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와 맞서 싸우기 위해 (파시즘과 인문주의에 관하여)

이 시대와 맞서 싸우기 위해 (파시즘과 인문주의에 관하여)

$13.00
Description
“파시즘의 회귀는 21세기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파시즘의 전 지구적 귀환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비판
파시즘에 맞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작 《정신의 고귀함-망각된 이상》에서 롭 리멘은 정신의 고귀함을 간직하고 있었던 유럽 지성인들의 삶과 몇 개의 잊을 수 없는 대화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을 ‘유럽 정신’의 정수 속으로 초대한 바 있다. 거기서 리멘이 보여준 것은 ‘유용성’과 불화하는 세계였다. ‘유용성’이라는 현대의 강박에서 벗어날 때 우리 정신은 고귀함을 되찾을 것이다.
2018년에 나온 《이 시대와 맞서 싸우기 위해: 파시즘과 휴머니즘에 관하여》는 당대의 유럽을 근심하며 써내려간 두 편의 산문을 엮은 책이다(각각의 글은 2010년과 2015년에 따로 발표되었었다). 근심의 이유는 파시즘의 재림이며, 그에 맞서는 방법으로 저자 롭 리멘은 휴머니즘을 든다. 인문주의와 인간(성)에 대한 집요한 물음과 사색. 그것은 오랫동안 유럽이 만들어온 지적 전통이다.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지금 발흥하는 파시즘 세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만든다. 리멘은 지금 세계인들의 곁에서 속닥이고 있는 여성혐오, 난민혐오, 퀴어혐오, 가난혐오, 인종차별주의 등이 파시즘의 전단계가 아니라 파시즘 그 자체라고 이야기한다. 파시즘의 전 지구적 귀환을 선언문 형식으로 다룬 1부 〈파시즘의 영원회귀〉는 바로 그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2부는 〈에우로페의 귀환: 그의 눈물, 업적 그리고 꿈〉이라는 픽션이다. 롭 리멘은 픽션의 형식을 빌려 가상의 대화와 가상의 심포지엄, 가상의 토론을 정교하게 구성해 다시 한 번 고귀한 정신, 유럽 정신의 깊숙한 안쪽으로 독자들을 이끌어간다. 유럽/우리의 과제는 영혼의 회복이다. 리멘은 이렇게 말한다. 영혼은 우리가 덧없는 것이 아닌 절대적이고 영원한 것, 진리, 선, 미, 사랑 그리고 정의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거기에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
《이 시대와 맞서 싸우기 위해》의 선언문과 픽션, 두 개의 산문에서 우리는 영혼을 가진 채 분투했던 위대한 유럽인들을 만난다.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의 역사 및 예술사 교수 사이먼 샤마는 “우리는 몽유병자처럼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리멘은 우리를 깨우고 싶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열정, 지혜, 웅변이 우리를 깨우는 리멘의 방법론이다.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라는 요한복음서의 말을 새기며 리멘의 열정과 지혜, 웅변에 귀를 기울여보자.
저자

롭리멘

네덜란드의공공지식인이자작가.네덜란드탈뷔르흐대학교에서신학을공부했다.주된관심사는위기에처한인문학,철학,예술의가치를지키고복구하는것이다.이를위해친구요한폴락과함께1991년잡지《넥서스》를창간했으며,1994년에는한발더나아가넥서스연구소를창립했다.연구소는매년전세계의주요지식인,예술가,정치인등을초청하여강연회를연다.2018년에출간된이책《이시대와맞서싸우기위해》외에도전세계19개언어로번역된《정신의고귀함:망각된이상》(2008),《인생의대학교》(2013)등의저서를펴냈다.

