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철학으로의초대
‘페미니즘철학’이란무엇일까?‘페미니즘’은그래도뭔지알겠는데,‘페미니즘철학’은또무어란말인가.여자들이하는철학이페미니즘철학일까?아니면보편인간을남성으로상정하는기성철학에반대하는반反철학이페미니즘철학일까?혹은철학이란보편적인어떤것을다루는학문인데,‘여성들만을위한’페미니즘철학이라는것이과연성립할수있는것일까?
동시대의여성주체화와시민권의문제에관심을두고,최전선의현대철학을연구하며활발히활동하고있는이책의저자철학자김은주는그에모두아니라고답한다.페미니즘철학은가부장제적철학에반대하는안티철학이거나여자가하는철학,또는여성만을위한철학역시아니라는것이다.
그렇다면?“기존의철학을겹쳐쓰고같이쓰면서뿌리깊은기성철학의입장에서벗어나어디서든지살아낼수있는다양한사유들의목초들,풀들을자라나게하는일”,(53쪽)그리고“지금우리가살아있는이방식안에서새로운운동을발명하면서살아가는것들”(53쪽)이바로페미니즘철학이라는것이다.특히저자는이페미니즘철학이기존의근대적주체와지식을담보했던기성철학의입장에반기를들고여러가지의질문을만들어내는현대철학과페미니즘철학의조우를강조하며페미니즘철학이란철학을하는사람이라면누구나통과해야할지점이라고페미니즘철학의자리를만들어낸다.
조금더자세히살펴보면이렇다.저자에따르면,물론페미니즘철학은기존의철학적인사유나개념틀에서시작하지만,그로부터비판적거리를두고,기존철학에서철학적재료가되지못했던타자의지위에있던것들을다시철학의언어로사유하는작업이다.기존의철학적도구를사용하는동시에기존의철학이무시해왔던몸,감정같은것들을철학의재료로가져온다는것이다.기성철학의모두지우고시작하는것이아니라“스스로를억압해온것일수있는언어와사상들에서출발해그것들을의심해보고길을잃기도하며”(45쪽)가고,반대만하는것이아니라“기존의사고와가치를다시철학이라는개념으로부수고다시새로운개념으로창조하는것”(45쪽)이바로페미니즘철학의중요한입지라는것이다.여성만을위한철학,기존의‘남성철학’에반대하는반철학으로만페미니즘을이해할수없다는점이다.가령페미니즘철학,페미니즘은그저가부장제에반대하는반담론으로만존재하지않았다.기존의언어나사유로는파악할수없었던가부장제라는구조를발견하고그것을철학적사유로제기했다.
특히저자는기존의동일성,보편자,대문자나(I)에기댄이분법적방식으로세계를이해하는기존철학에문제를제기하고그대안을마련하고자하는현대철학들의흐름이바로페미니즘철학의활동과조우한다는점을중요하게짚어낸다.
“저는페미니즘철학이라는게여성주의적가치에대해질문하고탐구해보는철학이면서페미니즘의내용들과개념들을철학적인개념으로만들어보는철학일수있다고생각해요.이러한작업의효과는기존철학의주제들,그러니까인식론,존재론,윤리학같은것들을다시검토할수있다는거예요.그리고이러한페미니즘철학의활동은근대성에대한문제제기와그대안을마련하려는현대철학과조우하죠.”(46-47쪽)
“페미니즘은‘우리가이렇게살수는없다’는각성일수도있지만,어떤식으로세계를바라보고이해할것인가,대문자주체가더이상통용될수없을때이시공간안에서일어나는일들을우리는어떻게다시생각해볼것인지기존의이분법적방식에문제를제기하는것이기도합니다.”(50쪽)
페미니즘철학은새로운철학의움직임과함께가고있다는점을강조하며페미니즘철학의입지를단단히굳혀내는셈이다.그렇기때문에저자는오히려페미니즘철학을기존가부장적질서를유지해온기성철학에반대하는안티철학,반철학의자리에머무르게하는것에반대한다.페미니즘철학의자리는근대이후의지금여기를살아가는철학이필요한모두에게반드시거쳐야할사유라는점을강조하는것이다.페미니즘철학이페미니즘의옳음을설파하는철학의한분과정도로이해하는것은페미니즘철학의입지를좁히는결과를야기한다.많은현대철학의흐름과페미니즘철학의문제의식이연결되어있고,그새로운조류를이해하기위해서라도우리는반드시페미니즘철학을통과해야만한다는것이다.
