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 산들 분다 (어느 책벌레의 빈둥빈둥 산촌 이야기)

산들바람 산들 분다 (어느 책벌레의 빈둥빈둥 산촌 이야기)

$20.15
Description
“최성각의 글들은 아름답고 힘차다. 꼭꼭 눌러 담겨 허튼 데가 없다.”

좋은 산문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
산문정신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는 책!
최성각의 ‘폼나게 빈둥거리는’ 삶
“자주 소리 내어 웃고, 바로 옆에 누가 있는지 정신 차리고 알아보는 일,
그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내 시간의 온전한 주인으로서 살아온 삶

“최성각의 글들은 아름답고 힘차다. 꼭꼭 눌러 담겨 허튼 데가 없다. 길건 짧건 다르지 않다. 그는 삿된 꾸밈새나 비본질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가 진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시인 김사인)
시인 김사인의 말처럼 최성각의 글은 아름답고 힘차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인간과 이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최성각의 산문이 지닌 힘이자 매력이다.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 《산들바람 산들 분다》도 마찬가지다. 최성각의 글이 늘 그렇듯이 이 책에도 “내 시간의 온전한 주인으로서” 살아온 자유인의 거침없는 삶의 성찰이 담겨 있다. 그가 늘 견지해온 생명에 대한 애정은 물론 그가 살아온 일상이 아름답고 힘찬 문장에 가득 담겨 있다. 그야말로 좋은 산문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 산문정신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이런 최성각의 글을 두고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그러나 아직도 찾아보기 어려운, 진정한 문학적 발언에 속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성각은 1990년대 초 서울 상계동 쓰레기 소각장 반대운동에 이어 1999년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이라는 환경단체를 만들며 환경운동을 펼쳐왔다. 특히 ‘풀꽃세상’은 새나 돌멩이, 조개, 지렁이 등 비인간에게 참회와 감사의 환경상(풀꽃상)을 드리는 방식으로 환경운동을 벌여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4년 동안 여덟 차례의 풀꽃상을 드린 뒤 ‘풀꽃세상’을 회원들에게 넘기고, 2004년 강원도 춘천 외곽의 골짜기 툇골로 들어가 산촌생활을 시작했다. 《산들바람 산들 분다》는 최성각의 18년여의 툇골 산촌생활 기록을 모은 것이다.
저자

최성각

사람들이‘환경운동하는작가’라고부른다.그런작가가많지않기때문일것이다.젊은날두차례신춘문예당선이후《잠자는불》,《택시드라이버》,《부용산》등몇권의‘소설집’도펴냈으나2000년도초서울상계소각장건설소동에휘말린이래환경운동에뛰어들게되었다.
1999년화가정상명님의작고한따님의이름인‘풀꽃’에서따온‘풀꽃세상을위한모임’이라는환경단체를만들어서새나돌멩이,조개,지렁이등비인간에게참회와감사의환경상(풀꽃상)을드리는방식으로환경운동을벌였다.‘풀꽃운동’은한국환경운동사에처음출현한심층생태학에바탕을둔시민운동이었다.새만금을살리기위해‘삼보일배’,‘생명평화’같은,없던말을만들었다.4년동안여덟차례의풀꽃상을드린뒤.당시‘시민있는시민운동’이라는평가를받았던‘풀꽃세상’을회원들에게넘기고,2003년‘풀꽃평화연구소’라는임의기구체를만들었다.이듬해인2004년춘천외곽의골짜기툇골에들어와서연구소를돕는사람들과같이텃밭도가꾸고땔감도마련하고,거위도키우고버려진나무들로이것저것만들면서산촌생활을시작했다.조금일하고많이노는것을결사적인목표로삼고마침내생계노동에서벗어난‘기쁨의노동’을추구하고있지만,여전히갈팡질팡비틀거리는게일이다.
조금더나은세상을위해운동을하든,자기표현이라는욕구에부응해서글을쓰든,여기존재하는이유는자기삶의주인으로서조금이라도더폼나게빈둥거리기위해서라고생각한다.
지은책으로생태소설집《쫓기는새》,《거위,맞다와무답이》,《사막의우물파는인부》,생태산문집《달려라냇물아》,《날아라새들아》,환경책독서잡문집《나는오늘도책을읽었다》,《욕망과파국》등이있다.요산문학상,교보환경문화상등을받았다.

목차

들어가는글_나는언제나폼나게빈둥거리고싶었다.

