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의 도전 - 변방의 자리에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다

장애학의 도전 : 변방의 자리에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다 - 질문의 책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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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차별받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이들의 해방을 위한 여정!
장애인을 비롯해 인간의 위계에서 가장 후미에 위치한 이들의 자리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장애학의 도전』.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장애학 함께 읽기》 등의 책을 통해 장애를 개인의 몸에 존재하는 손상이 아닌 사회적 산물로 볼 것을 강조한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겸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김도현이 10년 만에 펴낸 새로운 책으로, 장애인 차별 철폐 외침이 계속되는 투쟁 현장과 연구 그 무엇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몰두해온 저자의 세심한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여러 저작과 번역서를 통해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면면을 날카롭게 분석하는 한편, 장애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열어주는 해외의 여러 이론들도 활발히 소개해온 저자는 변방의 시좌로 장애인과 소수자를 향한 편견 어린 사고를 낱낱이 파헤치는 동시에,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장애 문제들을 정면으로 살펴본다. 여전히 지배적인 우생학 논리, 장애인이 겪는 사회적 억압과 배제, 장애인의 자립·자기결정권·노동 등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하고도 논쟁적인 화두를 엮어냈다.
선정내역
- 2019 올해의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저자

김도현

1974년생으로단국대학교특수교육과를졸업했다.대학에입학하던해인1996년,에바다복지회에서발생한비리사태를접하며장애인운동을시작한후,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노들장애인야학,장애인이동권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계간『함께웃는날』등에서활동하며줄곧그현장을벗어나지못하고있다.현재는장애인언론[비마이너]발행인이자노들장애인야학교사이고,노들장애인야학부설기관인노들장애학궁리소연구활동가이기도하다.노들장애인야학의교칙전문前文을새로고쳐쓴일,‘야학夜學’을‘야학野學’으로변경하자고제안한일을생의큰영광이자보람중하나로여긴다.

쓴책으로『차별에저항하라』,『당신은장애를아는가』,『장애학함께읽기』,『장애학의도전』등이있으며,『우리가아는장애는없다』,『장애학의오늘을말하다』,『철학,장애를논하다』,『장애와유전자정치』등을우리말로옮겼다.2004년에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가수여하는제2회정태수상을,2009년에김진균기념사업회가수여하는제4회김진균상(사회운동부문)을수상하기도했다.

목차

책을내며·6

1부접속

1장장애학,지금여기의콜라보미션·21
1.장애학,왜필요한가·23
2.장애학이란어떤학문인가·30

2장‘손상’은어떻게‘장애’가되는가·47
1.장애인이라는범주를의심하다·49
2.차별받기때문에장애인이된다·59
3.장애문제는장애인의문제가아니다·78

2부성찰

3장우생학의시대는끝나지않았다·87
1.20세기전반기를휩쓴우생학의실체·94
2.우생학,새로운간판을내걸다·121
3.우생학파는사회:뒷문으로이루어지는우생학·139

4장피터싱어의동물해방론,해방인가또다른차별인가·161
1.차별과위계를정당화하는인간중심주의·163
2.피터싱어의동물해방론,여전한위계와서열·168
3.우리모두는연결되어있다·184
4.에필로그:철학(자)의악몽·195

5장장애인에게정의란무엇인가·199
:장애정치의시선으로프레이저의정의론읽기
1.우리에게는‘분배’와‘인정’양자가필요하다·204
2.정체성모델을어떻게넘어설것인가·217
3.장애인,참여에서배제당하는자·226
4.인권의정치,정의의경계를다시묻다·234

3부전환

6장당사자주의의환상을넘어횡단의정치로·253
:장애인당사자주의비판적으로이해하기
1.장애인당사자주의란무엇인가·258
2.당신의해방과나의해방은따로떨어져있는가·268
3.횡단의정치:뿌리내리고또옮기기·276
4.당사자주의는운동의‘이념’이아니다·284
보론정체성,해체할것인가횡단할것인가·289

7장자립과의존의이분법을넘어공생의세계로·299
1.정립:부정한몸들을‘수선’하다·303
2.자립:그가능성과함정·308
3.연립:홀로서기도의존도아닌,함께서기·315

4부도전

8장자기결정권,나와너‘사이’의권리·333
:연립의관점에서바라본자기결정권
1.능력에따라누리는것은권리가아니다·338
2.자기결정권,혼자서결정한대로할수있는권리?·343
3.자기결정권은사회권이다·350
4.누가성년후견제도를말하는가?·356

