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무대에 서다 (여섯 몸의 삶이 펼쳐지기까지)

아픈 몸, 무대에 서다 (여섯 몸의 삶이 펼쳐지기까지)

$19.01
Description
‘아픈 몸’들이 마이크를 쥘 때 세상은 변한다
2만 명 관객들과 뜨겁게 호흡한 화제의 시민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의 끝나지 않은 여정

‘완치’라는 허상을 깨고 ‘아픈 몸’의 동료들을 찾아 나선
여섯 배우들이 생생히 써내려간 질병 그리고 연결의 경험

“우리는 건강세계의 시민권을 욕망하며 좌절하기보다는 건강을 재단당하지 않으며 질병세계에서 동료 시민들과 어울려 살길 바란다.” 2만 명 이상 관객들이 뜨겁게 호응한 2020년 화제의 시민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가 2022년 책 《아픈 몸, 무대에 서다》로 그 여정을 이어간다. 기획자 조한진희가 선언한 ‘질병권’(잘 아플 권리)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 연극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단언하는 건강중심사회에 다른 몸과 삶의 가능성을 펼쳐 보였다. 여러 대중과 언론이 여기에 화답했고, 사회 곳곳의 아픈 몸들이 연극을 통해 자신의 몸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아픈 몸의 소수자들은 난민과 같은 존재다. 의료권력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이들은 사회 밖으로 추방되거나 소외, 배제된다. 이들이 아픈 몸을 회복하지 않아도 온전한 삶을 꾸릴 수 있으려면 질병을 발화하는 언어가 훨씬 더 풍부해져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실패, 절망, 고통의 말로 납작하게 포장된 질병의 이면”을 더 많이 들추는 일이다.
여섯 명의 시민배우들은 연극이 끝난 뒤에도 무대에서 펼쳐냈던 자신의 몸/질병 경험에 대한 사유를 끈질기게 이어나갔고, 아픈 몸을 고립시키고 완치라는 허상을 강요하는 이 사회가 어떻게 한 사람의 욕망과 꿈, 일상을 박탈하는지 글로서 생생히 증언했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아픈 몸의 동료’들과 긴밀히 호흡하며 삶과 질병, 슬픔과 기억, 사랑과 고통에 대한 각자의 진실을 한층 더 단단히 벼려내는 과정이 담겨 있다.
저자

나드

찬란한미래를꿈꾸던스물여섯에특별한백수가되었다.졸업하고,취직하고,유학가고싶다는계획은하나도이루지못했다.대신성실한환자가되었다.수술과재활을반복하다가나이의앞자리가두번바뀌었다.밥벌이에대한고민은늘있지만,무엇이되고싶다는생각은없다.제대로아프고,정확하게슬퍼하고,넉넉하게감사하고,빠짐없이감탄하고싶다.《여기서우리는괜찮은사람이됩니다》를함께썼다.

목차

연극과책에쏟아진찬사4
기획의말ㆍ조한진희12
배우소개34

1막조명이켜지기전
여섯개의창들,나의첫관객ㆍ홍수영38
‘쓰고있고,쓸수있는’서사ㆍ나드47
석연치않고,특별할것없는이야기ㆍ다리아63
나의일상이공감을얻을수있을까ㆍ쟤71
억눌렀던슬픔이처음몸바깥으로흘러나올때ㆍ안희제83
첫봄비바다를두드리는날에는ㆍ박목우93

2막막이오르고
거울안에는가만히내려앉은평화가
당신의얼굴처럼비춰들고ㆍ박목우108
당신의악역ㆍ안희제122
세심한존중의무대만들기ㆍ쟤139
감히이해한다고말할수는없지만ㆍ다리아155
시선들ㆍ홍수영168
우리의삶이연극이될때ㆍ나드181

3막연극이끝나고난뒤
춤추는삶이될때까지ㆍ나드210
다시글을쓰기로하며ㆍ다리아227
아파도미안하지않은연극ㆍ안희제236
모두를위한일터는가능할까ㆍ쟤249
싸늘함속에서도나는보았지,번져가는꿈결을ㆍ박목우264
일상을건넬이들의존재ㆍ홍수영276