목차

서문......11


파시즘의영원회귀......21


에우로페의귀환
:그의눈물,업적그리고꿈......75

한국어판서지사항......159

옮긴이의말......163

출판사 서평

“새유럽이탄생했다.”
2019년5월26일밤그날치러진유럽의회선거에서이탈리아의극우정당인북부동맹의대표겸부총리마테오살비니가자국에서제1당을확정지은후격정적으로소감을발표했다.34.26%의득표로투표한국민의3분의1이상의지지를얻은날이었다.이날영국과프랑스,이탈리아에서모두반EU를표방하는극우정당이1위를차지했다.1위는아니었지만독일과스페인에서도극우정당의약진이눈에띄었다.이날EU회원국전체의투표율은51.0%로1994년이후가장높은수치를기록했다.대중들의무관심속에치러진선거가아니었다.살비니의감격은타당했다.새로운유럽이탄생했다.
유럽내에서문화적관용과개인의자유에대한존중이가장높다고평가받는네덜란드는어땠을까?다른나라보다는상황이나은것같지만여기서도극우정당은무시할수없는세력이되어가고있다.이미우경화한노동당(PvdA)이1위,보수주의정당인자유민주국민당(VVD)이2위,기독교민주당(CDA)이3위,그리고37세의법학박사시에리보데가이끄는신흥극우정당민주주의포럼(FvD)이4위를차지했다.헤이르트빌더르스가이끄는전통의극우정당네덜란드자유당은한참뒤로밀려났다.민주주의포럼은10.96%의득표율로,네덜란드에서투표에참여한국민10명중1명은이들을지지했다.시에리보데는도널드트럼프미국대통령이인종차별주의경찰폭력에대한전국적인시위에군대를동원하겠다고협박할때그조치를적극지지했다.그는방송에출연해“우리는몇년전부터좌파의폭력에눈을감아왔다”며이제조치가필요하다고주장했다.그로부터며칠지난뒤,민주주의포럼의청년조직리더인프리크얀센은블랙라이브스매터(BlackLivesMatter)운동에대해“반백인정서와반백인폭력을낳는인종주의운동”이라고비난했다.이것이2020년네덜란드의,유럽의맨얼굴이다.
2015년에설립된민주주의포럼은불과5년만에네덜란드에서공식당원이가장많은정당이되었다.이들은유능하고박식하며,자신을정당한문화엘리트로여기는젊고사회적으로잘연결된전문가들과대학생들로구성되어있다.시에리보데는젊고역동적인연사를초청하고피아노연주를하며당대회를여는등파격적인면모를선보였지만,그들의세련된언어들이이야기하는바는결국여성혐오,인종차별주의,반유대주의,그리고현대유럽극우파의특징인이슬람공포증등이다.

이것은파시즘이아니다?
선언문〈파시즘의영원회귀〉에서롭리멘은북아프리카알제리의바닷가마을오랑에서벌어지는어떤소동을묘사한알베르카뮈의소설《페스트》이야기로시작한다.리멘은‘페스트’가파시즘에대한비유였다고생각한다.페스트-파시즘은종식될수있는가?그것은불길한질문이다.언제든다시돌아올것이기에그것은결코끝나지않는다.
파시즘은무솔리니와히틀러로제한되는예외적현상이아니다.파시즘이전에대중-인간(mass-man)이먼저출현했다.괴테와토크빌,니체는파시즘의시대를살지않았지만그전조를읽고걱정과불안에휩싸였다.그걱정과불안에생생한언어를부여한것이1930년대의오르테가이가세트였다.그는파시즘이생겨나는것을목도했다.대중사회가도래했고,거기서대량으로생겨난대중-인간들이파시즘의원인이자증상이었다.공포와욕망이대중의행동을지배하고,그리고이대중이지배하기시작할때,민주주의가대중민주주의가될때,민주주의가사라진다.가세트이전에도유럽의위기,민주주의의위기,도덕의위기,문화의위기를먼저느꼈던것은작가와예술가,사상가들이었다.1920년에폴발레리는속도와수량에집착하는근대인을묘사했다.그들은수동적으로살고,기꺼이획일화되며,다른사람들이그들을대신해서사유한다.가세트와비슷한무렵에네덜란드의문화비평가메노테르브락은원한을이용하는것이외에아무것도한일이없는정치운동이유럽을장악하기시작했다고보았다.사회적원한은비난을뒤집어쓸희생양을찾았다.그것이20세기의중반엔유대인이었고,또좌파,지식인,코즈모폴리턴들이었다.지금유럽과미국에서무슬림이,아시안이,흑인이,그리고진보세력이그러하듯,이들은대중-인간의원한을받고공격을받고사회에서베제되었다.
롭리멘은서구가파시즘을얕잡아보았기때문에그에지고말았다고생각한다.지식인/활동가들은파시스트들을한무리의무뢰배들로,보잘것없는자들로여겼다.21세기에는무시가아니라부인(否認)이파시즘을키운다.이것은파시즘이아니라는잘못된감별의이면에서번성하는것은포퓰리즘같은애매모호함이아니라,극우정당이자파시즘들이다.

