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불러들인’사람들
이주여성은저출산,고령화문제의‘대안’이자돌봄노동의공백을메우기위한‘해결책’으로국가가전략적으로불러들인사람들이다.2000년대이후급증하기시작한외국여성과한국남성사이의국제결혼은일부지방자치단체의‘결혼보조금’과같은정책에힘입어한해3만건을넘어서며2005년정점을기록했다.같은해한국여성과외국남성의혼인수가1만건을웃돌았던것을감안한다면,한국남성과외국여성의국제결혼증가에는제도적지원과함께상업적국제결혼중개업같은인위적요인이작동했다고볼수있다.코로나19로국내체류외국인이감소한2020년12월통계에서도결혼이민자는17만명에다다르며증가세가꺾이지않았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은급증하는국제결혼에따라국제결혼가정이새로운가족형태로자리매김하며2008년에제정됐다.그러나남성혈통중심으로이뤄지는국제결혼의성격상,법은물론다문화가족지원정책또한‘남성혈통유지’정책에가깝다.이는다문화가족지원정책의방향만보아도알수있다.현재다문화가족지원정책의방향은결혼이주여성이‘가족내역할’을익히고출산이나양육등재생산노동과돌봄노동을수행해내도록하는데초점이맞춰져있다.
출입국정책도다르지않다.한국인과결혼한외국인이받게되는결혼비자(F-6)의최대체류기간인3년은한국인자녀를출산·양육하며한국인배우자와결혼생활을유지하는경우에만부여받을수있다.‘다문화’를외치는한국사회의실상은‘화합’이나‘공존’보다는외국인배우자를,특히결혼이주여성을남성혈통유지에‘기여’하도록하며한국사회에‘통합’시키는것에가깝다.
또한외국인배우자의신원을한국인이‘보증’할수있도록하는‘신원보증제도’는한국국민과외국인배우자의관계를매우불평등한형태로고정한다.「출입국관리법」제90조는“사증발급,사증발급인정서발급,입국허가,조건부입국허가,각종체류허가,외국인의보호또는출입국사범의신병인도등과관련하여”외국인의신원을국민이보증할수있다는규정을두고있다.이에따라외국인배우자가한국에서체류하고국적을취득하는전과정에서한국국민이행사하는영향력은그야말로절대적이다.체류자격유지라는삶의기반이전적으로한국인남성과의관계에달려있을때,이주여성들이선택할수있는것은거의없다.이주여성의폭력·살해사건가해자인한국남성들의이유가‘내말에순종하지않아서’‘한국음식을하지않아서’등이었다는사실은한국사회의제도와정책에녹아든남성중심주의와민족우월주의에서기인한성차별,인종차별과결코무관하지않을것이다.
한국사회가‘쫓아낸’사람들
이주여성들이한국에서입는여러인권침해,폭력피해등을볼때이들이본국으로돌아가는것은어쩔수없는생존의선택이기도하다.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2019년조사팀을꾸려본격적으로이들의이야기를들어보자는계획을세우고필리핀,몽골,태국으로향했다.조사팀은‘귀환이주여성’을한국남성과국제결혼을하거나일자리를찾아한국에왔다가여러이유로본국으로돌아간사람들을칭하는용어로사용하지만,실제로는대부분이폭력등피해를입고‘떠밀리다시피’귀환을택한경우였다고말한다.
실제로한국에온결혼이주여성들의경우한국인과의혼인관계에서출산한자녀가없이이혼할경우,이혼의귀책사유가없다는것을법적으로증명하지못하면체류자격이주어지지않는다.어떻게든이혼의귀책사유가없음을증명해야만이혼후에도국내체류가가능하다.이는국제결혼부부의이혼에서재판이혼의비중이한국인부부의이혼보다두배이상높은이유이기도하다.만약결혼이주여성이결혼생활에서폭력등어떤피해를입었고,이혼을원하고,한국체류를원한다면반드시재판이혼을진행하고그과정에서자신에게귀책사유가없다는사실을법적으로증명해야만한다.그러나현실적으로결혼이주여성들이이러한절차를상세히알기어렵고,재판이혼을진행하더라도귀책사유없음을증명하지못하면남는선택지는두가지뿐이다.본국으로돌아가거나,미등록체류자가되는것.이에따라조사팀의현지조사는한국사회가결혼생활을유지하지않는,유지할수없는이주여성들을제도적으로‘돌아가게만들고있다’는문제의식에서출발한다.
