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의 미로 (가난의 경로 5년의 이야기)

노랑의 미로 (가난의 경로 5년의 이야기)

$24.14
Description
쫓겨난 사람들의 ‘가난의 경로’ 5년을 좇다
저널리즘의 눈으로 기록하고 역사가 흘린 기억들에 귀 기울이며 문학의 언어로 쓴 마흔다섯 명의 이야기
한국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동네 중 한 곳에서 벌어진 ‘강제퇴거 사건’을 이야기하는 『노랑의 미로』. 2015년 2월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의 한 건물에서 45개 방마다 노란 딱지가 붙었다. 건물주는 한 달 열흘의 시간을 주고 모두 방을 비우라고 일방 통보했다. 1968년 완공된 그 건물에서는 한 평도 되지 않는 방마다 45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18년을 거주해온 사람들도 있었고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이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쪽방 건물이면서 45명의 주민이 사는 하나의 마을이 황폐한 철거촌으로 변했다. 방들은 해머에 맞아 깨졌고, 전기와 수도가 끊겼다. 쫓겨나지 않으려 행정기관을 찾아다니며 호소하던 주민들은 결국 한두 명씩 방을 빼야 했고, 끝까지 버틴 사람들은 춥고 깜깜하고 물이 나오지 않는 건물의 부서진 방에서 폐허와 공존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쫓겨나는 일은 일상이었다. 가난이 흔들 수 없이 견고해지고 공고화되는 ‘사태’는 ‘사건 이후의 일상’에 있었다. 누군가는 쫓겨나고 다시 쫓겨나는 일을 되풀이하며 가난해졌고, 그들을 쫓아내고 다시 쫓아내며 누군가는 수익을 얻었다. 가난은 ‘사건의 순간’이 아니라 ‘사건 뒤 사태가 된 일상’의 누적 속에, 그 일상을 고립시키고 공고화시키며 이득을 얻는 구조 속에 있었다. 저자는 쫓겨난 사람들이 어디로, 어떻게, 얼마나 이동하고 그 시간 위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지를 추적했다. 그렇게 쫓겨난 사람들의 ‘가난의 경로’가 그려졌다. 그리고 다시 ‘가난한 일상’은 계속됐다. 사건 당시로부터 5년이 흘렀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난한 일상은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가난의 경로〉 연재 종료 뒤 ‘이후 4년’의 변화를 계속 따라가며 시간을 쌓았다. 그 시간의 이야기들을 강제퇴거 1년의 이야기에 보태고 수정해 대부분 다시 썼다. 모두 5년 동안 45명의 이야기를 좇았다. 5년 뒤 45명 중 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남았다.
가난의 경로는 특정 건물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새 거처를 찾아 이동하며 그리는 경로인 동시에, 서로 다른 시기에 태어나 서로 다른 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한 건물에 도착해 이웃으로 만나는 경로이기도 하다. 가난한 동네에 살아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가난하므로 가난한 동네로 올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이 책은 그들의 목소리로 복원한다. 그 경로를 밟아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방 한 칸’으로 찾아든 사람들은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누구보다 아프게 겪어왔다. 정치와 사회가 불의할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통받는다는 사실이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생생하게 목격된다.
저자

이문영

《한겨레》기자로일하고있다.《웅크린말들》(2017)을썼다.필명(이섶)으로동화《보이지않는이야기》(2011)와《뜻을세우면길이보여》(2005)를냈다.《침묵과사랑》(2008)에글을보탰다.부끄러운것이많다.

목차

0입구_9
1벌레_10
2명태_15
3무연_23
4아멘_34
5의사_43
6벼락_58
7씨바_59
8요원_69
9메인_80
10천국_83
11기억_109
12역사_111
13비상_121
14털보_129
15의혹_141
16미남_151
17소란_166
18가루_175
19박사_177
20전투_181
21초록_197
22마로_205
23경로_211
24격파_212
25미로_216
26없다_221
27이사_229
28충혈_243
29용사_245
30철거_254
31웬수_260
32용역_269
33퇴적_276
34명인_284
35사수_299
36보조_307
37단전_317
38흑룡_327
39매물_338
40망치_345
41그놈_352
42누구_369
43단짝_379
44뽀삐_386
45꽝꽝_393
46순례_400
47미소_418
48위원_426
49반전_433
50땜질_445
51칼줄_447
52쌍생_451
53한양_464
54일기_474
55흡혈_483
56완공_486
57유령_495
58귀가_498
59백m_508
60처사_511
61열흘_525
62예언_533
63검정_541
64노랑_544
65오년_545
66망자_546
67다시_570
∞입구_573