봄,마른낙엽을밀어내는원추리새순

봄이오니마당의짐승들도바빠지네
히말라야당나귀’한마리를키울것이다
오두막지붕에올라고광나무꽃향기에취하다
로렌스의뱀과나의척사툇골도
장닭을잃었건만,내가할일은없었다
올해에도논에물을대신앵두할아버지
논이사라지고있습니다
아주작은마을까지엄습한종자전쟁
‘길’에관한다섯개허튼소리

여름,개울에빠진거위

버려진것들의생명력
내등판은거위놀이터다
이젠사람이아니라거위를섬길때다
쥐와싸우면못이긴다
정자기둥을잘라평상을만들다
철근이와구리
오두막한채는내오래된꿈이었다
깻잎이자야한다
배나무지팡이
감히파리채로뱀을기절시키려들다니
버들치가사라지니웅덩이도죽었다
사라진물까치,녹고있는빙하
오남매숯가마이야기

가을,밤송이속에파고드는달빛

초가을텅빈산길30리
뽕잎따는날
저수지옆,숲에서만난소년
가래나무아래에서‘생명평화’를생각하다
가래나무내친구
가래알을씻어말리면서
시드는풀을바라보며배운다
달밤에말벌집을떼내다
땔감을마련했으니,겨울이여어서오시라
빼빼의일생
뱀을만나야한다

겨울,적설에부러지는귀룽나무가지

시골에뿌리내리는법
산촌의겨울
제복(祭服)과땔감
우리를행복하게하지않는일들을묵살하기
거위와같이사는이유
흰둥이’의짧고도고독했던일생
산촌의겨울고라니
겨울밤,우리봉단이
세밑의들기름한병
봄을기다렸던나의이웃,박나비
봄이오면접시꽃을심어야한다

나가는글

출판사 서평

“행복하기위해빈둥거리는게아니라
폼나게빈둥거리니까행복한것”

최성각에게툇골이란어떤의미인가.
“나이들어내가들어온마을이름은‘툇골’이었다.나는‘퇴(退)’자가좋았다.실제로마을은막힌마을이었다.‘툇골까지’는가능했고,툇골을경유해서다른마을로갈수는없었다.내게는막힌길(마을)이실제로는출로(出路)로여겨졌다.이곳에서나는새세상을만나고자했다.그길은누가대신찾아줄수없는길이었다.그길을찾는데남은생을사용해도괜찮은일이라고생각했다.”(231쪽)
‘툇골〔退谷〕’이라는지명은조선시대어떤선비가들어왔다가,너무외져살기힘들어나갔다고해서붙은이름이다.최성각은“물러나고,관두고,피해버리고,떠나버리고,에둘러돌고,자신을다른곳으로옮긴다”는뜻의‘퇴’자가좋았다고고백한다.오십즈음에책보따리를잔뜩들고툇골로들어온뒤지금까지그는이곳에서‘폼나게빈둥거리는’삶을살아가고있다.“내가나라고말할수없는일들은극구피하려고했고,그런목적을실현하기위한최상의방법은폼나게잘빈둥거리는것이라는것을깨달았다.행복하기위해서빈둥거리는게아니라폼나게빈둥거리니까행복한것이라는것을아는데에참오랜시간이걸린셈이다.”(7쪽)
최성각은이‘폼나게빈둥거리는삶’또한또다른저항이라고말한다.피에르신부가말했듯이텃밭하나를제대로가꾸는것도소비사회에대한분명하고도확실한저항이라고말이다.“처음에는한심해보이는내산촌살이가도피가아니라그자체로하나의숭고한선택이었으므로경쟁과속도와효율이숭배되는세상에대한일종의항거로간주되기를바랐다.겉으로는빈둥대는것처럼보일지라도‘시간부자’로서삶의존엄을확보하고,쓸데없는도모를포기함으로써얻는자유로움을선물처럼감사했다.”(6쪽)
이곳툇골에서그는텃밭을가꾸고,나무를심고,땔감도마련하고,거위도키우고,오두막을짓고,버려진나무들로이것저것만들면서‘제대로빈둥거리는삶’을살아가고있다.조금일하고많이노는것을목표로삼고마침내생계노동에서벗어난‘기쁨의노동’을추구하고있다.그리고깨달은것.“무엇보다도세상은쉽게달라지지않지만,사람은매일달라질수도있다는것을배웠다.가장큰배움은우리가사실이행성에서아무것도아닌존재라는것,그리고본래이행성의주인이아니라는의식을지닌겸손한존재로서처신해야한다는것이었다.자주소리내어웃고,자주춤을추고,바로옆에누가있는지정신차리고알아보는일,그것보다중요한일은없다.”(7쪽)

‘맞다’와‘무답이’,‘철근이’와‘구리’
“거위는그자체로눈부시고아름다운생명체”

