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고대 중국을 거닐다

상하이에서 고대 중국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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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저자처럼 운 좋게 교수가 된 사람이 받는 혜택 중 일반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연구년일 것이다. 교수마다 이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이 책은 50대 후반의 중국 고대사 연구자가 이국에서 보낸 연구학기 이야기이다. 저자는 2018년 가을에 얻는 연구학기의 후반부를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보내며 이 책을 썼다.
이 책에는 저자가 20세기 이후 중국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은 상하이에 안착하는 과정과 그곳에서 보낸 일상생활, 중국 고대사 연구자로서 느끼는 중국과 한국 학계에 대한 다양한 단상이 담겨 있다. 저자의 학술 활동을 통해 얻은 작은 성취뿐만 아니라 중국 고대 유적이나 박물관에 대한 전문가적 탐방기도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저자

심재훈

1985년단국대학교사학과를졸업하고1998년시카고대학교동아시아언어문명학과에서중국서주사西周史전공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단국대학교사학과교수로동아시아고대사와사학사를연구하고있다.관련저서로『고대중국에빠져한국사를바라보다』(푸른역사,2016)와『청동기와중국고대사』(사회평론아카데미,2018),『중국고대지역국가의발전:진의봉건에서문공의패업까지』(일조각,2018;2019아시아학자세계총회ICAS우수도서상)가있다.

목차

2018
10월30일……상하이도착15
10월31일……푸단펠로우쉽18
11월1일……일상과새로운교류21
11월2일……成功了25
11월3일……고문자학수업29
11월4일……일상과잡다한생각들34
11월5일……쑤저우(1):첫번째유람38
11월6일……커피와빵,서점44
11월7일……상하이시내탐방(1)48
11월8일……갈등52
11월9일……강연과작별54
11월10일……첫번째연구년회상58
11월11일……강사법단상60
11월12일……상하이시내탐방(2)64
11월13일……일상과또다른만남70
11월14일……식당과세대차이75
11월15일……타이완출신린즈펑교수78
11월16일……난창과장시성박물관82
11월17일……해혼후묘86
11월18일……제자방문92
11월19일……히로세쿠니오교수95
11월20일……중국청동기수업99
11월21일……연행록103
11월22일……한국걱정과숙소의아쉬움106
11월23일……과음110
11월24일……전문가되기의어려움112
11월25일……샤오싱:우禹의흔적을찾아서115
11월26일……고대한어사전학술대회119
11월27일……중국청동기수업(2)122
11월28일……B급학자의고뇌125
11월29일……상하이박물관(1)130
11월30일……내중국어실력의한계134
12월1일……한국유학생들과만남138
12월2일……중국사회단상141
12월3일……허우마행결정145
12월4일……숙소의일상149
12월5일……허페이(1):안후이대학153
12월6일……허페이(2):안후이박물원158
12월7일……내저서알리기164
12월8일……한국의제자생각167
12월9일……상하이생활중간점검171
12월10일……문물과박물관학과강연174
12월11일……번역기와요시모토미치마사교수177
12월12일……소중한만남181
12월13일……허우마도착185
12월14일……허우마의감동188
12월15일……진국고도박물관과린펀박물관193
12월16일……구친과의만남199
12월17일……중국민족주의비판서203
12월18일……이용섭광주시장강연208
12월19일……역사학과강연210
12월20일……한국제자의선물213
12월21일……고무적인인정216
12월22일……영문논문의모순,중문논문의비애218
12월23일……동지팥죽221
12월25일……마지막강연225
12월26일……중문번역성사230
12월27일……닝보(1):허무두박물관233
12월28일……닝보(2):천일각과닝보박물관238
12월30일……항저우(1):량주박물원과저장성박물관243
12월31일……2018년을보내며250

2019
1월1일……우전서책의멋진저녁과아쉬운새해맞이255
1월3일……아내와의식사(1)259
1월4일……상하이박물관(2)263
1월5일……쑤저우(2):실크박물관과졸정원269
1월6일……상하이박물관(3)274
1월7일……아내와의식사(2)278
1월8일……마지막여행281
1월9일……항저우(2):아쉬운서호283
1월10일……닝하이온천288
1월11일……과유불급291
1월12일……온화한푸저우와푸젠박물원294
1월13일……샤먼의특급호텔과첫인상299
1월15일……샤먼원림식물원과토루302
1월16일……귀환과반가운책306
1월17일……귀국일정변경과번역문제309
1월19일……내책에대한서평312
1월20일……친구와후배들의중문저서316
1월21일……상하이생활정리와추후계획319
1월22일……홍대용과심재훈의중국체류322

나가며326
찾아보기331

출판사 서평

[본문중에서이어서]

▶12월14일허우마의감동

허우마학회에안왔으면큰일날뻔했다.어제는이번에중국에와서가장감동적인날이다.중국의지방도시에서하는학회는아침일찍부터시작한다.논문발표전행사가꽤길기때문이다.

