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끄는 짐승들 : 동물해방과 장애해방

짐을 끄는 짐승들 : 동물해방과 장애해방

$22.40
Description
오랫동안 짐짝 취급된 존재들이, 서로의 수레를 끌어주며 해방을 위해 함께 나아가는 곳,
그곳에 새로운 세계가 있다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을 잇는 아름답고도 촘촘한 사유의 다리
작가, 예술가이자 장애운동가, 동물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해온 수나우라 테일러의 『짐을 끄는 짐승들』. 테일러는 선천성 관절굽음증이라는 장애를 가진 장애인 당사자로서 이어온 날카로운 통찰을 자기 자신의 몸을 넘어 비인간 동물들이 겪는 억압과 폭력으로 확장해 큰 주목을 받았고, 리베카 솔닛, 앨리슨 케이퍼, 캐럴 J. 애덤스 등 여러 페미니스트 작가들과 장애학자들로부터 ‘인간의 조건은 물론 동물이라는 범주에 대해 전적으로 새롭게 탐구하는 책’이라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인권 및 동물권 기록 활동가로서 이 사회가 효율성을 이유로 손쉽게 배제해온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온 홍은전은 특유의 섬세한 언어로 수나우라 테일러의 전복적인 세계관을 써내려간다.

이 책은 비장애중심주의에 대한 강력한 비판에서 출발하는 한편, 그 비판의 ‘인간 편향성’을 넘어선다. 비장애중심주의는 장애가 없는 ‘비장애 신체(성)abled-bodiedness’을 정상’과 ‘표준’의 몸으로 제시하며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다른 몸들을 배제하고 억압한다. 비장애중심주의에 대한 기존 비판이 억압받는 이 몸들을 ‘인간의 몸’으로 상정했다면, 테일러는 여기에 ‘동물/짐승의 몸’을 추가함으로써 전례 없는 교차성의 사유를 보여준다.

현실의 장애운동과 동물운동이 오랫동안 불화해왔음을 고려할 때 이런 시도는 무척이나 값지다. 동물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한 긴긴 역사를 가진 장애인들에게 ‘동물’이란 하나의 낙인이었으며, 일부 동물운동은 ‘지적장애인처럼 이성을 결여한 이들에게 권리가 있다면 동물이 권리를 갖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장애인의 삶을 폄하해왔던 것이다.
테일러는 동물이 겪는 억압과 장애인이 겪는 억압을 교차적으로 사유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이 반목하게 된 이 두 운동을 다시 잇고자 한다. 비장애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 종차별주의가 공모하는 폭력을 인지하면서도 서로 다른 두 존재의 고유성과 독특성을 놓치지 말자는 것, 이것이 바로 《짐을 끄는 짐승들》의 제안이다.

저자

수나우라테일러

장애운동가,동물운동가겸작가.인간의동물이용과착취전체에반대하는비건동물착취철폐론자로살고있다.이운동들에대한열정을동력삼아활발히글을쓰고그림을그린다.선천성관절굽음증을가지고태어났고,조지아주애선스에서홈스쿨링을하며유년시절을보냈다.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버클리캠퍼스에서미술학석사학위를취득했고,현재뉴욕대학교사회문화분석학과박사과정을밟고있다.테일러가제작한미술작품은CUE예술재단,스미스소니언예술협회,버클리미술박물관을비롯하여미국곳곳에전시되었다.또한조앤미첼재단예술기금·문화와동물기금의지원을받았고,장애와예술두분야를아우르는국제조직VSA에서주관하는신인장애예술가발굴프로그램입선작에서최우수상을수상했다.이책을출간하기전에는주로《먼슬리리뷰》,《예스매거진》,《아메리칸쿼털리》,《퀴파를레》등의잡지에글을발표했다.지금도여러잡지와웹진등에글을쓴다.함께쓴책으로『에코페미니즘:다른동물들및지구와의페미니즘적교차』(2014),『점거하라!:점령된미국의정경』(2011)등이있고,철학자주디스버틀러와가진대담이다큐멘터리〈음미된삶〉(2008,애스트라테일러)의한장면으로삽입되었다.『짐을끄는짐승들』은수나우라테일러의첫번째단독저작으로,2018년아메리칸북어워드를수상했다.

