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세계 (페미니즘이 만든 순간들)

다시, 쓰는, 세계 (페미니즘이 만든 순간들)

$16.60
Description
혐오와 배제로 가득 찬 세계를
다시 쓰는 페미니스트 상상력에 관하여
《페미니즘 리부트》 저자 손희정이 두 번째 단독 저작 《다시, 쓰는, 세계》로 우리를 찾아왔다. ‘페미니즘 리부트’ 시대를 알리며 동시대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에 주목했던 그는 글, 방송, 라디오, 유튜브, 팟캐스트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해왔고, 최근까지 여러 저서와 역서를 발표하며 활약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여간 발표한 칼럼과 글을 바탕으로 만든 이 책에서 그는 새삼 스스로에게 ‘쓰는 행위’란 무엇인지 성찰한다.

“정의롭지 않고 불평등한 세계를 다시 쓰기 위해 쉬지 않고 반복해서 쓰는 존재”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는 혐오와 배제로 가득한 이 세계의 이야기를 페미니스트 지혜와 상상력으로 다시 쓰자고 제안한다. 그 ‘다시 쓰기’란 우리 사회에서 주변으로 내몰리는 여러 소수자의 관점을 불러들이는 일이며, 그때 페미니즘은 비로소 ‘생물학적 여성’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확장해나갈 수 있다, 이 책 《다시, 쓰는, 세계》는 지난 3년간 페미니즘 운동이 걸어온 족적을 기록 삼아 새로운 이야기를 짓겠다는 다짐이다.
저자는 혐오가 이제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고 말한다. 여성뿐만이 아니다. 성소수자, 장애인, 하청노동자 등 주류 사회에 포함되지 않는 여러 소수자들은 혐오의 시대 속에서 상처받고 있다. 험하고 독할수록 더 많은 주목을 끌고, 그것이 돈과 표과 된다. 그래도 바로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10년 동안 ‘논의만’ 되고 있고 혐오와 배제와 맞서는 싸움은 계속 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배제와 혐오의 서사’가 아닌, 중심에서 벗어난 이들의 관점을 도입해 새로 쓰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저자

손희정

페미니스트크리틱.논문〈21세기한국영화와네이션〉으로중앙대학교첨단영상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페미니즘리부트》와《성평등》을썼고,《을들의당나귀귀》와《그런남자는없다》를책임편집했다.함께쓴책으로는《대한민국넷페미史》,《페미니스트모먼트》,《그럼에도페미니즘》,《소녀들》,《지금여기의페미니즘X민주주의》,《누가여성을죽이는가》등이있다.《여성괴물,억압과위반사이》,《사춘기소년》,《호러영화》,그리고《다크룸》을번역했다.
EBS〈까칠남녀〉에전문가패널로출연했다.프로그램이강제종영된후에는퀴어유튜브채널‘큐플래닛’에서〈손희정의TMI〉를진행하고있다.팟캐스트〈을들의당나귀귀〉와〈혼밥생활자의책장〉,KBS라디오〈정용실의뉴스브런치〉에도목소리를보태는중이다.

목차

5ㆍ들어가는말쓰는존재

1자라지않는남자들과남성연대

19ㆍ괴물은침묵을먹고자란다
23ㆍ‘아버지황정민’과지금여기의‘아재정치’
27ㆍ성性과장애의관점에서보기
31ㆍ‘여혐’권하는예능
35ㆍ백래시와여혐시장
39ㆍ“이게한국남자야”
43ㆍ자라지않는‘아재들’과한남엔터테인먼트
46ㆍ‘나쁜남자’,누구를위한판타지인가
50ㆍ시간은누구의편인가
53ㆍ홍준표대표님께드림
57ㆍ‘가부장제이후’는오지않았다
61ㆍ고개숙인남자,잘나가는여자?
65ㆍ〈조커〉,어느인셀의탄생
69ㆍ남자들이여,더가까이오라

2해로운말들앞에서

75ㆍ‘개독’은혐오표현일까?
79ㆍ87년민주항쟁30주년을맞이하는한가지방법
83ㆍ‘길라임’은무엇의이름인가?
87ㆍ수치심의학교
91ㆍ차별에찬성한어떤페미니스트대통령
95ㆍ동일범죄동일수사동일처벌
99ㆍ반지성적의미왜곡에대응하는법
103ㆍ페미니즘과포퓰리즘이교차할때
107ㆍ어떤정치인은더해롭다
111ㆍ대한민국이신정국가입니까?
115ㆍ‘보이지않는것’이보여주는것
119ㆍ‘보이는것’이들려드릴이야기
123ㆍA하사와함께질문하자