유럽의비밀,삶을사랑하지않는다
《뉴욕타임스》에실린서평기사에서는《이시대와맞서싸우기위해》에대해이렇게칭찬하고있다.“이책의메시지는단순하고고집스럽고강력하다!”그것을확인할수있는것이〈파시즘의영원회귀〉에실린파시즘감별법이다.21세기의파시즘은다음과같은말들을앞세운다.

“우리는자유를추구하는정당이므로파시스트가아니다!”
“우리는파시스트가아니다.이슬람이파시스트다!”
“이슬람화가가장심각한위협이다!”
“우리는친유대적이므로파시스트가아니다!”
“우리는유대-기독교신앙과인문주의의옹호자다!”
“많은지식인이우리를지지한다!”
“우리를지지하는젊은이가점점늘어난다!”
“우리는힘들게사는사람들을특히옹호한다!”
“우리는폭력적이지않다!”
“우리는반파시스트다!”

이런말들은어떤맥락에서사용되고어떤효과를나을까.가령,“우리는반파시스트”라는주장을보자.21세기의파시스트/파시즘은굳이‘파시스트/파시즘’의언어를고집하지않는다.행동이보여주는것은파시즘이지만,그것을부인한다.그들에게는거짓말도전술이자능력이다.그들은말이아니라행동에집중하라는말의모범생들이다.파시즘은사상이결여되어있고보편적가치가부재하기에언제나당대의시류와문화의색을빌린형태를취한다.가령미국파시즘은종교적이고흑인을적대하며,서유럽의파시즘은세속적이면서무슬림을적대하고,동유럽에서는파시즘이가톨릭적이거나동방정교회의색채를띠며반유대적이다.
〈파시즘의영원회귀〉의마지막은묵시록적이다.유럽은왜다시파시즘에자리를내주는가?카뮈의에세이에그답이있다.“그들은더이상있는그대로의것을,세계를,살아있는인간을믿지않는다.유럽의비밀은유럽이더이상삶을사랑하지않는다는데있다.”파시스트는어떤사람들인가?혹은자기는파시스트가아니더라도누가파시즘을우리곁으로초대하는가?더이상삶을사랑하지않는사람들이다!니힐리즘과정신적공허에빠져허우적대는사람들.진정으로삶을가져다주는것들-진리,선,미,우정,정의,자비그리고지혜-에자신을헌신할때에만우리는파시즘이라는치명적인세균에저항력을가지게될것이다.