목차

이책에쏟아진찬사4
추천의글아름답고비효율적인세계로의초대·홍은전12
프롤로그닭을실은트럭29

1부|몇가지의깨달음35
1이상하지만진실인37
2장애란무엇인가?43
3동물불구들68

2부|동물윤리를불구화하기103
4말하는침팬지105
5비장애중심주의와동물들118
6동물이란무엇인가?159
7침팬지는기억하고있었다179

3부|나는동물이다183
8원숭이처럼걷는아이185
9동물모욕188
10동물임을주장하기201

4부|자연그대로211
11천생프릭213
12모든동물은평등하다(하지만몇몇동물은더평등하다)218
13새로운식탁사교를위하여259
14고기의낭만화270
15고기:자연재해303

5부|상호의존323
16필요의충돌325
17종과능력을넘어서는돌봄에관하여344
18보조견365

감사의말373
주381
옮긴이후기413

출판사 서평

동물그리고장애인:억압이연결되는순간
“마돈나의<트루블루>가크게흘러나오고있다.아이들은깡충깡충뛰고,빙글빙글돌고,방안을가로지르며뛰어다닌다.나는잔뜩흥분해있다.춤추고싶어.그러나바닥에서몸을일으켜세우며꿈틀꿈틀앞으로나서려고할때마다주저앉고만다.처음한두번은그저우연이라고생각했다.하지만세번째로바닥에넘어졌을때,무언가잘못되었다는걸깨닫는다.바닥에주저앉은채나는미친듯춤추고있는주변아이들을쳐다본다.그리고떠오른생각,‘아,이게바로장애구나’.”
태어날때부터관절굽음증이라는장애를가지고살아온수나우라테일러에게몸이란언제나질문과탐구의대상이었다.테일러는자신의몸이미군이무단폐기한여러독성물질이상호작용해만들어낸혼합물이라고말한다.어머니가그를가졌을때독성물질에오염된수돗물을모르고마셨고,그영향으로그가장애를가지고태어난것이다.장애가있는몸을비정상화하고,장애를순전히극복의대상으로상정하는비장애중심주의가자신을둘러싼환경곳곳에깔려있었던탓에,사는내내자신의몸이똑바르지않으며어디서도환영받지못한다는사실을끊임없이상기해야했다고테일러는털어놓는다.
하지만동물에대한깨달음은그것과는완전히다른방식으로찾아왔다.몸에대한깨달음이굳이깨달을필요도없이당연하게존재하는것이었다면,동물에대한깨달음은어느날갑자기찾아와그를강타했다.그리고몸에대한깨달음보다훨씬더오래지속되었다.‘닭을실은트럭’이안겨준충격에서비롯된그깨달음은‘고기’라는음식에대한자각으로이어진다.어떻게동물들이사과나샌드위치혹은생일케이크와같은범주로묶일수있단말인가?어떻게우리는자기고유의삶의경험과욕망,정서를지닌살아있는존재를한덩어리의고기나한컵의우유와무관한별개의대상으로보게되는가?
이후테일러는어릴때본트럭안에실린수십마리의닭들을그리면서동물을이용하는산업과공장식축산에대해훨씬더많은것들을배운다.그리고비로소어릴때자신이본트럭안의닭들이사실상모두장애를가지고있었다는것을깨닫는다.이깨달음은비장애중심주의가장애인들을비롯해훨씬많은존재들을포괄한다는통찰로그를이끈다.테일러는‘자립’‘생산성’‘효율성’‘정상성’‘자연스러움’등의의미를규정하고측정하는비장애중심주의가우리와함께이지구에서살아가는비인간동물에게도영향을미친다는것을의미심장하게새긴다.
물론동물과장애인이똑같은방식으로비장애중심주의의영향을받는것은아니다.동물들은적어도그들의동물성을치료하기위해의학적개입이필요하다는식으로병리화되지않으며(장애는언제나의학이개입해치료해야할대상으로상정된다),장애인들은(비록자주대상화되기는하지만)명백히고기나물건으로가공되지않는다.이처럼동물과장애인은분명매우다른방식으로소외와지배를경험한다.하지만그구체적인방식은다를지라도비장애중심주의가상대적으로취약한존재들의가치를깎아내린다는점에는의문의여지가없다.그것은“비인간동물과장애인의삶과경험모두를덜가치있고폐기가능한것으로만드는시스템을구축하는데기여”하며,그시스템을통해“다양한억압들”을만들어낸다.