출판사 서평

쫓겨난사람들의‘가난의경로’5년을좇다

《노랑의미로》는한국에서가장가난한사람들의동네중한곳에서벌어진‘강제퇴거사건’을토대로했다.
2015년2월서울시용산구동자동의한건물에서45개방마다노란딱지가붙었다.건물주는한달열흘의시간을주고모두방을비우라고일방통보했다.1968년완공된그건물에서는한평도되지않는방마다45명의가난한사람들이살고있었다.18년을거주해온사람들도있었고대부분60대이상의고령이었다.
“주민마흔다섯명의세계가벼락에맞았다.강제퇴거통보는예고없이붙었다.어제처럼일어나,어제처럼밥을먹고,어제처럼볕을쬐고,어제처럼소주를마시고,어제처럼자고눈을떴을때,주민들앞엔어제와다른오늘이있었다.길게는20여년을살아온방에서어제처럼문을열고나와문을닫았을때너무화사해서눈이얼얼한노란색이문위에있었다.”(59쪽)
그로부터몇달뒤쪽방건물이면서45명의주민이사는하나의마을이황폐한철거촌으로변했다.방들은해머에맞아깨졌고,전기와수도가끊겼다.쫓겨나지않으려행정기관을찾아다니며호소하던주민들은결국한두명씩방을빼야했고,끝까지버틴사람들은춥고깜깜하고물이나오지않는건물의부서진방에서폐허와공존했다.
이책은저자이문영이2015년4월부터2016년5월까지《한겨레21》에연재한〈가난의경로〉를씨앗으로삼았다.
쪽방건물을리모델링해외국인여행객대상의게스트하우스로용도변경하려던건물주가그방이전부인사람들에게퇴거를통보하는‘사건’이발생했다.이후건물주의거듭된공사시도와주민들의저항,단전·단수,철거,이사,법정다툼,공사중단,노란집으로의땜질,귀가가이어졌다.법원이주민들의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받아들인뒤쫓겨난사람들중일부는그건물로돌아왔고다수는돌아오지않았다.당시저자는사건의전과정을따라가며1년동안‘사건이후’를탐사보도했다.
가난한사람들에게쫓겨나는일은일상이었다.가난이흔들수없이견고해지고공고화되는‘사태’는‘사건이후의일상’에있었다.누군가는쫓겨나고다시쫓겨나는일을되풀이하며가난해졌고,그들을쫓아내고다시쫓아내며누군가는수익을얻었다.가난은‘사건의순간’이아니라‘사건뒤사태가된일상’의누적속에,그일상을고립시키고공고화시키며이득을얻는구조속에있었다.저자는쫓겨난사람들이어디로,어떻게,얼마나이동하고그시간위에서어떤이야기들이만들어지는지를추적했다.그렇게쫓겨난사람들의‘가난의경로’가그려졌다.
그리고다시‘가난한일상’은계속됐다.사건당시로부터5년이흘렀지만아무일없었다는듯가난한일상은이어지고있다.저자는〈가난의경로〉연재종료뒤‘이후4년’의변화를계속따라가며시간을쌓았다.그시간의이야기들을강제퇴거1년의이야기에보태고수정해대부분다시썼다.모두5년동안45명의이야기를좇았다.5년뒤45명중9명이사망하고36명이남았다.

