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불패의신화는언제까지계속될것인가?문재인정부는출범초기부터부동산시장안정화를최우선과제중하나로내세워여러대책을쏟아냈지만그때마다이를비웃기라도하듯부동산가격은오히려급등하기만했다.열심히돈모아집을산다는예전식의내집마련은그야말로꿈이되어버렸고,정부의약속대로‘사는것’이아닌‘사는곳’을바랐던서민들의박탈감은그만큼더욱커져만가고있다.
그런데아이러니한것은무주택자뿐만아니라집값폭등으로큰이득을본1주택자도,다주택자도이상황이만족스럽지않다는것이다.집없는사람은집을사기는커녕빌려사는것조차녹록지않아난리고,집있는사람은시세차익환수에따른세금부담으로난리다.또하나의아이러니는부동산과관련한각종통계지표와국민들의체감현실사이에상당한괴리가있다는것이다.대표적인국제주택시장비교사이트인‘글로벌프로퍼티가이드’와OECD등의가격변동통계에따르면,우리나라의집값상승률은평균적으로다른나라들보다낮은편이다.특히OECD국가중에서는일본과함께하위권을형성하고있다.물론비교기준의문제로논란이있긴하지만,단지‘통계의함정’으로만치부할수는없는노릇이다.이를어떻게보아야할까?좀더거시적이고냉철한비교연구가요구되는시점이다.
문재인정부부동산정책의설계자가4년만에내놓는부동산연구서
부동산시장안정화가초미의관심사로대두됨에따라정치권과시민단체에서는다양한이름의‘화끈한’해결책들을내놓고있다.이름만다를뿐모두공통점이있는데‘싸고질좋은집을대량으로공급’하겠다는것이다.그러면서흔히성공사례로드는것이싱가포르의공공주택이다.대규모국유지를활용해서시세보다싼값에,전국민에게주택을제공하는싱가포르는분명부러움의대상일수밖에없다.더구나우리나라가부러워하는대상은싱가포르만이아니다.홍콩의고밀도개발,일본의대규모도시재생도닮고싶어한다.대만의높은자가소유율도,중국의화끈한공급전략도부럽다.그러나외국의주택정책은조금만들어가보면겉모습과는너무다르다.맥락이다르기때문이다.부러워하는나라에서배우기위해서라도각나라에대한정확한이해가전제가된다.
이책은서구선진국들의주택정책트렌드가어떻게변해왔고,현재어떤방향으로가고있는지를짚어본《꿈의주택정책을찾아서》(2017)에서저자가예고한지4년만에내놓는후속편이다.전편에서유럽4개국(영국,스웨덴,네덜란드,독일)과미국을다루었다면,이번에는우리나라와함께‘동아시아의네마리용’으로불리는싱가포르,홍콩,대만,그리고일본과중국의속사정을면밀히들여다보았다.지리적으로가까울뿐더러역사적배경과사회시스템이우리와비슷한동아시아국가들을대상으로하기때문에전편에비해훨씬풍부하고피부에와닿는현실적인시사점을제시한다.
동아시아주택문제,우리와무엇이다르고무엇이같은가?
동아시아국가들은공통적으로강력한엘리트집단들이경제성장을선도하는가운데,일정정도시민권을제약하는강한사회통제시스템을갖추었다는특징이있다.또한이들국가에서는서구의유사한경제단계에비해복지지출은낮은반면가족이나공동체의역할이강조된다.이는서구국가들의복지국가유형론과비교하여‘발전주의복지국가’,‘유교식복지국가’등으로불리게된이유였다.
주택문제와정책도서구와는달랐다.제2차세계대전종전과함께식민지에서독립한데다일부국가들은내전으로피폐한상태에서출발했기때문이다.식민본국이자패전국인일본도공습으로주택이대규모로멸실된상태였다.이런상태에서갑작스럽게도시로인구가몰려들었고,산업화가본격적으로시작되었다.주택절대부족시대였다.상당수국가들에판자촌이만연했으며,과밀한주거와부족한기반시설로고통을받았다.유럽국가들은전쟁으로파괴되긴했어도전쟁전에이미기반시설이확보된상태였기때문에1960년대중반이되면대부분주택부족문제를해소한반면,이들동아시아국가는그때부터시작이었다해도과언이아니다.
그러나급속한경제성장과함께주택공급도빠른속도로늘었고,판자촌마저성공적으로해소했다.1990년대에이르면중국을뺀다른국가들은대부분주택의양적,질적문제를해결했다고할수있다.물론그중더어려운조건이었던한국은좀더시간이걸렸다.이런성과에는정부의노력도있었지만,특유의강한가족주의를통해자구적으로주택문제를해결하려는국민성도영향을끼쳤다.더구나모든가정의자가소유열망은이런성과를앞당겼다.국가복지가미흡해도가족스스로(주택)자산을통해노후를준비하는이런동아시아의특징은‘자산기반복지시스템’이라고규정되기도했다.