동물은어떻게불구가되는가?:동물산업과공장식축산농장의거대폭력
이처럼비장애중심주의가인간뿐아니라동물들에게도지대한영향을끼친다면,동물은장애와어떤관계를맺고있을까?즉장애라는범주가사회적구축물이라면,동물이장애를갖는다는것은무엇을의미할까?테일러는인간에게고유하며,인간문화안에서유효한‘장애’라는말의의미를비인간동물의삶과도관계짓는다.그는인간의고의에의해‘장애’를갖게되는동물산업내부의동물들에게주목한다.
인간이먹고입고쓰기위해사육하고이익을뽑아내는‘가축화된동물들’에게장애란거의태생이자필연이다.오직인간에게편의를제공하기위해서만존재하는이동물들에게장애는너무나흔하다.신체적극한에이를때까지품종개변을당해태어날때부터장애를갖는것도모자라,평생의삶을자기분뇨를뒤집어쓴채비좁은우리에서보낸다.몸이버티지못할정도로많은젖을생산하도록품종개변된젖소,자신의거대한가슴무게를지탱하지못할만큼살찌워진상태로태어나는닭과칠면조를떠올려보라.
동물들은사육과정에서도지속적으로장애와손상에노출된다.닭,칠면조,오리등조류동물들은마취없이부리절단을당하고,소와염소는(우유생산을위해)‘임신-출산-착유’라는끝없는순환을강요당한다.죽음의순간은또어떠한가.미국의대형육가공업체에서근무한노동자다수의증언에따르면,일주일에대략7만5000마리,즉4초당한마리꼴로돼지가도살된다.“절뚝이는돼지를다룰때가장선호하는방법은돼지가슈트에들어가기전에파이프로죽을때까지패는거야.이걸‘파이프질’이라고하지.”
동물들에대한이런폭력과착취를가능하게하는것은공장식축산이라는거대시스템이다.이시스템은동물이라는존재를철저히인간의욕망을위한수단으로동원한다.이시스템안에서동물들은인간과대등한존재가아니라,오로지인간이먹을고기(식육)와인간이먹을우유,인간이먹을달걀,인간이입을옷등을무한공급하기위해존재하는물건으로취급된다.따라서인간이필요로하는재화의생산에방해가될수있는모든요소는즉각제거될수있고,또그래야한다.
일례로피로,탈수,품종개변으로인한약한뼈,출산후합병증때문에“서지못하는동물들downedanimals”은인간때문에장애를입게되었음에도이들을섭취하게될인간에게악영향을미칠수있다는이유로도살되거나안락사된다.이때안락사란사람들의예상과달리‘인도적인죽음’과는거리가멀다.우리인간은“관통형가축총한발이나총격”혹은“동물을곧바로무의식상태로만들고,죽음에이를때까지완전한무의식상태를유지시키는화학적방법”따위를안락사라고말한다.
감염이발생했을때도동물들은집단사살된다.감염이동물과인간모두에게치명적이지않은경우는물론이고(구제역이바로이경우에해당한다),감염되지않은개체역시모조리살처분된다.공장식축산농장의구조상감염이집단감염으로번질수있고,그렇게되면이윤에거대한영향을미치는재난이닥칠수있기때문이다.말하자면동물들은인간의이익을위해태어나고살다가,또다시인간의이익을위해죽는다.
테일러는이윤과효율이라는기준으로손쉽게내쳐지고살해당하는동물들에게서장애인의모습을본다.그는동물을둘러싼억압과장애인을둘러싼억압이하나의실타래처럼얽혀있다는것을직감한다.“더자세히들여다볼수록동물산업곳곳에장애를가진몸이있다는걸깨닫게된다.또한동물의몸이오늘날미국에서장애를가진몸과마음이억압당하는방식과뗄수없는관계에있다는것도알게되었다.이런생각이떠올랐다.만약동물을둘러싼억압과장애를둘러싼억압이서로얽혀있다면,해방의길역시그렇지않을까?”



