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무의식 : 자본주의의 꿈과 한민족 공동체를 향한 욕망

자본의 무의식 : 자본주의의 꿈과 한민족 공동체를 향한 욕망

$38.00
저자

박현옥

HyunOkPark캐나다요크대학교교수.이대학에서사회학을가르치고있다.1984년연세대학교사회학과를졸업하고,당시금지된북한에대한연구를하고싶다는마음으로유학길에올랐다.하와이대학교에서석사과정을마친후,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교사회학과박사과정에입학했다.북한자료를보면볼수록만주근현대사를알지않고는북한을알기어렵다는생각이들어만주연구를시작했다.그리고만주역사를들여다보면볼수록‘북한혁명’의기원으로수렴되지않는자본주의,제국주의,민족주의,성의정치학의역사적인양상이중요하다는것을인식하게되었다.이러한문제의식을토대로만주로의조선인이주와토지권,국적,그리고해방투쟁을일본과조선과만주식민지의산업금융자본의축적과정으로설명하는박사논문「민족과젠더에대한유물론(MaterializingNationandGender)」을썼다.

19세기말부터현재까지의세계자본주의변화와이와동행하는민주주의,사회주의,파시즘등정치체제와문화이데올로기에대해연구하고글을쓴다.초국가주의적이주와후기식민주의(포스트식민주의)에대한주제와비교가능성에대해서도관심을두고있다.지은책으로『동상이몽:제국,사회적삶,그리고만주에서의북한혁명의기원』(DukeUniversityPress,2005)이있다.

목차

●추천의글
●한국어판저자의말
■서론

Ⅰ위기
1장자본의무의식:코리아에대한난제
1트랜스내셔널코리아의등장
2남북통일에서트랜스내셔널코리아로
3위기,사회주의그리고주권
4자본의무의식88

2장민주주의정치학의미학:노동,폭력,반복
1한국민주주의의새로운양상
2세유형의노동자들의동시간성
3이주노동자의정치학:노동권과인권사이
4노조에가입된노동자와사유재산권
5위기,역사주의,그리고반복
6민주주의정치학과미학

Ⅱ배상
3장배상:식민지귀환자들에대하여
1배상의정치학
2「재외동포법」의자본주의적성격
3배상:주권과탈식민화
4자본주의적과잉과국가주의
5배상의정치학이만든서사,재시간화

4장사회주의적배상:산노동에대하여
1조선족의이주노동체험과이중국적
2배상으로서의사유화
3일상노동의언어와감정
4역사적무의식:재현되는이중국적
5공동체를향한정동적전이

5장반복되는중국혁명:소수민족문제
1사회주의적이상과물적조건사이
2소수민족이라는상위기억
3사회적문제로서의이중국적
4주권과차이:대약진운동
5폭력과반복
6불가능한소수민족화

Ⅲ평화와인권
6장남북통일과자본주의적패권
1이중의통일정치학
2가족상봉,혈연과국가폭력
3남북통일과자본주의정신
4민족유토피아에서시장유토피아로
5또하나의가족상봉:무국적주체들
6스펙터클로서의민족통일

7장반복되는북한혁명:위기와가치
1북한의사회주의와시장화
2『임진강』,스펙터클로서의사회주의
3사회주의국가에서빠른시장화
4이중경제와시장화
5산업구조와조직망
6사회주의적노동과가치법칙
7북한사회주의에내재된모순과위기

8장탈북의스펙터클:자유와자유노동
1“올필요는없었지만그래도…”
2「간도아리랑」
3이주서사로서의시장민주주의
4종족적이고종교적인도착
5새로운공동성(commons)을상상하기
6자본주의적관계와일상의정치화

■결론

●옮긴이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1.“남북한은이미자본에의해서통일되었다”
―민족국가담론에갇혀있는통일담론의근본적인재성찰,『자본의무의식』

“남북한은이미자본에의해통일되었다.”『자본의무의식』전체내용을압축한이책의첫문장이다.저자캐나다요크대학교사회학과박현옥교수는남한,북한,중국북동부세지역사람들의‘사회적관계’를살피기위해그들의다양한목소리를직접인터뷰했다.그리고글로벌자본주의변동을분석한이론들을이들의목소리와함께엮어,탈냉전시기세계자본주의가영토국가를넘어‘사회적삶’의영역에서어떻게펼쳐지는지를대담하면서도설득력있게펼친『자본의무의식-자본주의의꿈과한민족공동체를향한욕망』을출간했다.