3싸움이열어준세계

129ㆍ페미니즘은‘파워’가된다
133ㆍ더이상가만히있지않겠다
138ㆍ‘가모장’과‘문명남’으로부터배우라
143ㆍ다시만난세계
147ㆍ싸움에도머뭇거림은필요하다
151ㆍ월경,그리고지극히평범한권리
155ㆍ여러분,“자,이제댄스타임”
159ㆍ콘돔은섹시하다
163ㆍ영화제도의남성카르텔을묻는다
167ㆍ소소하지만드라마틱한,“3시STOP!”
171ㆍ얼굴을되찾는용기
175ㆍ비혼주의자의싱가포르여행과성평등개헌
179ㆍ또하나의혁명,청소년참정권운동
183ㆍ두려워말라,그들은그저세상을바꾸고있는중이다
187ㆍ위력에의한간음죄,최협의설을넘어서자
191ㆍ나이키페미니즘을타고넘기

4삶이저절로계속된것이었을까?

197ㆍ피난하지못하는사람들
201ㆍ머무르지않는마음,〈파란나비효과〉
205ㆍ마음껏음란하라
209ㆍ공주가돌아왔다
213ㆍ우리가버티는이유
217ㆍ위대함과특별함의앙상블,〈아이캔스피크〉
220ㆍ가장詩적인것
224ㆍ밥이우리를축복할때
228ㆍ한끗의차이를만드는페미니즘
232ㆍ돼지를그대품안에
236ㆍ‘습’의전환,혁명-이후를꿈꾸며
240ㆍ우먼온톱
244ㆍ어른없는시대,성장을상상하는영화들

출판사 서평

남자들,그들의세계에선대체무슨일어나고있는걸까

남자들이성장하지않은채머물러있다는사실은이책의중요한화두다.어쩌면모든게여기서부터시작되는지도모른다.기나긴세월이흐르는동안에도남자들은왜자라지않았는가?이말은실제로변화도발전도없는현실의남성들뿐아니라,남성들을언제나‘어린아들’캐릭터로밖에상상하지못하는대중문화현실또한가리킨다.그래서‘아버지’는70~80대‘어르신’의얼굴로상상되며(영화〈명량〉,〈국제시장〉),40~50대남성들은‘교복을입고교실에앉아있는학생’(JTBC〈아는형님〉)이거나,나이든엄마에게마저여전히보살핌받아야하는‘어린아들’(SBS〈미운우리새끼〉)이다.
이는한국사회가여전히남성중심적역사관에사로잡혀있음을방증한다.“현재대한민국정치를주도하고있는386남성들은여전히상징적으로아버지를죽이지못했고,그리하여어른의몸에갇힌‘어린아들’의정신세계를살고있다.”‘자라지않는아재’가시대정신인그런시대를우리가살고있는셈이다.19대대선을앞두고문재인을지지하기위해“5959uzuzu.com”(오구오구우쭈쭈)라는도메인으로웹진을만든일부문인들의행보는그시대정신이얼마나끔찍한지잘보여주었다.이들의강고한연대는탁현민전행정관을비호하는것에서‘그빛을발했다’.
하지만‘철들지않는남자들’보다더해로운건이들이서로연대한다는사실이다.그리고이연대는여성을비롯한‘비남성’들을역사의외부로추방하는상상력을통해작동한다.그런점에서국내최대규모의음란물공유사이트‘소라넷’은그연대의식이대체어디까지치달을수있는지,얼마나더나쁜해악을가져올수있는지묻지않을수없었던사건으로기억된다.‘음란게시물’은물론하루에도몇건씩‘강간모의’가올라오는일이대체어떻게가능한걸까?그건여성을대상으로하는범죄행각이소라넷에서만큼은‘영웅시’되기때문이다.화제를불러모은인기게시물을‘작품’이라칭하는것도그런이유에서다.바로이‘의기양양함’이야말로소라넷의본질인것이다.
남성중심사회에서여자는으레남자들이교환하는‘선물’로취급되어왔다.그런점에서소라넷은자신들의연대를위해서라면언제든여자를수단으로동원할수있다고믿는남성중심사회의인터넷판에가깝다.그런사고방식이사회적으로공유되지않고서야,소라넷같은곳이어떻게존재할수있을까?