누구를위한동물윤리인가?:동물윤리불구화하기
그억압의뿌리를파헤치기위해테일러는기존의동물윤리를점검하고분석하는작업부터시작한다.폭력적인동물산업을떠받치는것은인간이지닌‘동물윤리’그자체일지모른다.공장식축산농장과동물산업의폭력성에대해충분히인식하고그에맞서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운동가들조차동물을‘목소리없는존재’취급하는것이현실이다.그러면서이들은“목소리없는자들을위한목소리”라는구호를내세운다.이구호가의미하는바는명징하다.“자신을변호하거나말하지못하는자들에게목소리를선사”한다는것이다.이런구호는동물을말을하지못하고(목소리가없고),힘없고,약한존재로시사하는동시에,목소리를가진돕는쪽(인간)과목소리없는도움받는쪽(동물)의메워지지않는간극을암시한다.동물의고통에이입하는듯하지만,실제로는동물을더욱더타자화한다.
테일러는인도의정치운동가아룬다티로이의말을빌려이렇게비판한다.“‘목소리없는자’란존재하지않는다.오직침묵을강요받았거나,듣지않으려하기에들리지않게된자들이있을뿐이다.”동물들은자신이무엇을선호하는지끊임없이목소리를낸다.학대당하며소리지를때,막대기,전기봉,전기충격기를피해도망칠때……이것이의사표현이아니라면무엇이란말인가?간혹자신이갇힌우리에서탈출해먼곳으로도망치는동물들의이야기는우리를더욱놀라게한다.2011년자신에게임박한도살을예감하고농장을탈출한젖소이본,더오래전인1968년헨리도어리동물원을몇번씩이나탈출해서관리소장을당황케한오랑우탄푸만추는동물역시자유를갈구한다는것을보여주었다.수년간서커스업계에서일한코끼리재닛은서커스직원들을공격하고,자신을학대하는데쓰이는날카로운금속갈고리불훅bull-hook을벽에세게내리침으로써“동물들을목소리없는존재로보는낡은질서”에균열을냈다.
테일러가더욱더경계하는것은동물옹호운동내부에깊게뿌리내린비장애중심주의다.비장애중심주의는동물옹호운동에서“더지독한방식으로”나타난다.그중가장거센비판을몰고온것은단연피터싱어의‘극한의경우를예시로하는논증’이었다.싱어는비인간동물이인간과같은도덕적지위와권리를가져야하는근거로인간유아나치매환자,혼수상태에빠진사람,지적장애인등추론역량(이성,언어,자기의식)을거의갖지못한다고상정되는‘극한의경우’에속하는이들을제시한다.도덕적판단을내리는것과직결되는이런능력을결여한인간의도덕적지위를인정한다면,이들과비슷한수준의능력을가진비인간동물들에게도덕적지위를부여하지않을이유가없다는것이다.
테일러가보기에싱어의이런논증은상당히문제적이다.그는한존재(동물)의권리를옹호하기위해다른존재(장애인)의삶을완전히짓밟는다.서로다른존재들사이에위계서열을전제하고,그중더가치있는존재를판별하는척도로이성을제시한다.그가인격을위한선결조건으로제시하는역량들은매우주관적인데다인간중심주의적?비장애중심주의적?종차별주의적인틀에박혀있다.‘극한의경우’라는단일범주또한모순투성이다.개개인의차이를고려하지않고서‘지적장애인일반’‘유아일반’‘치매환자일반’에대해논하는것도모자라어떻게지적장애인,유아,치매환자,혼수상태에빠진사람등서로명백히다른이들을하나의동일한범주로묶을수있을까?(이는싱어가강박적으로반복하는“모든조건이같다면”이라는구절에서도드러난다)결과적으로싱어의논증은무수히많은장애인들의삶,그리고그들사이에엄연히존재하는다종다양한차이를지운진공상태의이론에불과하다.
이성은(동물과인간을막론하고)어떤존재의가치를판별하는척도로서막강한힘을행사해왔다.동물실험연구소로팔려가고의로바이러스에감염되고13년을케이지에갇혀지낸침팬지부이의이야기를떠올려보자.대중들이그토록부이의해방을촉구했던이유는무엇이었을까?대중들이부이에게보낸연민과공감이그의언어능력(수어)때문은아니었을까?부이처럼수어를할줄모르는다른침팬지들은왜그런뜨거운공감과지지를이끌어내지못했을까?
우리에게진정필요한것은위계의철학을기준삼아서로다른삶들의가치를대립시키는일에맞서는것이다.위계서열에따라동물의삶과인간(장애인이든비장애인이든)의삶중하나를선택하도록강제하는일이잘못된이분법임을이해할때비로소새로운세계를열수있다.