이책의세가지성격

1)사건이지나간일상추적한탐사뒤의탐사

《노랑의미로》는탐사보도에쌓아올린이야기의집이다.쫓겨난사람들의5년을따라가며확인한‘가난의경로’는이세계가가난한사람들을어떻게가두고고립시키는지를확인시킨다.
저자는강제퇴거당한주민들의이주경로를따라가며이사한거리를하나하나측정했다.주민45명중30명(66.6퍼센트)이직선거리100미터안에서이사했다.몸에100미터짜리밧줄을묶고밧줄이허락하는거리안에서맴돈것같았다.대부분의주민들이동자동안에서움직였다.딱그만큼이그들에게허락된이동거리였다.
100미터이상1킬로미터이내로이주한사람은1명(2.2퍼센트)이었다.1~5킬로미터를움직인주민과5~20킬로미터거리로이사한주민(매입임대주택으로옮겨간사람들과사망해무연고납골묘에안치된사람들,교도소에수감중인사람들)은각각5명(11.1퍼센트)씩이었다.
20킬로미터밖으로나간사람(충북음성노숙인요양시설)은1명(2.2퍼센트)뿐이었다.3명(6.6퍼센트)은이주지역이확인되지않았다.쪽방에서쫓겨난그들이찾아간새방도여전히쪽방이었다.31명(68.8퍼센트)이쪽방으로옮겨갔다.
“가난한자들에겐갈수있는곳과갈수없는곳이나뉘어있었다.무형의장벽이그들앞을가로막고있었다.”(508쪽)헌법이보장한거주·이전의자유는자유를살돈이있는사람에게만허락된자유란사실이확인됐다.
같은동네의한건물에서쫓겨난그들은같은동네의다른건물에서다시만나또이웃이됐다.이동거리가극도로제한된그들은그렇게헤어졌다그렇게다시만났다.흐르지못하고퇴적되는가난이었다.
5년이흘렀다.《노랑의미로》는강제퇴거사건이종료된이후의시간(2020년2월까지)을계속따라가며‘탐사뒤의탐사’를이어갔다.그동안45명중9명이사망했다.강제퇴거에휩쓸렸던주민들이다섯해만에5명중1명꼴로세상에없었다.그들이가난의경로에서이탈하는길은죽음뿐이었다.《노랑의미로》는죽었으나그집을떠나지못하는망자들의목소리로그들이강제퇴거당한뒤세상을떠나기까지의‘마지막시간’을정리한다.(546쪽)

2)기록되지않은기억으로본역사밖의역사

“가난의뿌리는머무는장소가아니라머무는곳으로이끈길들과그길을찌르는뾰족한돌멩이들틈에박혀있다.”(211쪽)
가난의경로는특정건물에서쫓겨난사람들이새거처를찾아이동하며그리는경로인동시에,서로다른시기에태어나서로다른곳에서살던사람들이한건물에도착해이웃으로만나는경로이기도하다.가난한동네에살아서가난한것이아니라가난하므로가난한동네로올수밖에없었던과정을《노랑의미로》는그들의목소리로복원한다.그경로를밟아‘세상에서가장작은방한칸’으로찾아든사람들은한국현대사의질곡을누구보다아프게겪어왔다.정치와사회가불의할수록가난한사람들이가장먼저고통받는다는사실이그들의이야기속에서생생하게목격된다.책은묻는다.
“역사는누구의기억인가.”(109쪽)
《노랑의미로》가복원한목소리들에는‘역사가흘린기억들’이있다.
“역사는시선이고,위치며,태도다.역사는기록하는권력의시선이고,권력이글을쓰는위치이며,권력이사실(fact)을선택·배제하는태도다.그시선의멀고가까움과,그위치의높고낮음과,그태도의완고함과유연함에따라역사는객관적기억과주관적기억사이에서수십수백가지의모습을띤다.역사로인정받지못한시선과위치와태도밖에도각자의삶을지탱해온시선과위치와태도가있다.‘안’의기록권력들이어떤기억이참이냐를두고논쟁할때‘밖’의사람들에겐‘안의기억’이과연내게도참이냐를질문한다.기록을남기지못한자들의역사는기록을지배하는자들의기억으로대체돼왔다.그들에게역사란대한민국의기억일순있지만나의기억은아닐수도있다.누락당한개인들에게역사는검증되고인증된역사책이아니라그들의뒤틀리고편향된몸의기억속에서훨씬사실적이고생생하다.그들의공인받지못한기억속에서정의와불의는전혀다른모습으로감각되기도한다.”(110쪽각주)
《노랑의미로》는역사가버린기억들에귀기울이며그기억으로‘역사밖의역사’를쓴다.
“그들의이야기는사실과허구의경계가뚜렷하지않다.사실과허구가등을맞댄곳만진실의거처는아니다.이책은‘안의역사’가기억하지않는‘밖의이야기’를기억하고안의역사가인정하지않는밖의이야기를쓴다.기억의사실여부를검증하기보다그들이몸으로통과해온‘다른역사’를다만전하고자한다.”(110쪽각주)
한국전쟁때산산이깨져거리에부려진어린아이의삶이,거리에서살다‘후리가리’(일제단속)당해끌려간섬(선감도)에서겪은지옥도가,요정에틀어박혀‘의리’를도모하는정치인들과주먹들을시중들며지켜본‘권력과깡패가구분되지않는시대’가,전쟁의공포를이용해내부를누르고권력을다지는정치공학이,적대함으로공생하는남북이서로를겨누며창설한특수부대(북한의김신조부대와남한의HID)의내부가,민주도공화도없던민주공화시대의부정부패와부실공사의상징(와우아파트)의붕괴가,깨끗하지못한권력이‘사회정화’의주체가되자오염돼버린말의비극이,그비극아래에서청소되고소탕돼삼청교육대로끌려간힘없는사람들이,가난한국민을전쟁터로내보내달러를벌고빌딩을올리며경제지표를끌어올린국가가,그국가로부터‘산업역군’과‘역전의용사’로호명됐으나오로지그‘역군’과‘용사’에게떠넘겨진성장의이면이,누군가의집을부수며성장해온토건자본주의의이면과그들대신손에피를묻히는철거용역들의‘이뤄지지않을꿈’이,그시간들을끌어안고살아온45명의기억들이동자동의한건물에와서야지친몸을눕혔다.가난했으므로그건물에와서야쌓이는가난한기억들이었다.《노랑의미로》는그들의기억으로역사를쓴다.
1968년사용승인을받은그건물의시간위에그해태어난한주민의시간도포개진다(83쪽‘천국’).그시간을따라가다보면그건물을낳은동네의시대적변천,광복이후부터그땅에찾아든가난한사람들의사연,그들을제거하며‘정비’하고‘정화’하고‘개발’하고‘재개발’해온도시의욕망,그욕망에길들여진채가난한사람들을바라보는‘우리’의시선,그들의가난한몰아내며부를쌓는재산증식시스템,그핏빛순환을‘발전’이라부르는이세계의마음이겹쳐보인다.