‘합법’아니면‘불법’이라는구분
총2부로구성된이책의1부는귀환이주여성한사람한사람의이야기를기록했다.귀환이주여성들을만나이주와귀환의과정을경청한조사팀은그과정이결코단순하지않다는사실을발견한다.
필리핀에서만난레이첼씨의이야기에는이주여성의삶이합법과불법,노동과결혼의경계를어떻게넘나드는지가담겨있으며,국가가이주자를‘추방’하거나‘통합’하는제도와절차가한개인의삶에얼마나폭력적일수있는지를뚜렷하게보여준다.1994년처음산업연수생으로한국땅을밟은레이첼씨는당시사업장의비인간적인처우로직장을옮겼지만‘사업장이탈금지’라는산업연수생제도의체류조건에따라미등록체류자가되었다.이후이주와귀환을반복하다한국인남편과의사별,그리고강제추방으로필리핀에돌아갔다.가난한여성들의이주가왜계속될수밖에없는지,한국에서의상처들에도불구하고많은귀환이주여성들이왜다시한국에오고자하는지,레이첼씨의이야기를읽고나면그삶을결코섣불리추측하기가어려워질것이다.
레이첼씨의이야기에담긴20여년동안의기나긴이주와귀환의과정에는누구나의삶처럼예측할수없는순간들이끊임없이등장한다.순간순간마다생존을,또는더나은삶을위해내린선택이지만그선택은제도앞에서‘합법’이되거나‘불법’이된다.‘통합’아니면‘추방’으로구분되는제도의기준은레이첼씨의삶을거침없이재단한다.제도는이주여성이겪는위험과불안이아니라,이주의‘목적’과‘합법성’을끊임없이묻는다.그러다‘통합’의기준을벗어나는순간,한국에서의삶을정리할며칠의시간을달라는요청마저도거부하며강제추방이라는폭력성을드러낸다.
10년째바라는이혼에서이주배경아동의복수국적문제까지
아직끝나지않은귀환
레이첼씨의이야기를시작으로쫓겨나듯귀환을선택할수밖에없었던여성들의이야기는계속해서이어진다.몽골에서만난나답씨는한국에서의결혼생활중겪었던시집식구들의‘임신강요’와남편의억압적인태도에귀환을선택했지만,10년째해결되지않은이혼문제때문에여전히새출발을하지못하고있다.그의이야기에는남편의‘가출신고’로신원보증이‘철회’된제도적문제가녹아있고,어떤이유로든미등록체류로머물다귀환한경우한국에다시입국할수없어이혼문제를해결하고싶어도해결할수없는현실적어려움이담겨있다.연락이두절된남편,지원을요청할마땅한창구가없는상황등문제해결의의지가있어도거의모든수단에가로막히는귀환이주여성의현실이여과없이그대로담겨있다.
태국에서만난솜자이씨와마리씨의이야기에는사라지는남성들이등장한다.이들이한국에서만난남성들은임신사실을안뒤본국으로돌아가출산할것을회유하고,출산후에는연락을두절하는무책임함을보인다.홀로출산과양육을떠안게된여성들의사례가적지않음을현지에서직접확인한조사팀은한국인아버지들이양육의책임을이행하도록하는데제도적인한계가무엇인지꼬집는다.
한편이주배경아이들이겪는문제도있다.5장에서는여덟살에엄마와함께몽골로귀환한영이의목소리가등장한다.영이엄마브이씨는영이가여덟살되던해,남편의폭력이아이에게까지이어지는것을참을수없어귀환을선택했다.그렇게여덟살때부터몽골에서성장한영이는복수국적이허용되지않는몽골에서몽골국적을선택하고자하지만아버지의법적동의가필요하다는점이발목을잡는다.귀환이주여성의정리되지않은이혼이이주배경아동의삶에까지영향을미치는것이다.영이는아버지의동의를얻지못해국적선택을해야하는만16세이후현재까지몽골에서미등록체류상태로머물고있다.또한이주배경아동인영이가한국국적을유지한채한국에서살고자하더라도‘이주자’인엄마와같이살수있는방법이없다는문제도있다.유엔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비준하지않는한국이‘가족결합권’을인정하지않는사회라고고발하기도하는이장은,한국국적의영이가한국에서살고자할때엄마와함께살수있는방법이없는현실또한드러낸다.