‘자연스러움’의신화에관하여:동물복지와인도주의적고기운동의모순
싱어의논리는동물복지론과인도주의적고기운동에까지가닿는다.동물복지론자들은공장식축산농장이아닌,지역에있는소규모의‘좋은농장’에서길러진동물을먹는것은전혀문제가되지않는다고이야기한다.“인도적으로기른”고기를선택함으로써“환경악화와동물의고통이라는윤리적문제를해결할수있다”고믿는것이다.이른바‘의식있는’소비자들은실제로“지역”“목초를먹인”“인도적으로기른”“방목축산”따위의어구들에열렬히호응한다.
인도주의적고기운동의중심에는“자연nature”이라는개념이있다.하지만테일러에따르면자연은“동물착취및상품화를정당화하는이들이사용하는가장흔하고강력한수사학적도구”에지나지않는다.이운동을신봉하는이들은인간이동물을착취하고상품화하는것,동물에게해를끼치는것을정치적인것이나착취로그리지않고그저“세상의이치”로그린다.‘동물들이다른동물을먹는건너무나자연스러운일이니,인간이동물을먹는것또한그렇다’는논리다.
이들은정작자연개념을둘러싼복잡한맥락들,즉자연에대한인간의이해가역사적으로변화해왔다는사실을간과한다.그이해는문화적차이에따라서도크게달라진다.지금껏인간은인간의가치체계와권력구조안에서자연을바라보고해석해왔고,따라서자연에대한우리의해석은인간의문화,편견에깊이뿌리내리고있다.그것이인간의동물지배라는유서깊은역사적패러다임의실체이자,지금우리가상상하는‘자연’의실체이다.인도주의적고기운동은자신들의윤리적신념을강화하기위해스스로만들어낸자연의이미지에호소하고있다.
심지어그들이지지하는소규모농장의생산공정은사실상공장식축산농장의그것과별반다르지않다.거주환경을비롯해몇가지세세한부분이다르긴하지만,지역기반의소규모농가역시동물의삶과재생산체계를심각하게착취하는서사를공유한다.그런데어떻게그런착취를두고‘자연스럽다’고말할수있을까?

