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돌로지 (전복과 교란, 욕망의 놀이)

퀴어돌로지 (전복과 교란, 욕망의 놀이)

$18.83
Description
[퀴어×아이돌] 이토록 퀴어한 세계
둘 이상만 모여 있으면 반드시 누군가는 커플을 엮고 있는 세계, 윤리적이지 않은 생산자와 윤리적이려고 노력할지언정 윤리보다는 욕망이 중요한 소비자가 만들어내는 급진적 세계, 취향으로 모여 퀴어함을 ‘착즙’하는 세계, 팬픽레즈와 디바게이가 판치는 세계. 이 책은 ‘팬픽이반’, ‘팬코스’부터 ‘연성’과 ‘알페스’와 무지개 깃발을 든 퀴어팬덤까지, 퀴어/퀴어함과 케이팝 아이돌이 만나는 그 자리를 기록했다.
이 책을 기획한 연혜원은 이렇게 말한다. “퀴어들은 언제나 나고 자란 곳이 아닌 퀴어들의 공동체, 자신이 선택한 공동체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꿈꾼다.” 따라서 “취향은 퀴어들에게 대안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가 되어왔다”(7쪽)라고. 어떤 퀴어들은 바로 이런 세계에서 모인다. 아이돌을 매개로 그들은 퀴어적 실천을 하기도,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형성해내기도 한다. 그리고 퀴어들이 케이팝 아이돌을 사랑하는 이유와 그 방식을 기록하는 것에서 출발해 케이팝과 그 팬덤, 팬덤 문화의 퀴어함을 다각적으로 다뤘다. 남성 아이돌을 사랑하는 레즈비언과 여성 아이돌의 춤을 추는 게이, 여성 아이돌을 사랑하는 여덕의 마음, 알페스의 세계, 퀴어함이 기본값인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퀴어혐오적 양상들까지 생생하게 담았다. 나아가 이것은 성별이분법과 이성애 중심의 렌즈가 아닌 퀴어한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지금 여기의 퀴어문화를 생생히 기록한 문화기술지이자 아이돌과 케이팝, 그리고 세상을 ‘퀴어링’해내는 기획이기도 하다.
저자

스큅

아이돌팝전문웹진《아이돌로지》의편집위원으로《아이돌로지》를중심으로케이팝리뷰와칼럼을투고하고있다.케이팝아이돌의세대론에관심을두고최근부상한4세대아이돌의조류를예의주시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는글:케이팝을퀴어링하기_연혜원

1장세대론으로읽는케이팝의퀴어니스_스큅,마노
2장케이팝,게이팝의디바니스_상근
3장‘남성아이돌을사랑하는레즈비언’을위한변론:레즈비언커뮤니티안에서경계받는'지극히레즈비언적인'욕망에대하여_권지미
4장‘당사자됨’을구성하기:BL,환상,욕망_김효진
5장팬픽션퀴어바디즘:퀴어문화의다양한체위_윤소희
6장TwilightZone:여돌팬픽에서의사랑이라는세계관-내가매혹당한이야기들,그찬란함을목격한자의증언_조우리
7장남성아이돌알페스문화속의트랜스혐오:‘트랜스적인’세계속의아이러니한‘트랜스혐오’에대하여_권지미
8장전형적이지않은여자가수들의계보:톰보이,걸크러시그리고여덕의퀴어링_한채윤
9장여성-퀴어페미니스트가걸그룹을사랑하는법_아밀
10장케이팝의젠더퀴어한미학_연혜원
11장몸과젠더사이의틈새로연대하기:아이돌이수행하는트랜스페미니즘