남북한은이미자본에의해트랜스내셔널코리아형태로통일되었다.북한에대한경제적지원과널리알려진탈북난민들의발자취를제외하면,우리는한국과중국,북한의국경을넘나드는사람과물자,생각의이동을쉽사리간과한다.이사실은여전히냉전적유산이지배하고있으며사회주의에대한자본주의의명백한승리감을보여준다.
……이책은사회주의와자본주의의탈식민주의와냉전의역사를신자유주의적현재의역사로제시한다.냉전기에는남북간경쟁으로인해영토의통합이한민족주권이지향하는규범적전망이되었다.이러한냉전적처방은여전히견고하지만자본주의적·민주주의적한인들의통합이국경을넘어서서진행되면서다시금기존의한인들사이의종족적·민족적관계가흔들리고있다_본문32∼33쪽

세계자본주의는한반도(한국,북한,중국)에서어떻게펼쳐지고있는가?탈냉전시기임에도여전히지속되고있는정전체제와분단의상황.한반도의통일(unification)을둘러싼정치적,군사적현실이엄중한때에“남북한은이미자본에의해트랜스내셔널코리아형태로통일되었다.”는저자의첫문장은도발적인선언이기도하다.저자에따르면통일은‘이미’일어난일이고,‘자본에의해’일어난일이고,‘트랜스내셔널코리아의형태로’일어난일이다.
통일이‘트랜스내셔널코리아형태로’일어났다는말은통일이하나의영토국가를이루는방식이아니라남한과북한,그리고중국에걸쳐서함께일어났다는뜻이다.분단을영토의미수복상태로간주했던냉전시기통일관으로는이해하기가어렵다.이통일이영토가아니라‘사회적삶’에서일어났기때문이다.즉남한북한중국의한국인들은통일된삶을살고있다.
두가지의미에서그렇다.첫째,세지역의한국인들은동일한형태의삶을살고있다.국적에상관없이모두가‘시장유토피아’속에서산다.사회주의체제에서살아가는사람들조차사회주의가약속했던삶을시장에서상품형식으로구매할수있다고생각한다.둘째,한인들은긴밀히통합된삶을살고있다.조선족이주노동자들은남한의저임금서비스업종에진출해있고이들의중국내빈자리는북한에서온이주노동자들이메우고있는것이다.
다음으로,통일은‘자본에의해’일어났다는말을보자.저자박현옥은통일문제를냉전기의남은과제가아니라탈냉전기지구적자본주의의재편이라는관점에서접근해야한다고주장한다.‘트랜스내셔널코리아’는자본축적과관련해서남한,중국,북한에서일어난‘동시적’위기들을넘어서려는과정에서나타난주권의트랜스내셔널한형태이다.
끝으로,통일은‘이미’일어난일이다.저자는20세기한반도와한인디아스포라의역사를통해현재의역사를파악할필요가있다고말한다.실제로그는일제강점기한인들이만주와주변국으로이주했던일을현재일어나는일의원역사(ur-history)로간주한다.하지만트랜스내셔널코리아가역사적발전과정에서예정되어있었다는뜻은아니다.이런단선적이행의역사란존재하지않는다.저자에따르면우리가분석해야하는것은반복이다.자본주의위기는반복되고그때마다새로운정치적형식,새로운유토피아가만들어진다.자본의위기극복의노력이어떻게다르게반복되는지를분석하는것이중요하다.뿐만아니라사람들의과거에대한기억과미래에대한전망(유토피아)이어떻게달라지는지를살펴야한다.“남북한이이미자본에의해트랜스내셔널코리아의형태로통일되었다”는주장은이런맥락에서도출된것이다.
덧붙여서“이미”라는말도한번보자.저자의“이미”는역사를시간의측면에서해석하는것을강조한다.현재의통일담론의역사적형식을분석함으로써저자는한국통일의원초적이고유토피아적인의미를되살리고싶었던것같다.분단된한국을통일하려는노력은발터벤야민이‘역사철학에관한논문’에서“파쇄된것을전체로만드는것”이라고지적한것과같다.파쇄된것은결코존재했던적도없는동질적한국그자체가아니라,민족의해방이라는유토피아적이상이다.