혐오의시대,존재를해치는‘해로운말들’

누군가를배제하고대상화해야만성립가능한뒤틀린연대는우리를둘러싼세계도처에서작동한다.배제와혐오의대상의되는것은비단여성만이아니며,성소수자,장애인,하청노동자등주류사회에포함되지않는여러소수자들이존재자체로위협받고있는중이다.저자는이러한혐오가이제하나의‘시장’을형성했다고진단한다.2008년미국발發금융위기로대침체기를맞게되면서전지구적우경화가급속히확산되었고,그결과한국에도본격적인‘혐오시장’이열렸다는것이다.
“혐오가팔린다는것은다른말로는혐오가정치의자양분이된다는의미이기도하다.험하고독할수록더많은주목을끌고,그것이돈과표과된다.그리고이는말그대로생명을죽이는정치로이어진다.”
무엇보다‘성소수자혐오’는지금이순간에도우리눈앞에서생생히벌어지고있다.최근에는변희수하사(처음에변하사는A하사라는가명으로알려졌다)가트랜스젠더여성이라는이유로군당국으로부터강제전역처분을당했고,숙명여대에합격한트랜스젠더여성A씨도자신의입학문제를둘러싸고거센논란이일자입학을취소하기에이르렀다.그과정에서대학측이아무런조치를취하지않고방관함으로써트랜스젠더차별을정당화했다는비판이제기되고있다.
성소수자에대한차별과공격은한국사회안에서뿌리깊게이어져왔다.특히보수기독교세력은언제나상상을초월하는혐오발언과공격,차별행각을시전한다.이들은정치적영향력또한막강해서,스스로를‘페미니스트대통령’이라고선언한문재인대통령에게서“동성애를지지하지않는다”는기묘한언설을이끌어내기도했다.“동성애를지지하지않는다”고말한정치인의‘페미니스트대통령선언’,“우리는이간극을어떻게이해할수있을까?대통령이되기위해소수자의인권을팔아넘긴자의페미니즘운운.우리는그것을신뢰할수있을까?”.
보수기독교의정치적영향력을지나치게의식한대통령덕에차별금지법제정은끝내무산됐다.2017년에도이나라는보수기독교의눈치를보느라‘누구나차별받지않고살아갈’평등한권리보장을포기한것이다.“대한민국이신정국가”이기라도한걸까?차별금지법은그렇게10년동안‘논의만’되고있다.

‘싸움’은우리를다른세계로이끌었다

세상은아직녹록치않지만,지난몇년간페미니스트들이보여준행보는주목할만했다.이들은우리삶곳곳을지배하는혐오와배제와맞서싸움을벌여왔다.
2015년페미니즘에관한남성평론가K의황당하고무책임한발언에반발하며시작된‘#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선언(2015),소라넷서버폐쇄운동(2015),강남역여성살인사건추모운동(2016),웹툰계와문단성폭력을고발하는목소리에서촉발돼영화계,미술계,교육계등으로번진‘○○계_내_성폭력’운동,서지현검사의폭로로시작된미투운동(2018),낙태죄반대검은시위(2016)및‘낙태죄’헌법불합치판결(2019),안희정전충남지사재판(2018~2019)및징역확정(2019)등등.이모든순간에페미니스트들이있었다.
그리고그들의싸움은새로운세계를열어가는중이다.하지만그싸움이쉬웠던적은단한번도없었다.싸움은때때로지난했고나아갈길조차보이지않던때도많았다.페미니즘에대한반격backlash도만만치않은강도로진행됐다.또누군가는차가운시선으로싸움의의도와진정성을의심하는냉소와비웃음을보내기도했다.가령,여성들사이에서“페미니즘은돈이된다”는구호가떠오르고이것이적극적인소비자운동(여성참정권운동을다룬영화〈서프러제트〉의단체관람이대표적이다)으로이어지자,일각에서페미니즘이자본주의와영합하는게아니냐는염려와비판을제기한일이있었다.
그러나저자는이구호가시장논리에서비롯된것이아니며,따라서여기서의‘돈’이단순히‘자본’과등치될수없다는점을간파할필요가있다고역설한다.“이움직임은남성중심적인재현의장을재편해야한다는인식을바탕으로한다.(…)대중문화의여성혐오는여성에대한물리적폭력을조장하고제도적차별을정당화했다.그리고이제까지여성소비자들은이런여혐텍스트에도기꺼이지갑을열어왔던것이다.‘페미니즘은돈이된다’는더이상가부장제적자본주의의공모자가되지않겠다는선언이기도하다.”
이사회에서‘상품’이되는건언제나상식적으로받아들여지고욕망할만한것들이다.그런의미에서저구호는오히려이사회에서무엇이교환가치를갖는지묻는급진적인질문이된다.정말문제적인것은이구호가아니라“남성의돈은‘연대’로”이해하고,“여성의돈은‘소비’로”환원하는그흔한공식일지모른다.서로를돕고응원하는여성들의실천은어째서이렇게폄하되는가?

