“기괴하고공포스러운법률”의용도,즉토지에서쫓겨난사람들을채찍질하고불에달군쇠로낙인찍으며,고문을가하는폭력의용도가여기있습니다.-본문85쪽,〈2장노동자의탄생②-피의입법〉
3.마침내자본이태어났다,피와오물을흘리며
-자본가의탄생과시초축적을도운네가지시스템
저자고병권은시초축적기에땅에서쫓겨난사람들이어떻게‘노동자’로전락했는지를우선다룬뒤곧이어‘자본가의유래’를다룬다.이때그는마르크스가‘자본가들의유래’를별도로물었다는데의미를부여하며이야기를펼친다.즉마르크스는‘자본가의유래’와‘노동자의유래’를별개로봤다.고병권은말한다.“노동자와자본가는입자와반입자처럼생겨난것이아닙니다.”
저자는노동자가정립되면서그반정립으로자본가가탄생한것이아니라고강조한다.화폐의흐름(화폐대중)은노동의흐름(인간대중)과는다른곳에서,다른방식으로생겨났다는이야기다.노동자계급과자본가계급은한배에서생겨난적대적쌍둥이가아니라서로다른배에서생겨나일련의사건을겪으며적대적인하나의관계(자본관계)속으로말려들어간존재다.
또한자본가들의유래또한단일하지않다는것이저자의분석이다.농업자본가,산업자본가,금융자본가등은서로다른사건속에서,서로다른경로로형성되었으며,동일한산업자본가라도그유래는다를수있다.그리고자본내지자본가의‘탄생’은다른면에서는‘변신’이기도하다고,저자는덧붙인다.새로운존재의출현은‘무’에서‘유’,즉아무것도없는상태에서무언가가생겨난것이아니라,사회적배치의변화로기존의어떤것이전혀다른것으로변신한것일수있다는의미다.
마르크스는그중산업자본가의탄생과정을더자세히기술했는데,그것이당시의생산양식변동을매우잘보여주기때문이다.그에따르면,산업자본가의탄생을가능케한‘시초축적’은개인차원이아니라사회적차원의변동,사회적배치를뒤흔드는혁명적사건들을필요로했다.그사건들이란바로‘발견,약탈,섬멸,사냥,생매장,노예화’다.부르주아정치경제학자들이미화하거나생략하는이끔찍한이야기가없다면산업자본의시초축적은해명될수없다면서,마르크스는자본의시초축적을돕는산파역할을한네가지시스템,곧‘식민시스템’,‘국채시스템’,‘조세시스템’,‘보호무역시스템’을언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