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권은인권이다.그리고우리모두를위한것이다”
트랜스젠더운동가리키윌친스의
생생하고간결한퀴어이론,젠더이론입문서!
비장애인백인트랜스섹슈얼레즈비언페미니스트인리키윌친스는젠더표현과젠더정체성에대한권리를특정정체성의문제를넘어‘모두의문제’로확장하며사람들을연결하고자투쟁해온사회운동가다.1952년에태어나20세기중후반여성/동성애자/트랜스젠더의권리운동이활발하게전개된시대를살아온리키윌친스는정체성을중심으로나뉜장에서모두가맞물린문제로서의젠더문제를조명했다.이에따라‘모든사람을위한젠더권(genderrights)’이라는원칙아래1995년젠더권옹호연대(이하젠더팩)를설립한인물이기도하다.
젠더표현과젠더정체성에관한개인의권리를뜻하는젠더권은한마디로“다를수있는권리”에대한요구다.젠더권이인권이자모두의문제인이유다.남자아니면여자로만나뉘는젠더이분법의세계에서이쪽도저쪽도아닌존재,둘사이경계에위치한존재,이쪽과저쪽을가로지르는존재들은수많은문제에직면한다.차별과혐오는물론이고건강,교육,노동,주거등삶의기반을이루는대부분의영역에서정당한권리를보장받기도어렵다.
대부분의경우이들은여성,동성애자,트랜스젠더라는정체성으로호명되어왔다.그러나저자는이세가지정체성정치를관통하는핵심에젠더문제가있다고말한다.젠더이분법이공고하게작동하는사회에서‘진짜여자같지않은여자’‘남자가되려는여자’‘남자를좋아하지않는여자’는여성혐오,동성애혐오,트랜스젠더혐오어느하나로도온전히설명할수없는,복합적으로맞물린차별과혐오를마주한다.
저자는정체성의이름으로포착되지않는대표적인존재로서인터섹스를이야기하며정체성중심으로전개되는권리운동의한계를날카롭게지적한다.20세기중후반정체성정치가이뤄낸성과를존중하고환영하면서도,그성과를위한‘전략적선택’으로간과되었던젠더문제를정체성정치의한계로지적하며새로운연대의중심으로젠더권을제시한다.
총3부로구성된이책에서윌친스는여성/동성애자/트랜스젠더의권리운동사를‘젠더문제’로관통하며다시살피고(1부),젠더이론,퀴어이론의기초가되는철학자들(자크데리다,미셸푸코)의작업을비롯해의학,과학,법학,역사등지식체계를지배해온이분법을해체한이론가,연구자들을소개하며(2부),퀴어이론의창시자로꼽히는주디스버틀러와정체성정치학,그리고정체성정치를넘어서는새로운정치적실천으로저자가도모했던젠더권운동을이야기한다(3부).
한편,2004년미국에서초판이출간된책을2021년한국에서만날독자들이읽고느낄수있는시차를좁히기위해연구자,활동가,옮긴이가한마음으로목소리를보탰다.《퀴어이론산책하기》를펴낸퀴어페미니즘장애학연구자전혜은은이책으로퀴어이론,젠더이론에입문할독자에게필요한이론적배경지식을더하며입문자들을위한길잡이로서의해제를보탰다.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셰어SHARE대표나영은“모든이들의‘자기자신으로살아갈권리’를위한촘촘한질문의여정”으로이책을요약하며“운동현장에서의생산적논쟁을열어주는고마운책”이라는추천의말을보탰다.문화연구자이자이책의옮긴이인시우는책에서술된당시의시대상을꼼꼼히알려주고,정체성정치와젠더팩을둘러싼논쟁을보다상세히설명하는후기를통해독자의정교한이해를돕고자했다.
모두가맞물린젠더문제
1부는여성/동성애자/트랜스젠더권리운동의역사를속도감있게살펴보는것으로시작한다.1960년대부터1990년대초반사이미국,서로영향을주고받기도,갈등을빚기도하며활발하게전개된이세운동을살펴보는이유는정체성정치의성취와한계를되짚는작업이자,젠더문제가정치적의제에서어떻게나타났다사라지고다시나타나게되었는지를확인하는주요한방법이기때문이다.동성애자권리운동과트랜스젠더권리운동의전개과정에서트랜스단체를만들고활동하며깊이관여했던저자의경험은‘트랜스집단을포용’하는문제로떠들썩했던1990년대의상황을더욱생생하게전달한다.