그렇다면왜우리는이변화를알아차리지못하는가.그것은우리가각각의주체를“고립되어있는여러섬들처럼”파편적으로이해하기때문이다.이를테면우리는한국에오는조선족에대해서는탈식민주의‘배상’으로문제로,탈북자에대해서는‘인권’의문제로접근한다.이렇게접근하면이들이한국인들과맺고있는노동관계(아울러이관계에내재한모순과부조리)가은폐된다.사실식민지배의피해자로서한국국적을요구하는조선족들에게국적은합법적으로노동할수있는수단의성격이강하다.또국경을넘는북한이주민은‘자유를찾아나선영웅’이기보다는‘일자리를찾아나선무산자’에가깝다.
트랜스내셔널코리아의성격을이해하기위해서는이들모두를하나의‘사회적구성’속에서파악해야한다.다시말해남한의노동자(정규직과비정규직),이주노동자,조선족노동자,탈북민노동자등의정체성과권리를구분하는사회적범주를넘어서공동의지평위에서이들의관계를파악해야한다.이책에서시도하고있는것이바로이것이다._본문8쪽

2.자본의무의식과역사적무의식,그리고트랜스내셔널리즘
―2000년대이후한국에서펼쳐진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의현재는무엇인가?

저자는‘무의식’개념을통해남한에온북한과조선족이주노동자들이사용하는말과단어,색채와감각,그리고그들사이에서상품화의형태로추론되는것들에초점을맞춘다.한국의활동가들뿐만아니라세계비정부기구(NGO)들은배상,평화,인권이라는맥락에서정치를설명하기위해조선족이든,북한인이든,비한국인이든관계없이이주노동자들을동원했다.이주노동자들의염려를드러내는(대변하는)민주주의정치의한계는이미자본주의적논리에새겨져있다.최근의민주주의적상상력은계몽주의,사회주의혁명,산업자본주의시대의자본주의의오래된정치적이미지들을끌어와논의하고있다.
『자본의무의식』에서저자박현옥은자본주의에대한두가지대중적인해석,즉세계가신자유주의적인자본주의로융합될때그것을자본주의의승리로표현하는것을비판하고,또한매번새로워진다는이유로자본주의를민주주의로취급하는것을비판하기위해역사와역사적사고의중요성을전달하려고한다.

『자본의무의식』이라명명된이책은자본주의체제의사회문화적상징화와이러한표상(representation)의이데올로기적·역사적성격의연구를위한개념적틀을제공한다.프레더릭제임슨은‘정치적무의식’이라는개념을통해경제의상징적표상을인식하고현재억압되고묻혀있는역사의현실을포착함으로써문화와정치를역사화한다(Jameson1981).
이와유사하게필자는이책에서무의식개념을발전시켜위기의경제적기원과이위기의사회주의와자본주의경제에서의표상을인식한다.제임슨이이데올로기와문화의서사들에초점을맞춘것은서사적범주로서의근대성이라는자신의독창적이론을반영하는것이다.필자의자본주의의유토피아적이상에대한해석은무의식을서사분석을넘어다른신체적·감각적·시간적상징화로확장된다._본문88쪽

세개의한국인공동체(한국인,북한인,그리고조선족들)와그들의연결고리를트랜스내셔널한코리아로서이론화하기위해서는저자는현대자본주의에대한이해와20세기사회주의와자본주의를다시생각해야한다고힘주어말한다.
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에대한세계적융합이무엇을의미하는지,그리고20세기역사가현재의결합에얼마나중요한지를이해하기위해노동에대한관습적분석(예:생산체제)을넘어자본주의경험의분석적틀을확대하여역사적,철학적인내용을포함시키고있다.저자의분석은이주,노동,민주주의적정치로의편입,차별과착취에반대하는시위등한국이주자들의현상태로시작하여그들의사회주의시대에겪었던일과삶으로되돌아간다.