9장모두를위한노동사회를향해·361
1.불인정노동자로서의장애인·366
2.왜이것은노동이아니란말인가?·370
3.사회적가치에대한인정투쟁·377
4.노동시장을넘어공공시민노동체제로·387

참고문헌·403
찾아보기·414

출판사 서평

‘장애’만드는사회를파헤치다
우리는흔히장애인을몸에일정한손상을입어어떤활동을할수없는사람으로간주한다.즉‘몸에존재하는손상때문에무언가를할수없는사람’이장애인을인식하는지배적인방식이다.의심할여지없이합당한이설명은세계보건기구WHO가명시한장애정의(국제손상·장애·핸디캡분류,ICIDH)다.하지만과연그럴까?장애학은바로이매끄러운논리에틈을낸다.그‘할수없음’의원인이진정개인의몸에존재하는신체적,정신적손상이냐고되묻는것이다.
이렇게생각해보자.휠체어를이용하는장애인들이일반시내버스에승차하기란사실상불가능하다.WHO의ICIDH기준에따르면,이들이해당버스에탈수없는이유는몸에손상을지니고있기때문이다.하지만지난2005년〈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제정으로국내에저상버스가배치됐고,똑같은휠체어이용장애인들은이제저상버스에탑승할수있게됐다.이렇듯동일한손상을지닌사람이,‘버스타기’라는동일한행위를어떤경우(일반시내버스)에는할수있고,어떤경우(저상버스)에는할수없다고할때,과연‘버스를탈수없음’의원인이개인의몸에존재하는손상때문이라고말할수있을까?
오히려우리는동일한손상을지닌사람이버스를타거나탈수없게만드는사회적조건에주목할필요가있다.특정개인이몸에지니고있는‘손상’이손상그자체를넘어‘~할수없음’이라는장애로번역되는이유는무엇일까?이때장애학은‘손상’을‘장애’로만드는특정한관계에초점을둔다.그관계란바로‘차별적’이고‘억압적’인관계이며,이는흑인이나여성같은또다른소수자들을배제하는방식과크게다르지않다.장애인이라서차별받는것이아니라,차별받기때문에장애인이되는것이다.
이렇게되면,장애문제를해결하기위한방향설정역시완전히달라진다.장애의근본원인을‘손상’으로규정한다면,그해결책은몸에있는손상을‘뜯어고치는’것뿐이다.그러나사회적차별과억압이‘손상’을궁극적으로‘장애’로만든다는통찰을공유한다면,바로그차별과억압의구조를바꾸는것만이진정한해결책이될수있다.“문제로정의된사람들이그문제를다시정의할수있는힘을가질때혁명은시작된다”는‘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캐치프레이즈를이제사회구성원모두가마음에새겨야할때다.

우생학이지배한인류의20세기
인류역사상몸에존재하는특정한이상이나손상은언제나‘열등함’을나타내는지표였다.‘손상’을‘장애’로만들어온역사는그만큼유구하다.고대철학자플라톤마저‘육체적으로결함이있는사람들’을손수죽일수있도록사법제도와의료제도를입법화해야한다고언급했으니말이다(《국가》3권).무엇보다도,인종의질을개선해더나은인간을창조하려는서구사회의오랜욕망은우리에게많은것을말해준다.
우생학을지탱하는것은곧우등한인간종을만들어내기위해인위선택이필요하다는믿음이다.지난20세기는그야말로‘우생학의시대’였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1859년다윈이《종의기원》을통해‘생존경쟁에따른자연선택’론을정식화한이후,인간사회를진화론적관점에의거해설명하려는‘사회적다윈주의’가영국에확산되기시작한다.물론‘경쟁’과‘도태’의논리자체가다윈이살던사회를지배하던시대정신이었다고말하는편이좀더공정할것이다.미국은우생학을대중적으로가장성공시킨나라로,‘철강왕’카네기의카네기연구소,‘석유왕’록펠러의록펠러재단,‘씨리얼왕’존켈로그의인종개량재단등대자본가들이우생학의재정적후견인을자처했다.
우생학의선풍적인인기속에서수많은이들이강제로혹은자신도모르는새단종수술을당하게된다.1907년미국인디애나주에서세계최초로단종법이통과되고,단종수술이하나의국가정책으로확립된이후,단종법은전세계적으로확산되기에이른다.나치독일은장애인을대상으로대대적인단종수술을시행하고,안락사라는미명하에장애인을집단학살하기까지했다.최상의복지정책으로우리에게잘알려진북유럽국가(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도우생학에가담했다는사실은우리를충격에빠뜨린다.무엇보다도스웨덴은전세계최초로(민간이아닌)정보차원에서‘국가인종생물학연구소’라는우생학연구기관을설립한나라로,다른이웃국가들보다훨씬더강력한단종법을시행했다.