싱가포르와홍콩은당시서구도부러워한정책을펼쳤는데,싱가포르는특유의공공주택정책을통해자가소유를촉진했다.결혼해서3~4년이면시중가격의절반수준으로내집을마련할수있도록한다는,이른바반값아파트의원조다.실제로싱가포르국민의80%이상이정부가제공한집에거주한다.홍콩역시중국과의체제경쟁속에서영국식공공임대주택을도입하여,한때전체가구의40%가까이가거주하는성과를거두기도했다.그러나최근싱가포르의그림자가드러나고있다.집값이급등락하는것은물론이고,전체상주인구의30%에달하는150만명에대한주거대책은불비하기짝이없다.대다수저임금외국인노동자들은열악한기숙사나이른바‘식모방’에거주하고있다.싱가포르의코로나19확진자중99%가외국인노동자기숙사등에서발생할정도다.이중도시,이중사회인것이다.
홍콩역시1997년중국으로주권이반환된이후,중국이주민과자본이몰려들면서집값이천정부지로치솟았다.2008년부터10년간집값은평균4배가되고말았다.그렇다보니공공임대주택입주는엄두도못내고,주민의3.6%가열악한불법주거지에거주할지경이되었다.최근홍콩시민들의대대적인반중국시위배경에는이러한극단적주거난과양극화가자리잡고있다.
대만은진작부터공공의역할보다는시장중심의자가소유정책을발전시켜서자가거주율이89%에이르게되었지만,역시높은집값에다청년들의주거문제가심각하다.그럼에도수도타이베이마저열집중에한집이빈채로있고,시장이나서서빈집을세놓으면세금을깎아주겠다고하는이상한상황이되었다.
일본은1960년대에주택의양적문제를해결하고,1980년대에는질적문제까지해결했다고볼수있다.그러나만성적인
집값상승과함께결국1990년을전후해서세계사에서찾아보기어려운버블형성과붕괴를겪었다.그후30년가까이하향추세가계속되고있는데,그럼에도계속새집이지어지면서어느새빈집이860만호로전체주택의13.6%에이르게되었다.이른바토건국가가만들어낸주택과잉사회의단면이다.
중국은빠른경제성장,급속한도시화와함께심각한주택부족을겪고있다.대도시의높은부동산가격은이미악명이높
을정도다.사회주의국가로서도시인구유입을제한할수있다고하지만,대도시주택난은상당기간계속될수밖에없다.그럼에도시장경제와사회주의가혼합된독특한체제는이미자가거주율이80%가넘는등자신들만의해결책을찾아가는것으로보인다.
동아시아주택문제로부터무엇을배울것인가?
이처럼동아시아국가들은경제적성공과주택문제해결이라는성과를거두기는했지만,소득에비해너무높은집값,주기적인집값등락,주거양극화와청년ㆍ이주민등의어려운주거상황이공통적으로나타나고있다.특히고도성장세대와저성장세대의주거인식,주거기회등도현격한차이를보이고있다.그런데이런현상이더이상동아시아만의일은아니다.놀랍게도코로나19가전세계경제를타격한2020년에는근15년만에가장집값이많이오르는결과를초래했다.미국,캐나다,영국,스웨덴,네덜란드,호주등주요선진국들이모두급등한집값에비명을지르고있다.서구사회마저동아시아의자산기반복지,즉국가복지가줄어들고자산의존이늘어나는현상이보편화되고있다.부동산의금융화현상이전세계를휩쓸면서,전반적인부동산거품이확대되고부동산의존경제가심화되는중이다.세계의주택문제가동아시아를닮아가고있다고할까?
그럼에도동아시아국민들은여전히우리나라만이런일을겪고있다는피해의식을가지고있다.좁은땅에많은인구가산다,경제가급성장해서더나은주택에대한수요가높다,안전자산에대한집착이강하다,강한가족주의로인해자식들에게자산을물려주려고한다,국유지나공공임대주택이부족해서주거안전망이취약하다…….그결과집값이계속오를수밖에없다며체념하고,주택정책에대해서도자학하는분위기가만연해있다.
부동산에대한자학적태도와평등주의는동아시아국민들의인식에깊이자리잡고있다.이것을어떻게제도화된공정경쟁질서로바꿔낼것인가?부동산문제에관한한,하늘에서떨어지듯새로운방법은없다.아직해결하지못한‘오래된숙제’가여전히우리앞에놓여있다.부동산공정경쟁질서를확립하는일,변화된수요에따라신규택지공급과도시재개발을원활히하는일,주거안전망을튼튼히하는일,그리고경험하지못한과잉유동성이초래할수있는위험에‘두려운마음으로’대비하는일이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