현재한반도에서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와민주주의는중국에서한국으로그리고북한에서중국으로이어지는노동의순차적이동을통해중국동북부의조선족사회와밀접하게얽혀있다.조선족이주노동자들은한국에서식당이나노래방은물론육아,간병,노인돌봄과같은직종에서저임금노동을제공한다.북한이주노동자들은한국인이소유한중국에있는공장에서일하거나한국으로이주한조선족농부들의땅을경작한다.또한북한이주노동자들은조선족이한국에서송금한돈으로시작되어번창하고있는여러서비스부문에서도일하고있다.이와맞물려한국에서저임금조선족노동자들은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하에서복지사회라는허울을유지하는데기여하고있다._본문36쪽

다시말해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에서다루는관습적인시간과공간을20세기사회주의와자본주의를역사로포함하도록바꾸었다.『자본의무의식』에서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의역사는종종산업자본주의에서금융자본주의로의이행에대해단언하지않는다.오히려산업자본주의가속했던20세기역사가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하에서의일상적인경험과정치에묻어있음을보여준다.
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가지닌역사적시간은두가지의미를갖는다.첫째로,제도화된기억의서술과개인이경험한플래시백은현재의자본주의경험의중요한실마리를구성할뿐만아니라새로운정치를가능하게만드는과거의기억을포함한다.둘째,남북한과중국이군사독재와사회주의하에서각각급속한산업화와물질적축적을추구한경위에대한접근과함께어떤위기가나타났는지를살펴본다.또한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형태로산업축적과그위기가어떻게해결되고있는지에관심을둔다.
따라서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는20세기의산업자본주의나사회주의를초월한시대가아니다.그것은다른수단에의한자본축적의연속,즉각나라마다단일한위기에대응하는자본축적의새로운전략과원칙을채택한다는점에서자본축적의연속이라할수있다.

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체제연구는이처럼금융자본의패권적지배에한정되지않으며,더많은가치를생산하고전용하기위한노동과정의변환과사회적필요노동시간의재구성도포괄한다.하비가신자유주의의핵심적특징으로지목하는사유화,탈규제,반노동조합주의의과정은잉여가치생산이라는점에서한몸처럼작동하는‘삼위일체’로이해되어야한다(Harvey2005).
필자는역사적반복이라는개념으로서로다른정치적체제가자본축적을위해수행적으로봉사한다는것에주목함으로써역사변화의단계론을비판한다.민주주의적현재와군사주의적과거의동시간성은쌍용의노동자와지지자들이예기치않게광주학살을기억하는데서드러난다._본문168쪽

3.자본주의와사회주의의얽힘속의한국의통일
―『자본의무의식』전체개요

한국의통일이라는지역적주제를통해세계사적인흐름을관통하는자본주의와사회주의의얽힘을드러내어새로운전망을제시하려는과감한시도를한『자본의무의식』.이책은다양하고치밀한이론적탐구와풍부한역사적·인류학적자료그리고이둘사이의흥미로운만남의장을마련하고있으며수많은논쟁점과생각거리를제공하고있다.이책의전체개요는다음과같다.
제1부는책전체의역사적·이론적틀을제시한다.1장은남북통일에대한트랜스내셔널한접근방법을구성하고,이접근법을근대주권,자본주의의위기,역사변화의시간성에대한더광범위한역사적·이론적탐구에포함시킨다.2장은정치적체제들의동시간성을검토하는데,이동시간성의인식을통해이제까지파편화된노동집단으로여겨져온노조가입자국노동자,노조에가입하지않은비정규직노동자,외국인이주노동자,귀환동포의동시간성을정식화할수있다.이른바민주적신자유주의시대에군사국가에의해저질러진폭력을다시현재에되살려환기시키는일은민주주의정치학에서민주화이전과이후라는통상적시대구분을와해시키는새로운정치적계기들을만들어낸다.
제2부는한국과중국조선족사회의위기속에서생성되는트랜스내셔널코리아의형성을상술하여시장유토피아의한양식으로서의배상에초점을맞춘다.3장은위계적트랜스내셔널코리아에대한논쟁이어떻게조선족에대한배상의정치학을내포하는지검토한다.조선족은예기치못한방식으로한국으로이주노동자로귀환하는데,이귀환은한국의탈식민화의계기로구성된다.저자는이주노동자로서의조선족권리를부정하는이도치된탈식민화에서자유주의와자본주의의논리를포착해낸다.4장은조선족의이주노동을사회주의적배상의한형식으로접근하는데,이배상의정치는실현되지못한사회주의의전망을상품으로변질시킨다.중국당국은경제사유화를사회주의혁명이야기한폭력에대한배상으로규정한다.저자박현옥은조선족이자본주의에통합되는과정에서경험하게되는새로운폭력의형태들을탐구하는데,이주노동의신체적경험과이중국적에대한조선족의서사를중점적으로다룬다.5장은한국에서일하는조선족사이에서발생하는중국문화혁명에대한비자발적인회상을폭력의역사적반복의징후로해석한다.
제3부는평화논리와인권옹호를시장유토피아의다른양식으로제시한다.여기서트랜스내셔널코리아는남한,북한,조선족사이의삼각관계안에서형성된다.6장은남북통일을한국의민주주의정치학의문제로접근한다.이민주주의정치학은탈냉전기하에서국가유토피아에서시장유토피아로변화한다.저자는통일의정치학내에서평화와화해를주장하는쪽과인권과북한의정권교체를주장하는쪽사이의날카로운대립의저변에존재하는모종의합의를밝힌다.7장에서는이런새로운통일의정치학안에서진행되는북한에대한담론화된규정들과1950년대부터현재까지위기로점철된사회주의에대한북한정부자체의담론과나란히대비시킨다.8장은북한사람들이남한과조선족공동체의자본주의와민주주의체제속으로통합되는과정을다루는데이들이중국과남한으로이주하며겪는일상경험과주체성의문제를설명한다.“[중국과남한으로꼭]올필요는없었지만그래도[왔어요]……”라는이들의이주서사는통일의정치학이그랬듯이분석의초점을난민이라는이들의신분에서이들의상품화로이동시킨다.필자는이들이처음에중국으로갔다가다시남한으로이어지는연속된이주,조선족과맺는종족민족적·종교적관계에의한상품화의매개에주목한다.마지막으로이들의유랑과육체노동,국가없는민족을향한욕망은사회주의와자본주의에대한근본적비판을담지하고있다.