유럽이라는노스탤지어
책의2부〈에우로페의귀환〉이라는픽션에는페니키아의공주에우로페가등장한다.에우로페는유럽이라는지명의기원이기도하다.본래유럽은지금은그리스에속해있는크레타섬에서출발했다.에게해와지중해가만나는곳.제우스에게납치된동방의에우로페는이곳(서방)크레타에서세아들을낳고풍요롭고다채로운유럽문명의상징이되었다.그에우로페가21세기의유럽에나타난다.가진것없는이로.에우로페는머물곳을찾지만숙박비를낼돈이없다.그는난민취급을당한다.그렇지만에우로페는이렇게말한다.“나에겐영혼이있어요.”
롭리멘은스위스실스마리아에있는숙소그랜드호텔발트하우스에찾아간다.특정의국적에속하기보다‘좋은유럽인’이되기를원했던니체와토마스만,프루스트,파울첼란,아도르노같은여러예술가와지식인,또한아인슈타인같은과학자등이이곳을찾았었다.풍경도호텔도근사한곳이었지만‘오래된유럽’만이강조되는것같은불편함도존재했다.
리멘은이곳에서‘유럽을꿈꾸다’를주제로논의하는소모임에참여하고,두개의박사학위를가진,아마도교회에종사하고있을,박식한사제의강연을듣는다.강연은놀라웠다.그가꿈꾸는유럽이너무진부했기때문이다.“유럽이기독교도의땅이었던시절,하나의기독교가이문명화한대륙에깃들어있던시절,그리고하나의공동의관심사가이방대한영적제국의가장멀리떨어진지방까지연결하던그시절.”그시절이빛의시대로찬미되었다.기독교국가의형태로통합된유럽의가치가21세기에다시주장되었다.교회도함께참여했던유럽의어두운역사-반유대주의,대량학살,죽음의수용소같은-는싹다잊힌듯했다.저런말들로는위기에대응할수없다고리멘은탄식한다.아니오히려저런말들이위기를불러올것이다.리멘은실스호수의한가장자리바위에새겨져전해지는니체의말을기억하며실스마리아를떠난다.“오,사람들이여!주의를기울여라!”

이사람을보라!
리멘은고국네덜란드로돌아가기전에독일남부의깊숙한숲지대에있는슐로스발데제호텔을찾아간다.토마스만이《마의산》을집필한곳이다.그랜드호텔발트하우스특유의코즈모폴리턴한분위기는없어도,여기에는파시즘에소박하게찬동했던선량한독일엘리트의사연이숨겨져있다.그부딪침은독자들을또다른깨달음으로이끈다.
리멘은이곳에서“서구에무엇이남았는가”의주제로열린심포지엄에참석한다.캘리포니아에서온샤시는“과학과기술이진정한해결책이며,진정한지식으로,이제는철학과종교를대체했다”고선언했다.샤시는누구도발전을막을수없다는말만되풀이했다.리멘은“안돼no”라고말할수있는것이인간문명의특징이라고조용히속으로반박했다.
샤시의강연에대해인스부르크에서온발터가반박하는장면은이대목이픽션임을잊게만든다.리멘이따로강조하지않아도발터가기술과과학의절대화를비판하는것은파시즘의토대를허무는작업처럼보인다.
“‘악순환’,키에르케고어는삶의가치가관념에종속되고도덕성morality이합리성rationality에무너지는것을악순환이라고불렀습니다.만일경제적유용성이우리사회가내리는결정을평가할유일한척도가된다면우리는과잉excess에휘둘리게된다는것을이해하시겠습니까?숫자가아무리커도충분하지않기때문입니다.그리고오로지그것만이우리사회가지금이토록혼란스러운진짜이유입니다.우리는방향도없이헤매고,우리자신의불안과욕망에휘둘리고몰려다닙니다.”
프라하에서온라딤의이야기는이픽션의핵심이자백미다.난민취급을받았던에우로페의마지막말을기억해보자.“(머물곳도,숙박비를낼돈도없지만)나에겐영혼이있어요.”영혼을가진사람이되는것이파시즘에다물들고빠지지않는유일한해결책이다.유럽을유럽답게만들수있는길.요한복음에서말하지않았던가.이사람을보라.에케호모.Eccehomo!
“인간을인간답게만드는것은영혼,불멸의영혼입니다.영혼이있기때문에,오로지인간만이자신의취약함,자신의필멸성을완전히이해하는생물인것입니다.모든남자와여자가이러한근원적불안을느낍니다.동시에영혼이있기에우리는스스로의탁월함을느낄수있습니다.영혼이우리가덧없는것이아닌절대적이고영원한것,진리,선,미,사랑그리고정의를알수있게해주기에우리는인간의위대함에감동합니다.이사람을보라Ecceho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