가장먼저다뤄지는여성의권리운동은젠더권이모두의문제임을확실하게환기하는장이다.여성운동의전개를속도감있게좇는저자는2000년대에이르러마침내여성이‘남성적인’직업을갖고‘남성적인’권력을행사하며‘남성적인’영역에서성공하는일이받아들여진시대에도여전히‘남성적인존재가되는’일만큼은용인되지않는다고지적한다.
한편여성의남성적인젠더표현을지지했던레즈비언페미니스트들은이따금최악의분리주의를택하기도했다고저자는말한다.“분리주의는때때로레즈비언페미니스트들이트랜스젠더집단에대해기계적인적대감을갖도록만들었으며,이는특히학계에서두드러졌다”(37쪽)라는말은현재한국사회에서페미니즘의이름으로행해지는트랜스젠더혐오와결코무관하지않은대목이기도하다.
여성운동과마찬가지로젠더문제와떼려야뗄수없는권리운동은동성애자권리운동이다.저자는동성애자권리운동이젠더문제를끌고나갈수밖에없었던이유로다음의두가지를꼽는다.첫번째는도덕적인이유로,퀴어운동이확장되는주요한계기인스톤월항쟁의중심에드랙퀸과비백인트랜스집단이있었던것이다.‘눈에띄는퀴어’로서숨을수없는존재였던이들은,바로그이유때문에퀴어커뮤니티의대표자역할을오랫동안감당하며억압의시대에서감내해온상처가있었다고저자는말한다.두번째이유는젠더가상징의언어라는점에서,적지않은동성애자가어떤식으로든젠더규범을넘어서며동성애자‘로’인식된다는것이다.
이에따라한동안젠더문제는동성애자권리운동의주요한의제였으나,보수주의자들의젠더공격이시작되자동성애자권리운동은적극적으로규범에순응하는전략을취한다.“우리는이성애자여러분과똑같습니다.단지동성과섹스할뿐이죠.”(53쪽)젠더와성적지향사이에확실한선을긋고,젠더이분법에전제한‘정상성’을강조하는전략을택한동성애자운동은분명그나름으로큰성취를이루었다.그러나윌친스는동성애자운동이젠더문제는물론,퀴어함에서도물러나기시작한바로그이유때문에공론장에서젠더문제가사라지고,젠더는새로운‘동성애’가되었으며,아울러‘티부(티나는부치)사절’과같은동성애자커뮤니티내부의혐오에대한책임까지도안게되었다고덧붙인다.
1990년대,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이주축인성소수자운동에‘트랜스집단을포함할것’이강하게요구되는새로운흐름과함께젠더문제는다시부상했다.“트랜스젠더는언제나이곳에존재했다.다만동성애자커뮤니티의커다란깃발아래머물러있었을뿐이다”(62쪽)라는저자의말처럼이전까지트랜스젠더는동성애자,또는퀴어로존재했다.트랜스젠더라는용어의등장과함께이들은새롭게‘구분’되었고,1960년대버지니아프린스(트랜스젠더라는표현을대중화하는데중요한역할을한활동가)의활동이후‘트랜스젠더혁명’의토대가마련된것이다.1990년대를전후로사회적소수자에서정치적소수자로인식의변화를경험한트랜스섹슈얼들은트랜스젠더네이션이나트랜섹슈얼매너스같은트랜스섹슈얼단체의설립으로결집하며활발한운동을전개한다.이에따라LGB(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에T(트랜스젠더)를더하려는동성애자단체의실질적인노력이전개되었고,성소수자운동은커다란전환기를맞이했다.1990년대후반에이르자거의모든동성애자단체가LGBT라는표현을단체소개나사명선언문에명시하게되었고,인텔,애플,나이키와같은대기업들에서는‘젠더보호조항’을신설하기에이른다.
그러나이모든변화에도불구하고,저자는젠더문제가트랜스섹슈얼의문제로머물러있는상황을문제로지적하며여전히논쟁적인주제로남아있는젠더권을불러온다.젠더문제를철저히트랜스집단의문제로국한시키는여성운동과동성애자운동의인식에대한문제제기와함께,트랜스집단내부에만들어진새로운위계(호르몬요법을받거나수술에대한생각이없다는이유로‘진짜’트랜스젠더가아니라는말을들었다는이야기등)의문제를인식하고,나이,인종,계급,장애와의교차성이간과되는상황을염려한다.