페미니즘,그‘머무르지않는마음’에관하여

물론페미니즘운동에도딜레마는있다.‘생물학적여성’이라는획일화된범주를어떻게벗어날것인가가그과제다.“성별에대한자각없이살았던여성들이자신의정체성을깨닫고그에가해지는억압과부조리와싸우기시작했다”는건분명눈에띄는변화이자하나의혁명이었으나,동시에그자각은여성들에게“또다시두려움을주입하여‘생물학적여성’이라는획일화된범주안에고착되게했다는점에서”반동적인측면도있었다.이것이바로‘강남역10번출구’라는추모의시공간이갖는이중의의미다.
저자는이딜레마를넘기위해‘이중전략’이필요하다고말한다.페미니즘을‘강한운동’으로발돋움시킨확고한정체성(생물학적여성)에머무르지않고,장애인,퀴어,이주민등다양한정체성과접속해그경계를넘는일.나의현실을조건짓는정체성을중심으로운동을추동해나가되,그자리에만머물지않는일.이것을우리는‘뿌리내면서이동하기’라고부를수있다.“이는‘나’의문제를기반으로‘너’의이야기를들을때가능해진다.이는또한나를온전히드러내야한다는점에서,그리고스스로를드러낸타자와대면해야한다는점에서,용기를필요로하는일이다.이것이야말로사회가허락한자리를‘발본적’으로깨치고나온다는의미에서‘급진’이다.”
이를테면다큐〈파란나비효과〉에서포착되는여성들의얼굴은어떤가.이영화는경북성주사드배치반대투쟁의중심에있었던‘어머니’들의얼굴을담아낸다.그러나여기서‘어머니’의얼굴을포착하는시도가여성에게또다시모성을덧씌우려는의도는아님을상기할필요가있다.“생활을유지하는물리적이고감정적인노동의주체인여성들이‘어머니’의이름으로떨치고일어나는것은그저‘본능적인모성’때문이아니다.그것은이미주어진삶의조건으로부터비롯된아주현실적이고구체적인생존의문제인것이다.”
그리고이들은자신에게‘주어진삶의조건’에머무르지않고마음을넓혀간다.
“어머니의자리에있는여성들은사회가부여한역할과위치안에서약한자들을배려하며운동을단단하게만드는마음을체득한사람들이다.그렇기때문에‘내아이를건드린다고?!’라는마음에서시작한운동은그자리에만머무르지않는다.용산에서,밀양에서,그리고세월호에서.여성들은자신의고통에서운동을시작하여그마음을계속확장시켰다.‘어머니’정체성으로부터강한힘을얻되,그정체성에만머무르지않는다는말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버티고쓰다

이런모든노력들이무색하게도세계는여전히꼼짝조차하지않는듯하다.아니,오히려더퇴보하고있는것도같다.최근트랜스젠더여성변희수하사가부당한처분(강제전역)을받고,A씨가혐오를조장하는목소리속에서스스로대학입학을취소했다는소식이들려왔다.무엇보다,이사태에서가장큰목소리를낸것이다름아닌스스로를페미니스트라고주장하는여성들이라는사실은우리를깊은절망에빠뜨렸다.
“페미니즘은한사회에서누가주변으로내몰리고소수자가되는가에대해사유하고그소수와함께확장해왔다.그런페미니즘을자기입맛에맞게편집하고그이름일빌미로차별을실천하는이들앞에서퇴보로서의‘다시’를곱씹지않을수없다.”
하지만그럼에도저자는끝까지버티고또다시쓰는일의중요성을잊지않는다.“관성과탄성의‘다시’를무력하게만드는건결국새로운세계의도래를포기하지않는‘다시’이므로”.‘다시쓴다’는건,결국‘이야기’를다시쓰는일이다.사회의불안을언제나주류/남성의불안으로설명하고그원인으로는소수자/여성을지목하는‘배제와혐오의서사’가아닌,중심에서벗어난이들의관점을도입해새로쓰는이야기.이때필요한것이바로페미니스트의지혜와상상력이다.그상상력안에서비로소우리는이세계가얼마나기울어져있는지보게될것이다.
이제열쇠는우리손에쥐어졌다.어떤페미니스트상상력을발휘해이야기를지을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