거위를빼놓고최성각의툇골생활을말할수없다.툇골에서18년여를지내는동안거위와15년을함께보냈다.“돌아가신부모님을거위대하듯섬겼더라면진작효자소리를들었을”정도로그는거위를모시듯섬겼다.자신의두딸이자랄때에도거위에게했던것만큼지극했던가묻고싶을정도로거위를보살폈다.“때맞춰먹을것을챙겨주었고,물을갈아주었고,열심히채소나과일을썰어주었고,튼실한알을낳으라고멸치나계란껍데기를갈아주었습니다.사람이있을때에는늘마당에풀어주어운동도열심히시켰지요.연구소사람들은제가거위에게너무나지극정성인것을보고비웃기조차했습니다.마당의개보다저는거위를돌보는일에더집중했습니다.아마어린것들이기때문에그랬을겁니다.”(140쪽)
처음툇골에거위를들인이유는뱀때문이었다.아는선배한분이거위가뱀을쫓아낼거라고말했기때문이다.〈내등판은거위놀이터다〉는거위와첫대면하기위한고군분투의기록이다.거위를구하기전에거위집부터짓는풍경이며,이곳저곳을돌아다니다부화장에서겨우거위를구한장면을읽으면슬며시웃음이배어나온다.부화장에서툇골로돌아오는길,세상에관한비관적인대화중에새끼거위한마리가“귁,귁”하고우는것이꼭“맞다,맞어!”하는소리로들려서그거위에게‘맞다’라는이름을지어주었고,아무소리도안낸거위의이름은자연스레‘무답이’로부르게되었다.툇골에도착하고두마리의새끼거위가거위집으로들어간순간을최성각은‘신화적순간’이라고말한다.“거창하게들릴지모르지만,신화적순간은또있었다.연구소마당에맞다와무답이를라면박스에서풀어놓은뒤,이미오래전에잘지어놓은거위집으로모시던순간이그때다.녀석들이처음으로자기집으로들어가는순간은두번되풀이될수없는일이었다.최초로딱한차례,자신들을위해정성껏마련해둔곳으로입주하는것이었다.”
최성각에게이‘맞다’와‘무답이’는굉장히소중한존재다.《거위,맞다와무답이》(실천문학사,2009)라는제목의생태소설을쓸정도로두마리거위는최성각에게많은영감을주고,생명에대한새로운개념을안겨준존재다.그리고‘맞다’와‘무답이’가수리부엉이로짐작되는날짐승에게습격을당해세상을떠난뒤(“맞다와무답이의죽음은오랫동안툇골에살던사람들을깊은슬픔에서헤어나지못하게만들었다”),다시‘철근이’와‘구리’(어떤맹금류의발톱도파고들지못하도록쇠붙이이름을붙여준것)를툇골에데리고올정도로거위에대한사랑은지극했다.
이책에는거위이야기가수없이등장한다.이토록거위이야기가많은이유를최성각은〈들어가는글〉에서이렇게밝히고있다.“다른이야기들에비해특히거위이야기가많은까닭은원고청탁을받고글을쓰려고하는순간,마당에서거위가큰소리로??거리거나달밤에하얀거위가조용히날갯짓을하면,나도몰래쓰려고하던다른이야기들을접고거위이야기를쓰게되었기때문일것이다.거위의기가그토록강했던것이다.”(5쪽)

아무때나,척사툇골도,민들레길,앵두할머니…
“모든‘관계’는이름짓기에서부터시작된다.”

최성각이새로운단어를만들어우리가지금껏사용하는것들이꽤있다.2003년새만금살리기운동당시처음등장한‘삼보일배’.최성각은이행위에‘삼보일배’라는이름을붙이고본인이직접실행한바있다.그후삼보일배는‘저항의행위’를상징하는단어가되었다.‘생명평화’라는말도최성각이새만금살리기운동당시만든합성어다.요즘하나의장르가된‘환경책’이라는단어도역시최성각이만들어퍼뜨린것이다.해마다열리는‘환경책큰잔치’또한최성각의제안으로시작되었다.이렇듯최성각은우리사회가직면한환경위기,자연파괴의심각성을새로만든단어를통해고발하고,확장시켰다.
‘삼보일배’‘생명평화’‘환경책’등이우리시대의개념확장을위한이름짓기였다면,이책에등장하는이름들은‘관계’를위해새로만든것이다.“이름을짓는다는것은참중요하다.너무나도유명한김춘수시인의시처럼,어떤사물에이름을짓는순간그사물은이름이없을때와는다르게이름을부르는사람의삶에삽입되고개입하기때문이다.때로는이름을지은사람이사물을간섭하고,때로는사물이사람에게영향을미치게도된다.이른바모든‘관계’는이름짓기에서부터시작된다.”(16쪽)
거위들에게‘맞다’와‘무답이’,‘철근이’와‘구리’라는이름을지어주고부르는순간거위는그냥보통의거위가아니라‘내가섬겨야할’대상이되었다.“그들이연구소마당에들어서는순간,뱀을퇴치할지도모른다는그들의효용은까마득히잊어버렸다.단지그존재만으로도이미그들은할일은다하고있는것같았다.”
책에는재미있는이름들이무척많이등장한다.최성각은사람,동물,길등에이름을붙이고,그에대한존재의미를진하게풀어놓는다.그이름들에얽혀있는이야기들을읽으면삶은더풍성해지고,아름다워지는것을느낄수있다.