4.무엇이반복되고있으며,왜중요한가?
―『자본의무의식』의핵심개념‘반복’

반복은『자본의무의식』의핵심개념이다.마르크스는『브뤼메르18일』에서“첫번째는비극으로,그다음은희극으로”라고썼다.마르크스의이구절은냉전시대와냉전시대이후의역사에대한저자의해석을담아낸다.이러한시기를‘반복’이라고해석하는것은두개의역사적시기를대립하는구도로보거나,역사적전환의시기라고보는것에반대하는것이다.예를들어사회주의대자본주의,독재대민주주의,산업자본주의대금융자본주의가그것이다.물론반복이동일성을의미하는것은아니다.오히려그것은우리에게과도기패러다임에의해가려진각시기의역사적특수성을밝혀내는것이다.
국가주권의틀안에서민주주의를분석할때,특히사회주의에서자본주의로,독재에서민주주의로이행하는패러다임은전환의핵심이된다.국가와당의독재나권력다툼으로20세기사회주의가실패했다는주장은현재의중국과북한의민영화와시장화를민주주의를향한결정적인움직임으로해석하게한다.마찬가지로대한민국군사독재해체를통한정권교체와그에따른정치자유화는민주화를향한결정적행보로여겨지는데,일단민주주의로가는다리를넘어가면독재로의복귀는불가능하기때문이다.
그러나노동규제를중심으로바라보면사회주의와자본주의,독재와민주주의사이의대립은사라진다.국가,자본,노동의관계는사회주의,자본주의,독재,자유민주주의정권마다다르다.반복의개념은역사적으로변화하는국가,자본,생산체제에의한노동의지속적상품화를인식할수있게한다.반복의개념을통해저자는사회적관계의영역에서민주주의를설명하며,국가형태의변화가해방을보장하지않는다고주장한다.
이책의집필초기부터식민지및냉전시대의이주노동자들과운동가들의기억,그기억들은저자에게기억이그들에게갖는의미를이해하고,그들의역사에서기억을찾을수있는방법을찾도록만들었다.반복에대한탐구는바로그런노력에서나왔다.그과정에서저자는세가지한국인공동체(조선족,북한,남한)의역사를연대기가아니라현재에서과거로서술했다.저자가과거로빠져드는것이현재의정치체제와자본주의의패권적대표성을민주주의로무너뜨리는순간이며,조직화된새로운정치적순간들을구성한다는것을증명한다.