부록
대본290
연극제작기ㆍ조한진희326
시민연극〈아파도미안하지않습니다〉가걸어온길338

출판사 서평

선언하나:의심과몰이해에맞서
시민연극〈아파도미안하지않습니다〉에참여한여섯명의시민배우들은각기다른아픈몸을가지고있다.병명도증상도천차만별이지만,이들은종종비슷한상황에처한다.언제어디에서나의구심이이들의몸을둘러싼다.
수영은근육병으로인한경련때문에얼굴표정과움직임을자신의의지대로조절할수없다.이때문에몸이좋지않은날더많이웃게된다.입꼬리나눈주변근육을통제할수없어서웃는것처럼보이지만,정작그는웃고싶지않다.그러나사람들은수영의표정과감정을너무도손쉽게동일시하고,그를오해하거나부담스러워하며떠나간다.무지한건사람들인데,그무지때문에수영은거짓말쟁이가된다.“얼굴하나,표정하나를갖고싶어서헤맸던시간들.경련이웃음으로변하고,그어떤웃음도내것이아니었던시간들.너무도많은사람들이나를떠나갔다.나를스치듯이보고스치듯이사랑하려했던사람들.”수영에게가장기쁜순간은누군가어색한악수대신이런말을건넬때다.“우리내일만날래요?”“다음주에또볼까요?”
크론병과살고있는대학생희제도비슷한경험을한다.증세때문에학교에병결신청을하는일이잦은그는겉보기에멀쩡하다는이유로의심을받는다.교수나조교,친구들에게자신의몸에대해설명하고또설명하지만,대부분의이들이의심의눈초리를거두지않는다.그는“건강한사람들이보기에는자기랑비슷한데자꾸아프다고하고,장애인들이보기에는불편해보이지않는데자꾸힘들다고하는이상한사람”으로비춰진다.
평생질병과함께살아가야하는이들에게다른사람들의몰이해는그자체로하나의‘통증’이된다.이통증을치료하는방법은단하나,“우리사회의다수가다양한질병서사에노출되고,다른아픈몸들과연결되는것”이다.현대의학역시그책임에서자유로울수없다.희제는몸의증세에따라다양한의료과를전전하지만,의사들은오진을거듭하고다른과에책임을전가할뿐이다.그럼에도의학은스스로의오류와한계를인정하지않고,도리어환자의몸을‘오류’로만든다.그오만함에대해희제는이렇게일갈한다.
“내두통조차설명못하고,팔에생긴염증하나에쩔쩔매면서자신은틀렸을리없고내몸이특이하다고말하는뻔뻔함.의학의한계는바로여기에있지않을까요?제발이진료과들사이를헤맨이유는의사들의혼란때문이었습니다.그러니까,헤맨건내가아니라의학이죠.의학이완벽하다는착각을버릴때,비로소의학은제자리를찾을수있을겁니다.”

선언둘:낙인과추방,도구화에맞서
한편어떤몸은그존재자체를철저히부정당한다.이런몸들은사회밖으로추방된다.20년넘게조현병과살며환청을듣는목우의존재를사회는손쉽게삭제하려한다.환청은목우자신에게는‘실재’하는소리지만,다른이들에게는‘비정상’의증표로강제입원과약물치료의근거가된다.현대정신의학이볼때환청은약물로제거해야할위험한목소리일따름이다.결국반복된강제입원과그를부끄러워하는가족들의태도에목우는지울수없는트라우마를입게된다.
목우는자신의몸,즉“잠이쏟아져간단한문서작성을할수도없고,강박때문에몸을움직여물건을정리할수도없고,설거지조차물소리가말을거는환청으로들려할수없는그런몸들”이갖는의미를사회에나와비로소알게되었다고고백한다.그런몸들이“쓸모없는몸으로버려지고자본주의사회에서는쓰레기로분류되어시설에수용”되거나가족에게조차무시와침묵을당하며살고있다는사실을말이다.
그러나연극무대에서그는“연약한것들이내는소리에귀기울이고싶던내마음”이라고환청에새로운의미를부여하며긍정한다.오랜세월자신에게‘비정상인’의낙인을씌웠던환청에자신만의새로운의미를부여함으로써스스로그낙인을넘어선순간이었다.목우가덧붙인정의는환청에대한전복적해석이자현대정신의학과의료권력에대한저항이다.
다리아의경우,자신이하나의인격체로서존중받지못하고몸의특정기능으로환원/도구화되는폭력을겪었다.난소낭종으로수술을받았던그는자신의질병회복을바라는가족들의마음한켠에‘시댁’에‘손주’를안겨주지못할지모른다는불안감이자리잡고있다는사실을확인하고는절망하고분노한다.가부장제사회는여성의몸(자궁)을출산을위한도구로간주한다.즉“다리아의자궁건강은그자신을위한신체기관이아니라손주를안겨주는임무를수행하기위한도구”로취급된다.이처럼대상화된몸들은특정기능(출산)을수행해야만사회적으로존재가치를인정받으며,그렇지않으면쓸모없는존재로취급된다.
다리아는연극무대에서이렇게외침으로써자신의인격을지우고자신을출산을위한‘자궁’과동일시하는가부장제에저항하는의지를표명했다.“내몸은나라의미래를위해인력을생산하는출산도구가아니에요.그러니모두들!내난소를위해기도하지마세요!”