1부의마지막6장에등장하는소마씨는유일하게‘준비된귀환’으로가족모두가함께몽골에정착한경우다.한국의많은결혼이주여성들이대부분사기결혼이나가정폭력,체류자격문제등으로갑작스럽게귀환을결정하기때문에애초에‘귀환준비’라는말이성립조차되지않는다는점을고려하면,소마씨의‘준비된귀환’은아직까지‘특별한’경우에속한다.조사팀은가족이다함께몽골로귀환한소마씨의이야기를경청함으로써더많은‘소마씨들’의준비된귀환을위해한국사회가무엇을뒷받침할수있을지고민하자고요청한다.
안전한이주,안전한귀환을위한연대
이책의2부에는현지조사이후,조사팀이한국에귀국한뒤이어나갔던지원활동과함께현지에서만난각국이주여성지원단체활동가들과의대화가담겼다.조사팀이귀환이주여성들을지원하기시작하자마자상담요청이쏟아지기시작했지만,제도화된지원체계나예산이없는한한계에부딪힐수밖에없다.이에따라인터뷰이후의지원기를통해지원체계와예산의필요성을짚으며,기존의이주·다문화·외국인관련기관들이가진정보와활동력의연계만으로도많은문제를해결할수있다는점또한설득한다.
각국이주여성지원단체들과의인터뷰를통해서는국제사회연대의필요성을확인한다.조사팀이찾아간단체들은필리핀의바티스센터와여성네트워크발전행동,몽골의몽골젠더평등센터,태국의젠더평등과여성발전연구소등이다.모두전세계에있는자국의이주여성들을지원하기위해,귀환한여성들의재정착을지원하기위해활동하는단체들이다.조사팀을만난각국의지원단체활동가들은이주가‘선택’이되는최소한의장치로서국제적네트워크의필요성을강조한다.
한국의단체와이주민커뮤니티,이주자들의본국단체등이국경을넘어연결되는것만으로도이혼이나양육비지급등법률적문제의해결이수월해지는면이있다.가령,이혼문제의경우양국모두에서이혼신고를해야하고,본국에서의이혼신고를위해서는한국에서의이혼확정증명서를제출해야하는데,귀환이주여성들은이과정을모르거나이혼확정증명서를요청할길이없어문제해결에가로막힌다.양국의지원단체나관련기관이서로연결된다면,적어도이혼한남편과연락이두절되었거나한국어를구사하지못한다는이유만으로10년째이혼문제를해결하지못하는일은없을것이다.
귀환이주여성들의목소리에응답을보내야할때
2019년12월기준국내에체류하는외국인은252만명(전체인구의4.9%)을넘어섰다.한국가의인구에서외국인이5%이상을차지할때‘다문화사회’로보는OECD의기준을참고한다면,한국은2019년을기점으로사실상다문화사회에진입했다고볼수있다.한국사회는그간큰목소리로‘다문화’를외쳐왔지만,정작그이면에서발생하는인권침해나성차별,인종차별등의문제는외면해왔다.떠밀리듯귀환을택한이들의‘유보된’삶에한국사회의책임이있다는것은부인할수없는사실이다.
귀환이주여성들의귀환은아직끝나지않았다.한국에서의폭력피해,정리되지않은이혼,사라진아이의아버지때문에홀로떠맡게된양육의책임,한국에서태어난아이의국적이본국의복지제도에서배제를야기하는문제,국적선택에아버지의동의를얻지못해이주배경아동이미등록체류자가되는문제까지귀환이주여성들이겪는문제는분명한국사회가법률과제도를보완하고별도의지원체계를마련해야만해결할수있는것들이다.이책은그러한응답의시작이이사회의구성원인시민들의관심과연대에서부터시작된다고말한다.귀환이주여성들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사람들이많아질때,비로소이들의귀환도조금씩마무리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