비거니즘을불구화하는비거니즘을위하여
지금까지의논의를종합해보면,현실에서우리가택할수있는유일한선택지는베지테리언혹은비거니즘으로보인다.실제로테일러자신도수년째비건의삶을지속하고있다.그러나비거니즘에대한테일러의관점은그리단순하지않다.그는‘비거니즘’이라는정치적선택에동반되는복잡하고미묘한삶의층위들을세심하게고려한다.비거니즘이라이프스타일이나소비자주의그이상이되어야한다고믿기때문이다.
그러나비거니즘은종종경제적으로부유한사람들의식생활혹은소비품선택으로간주된다.구매력에기초한개인의건강및체형관리방식,이것이오늘날의비거니즘을정의하고규정한다.테일러는이처럼비거니즘을음식물과소비품선택으로환원하는것에반대하며새로운비거니즘운동의필요성을역설한다.그가상상하는비거니즘은동물의상품화와도살을정당화하는비장애중심주의에반대하는급진적입장이자,“동물을위한정의가장애인을위한정의에반드시필요하다고믿는정치적인입장”이다.비거니즘의이런정의justice는“먹고입고쓰는것을통한”신체적실천으로구현된다.
이때중요한것은현실적으로비거니즘을선택할수없는사람들,이를테면신선한야채나과일같은건강한음식물보다값싸고구하기쉬운패스트푸드에의존해야만하는조건에처한사람들을배제하지않는것이다.비거니즘의기존모델이구매력을강조하며상대적으로가난한사람들을비거니즘실천에서배제했다면,새로운비거니즘은“정치적으로비건임에도비건음식으로살아갈수없는사람이있을수있음”을인정한다.이를테면테일러자신처럼홀로식사를준비하기어려운이들이나동물실험에반대하는장애운동단체DIIAAR의활동가도나스프링처럼심각한건강문제로비건식사를하는일이극히어려운경우가여기해당한다.
이런사람들의실천을포괄할때비거니즘은비로소비건이되는데따르는어려움이“단지개인적인층위가아니라구조적인층위,즉사회적이고정치적이고경제적인것에서비롯된다는점”을인정할수있게된다.또한그것은인간중심주의와종차별주의,그리고동물에대한폭력에저항하는방식이비거니즘외에도무수히많다는것을인정하는일이기도하다.우리는각자의삶에존재하는모순과직면하면서도동물이겪는착취와고통에눈감지않는방법을모색해야한다.

서로다른동물들의의존을꿈꾸며
인간인우리가동물들이겪는불의를무심코지나치지말아야하는이유는무엇인가?더나아가그들의억압이근본적으로우리의억압인이유는무엇인가?그건다른무엇때문이아니라우리가바로동물이기때문이다.지루할정도로당연한이사실을우리는끊임없이잊고또잊는다.
테일러는자기자신의몸형상에서동물을느낀다.이느낌은일종의교감으로,대부분의장애인들이동물과비교당했을때느끼는수치심과는거리가멀다.동물성을인식한다는것은그에게“내몸이나다른비규범적이고상처입기쉬운몸들이자신의주변세계를움직이고,보고,경험하는방식으로존엄성을주장하는것”이다.이것은결코비유가아니다.
정확히말하면,우리가바로동물이다.‘자신이바로동물’이라는그감각을테일러는자신의동물화된부위와움직임을통해느낀다.얼굴과입을사용해가방에서물건을꺼내는그는입과이빨을이용해훌륭한보금자리를만드는반려견베일리의움직임을온몸으로이해한다.자신과베일리가유사한몸짓을공유하고있음을인식하는것이다.이는동물화가일정한역할을해온프릭의오랜유산을긍정하는일부프릭공연가들의의식과도통하는지점이있다.우리자신의동물성을자각한다면반려동물은물론가축화된동물들과우리의관계도새로운방식으로정의할수있지않을까?그들과우리를서로다르지만대등한존재,즉동물로인식한다면어떨까?
마찬가지로우리가‘의존’에대해서도다른관점을취한다면어떨까?테일러의말대로,동물이인간의돌봄에의존하는것을꼭부정적인것으로간주할필요는없을것이다.우리가가축화된동물들의의존과장애인의의존을그토록불편하게여기는건,의존이전에없던‘친밀성’을요구하기때문일지도모른다.하지만모든존재는실제로‘끔찍이친밀한방식으로’타자에게의존한다.의존이품위의상실과관련된다는생각은의존그자체가아니라“의존에응답하는우리의방식”에서비롯된다.
“가축화된동물들의의존을장애해방이라는틀로바라본다면,동물착취문제를푸는새로운해결책을모색하고,가축화된동물과우리의관계에도제3의길을열수있을지모른다.가축화된동물들이우리삶과세계에기여하는방식에(더이상)도살을포함하지않도록진지하게고려할수있을것이며,공동의의존,공동의취약성,공동의생존욕구를깨달을수있을것이다.또한돌봄을필요로하는이들이자신의삶과감정그리고자신이받고있는돌봄에대해전하고자하는바를들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