출판사 서평

케이팝과팬덤의퀴어니스

2018년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서는퀴어퍼레이드를앞두고퀴어들을대상으로‘프라이드송’을묻는설문조사를진행했는데,놀라운결과가나왔다.1위부터36위까지케이팝아이돌음악이랭크된것이다(참고로전체차트에오른1,600곡중1,400곡이상이케이팝아이돌음악이었고세계적프라이드송인레이디가가의〈BornThisWay〉는50위였다고한다).심지어이차트에서1위를한곡은대중가요차트에서단한번도상위에올라본적이없는NCTU(엔시티유)의〈BabyDon’tStop〉이었고,4위에오른곡은역시마찬가지로대중가요차트에서상위에진입해본적이없는이달의소녀의멤버츄(Chuu)의〈HeartAttack〉이었다.유달리퀴어사이에서케이팝이인기가있고,케이팝안에서도‘일반’대중과는다른선호가나타난것이다(이러한경향성은2021년인지금도비슷하다).
한편케이팝아이돌음악은그자체로하나의장르이자산업이된지오래고,아이돌산업이팬덤과의긴밀한관계속에서성장한산업인만큼팬덤자체에대한분석과팬덤내의하위문화에대한관심역시지속적으로이루어져왔다.하지만아이돌케이팝의역사와그맥을같이해온퀴어팬덤은본격적으로다루어지지않았던것이사실이다.이책은사뭇다른이유와방식으로아이돌케이팝을선호하고향유하는퀴어팬덤문화를중심으로,전복과교란의장이자혐오와연대가경합하는현장인지금여기의퀴어문화를기록했다.2020년서울문화재단의후원으로진행된‘2020퀴어돌로지’세미나에서출발한이책의저자들대부분이이세계바깥의‘외부인’이아니라이문화를적극적으로향유해온이들이며,퀴어페미니스트들이라는점에서특히주목할만하다.
퀴어혹은퀴어함과케이팝의만남은최근의급작스러운현상은아니다.1990년대후반,아이돌의효시로볼수있는H.O.T.와젝스키스등1세대아이돌이등장했을때부터케이팝은퀴어팬덤을통해퀴어링되고있었다.‘팬코스(팬코스프레,팬코스튬플레이의준말로팬들이아이돌의스타일과패션,춤,말투와호칭까지모방하는것)’와한때‘사회적문제현상’으로까지취급되었던‘팬픽이반(동성애기반의팬픽을향유하며동성애를접하고,실천하던청소년들을집단으로서지칭하는용어)’들은그대표적증거이며,이팬코스와팬픽이반을가장적극적으로향유했던사람들은당대의레즈비언들이었다.아이돌1세대에서퀴어팬덤이적극적으로발굴해낸케이팝의퀴어니스는이후아이돌3~4세대에이르러케이팝자체가퀴어니스를탑재하는흐름으로이어지는한편(단적으로드랙과보깅을케이팝아이돌무대에서보는것은이제어려운일이아니다),퀴어팬덤역시‘알페스’,‘연성’등을비롯한팬덤내퀴어적하위문화를적극적으로퀴어적으로해석하고향유해왔으며,이제는팬덤내퀴어들이스스로의정체성을드러내며퀴어팬덤의이름으로퀴어문화축제등에후원을하고퍼레이드에참가하는등가시화흐름을만들어내고있다.
아이돌세대론을중심으로케이팝의퀴어니스를분석한이책의1장은특히케이팝이애초에“한국대중문화내마초성이소거된‘비남성성’의지대”였기때문에퀴어들이케이팝에빠져들었다는점을큰전제로두는데,본래10대시스젠더헤테로여성이안전함을느낄수있도록무해한유성애적콘텐츠로서마초성을소거했던남성아이돌의이미지가퀴어에게좀더자기자신을투영해볼수있는이미지로다가갔으며,이에더해아이돌의성장하지않는듯한소년/소녀적이미지등이이성애규범적‘정상성’에서이탈된퀴어들에게강한이입요소로작용했다는것이다.레즈비언들은팬픽과팬코를중심으로남성아이돌을전유하고,게이들은여성아이돌솔로및그룹을게이아이콘으로추앙하곤했다(그형식은바뀌어왔을지언정이는면면히이어져온흐름이다).시간이지남에따라케이팝아이돌음악은적극적으로퀴어미학을흡수하고,나아가케이팝내팬덤의영향력이확대되는흐름과더불어일어난퀴어팬덤의가시화로인해케이팝아이돌은퀴어친화적이고젠더리스혹은젠더교란적인결과물들을내놓기에이른다.이책의1장은케이팝의퀴어니스를시기적으로살피고나아가이것이국내와해외의퀴어팬덤과어떤관계를맺어오며진화해왔는가를살피고있으며10장은케이팝이그자체로도퀴어해진지금의젠더교란적모습을그미학을중심으로적극적으로독해해낸다.