5.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는한국,다른한국인에게어떻게적용되는가?―『자본의무의식』이탐구한한국인,북한인,조선족들의사회적관계

한국은일본의식민통치부터1948년남한과북한으로나뉘기까지식민지투쟁에서한국인들의민족국가형성과독립적인한국(독립국가)을창출하는것이매우중요했다.자본주의자와사회주의자들은인구의다수를차지하는소작농들에게중요한이슈인노동과토지소유권에관한논의들을통일과연결시키게되었다.북한에서는통일문제가영토와국가의통일이라는과제로고정되었다.남한에서통일은민중민주주의운동으로서반자본주의혁명과민족해방을통일의출발점으로다루었다.
『자본의무의식』은탈냉전시기에접어든현재를탐색하며민족통일을이루기위한방식에대해아주새로운모델,즉자본에의한트랜스내셔널한공동체형성이라고제시한다.저자가자본이라고말할때는일종의투자나인도주의적원조의형태로돈이흘러가는것을의미하지않는다.오히려잉여노동력을무급노동형태로추출해자본투자에따르는이익으로전용하는사회관계를말한다.초국가적규모에서한국인들이현재맺는사회적관계는민족,국가,민주주의의연결된상품과서비스생산에서로가서로에게관여하도록만든다.

필자는시장유토피아를배상,평화,인권운동의민주적정치학이라고개념화했다.이민주적정치학의영역에서시장유토피아의등장은지구적자본주의가민족국가의주권과밀접하게연결된대중해방의근대적이상과점점더분리되고있다는것을의미한다.사회주의국가들의붕괴가만들어낸정치적진공상태와경제위기에대한두려움속에서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의도래는20세기에산업근대성이자본주의와사회주의의형태로상상되었던것처럼문화적상상력의행위를지배한다.필자가상세히다룬것은배상,평화,인권의자유주의적목록들이공유하는논리이다.이는자본주의를시장과민주주의로추상화함으로써등장하는논리이기도하다.이런공유된논리는사유재산제,법치,그리고(국가)폭력으로부터의자유의숭고함이다.
트랜스내셔널코리아는남북통일의담론과정치학을회피하는집단무의식이다.통일을향한열망이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그리고자본주의의유토피아정치학에의해초국적형태로재구성되면서이집단무의식은자본주의적무의식이된다._본문563∼564

『자본의무의식』은정치와역사의충실성을강조한다.역사의종말을말하는이시대에새로운정치적가능성은어디에서나올것인가?또새로운정치적가능성은어떤형태를띨것인가에대한시급한질문들이우리앞에놓여있다.저자박현옥은『자본의무의식』을통해발터벤야민이경고했던긴급한정치적과제로서역사의시간적분화를제시한다.권력에대한비판은불완전한상품화의경험,즉역사적진보라는개념을비판하면서그것과대립하는경험에서나온다는사실을증명하고자한다.
산업자본주의에서금융자본주의로,독재에서민주주의로,사회주의에서자본주의로이행하는등,헤게모니를쥔이데올로기를다룸으로써역사적전환의서술조차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에대한공감대를형성한다.저자는역사적반복에대한재인식,다시말해민주화가끝난후국가가계속적으로폭력을행사한것에대한재인식이나과거식민지와냉전의과거를환기하면서,현재에대한새로운비판적이해가어떻게재인식되는지보여준다.