선언셋:지금의삶을잠식하는것들에맞서
나드와쟤의이야기는질병에서생존한다는것이단지‘사망하지않음’그이상의의미임을보여준다.완치혹은실패라는이분법사이에무수히다양한삶과일상이존재한다는것을이사회는보려하지않는다.발병부터재활,재발로이어지는나드의20년세월에서우리는질병에점유되지않고삶의주체성을끈질기게지켜나가는것이얼마나어려운지,그러나동시에어떻게가능한지생생히보게된다.나드는두번이나수술했던턱관절이재발하며대학원생활과유학·취직에대한꿈은물론친구들과놀러가는평범한일상도모두접어야했다.수시로밀려오는통증에잠도제대로자지못하는날들이수년간계속되었다.
몸때문에마음까지병들지않도록스스로를다잡으면서도자신이“어떤성취의계단에도오르지못했”다고생각할수밖에없었던시간들,아프기전의몸을되찾는다는목표이외의것들은모두미래에저당잡힌채삶은질병에점유되었던시간들.연극을통해나드는그시간들을뒤로하고“완전한치유로부터의자유”를선언함으로써아픈몸으로‘현재’를살기로결심한다.‘질병을극복한건강한몸’에대한사회적압박과치유에대한집착에서마침내자유로워지는순간이다.
“아픔을극복하기위해아픈시간이존재하는것이아닙니다.아픈사람의책임은낫는것이아니라,자신의고통을목격하고증언하는것입니다.완치란허상이라는것을뒤늦게야깨달았습니다.이제건강을잃으면모든것을잃는다는압박속에더이상스스로를가두지않기로했습니다.나는이제,완전한치유가아닌,완전한치유로부터의자유를원합니다.”
4기유방암생존자로살아가는쟤는유방절제수술이후비교적안정된단계에이르렀지만,그와무관하게겪어야하는금전적인어려움을이야기한다.치료이후의삶을상상하기어려운사회제도탓이다.그에게암보다무서운것은‘가난’이다.집중치료가끝난뒤에도경구용항호르몬제및항암제(대부분비급여항목에해당한다)처방과이에필요한검사때문에상당한비용이들지만,암환자를위한국가와지자체지원금또한항암치료나방사선치료같은초기집중치료에모든지원이맞춰져있다.그렇다고안정적인일자리를구해노동할수있는여건이주어지는것도아니다.아픈몸으로할수있는일을찾아야하기에선택할수있는일이한정적인데다,‘아픈몸으로제대로일할수있겠냐’는의심과‘아픈사람이쉬어야지왜일을하느냐’는꾸짖음과훈계에둘러싸인다.
건강중심사회는회복을종용할뿐,아픈몸역시엄연히일상을살아가는존재임을인정하지않는다.아픈몸이어떻게일상으로복귀하고삶을꾸려나갈수있을지에아무런관심이없다.쟤는노동할권리를보장하는대신“매번수십개의서류더미로가난을증빙”하게하고,그렇게해도작은복지혜택하나받기어려운제도를또렷하게지적한다.“암치료로몸은살아있지만삶을꾸려낼조건은갖지못하잖아요.저에겐암때문에죽는두려움보다당장내힘으로먹고살수없다는두려움이더커요.저는아픈몸으로도제삶을온전히스스로꾸리는삶을살고싶어요.”