“철학의새로운조류들을이해하기위해서라도꼭페미니즘철학을거쳐갈수밖에없다고생각해요.……플라톤?저는플라톤주의자아닌데《국가》를읽었어요.그럼페미니즘철학은요?페미니스트가아니어도들어야돼요.철학을이해하려면요.적어도우리가페미니즘철학을페미니스트들만들어야하는철학이라거나페미니스트들이모여서철학을해보겠다는걸로생각하는것,혹은기존의철학을싫어하는사람들이모여서하는걸로만생각하는사고에서좀벗어나야하지않나,이런이야기들을말씀드리고싶었어요.”(48쪽)
따라서페미니즘철학은반철학이거나여성만을위한철학,여자들이하는철학이아니며철학의한분과로만말하기도어려우며오히려이것은“철학이나아가는새로운길”이라는데까지페미니즘철학의자리를끌어올린다.탈맥락적보편이라는말의허구성을비판하는현대철학의관심이바로페미니즘철학의그것과같고,맥락을갖는차별과문제에서시작하는게페미니즘이기때문이다.
세가지질문,다섯명의사상가를통과하며만나는페미니즘철학의기초
《페미니즘철학입문》은기존의이세계의뿌리를흔들고새로운인식과개념을발명해온페미니즘철학의기초를독자들을소개하는책이다.페미니즘철학의기초적인세가지질문,다섯명의사상가와페미니즘의고전이라할법한그들의핵심도서와문장들을통과하며페미니즘철학의기초로독자들을초대한다.‘페미니즘철학이란무엇인가’‘여성은인간인가’‘여성인가,여성‘들’인가’라는세가지질문을각부로구성해1부에서는페미니즘철학의자리를소개하고페미니즘철학이지금이곳에서어떤역할을할수있는지그고유의목적은무엇인지를살핀다.2부와3부에서는제1물결페미니즘과제2물결페미니즘으로분류되는사상의조류를중심으로그구체적인내용을담았다.특히이사상가들의사유가동시대의철학으로어떻게위치할수있는지그맥락을짚어내며,지금우리가살아가고있는이곳의문제들과구체적으로엮어소개하려노력했다.
2부에서는‘여성은인간인가?’라는질문을품은메리울스턴크래프트와《여권의옹호》,시몬드보부아르와《제2의성》을중심으로페미니즘철학초기의사상을다뤘다.여성도남성과똑같이이성을가진평등한존재라는점을주창한열렬한계몽주의자이자근대민주주의자였던메리울스턴크래프트,여성이언제나타자의지위인제2의성에머물수밖에없는기제를밝히며여성이타자의자리에머무는것은‘악’이며여성이자유를획득해주체의자리에서는것이도덕적명령이라고못박아버린실존철학자시몬드보부아르의사상을여기에서다뤘다.
흔히여성도남성과같은인간임을주창했던제1물결이라고하는흐름이후에나타난,여성과남성의차이를발견하고나아가여성안에서의차이를발견해내며여성스스로가자신을설명하는목소리들이울려퍼진제2물결페미니즘의여러사유는3부의‘여성인가,여성들인가’라는질문안에서소개된다.미국사회의보수화속에서집에갇힌‘행복한주부’의허울을벗겨내며여성성의신화를폭로하고가부장제라는구조를지목한베티프리단과《여성성의신화》,여성을성계급으로호명하며가족의해체와같은급진적대안을주장한슐라미스파이어스톤와《성의변증법》,정체성의정치에선을그으며차이를역량으로삼아새로운권력의모습을그려내는오드리로드와《시스터아웃사이더》를담았다.특히여성들간의차이와여성자신안에서의차이들에주목하는제3물결페미니즘의사유와긴밀하게이어지는오드리로드의사상은두장에걸쳐다뤘다.
이사유들은서로이어지기도,중첩되기도,갈등하기도한다.또한지금에비추었을때당연히비판적으로봐야하는지점들도존재한다.다만기존의근본적질서,즉남성이라는보편인간이만들어온세계의뿌리에대해서질문하고문제를제기하기에페미니즘과페미니즘철학은본질적으로래디컬하다.당연하다고여겨진질서에질문을던지고,특히제2물결의흐름은근대인간의정상성에문제를제기하기때문이다.그때문에앞서나온이사유들은최신의페미니즘적모색들과여전히관계하고있으며,여전히현재적이기도하다.