3)문학의자리와경계를묻는문학곁의문학

‘표준’이배제한은어·조어·속어로대韓민국이가린대恨민국을드러내며‘2017년판난쏘공’이란평가를받았던전작《웅크린말들》(후마니타스,2017)에서이문영은이렇게썼다.
“말해지지않는자의저널리즘은이야기였다.왕조의언어가‘실록’의지위를독점할때,백성의언어는‘야사’로버려져떠돌았다.말해질기회를소유한사람들의韓국어가언로(言路)를획득하고기록으로쌓일때,말해질힘을갖지못한사람들의恨국어는누락되고기록없이새어나갔다.권력자들의기록이역사[正史]의자리에앉는동안,권력없는자들의비역사는‘이야기’로전파됐다.”
이야기는기록권력을갖지못한사람들이자신의삶을전하는수단이다.가난의경로는가난한사람들이만들어온이야기의경로이기도하다.이책은많은등장인물과사건으로얽힌이야기의흐름을놓치지않도록주요인물이나올때마다그의다음등장위치를표시했다.표시된쪽수를따라가면해당인물의이야기경로를따라갈수있다.
《노랑의미로》는그이야기들을문학의언어로쓴다.사실을담담하게쓰지만담담한문장안에격렬한정서를응축하는이문영문체는《노랑의미로》가한편의장편소설처럼읽히게한다.픽션과논픽션의작법을넘나들고,문학적인것과문학적이지않은것의차이를흔들며,문학의자리와경계를질문하는그의글쓰기는다만무엇이쓰여지고말해져야하는지를고민하고실험한다.그렇게쓰지않으면쓸수없는사람들과이야기들이있다고그는믿는다.

책을읽는키워드

▶노랑
색칠한다고해서나아지지않는가난을상징한다.주민들을퇴거시키고리모델링을시작한건물은법원이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받아들인뒤쪽방으로다시땜질된다.노란벼락(퇴거통보딱지)이친잿빛건물에노란색페인트로건물외벽과방문을칠했지만그안의가난한삶은달라진것이없었다.책은노랑을다음과같이정의한다.
“노랑.가시스펙트럼576∼580나노미터의빛깔.가장눈에잘띄는원색.방문마다붙어강제퇴거를통보한날벼락.잿빛건물이보수공사를거친뒤껴입은헌옷같은새옷.무채색으로가득한동네에서홀로도드라진건물한채.리모델링을멈추고땜질한부실의결과물.있음이없음을,많음이적음을,위가아래를,안이밖을,이세계가쫓겨난존재들을대하는태도.벗어나려해도벗어날수없는‘가난의경로’.잘라내고끊어내도다시얽히고묶이는이야기의혼돈.환하게칠한건물안엔정작없는무엇.덧칠만하면찬란한세계와가까워질수있다는징그러운환상.머지않아벗겨지고말껍데기.비릿한검정의속임수.노랑의미로.”(544쪽)

▶미로
출구없는가난을상징한다.쫓겨난주민들은직선거리100미터안에서움직이며가난이세운무형의담장밖으로벗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