연습과준비:자기자신,그리고타인의고통에함께머문시간들
나드,다리아,목우,희제,쟤,수영여섯명의시민배우들이모두함께무대에올라자신만의이야기를펼쳐내고,위와같이당당히선언할수있었던것은3개월이라는연습기간덕택이었다.그3개월은배우들이오랜시간묻어두었던각자의고통에다가가는시간이자,타인의고통을배우는시간이기도했다.무엇보다다리아는동료가앓고있는병을여전히잘모르고,그고통을“감히이해한다고말할수”도없지만,그의어떤간절함과절실함만은너무도잘알것같았다고털어놓는다.
수영은첫워크숍에서배우들끼리사전논의나계획없이즉흥극을창조했던기억을떠올린다.자신의현재상태와앞으로변화하고싶은상태를가장잘표현할수있는사진두장을골라설명을덧붙이면,그이가표현한열망을다른배우가몸짓혹은언어로받아이어가는작업이었다.배우들은“하나의이야기속에서자기자리를만들고,창조적으로기능하며,서로의몸짓들을뒷받침하고엮어나갔다”.
“다른사람이어떤움직임으로나의경험을묘사하는지,지금내마음이그런묘사에어떻게반응하는지충실하게느끼려고노력했다.해결되지못한감정들이완결되는기묘한안정감과함께,혼자가아니라는생각이타인의체온처럼깊이파고들기시작했다.”
수영은자신을포함한배우들이연극에서서로의관객이되었다고이야기한다.연극을통해그는“받아들여지지않았던개인경험의일부들이수용되는경험을하며관계적무능력감으로부터자유로워”질수있었다.연습을하는동안배우들은“바깥세상”에대해,그리고그들의몸과마음을가두었던“가장내밀한경계”에대해이야기를나눴다.세번의워크숍이지나도록병명이나질병경험에대한세부적인대화를나누지않았지만(수영에따르면이는연출자빠빠의세심한배려였다),오히려그것이배우들로하여금그들의“몸을관통했던가장진실한경험으로부터”출발할수있도록해주었다.배우들은그들이느꼈던감정그자체에몰입해보기도하고,동료의에피소드에서다른배역을맡으며누군가를가로막았던장벽과편견의얼굴이되어보는경험또한했다.그과정에서누군가는의도치않게상처주는역할을맡아괴로워해야했고,그상대인다른누군가는“상처만남긴채떠나간사람들이던진몰이해의말들”에다시정면으로부딪혀야했다.이는“절망의현장속으로들어가당사자가내뱉지못했던멍든언어들을추출”해내는과정이었다.

당신의악역:‘공감하지않음’의연대
아픈수영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지못하고그에게상처를주는전연인역할을맡은이는희제였다.질병때문에사랑받지못하고의심을사며사람들과멀어진경험을공유하고있던두사람이었지만,수영의에피소드에서희제는수영에게상처주는말을내뱉는사람(전연인)이되어야했다.희제가뱉어야하는그대사는과거아픈희제에게상처를냈던바로그말이기도했다.
희제는“수영의나을수없는몸이낫기만을바라며,애인의질병이티가나지않는모습만을사랑하는사람”에게결코이입할수없었던그순간을떠올린다.희제가계속해서이입에실패했던탓에수영역시반복해서그말을들어야했지만,그는끝까지그역할을포기하지않았다.이제는다름아닌‘자신의그기억’을직면하고싶다는간절함때문이었다.희제는이른바‘악역’을소화하며비로소자신의상처를깊숙이들여다볼수있었다고이야기한다.“막연하게‘아픈나를인정해주지않아서’상처받았다고생각하는것을넘어,어떤표정과말투가,몸짓과분위기가,넌지시건넨말과눈빛이상처를주었는지”.그리고그만큼,자신이상대방의상처에대해서도몰랐다는것을깨달았다고.
희제와수영의연습과정은우리로하여금‘같은아픔’혹은‘비슷한경험’이공감과위로를가능하게한다는착각을잠시접어두게한다.빠른공감과이입저편에서도리어상대방의아픔을공감하지못하는사람이되어보려고노력했을때,두사람은예상했던것과전혀다른진실에다다랐던것이다.“내가그랬듯이,아픈사람들은경험을나눌사람이너무도적어서때로는성급하게나의상처를상대에게투영한다.나를확인받으려는그공감과위로속에당신의눈과뒤통수는있었을까.어쩌면우리에게정말필요한건내가당신이되어건네는공감과위로가아니라,당신의악역이되어표정과말의무게를,사람사이의거리를온몸으로느끼는일일지도모르겠다.”
“서로다른존재들이만들어가는연대”란,어쩌면그런것일까.

아파도미안하지않고,그누구도소외되지않는제작현장
시민연극〈아파도미안하지않습니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