끝나지않는페미니즘
이책이다루는페미니즘의흐름을좇다보면페미니즘은이미그자체가하나의질문을품고있지않다는것이드러난다.여성도인간이라는처음의그외침이후,여성과남성의차이를발견해내고,과연여성이라는하나의목소리라는것이존재할수있는지를질문하는데로나아가는그흐름속에서,우리는페미니즘은하나일수없고,그때문에페미니즘은끝날수없다는것을확인하게된다.
“페미니즘이끝났다고이야기한다는건뭐냐면,그렇게말하는이들이생각하는페미니즘의요구조건이있다는거예요.그래서저는페미니즘은당연히끝날수가없다고봐요.그들이생각하는A페미니즘은끝났지만,B페미니즘,C페미니즘,D페미니즘이있을수있잖아요.”(402쪽)
이속에서우리사회는단선적으로구성되지않으며여러문제가중첩되어구성되어있다는것역시돌아보게된다.사상의조류는흘러왔지만,어떤문제가끝나고새로운문제가새로시작이되는것이아니라우리가발딛고있는세상은여러문제가동시적으로존재한다.
여전히18세기에메리울스턴크래프트가주장했던근대시민으로서의여성의시민권조차완전히달성되었다고보기힘들고,양적평등조차달성되지않았다.성별임금격차는여전히존재하며시민교육으로서의페미니즘교육조차논란거리가된다.여성이주체가되지못하고타자의지위에머물러있다는것을간파한실존철학자시몬드보부아르의통찰은어떠한가.지금여성은타자의자리에서벗어나있는가?보부아르가강력히비판한“여성은자궁이다”라는말은지금우리사회에서는완전히전복되었는가?
베티프리단이말한행복한주부의신화,여성성의신화는부서졌는가?퇴근길사람이많은지하철안에서유아차를끌고나온한어머니가자신을‘민폐’라고자책하는모습은무엇이란말인가.결혼한여성이일하며사는일은여전히전쟁에가까운일이다.슐라미스파이어스톤이강력히제기한가족이착취의기본단위라는문제의식,또한가족의해체와육아와돌봄의사회화,임신중단에대한이슈등역시여전히진행중인우리의문제다.
백인중산층이성애자여성들의목소리만을여성의목소리로삼아온기존미국여성운동에철퇴를가하며여성이아닌여성‘들’의목소리,차이를역량으로삼아야한다는오드리로드의강력한울림은어떠한가.한국사회의‘페미니즘리부트’이후에나타난지정성별중심의여성운동이보이는배타적인혐오의얼굴을어떠한가.페미니즘이호명하는여성이특정한여성만을보편적으로재현한다는로드의강력한문제의식은지금한국의페미니즘운동안에서도여전히싸우고시끄러워야만하는어떤문제들을가리킨다.이책에담긴페미니즘의사유들이단지현실과동떨어진지나간어떤이론내지는사유로우리가학습해야하는대상이아니라여전히이삶과구조를바라보는유용한사유의틀이라는점을새삼깨닫게되는셈이다.
우리에게남겨진질문
“이렇게철학의타자라불린목소리들은타자,차이를역량으로삼아울려퍼집니다.그리고이목소리들속에서페미니즘과철학은때때로불협화음을내면서,결코하나로모아지지않으면서,‘우리’가서로를찾을때까지계속해서목소리를증식하며더많은목소리들로말해질것입니다.”(452쪽)
이책은페미니즘철학의기초라할만한것들을소개하며그자리로독자들을초대하는책이면서도,결국‘철학의타자로서오랫동안머문여성이말할수있는가’라는질문에대한답을찾아가는여정이기도하다.이책이다룬사유의흐름에따르면이제이타자는그림자가아니며,이타자의목소리는단일한목소리가아닌다성악의목소리들로공명하는철학의목소리라는데로나아간다.
이타자의목소리가단일하지않고공명하고불화할수있다는데로나아간페미니즘철학의사유는이책에서가장중요하게다루고있는부분이다.자매애란자연스럽게발생하는것이아니며,같은정체성만으로는서로를이해할수없다는발견과권력을빼앗고빼앗기는것으로이해하지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