우생학은여전히우리의일상을지배한다
그렇다면지금은어떨까?이제그런끔찍한우생학적폭력은사라진걸까?놀랍게도우리는여전히우생학이지배하는사회에살고있다.시대변화에부응해‘인류유전학’과‘의료유전학’이라는간판을내건새로운우생학적시스템은훨씬더교묘하게우리일상을지배한다.꼭단종수술이나안락사같은방식이아니더라도,장애인의탄생자체를사전에막을수있는이상적인기술들을발전시킨것이다.산모혈청검사,초음파검사,양수검사등산부인과에서흔히실시되는산전검사가대표적이다.이런검사들을통해태아의장애유무를미리확인할수있게함으로써장애를가진태아에한해선별적낙태가허용된다.
산전검사는표면적으로예비부모의‘충분한권리’로서정당화되며,꽤나객관적인정보들을제공한다고여겨진다.그러나산전검사는사실상‘행선지가정해진기차표’나다름없다.임신한여성이라면누구나받게되는산모혈청검사같은선별검사는이미양수검사같은진단검사를전제하며,진단검사는다시필연적으로선별적낙태를전제하게된다.미국과영국의통계에따르면,양수검사를통해다운증후군을지닌태아를임신한것으로진단된여성들의85퍼센트이상이‘낙태’를선택한것으로드러났다.
또한산전검사및검사를바탕으로이루어지는유전상담이객관적인정보를제공한다고보기도어렵다.치료할수없는이상이라면사전에차단해야한다는논리는,장애를단순한비극이아닌삶의엄연한일부로여기고살아가는수많은장애인들의경험을간과한다는점에서문제가있다.또한장애아의낙태를선택하도록하는사회적,경제적압력은어떠한가.장애인을차별하는문화가지배적인사회,장애인에대한사회적지원이미비한사회에서장애아를낙태하는부모들의선택을과연진정자유로운선택이라고볼수있는걸까.
신자유주의적통치환경이시장의원리와욕망을내면화한‘자기-경영적’주체를지속적으로생성하고있음을염두에둘때,우생학을바탕으로한‘유전한적서비스’에대한수요는앞으로점점더증가할것이다.이제노동은더이상단순한노동력이아니라,노동자가지닌적성및재능으로서의‘능력자본’이며,이‘능력자본’에따라임금의수준이달라진다.따라서개인은‘기업가의마인도’로자기자신을운용해야만한다.자기개발서탐독,‘스펙쌓기’로대표되는자기투자,외모경쟁력강화를위한성형수술및피트니스가모두그런실천이라할수있다.
이런관점에서라면,유전적,선천적결함을지닌장애인은출발선에서부터취약한존재가된다.무한경쟁이펼쳐지고‘비물질노동’의중요성이확대되는오늘날의사회에서장애인은과연배제되지않고살아남을수있을까?오히려남들보다더우수하고결함이없는아이를갖고자하는우생주의적욕망이확대될가능성이훨씬더큰건아닐까?이것만은꼭기억해두도록하자.시장에서판매되는유전학적서비스와생명공학상품은얼마든지우생주의를가동할수있다.