더넓은젠더패러다임을인식하기위해
젠더문제가정치적인문제로가시화되는데기폭제로작용한첫번째요인이트랜스젠더운동의등장이라면,저자가두번째요인으로꼽는것은포스트모더니즘시기퀴어이론,젠더이론의출현이다.2부는저자가자신의삶을설명할길이없었던삶에언어를쥐여주었던포스트모던이론을비교적쉬운설명으로풀어쓴부분이다.4장데리다와의미의정치학,5장푸코와자기의정치학,6장푸코와규율사회,7장서로반대되는섹스라는말은가능할까,총4개의장으로구성된2부는자크데리다와미셸푸코철학의주요개념,그리고섹스가구성된역사를연구한토머스라커의논의를중심으로퀴어이론,젠더이론의핵심적인개념과지식을간결한문장들로서술한다.이를통해독자는‘퀴어한’세계를상상하지못하게가로막혔던인식의벽들을무너뜨리고,들어맞지않는몸,언어가없었던몸을설명할수있는가능성을발견할것이다.
저자는포스트모더니즘을“빼앗긴이들의철학이자,말할수없고주변화됐으며그저지워져버린몸과젠더에제격인철학”(104쪽)이라고말한다.“차이에대한적대감,젠더이분법이라는지독한코미디,내몸에대한[다른이들의]끊임없는주장,정체성의불가능성.포스트모더니즘은내가나의세계를탐험할수있게해준도구였다.아마도다른존재로사는누구에게나,다르다고느끼는누구에게나포스트모더니즘은같은도움을줄것이다.이책을너무나쓰고싶었던이유도이도구를다른사람과함께나누고싶었기때문이다”(22쪽)라는서문에서의고백이어떤이야기인지구체적으로풀어나가는것이2부의내용이다.
윌친스는데리다,푸코,토머스라커에기대어동성애,인터섹스,반대되는성을가능하게하는가정을해체하고,자기자신에대한정치학을비판하며,새로운형태의권력으로서담론을이야기하고,드랙이나트랜스몸과‘진짜’몸사이의구분또한해체한다.독자는2부를통해젠더이분법을중심으로우리가인식하는세계를둘러싼모든이분법을의심하게될것이며,섹스까지도구성된것이라는사실,즉글로표현되는언어뿐만아니라시각적으로나타나는몸의언어역시투명하지않다는사실을마주하게될것이다.
들어맞지않는몸과정체성정치
3부는인터섹스셰릴체이스의이야기로시작한다.생후18개월까지남자아이로자란‘찰리’가난소를가지고있다는이유로성기절제수술을받고‘셰릴’이된과정은언어로실재하지않는몸에가해지는이분법적인담론의폭력,이를바탕으로하는의학의폭력을보여준다.들어맞지않는몸에‘진짜섹스’를요구하는‘정상성’의강요가어떻게이뤄지는지인터섹스셰릴을둘러싼이야기가증언한다.
대표적인문제는의학과정신의학에서나타났다.인터섹스유아에게행해지는성기절제수술은‘남자’아니면‘여자’라는이분법에맞추어‘정상적인’아이로만들기위해이뤄지는성기성형수술이다.정신의학에서는이분법적젠더에순응하지않는어린이에게젠더정체성장애진단을내린다.젠더비순응자체를정신질환으로규정하는방식은2013년부터‘젠더위화감’이라는불편감에주목하는방식으로변경되었지만,그이전까지수많은젠더비순응적어린이들은행동수정,정신병동입원,향정신성약물처방같은‘치료’를받았다.저자는이러한‘치료’가“성인시기의동성애를예방하도록고안”(228쪽)되었다고지적하는동시에,3세어린이는활동가들이대표하는동성애자정체성을갖지않기때문에이문제가정체성정치에서다뤄지지않는다고꼬집는다.
인터섹스성기절제수술을받은셰릴은여러방식(성기가절제된여성,성기가절제된남성,트랜스젠더등)으로이해된다.저자와셰릴은인터섹스성기절제수술이당사자의동의없이이뤄지는문제를해결하는데도움을요청하고자여성/동성애자/트랜스젠더단체를찾지만모든단체가그것이왜‘여성/동성애자/트랜스젠더이슈’인지를되묻고,저자는각단체가기초한정체성에맞추어인터섹스성기절제수술이여성/동성애자/트랜스젠더이슈인이유를설득했던경험을털어놓는다.저자는어떤단체도이문제를배제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