전복과교란:퀴어라는괴상한렌즈로보는세계

케이팝아이돌은한국의대중문화가운데그자체로가장퀴어한장르중하나이고,그장르를함께만들어내고있는팬덤의문화역시더없이퀴어하며,퀴어팬덤의역사는케이팝아이돌의시작부터함께해왔다.그러면서도이아이돌을둘러싼퀴어한세계의안팎에서는강력한성별이분법과퀴어혐오가함께작동해왔다.‘칼머리’의‘팬픽이반’들은레즈비언사회와규범사회모두에서이중적멸시와탄압을받았고,1990대말부터2000년대초에정점을찍었으며퍼포먼스를하는멤버과의상을담당하는스태프로이루어진팀이한때1,500여개에달할정도로큰인기를끌었던팬코스는사멸했다.이때“팬픽이나알페스역시‘아이돌의이미지메이킹에도움이되지않는다’라는이유로규제당하기일쑤였고,퀴어들의케이팝소비는한층더음지화된경향을띠게”(44~45쪽)되었던흐름도있었다.시간이지나케이팝아이돌자체가퀴어니스를적극적으로수용한결과물을내보이고있는지금에도,퀴어팬이자신의정체성을드러내며아이돌을응원하면팬덤내에서는그것을저지하려는흐름이존재하며,퀴어팬덤이팬덤의이름에‘퀴어’를붙였다는것만으로도팬덤내에서사이버불링이일어나기도한다(NCT의퀴어팬덤인NCTQUEER의경우2019년퀴어문화축제에깃발을들고행진을했을뿐인데도당일트위터‘실시간트렌드’에이름이오르고,팬덤내에서심한사이버불링에시달렸다).
이뿐만아니라‘여돌여덕(여성아이돌을사랑하는여성팬)’을두고는왜여자가여자를좋아하냐고묻고,남성아이돌을좋아하는레즈비언을두고는왜레즈비언이남자를좋아하느냐고묻고,여성아이돌을좋아하는게이를두고는왜게이가여자를좋아하느냐고묻는다.톰보이스타일의여성가수가그스타일을버리지않으면그자체를받아들이지못해꼬치꼬치물어대고(남자친구는언제사귈건지?치마를입을생각은없는지?),여자가여자를좋아하면‘걸크러시’와‘보이시함’이외의언어로이를설명하지못한다.
강력한성별이분법과퀴어혐오가작동하는사회는단지취향의문제에도개입하며다양한욕망의발화를막으려고시도한다.하지만어떤문화를가지고노는자들은언제나그렇듯제멋대로문화의생산물을자기들뜻대로가지고놀며나아가그것을전복하고새로운생산물과관계를생산해내며,그러한시도를멈추지않는다.게이들은여성아이돌의춤을추고,아이돌의팬들은실시간으로온라인을통해‘연성’을하며논다.퀴어팬들은아이돌을퀴어그자체로전유하며사랑하기도하고,삭제당할장면인것을알면서도콘서트장에서무지개깃발을흔들며환호한다.
《퀴어돌로지》가기록해내는케이팝아이돌을가지고노는퀴어들의놀이와그놀이들이벌어지는장에대한분석은이미그자체로성별이분법,퀴어혐오적,트랜스혐오적시각에맞서고그것을뒤집는시도이기도하다.2장에서는게이클럽씬을중심으로게이들이여성아이돌을어떻게페르소나로서소비하고전유하는지그젠더교란적장을기록하고,3장에서는‘남성아이돌을사랑하는레즈비언’들이어떻게남성아이돌을부치로‘착즙’하는지를기록하며,특히레즈비언사회내에서조차‘진짜레즈비언’이아니라는의심과혐오를받아야하는‘그런’레즈비언들의그것이강력한레즈비언적실천임을밝혀낸다.남성아이돌을사랑하는레즈비언을둘러싼오래된이중적혐오(레즈비언사회내에서의혐오-“남성아이돌을좋아하다니,너는진정한레즈비언이아니야!”-와남성아이돌을사랑하는비퀴어여성들의혐오-“우리오빠를감히레즈비언으로취급하다니”-)를지적하며이를비판하는작업이기도하다.나아가4장에서는팬픽을비롯한알페스문화와밀접한관련을지닌장르인보이스러브(BL)물을중심으로당사자됨을둘러싼현실과환상과표상의관계를논하는데,이는창작자와향유자모두가대부분여성인장르인BL에대해그것이남성간의성애를다루는장르이며여성캐릭터를배제하는장르이기때문에정치적으로올바르지않다고주장하는흐름을비판적으로톺아보는작업이다.이작업은특히아이돌팬덤(특히퀴어팬덤)의중요한하위문화중한축인알페스를비판하는흐름(이역시주로여성들이창작하고향유하는장르이며,남성간의성애를중심으로삼고,나아가실존인물을그대상으로한다는점에서)을바라볼때중요한관점을제공한다.