인간중심주의에도전하다
좀더시야를넓히면,‘장애인-비장애인’이라는문제설정이근본적으로‘인간’에대한특정한관점과맞닿아있음을보게된다.이책은인간중심주의,즉휴머니즘이야말로비장애인중심의세계를강화하며,따라서장애해방을위해우리가반드시넘어서야할세계관이라고지적한다.언뜻우생주의와대척점에있는듯보이는휴머니즘이어째서장애인을억압하게되는걸까?
근대서구문화의세계관이기도한휴머니즘에따르면,‘모든인간은이성적존재’에다름아니다.이기준에따라세상의모든존재는이성을지닌존재와그렇지않은존재로양분되며,세계또한인간계와자연계로쪼개진다.언뜻‘모든인간’을‘평등한이성적존재’로호명하는듯한이보편명제는,다른한편으로‘이성적이지않은존재는인간이아니’라는대우명제를함축한다는점에서매우기만적이다.다시말해이는어떤규범성과정상성에미달하는다른인간들을차별하고억압하는기제가된다.
‘인간중심주의의극복’과관련해빼놓을수없는사상가인피터싱어역시끝내생명의가치에위계를설정함으로써‘인간중심주의’를되풀이했다.그는인간이동물들을대상으로저지르는수많은행위들이‘종차별주의’에따른것이라며,‘인간동물’이아닌‘인간아닌동물’의권리와평등을주창한바있다.하지만‘인간아닌동물’의권리를주장하며일부동물을‘인격체’의세계로편입시키자고이야기할때아이러니하게도그는‘이성’과‘언어능력’을근거로내세운다.‘인간아닌동물’의존재를사유하기는했지만,특정생명이더가치있다고전제하는그위계를벗어나지는못한것이다.그의기준에따르면,일부동물이인격체의세계로편입될때일부인간은반대로비인격체의세계로추방된다.동물보다낮은‘이성’과‘언어능력’을지닌인간들말이다.결국싱어가‘인간중심주의’를넘어섰다고보는해석은지나치게단순하고나이브하다.오히려그가‘인간중심주의’의폭력적인본질을정확히구현하고있다고보는편이맞을것이다.
17세기의스피노자,그리고2011년타계한린마굴리스같은학자가선구적으로통찰했듯,인간은다른생명체혹은미생물들보다결코우월하지않다.심지어이들과의공생관계없이는살아갈수조차없다.우리자신이무언가를혼자힘으로해내고있다고믿는순간조차우리는타인혹은다른개체들에게의존하고있다.이런관계성은‘거대한존재의사슬’이라는진화의관점을취하는순간가려진다.우리를이루는이수많은관계들을인식하게되면,더이상여러존재들을가르는위계를상정할필요가없다.중요한건,더하등하거나고등한존재를선별하는것이아니라,하나의존재와다른존재의만남이다.그만남을통해서로의역량은증대될수도,감소할수도있다.
일례로,장애인과활동보조인(활보)의관계에주목해보자.활보란“비장애인이장애인이못하는일을대신해주는게아니라두개의다른신체가한몸이되어만들어내는새로운활동”이다.집회현장에서강제로연행당하며경찰에게전동휠체어를빼앗긴중증장애인들의다음과같은외침은또어떤가.“이자식들아,그건내몸의일부야!”중증장애인과전동휠체어의만남이어떤‘역량의증대’를가져오는지는굳이설명할필요가없다.

새로쓰는자립과의존
그렇다면이제우리는누군가에게/무엇에의존하지않으려고애쓰기보다,의존에대한우리의관념을비틀고개선할방안을모색해야하지않을까?흔히우리는‘의존’과‘자립’을대척점에두곤한다.중증장애인들에게강력한열망을불러일으켰던‘자립생활운동’역시의존과자립의이분법에서완전히자유롭지는못했다.전미자립생활협의회에따르면,현재자립생활개념역시“삶에대한결정을내릴때타인의개입또는보호를최소화해,스스로의삶을선택하고결정하는모든과정에장애인당사자가참여하는것”으로정의된다.즉이정의핵심은‘자기결정권’이다.
그러나이런‘자기결정’모델은발달장애인이나정신장애인을비이성적인존재로치부하며다시한번이성중심주의적사고를강화한다는점에서한계가있다.장애운동의지향이장애인을정상적인존재로인정받게만드는것에있지않고,정상과비정상을가르는이분법적틀자체를해체하는것에있듯,이제우리는‘의존적인존재’라는낙인과억압의기만성을인식해야하지않을까?‘장애인은자립적인존재’라고맞설것이아니라자립과의존의이분법자체를깨는것,인간이그자체로의존적인존재임을인식하는것,그것이좀더근본적인변화를만들어낼것이다.
자립과의존의관계를재구성하게되면,자기결정권에대한이해역시달라진다.자기결정권이란,흔한오해와는달리모든상황에서어떤주체가혼자서결정한대로,원하는대로할수있는그런권리를말하지않는다.언제나자기혼자결정하는그런삶은누구에게나불가능하다.자기결정권은결정을내리는여러주체들이서로의존하며여러의견과판단을소통,조율해가는와중에실현되는권리이다.
물론그전에이성과언어를지닌인간만이판단하고소통할수있다는통념부터깰필요가있다.특히발달장애인의자기결정권을고려할때는더욱더그렇다.어차피(소통이)안된다는생각,소통과조율의과정이힘들다는이유로과정자체를생략하고그사람을배제한다면,그건분명자기결정권침해다.판단과소통의능력을,표준적인이성과비(발달)장애인중심의언어표현에국한해선곤란하다.서로다른소통방식을지닌사람들끼리의만남이어떤새로운역량을빚어낼지는아무도예상할수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