*아무때나:아무때나울어젖히는장닭의이름.족제비에게머리를잘려죽었다.“시골은속수무책에불가항력의일들이늘일어난다.새생명이태어나기도하고,닭들이죽음을당하기도하고,풀들은무섭게자랐다가때가되면힘없이스러지기도한다.”
*척사툇골도(斥蛇退谷刀):툇골에자주나타나는(다양한)뱀을(전격적으로)배척하는창.“그들은내가그무시무시한무기들을‘사용하지않기위해’제작했다는것을죽었다깨어나도모를것이다.”
*배배꼽:20만킬로뛴하얀색트럭을지암리이장한테한푼도못깎고100만원에구입했지만,차가굴러가고짐을싣고내리기위해든수리비가더들어서붙여준이름.“트럭의짐칸에땔감이든,거위한테줄싸래기포대든,버려진것들중에얼마든지다시재사용하거나재활용할수있는것들이든,뭣이든가득실리면기분이좋아진다.”
*빼빼:빼빼말라보이는강아지에게붙여준이름.자주굶고,자주얻어맞았던빼빼는새주인을만나17년간호의호식하다세상을떠났다.“빼빼는지난겨울에세상을떠났어야할생물이었다.그러나주인의극진한사랑으로화사한봄과이내닥친폭염,그리고시원한가을을한번더누렸는데,사랑은때로순리를역행할수도있다는것을보고,알게되었다.”
*봉단이:홍명희의《임꺽정》의등장인물에서따온강아지이름.“엄동설한속에서봉단이가이겨내고지켜온것은단지겨울의추위만은아니었을것같습니다.어느추운날저녁,봉단이와곧봄이올것이라고,조금만참자고서로마음을나누었습니다.”
*앵두할머니,앵두할아버지:선량하기짝이없는할머니가웃으실때볼이발그스레한모습이꼭앵두같다고해서,‘앵두할머니’라부르기시작했다.할머니별명으로인해할아버지는자연히‘앵두할아버지’가되었다.
*민들레길:개인도서관인연구소에이르는길이온통노란민들레꽃으로뒤덮이자붙여준이름.“나는이길을오르내리면서매번수혈이되었다.몸속탁한피가빠지고민들레빛새피로채워지니걸음은나도모르게춤이되었고,몸짓은출렁출렁흐느적흐느적두리뭉실노래가되었다.”

“모두들,참겸손한마음으로
다른삶을모색해야할텐데,싶습니다.”

이책의큰주제를말하라고하면‘다른삶을모색하기’일것이다.최성각은잘알려져있다시피‘환경운동하는작가’이다.그간‘환경운동’에대해수많은글을써왔고,그글들은늘큰울림을전해주었다.퇴골생활기록만을모은이책에도우리사회에대한성찰이가득담겨있다.최성각이우리구성원을향해주장하는건단순하다.우리인간은본래이행성에서아무것도아닌존재라는것,그래서겸손한존재로서다른삶을모색해야한다는것.자연생태계와인간이공존할수있는방법을찾아야한다는것.무엇보다인간중심주의와성장일변도의사고관을버려야그나마파국으로치닫는이세상을조금이라도구할수있을것이라는것.
하지만가능할까?아직은비관적이란걸모두가알고있다.그래도한걸음,한걸음길이아니면가지말자고최성각은말한다.“깨끗한들판이기는커녕걸레처럼만신창이가다된타락한물신(物神)의들판,그리하여회복불가능할지경으로오염된들판이아니겠는가.산하가그렇고,정신의들판이그렇다.설사그렇더라도난행(亂行)은안된다.이럴때일수록단정하게한걸음,한걸음,길이아니면가지말아야한다.”(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