아마도,이곳에서가장급진적일문학장(場):팬픽,알페스,퀴어페스

이책은케이팝아이돌을둘러싼퀴어한하위문화의현장을직접적으로소개하고특히이러한하위문화의유구한역사를가진콘텐츠이자핵심이기도한알페스(RPS,realpersonslash,실존인물간연애를픽션으로묘사하는모든문화적허용을총칭하는말)역시중요한장으로다룬다.알페스는주로실존하는남성(남성아이돌등)들을동성애적관계로묘사하며,여성팬들이창작하고즐기는문화로특히알페스의핵심적장르인팬픽은섹슈얼리티를가장집중적,급진적으로다루는장르이다.그렇기에그곳은언제나정상성에얽매이지않는욕망들이들끓는장이고,그렇기에“트위터상의아이돌팬픽장은아마국내에서퀴어저자와퀴어독자가가장활발하게소통하는문학장이라고해도틀린말이”(16쪽)아닌것이다.알페스는비퀴어여성들이가장큰향유층을이루고있는장르이면서도퀴어팬덤이케이팝과깊은친화성을가질수있게하는중요한팬덤문화이며,2017년이후에는알페스내에‘퀴어페스(퀴어와알페스를합친말로,알페스내등장인물을더직접적으로퀴어정체성을지닌인물로묘사하는알페스내퀴어서사물이며주로퀴어당사자들이창작하고향유하는것으로추정한다)’라는흐름이등장한다.
무엇보다알페스는그것을향유하는자가퀴어정체성을가진자이든아니든애초에트랜스하고퀴어한세계다.알페서(알페스를향유하는사람들)들은아이돌의특정행동과발언(1차떡밥)을가지고관계성을상상하고찾아내며온갖변주를통해놀고(가령트위터에서‘썰’을풀어서사를만들고,투표를하고,밸런스게임을하는등)나아가이1차떡밥에향유자들이덧붙인‘2차떡밥’으로그세계를무한히확장해나간다.이러한알페스안에서동성애서사는기본값이며,그서사속에등장하는‘실존인물’은대학생이되기도,직업인이되기도,성별이바뀌기도,동물이되기도하는트랜스적속성을지녔다.나아가이팬덤내의알페서들은직접‘멤버놀이’를하는등아이돌이라는실존인물에서벗어나아예새로운관계성을만들어놀기도한다.비퀴어여성들이중심이되는장이지만,알페스를향유하며즐기는순간그역시‘뼈테로(뼛속까지헤테로인사람)’일수는없는세계인셈이다.특히이책의5장은남성아이돌팬덤을중심으로알페서들이어떤놀이를하며노는지,그리고그놀이와놀이를둘러싼관계가얼마나퀴어한지(현실세계의레즈비언사회보다도더레즈비언적인)를상세히기록해두고있으며나아가퀴어페스에대한직접적소개도충실히곁들였다.
그런데한편으로는이퀴어함이기본값인세계속에서역설적으로퀴어혐오가발생한다.“우리오빠는헤테로이지만알페스서사속에서만게이다!”“남돌에레즈비비지말라”“여성서사를퀴어페스가빼앗아갔다”며해당남성아이돌을레즈비언으로‘착즙’하거나트랜스젠더로묘사하는등의퀴어페스서사에대해서는혐오적반응이나타나기도하는것이다.이책5장과7장은퀴어함을향유하며즐기면서도막상성별이분법적구도속에서의제한된욕망만을허용하는팬덤내의퀴어혐오적흐름을비판적으로짚어내고,단지그저서로의욕망과‘캐해석’과‘연성’을존중하는게그렇게어려운일인지를반문하며,팬픽적허용의틀을넓히자고제언한다.또한다양한표현양식을가진레즈비언혹은부치롤모델이너무나도부족한상황에서남성아이돌에게레즈비언적인면보를‘착즙’하는것은어찌보면자연스러운일이며남성아이돌에게레즈비언의이름을붙이는행위는레즈비언의서사를잃게하는것이아니라더풍부하게만드는일일수있다는점을역설한다.나아가알페스/퀴어페스가퀴어서사가너무도드문한국에서누군가에게는‘위로’가되고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