6.한국의87년체제와97년체제,그리고자본의무의식
―1987년의민주화와1997년의금융위기,그리고저자의연구

저자가연세대학교에입학했던때는1980년이었다.캠퍼스시위에휩쓸렸고잦은휴교사태가이어졌다.군사독재에맞선민중민주주의운동의정점에서저자의대학시절은잊혀지지않는정치적각성,학교뿐만아니라거리에서벌어지는시위,그리고분노와절망과희망과공포의혼합으로특징지어졌다.졸업후저자는사회주의와북한을공부하기위해미국으로갔는데,두가지주제는독재정권하에서금지된주제였다.
물론자본주의적제국의심장부에서사회주의와북한을연구하는것은명백한아이러니다!또다른아이러니는저자가사회주의에대해수년간공부한결과,결국『자본의무의식』으로비추어보면일리있는자본주의연구가이루어졌다는점이다.
1980년대남한에서벌어진투쟁은(저자의경험을고려했을때)두가지가두드러진다.첫번째는1960년대세계다른지역의급진주의가발생하던때와마찬가지로,남한의투쟁은사회운동과학계의문화적전환에의해급진성이곧핵심이되었다.대한민국에서는1987년독재에서민주주의로이행한다는개념이노동운동과곧번창하는시민사회운동이분열하게만드는토대가되었다.1998년부터2008년까지의진보적정부통치에따라1987년민주주의로의이행은국민권력의승리로기념되기시작했다.
1987년의전환기의사상은시민을민주정치의대상으로대체하고,억압당한자들,즉민중을위한정체성정치에초점을맞춘학계와사회운동분야의문화적전환을부채질했다.투쟁이‘기념화’된다는것은1980년대후반의운동가들이실질적인사회경제적변화없이정치적자유화가이루어지는것에대해경고했다는사실을숨긴다.이에따라1980년대후반과1990년대전반에는노동자들의투쟁과대학생들의시위,그리고계속된탄압이이어졌다.그러나1997년금융위기때정권을잡은좌파정부는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개혁을추진했다.1987년민주화로이행했다는기억은진보정부가지는자본주의적성격을외면하는것에대해정당성을부여했다.

민주주의라는난제는역사의동요를일으키고,위기에서오는당혹감은현재를과거와구별하는역사의시간화를둘러싼열띤논쟁전반에스며든다.이논쟁은1987년의민주화를단절의계기로보고1997년의금융위기와서로대립시킨다.87년체제론은현재를민주주의의‘공고화’단계혹은1987년대통령직선제로의결정적전환을좇아단순히‘민주화시대’라일컫는다.……87년체제론의진단에따르면현재민주주의의위기는1987년그시작부터나타난민주화의두가지특징에서기인한다.
하나는1987년의민주세력과반민주세력간의타협이후양자모두직선제대통령선거의결과를장담할수없었기에사법부와입법부의권력을강화하여대통령의정치적힘을제한하기로합의한것이다.다른하나는1987년이래경제적민주화가없었다는것이다.이는민주화로인해같이힘을획득한자본과노동사이의패권경쟁때문이라고본다.……노동자들은신자유주의적구조조정과유연고용제를받아들인대신노조결성권과정당결성권을획득했다.이런진단에기초해87년체제론의지지자들중일부는사회의반민주적인군사문화를제거하고,북한과의관계개선을위해성장하는중산층과민중사이의지속적이고폭넓은민족적투쟁을지속해나갈것을촉구한다.
87년체제론과경쟁하는97년체제론은1997년금융위기를기점으로민주화시대는자유주의적자본주의체제로대체됐다고본다.……97년체제론지지자들중일부는자본과노동사이의케인스식사회적타협의채택여부를민주주의신장의척도로간주한다.97년체제론의문제는자본주의위기에대한진지한분석없이자본주의체제변화를금융위기로환원시키는데있다.본문157∼158쪽

『자본의무의식』은1987년이후자본주의와민주주의정치에서그러한역사적,문화적변혁을문제로삼는다.이것이세계다른지역처럼한국정치에서좌파의정치적전환과사라져가는우파의구분을해명한다.『자본의무의식』은저자가자유민주주의의한계를평가하고새로운대안민주정치의징후를인식하는데도움이된다고생각하는개념과방법을제시한다.
또한1980년대의투쟁은저자에게변화와위기는동시에온다는사실을알려주었다.1980년대민중의영웅적이고자신감넘치는투쟁으로건설된것은역사의정상화에해당한다.그것은투쟁에필수적인우발성과불확실성뿐만아니라,대중해방의비전을삭제한다.라인하르트코젤렉에따르면위기의시간화는정치적,철학적질문이다.계몽주의,프랑스혁명,전쟁과같은위기의시기에,겉보기에는이해할수없어보이는현재가과거에서미래로가는통로를추측하는역사철학에의해포착된다.
즉,“정치와예언”은현재의순간을인식하는것을대체한다.『자본의무의식』에서민주주의라는세가지관용어,즉배상,평화,인권은“정치와예언”의역할을한다.그개념들이탈식민화와민주화의느슨한냉전시대라고불리는곳에서평등,정의,자유에대한개념을재구성한것은아니다.그개념들은역사의전환기에일어나는이야기를현재에대한설명으로사용하고,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에대한공감대를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