이번학회는지방중소도시인허우마시로서는큰행사이고내가유일한외국참석자이기때문에관심을가지나보다하고가볍게승낙했다.한편으로지역방송에서라도내책을알릴수있는기회겠다고생각하면서대충무슨얘기를할지의논하고(실제질문내용은즉흥적으로답변해야하는게많았다)바로방으로올라가내책을가져왔다.

내발표도꽤만족스러웠다.사실중국학회에서의발표는짧아서좋다.그래도다른사람보다시간을좀더달라고해서준비해간원고를비교적정확하게읽으며당당하게발표했다.발표후나를대하는사람들의태도가달라졌다고착각할수있을만큼반응이괜찮았다.직접찾아와서좋았다고격려하는사람들도있었다.

연구는새로움에도달하는과정이지누구를기쁘게하려고하는것이아니다.어쨌든산시성과허우마에대한내사랑은지속될것이다.

▶12월22일영문논문의모순,중문논문의비애

오랜만에대지를촉촉하게적시는빗소리가정겹다.어제오후부터우리대학홈페이지에중국에서의내활동이소개되어있다.작성해준분께감사드린다.
그런데외국에서의활동은중국에서의활동까지이렇게홍보하면서도외국출간논문은주로영문학술지인SCI급(인문학의경우A&HCI등재학술지)에실린논문만높이평가하는한국학계의풍토는상당한이중적이다.영문논문을제법쓴내개인적으로야이시스템이나쁠건없다.그래도다양한학문의특성을전혀고려하지않은이제도는학문발전에큰제약이아닐수없다.

그렇지만아무리생각해도중국어나일본어로쓴논문의평점이한글논문의절반,SCI급논문의8분의1밖에안되는현실은이해하기어렵다.일본의학문수준이야다들인정하니웃긴다는말이상의할말이없지만,요즘중국의학술지논문게재도이전과는많이달라졌음을알아야한다.한국의KCI에해당하는핵심기간목록核心期刊目錄에포함된학술지에논문을게재하는건오히려한국보다도훨씬어려워져버린상황이다.한국은널려있는게한국연구재단등재지(KCI)아닌가.

▶12월25일마지막강연

어제오후에상하이에서해야할숙제를다끝냈다.비교적성공적이었다.아마도푸단펠로우로온학자들중나처럼숙제를충실히한경우는많지않을것이다.강연장에온한국유학생들과저녁식사후귀가하자마자바로쓰러져잤다.일기를쓰고자야하는데피로가몰려와집중이안되었다.

어제강연은차오싱超星학술비디오視頻에서녹화를해서곧서비스될예정이다.그담당자가지난주강연을못찍어서아쉽다고또다른강연은없냐고한다.일정이확정되면알려주기로했는데강연을계속더할지는아직모르겠다.

▶12월30일항저우(1):량주박물원과저장성박물관

나이가들어가면서더좋아지는것들도꽤있다.나한테해당하는두가지를꼽으라면‘너그러움’과‘자제력’을들고싶다.젊었을때는대체로자기를중심으로세계가돌아간다고생각하는경향이있다.그러니자기가표준이라고생각하기쉽다.나이들면서스스로의한계를자각하면서다른사람에대해서도‘역지사지’하는너그러움을갖게되는것같다.그너그러움에자제력이동반하는것이다.

량주문화하면아름다운옥기로잘알려져있고,사실수업시간에도그옥기위주로수업을한다.그런데2007년그유적지에서대규모수로가완비된궁전구와내성,외성이있는중심도읍유적이발견되어중국학계에서는이미기원전3,000년경국가가출현했다고보는학자들이있을정도다.옥기도옥기지만사실이걸직접확인하고싶었다.내가전문적으로연구하는분야가아니니일일이발굴보고서나연구서를읽기보다는유적지인근에세워진박물관을직접가보는게최선의공부방법이다.

▶1월9일항저우(2):아쉬운서호

문득서호가없는항저우는어떤모습을하고있고또어떤역사를지니게되었을까상상해본다.항저우의8할아니9할정도는서호에서비롯된다면과장일까.그런서호가어제우리에게문을열어주지않았다.

항저우박물관은볼거리가꽤있었다.최근항저우인근의주요발굴을소개,전시하는특별전과전통중국귀족들의서재,항저우의주요유적소개전시가인상적이었다.다만이미저장성의주요박물관몇군데를돌아본나로서는중복전시가상당히눈에띄었다.
경치좋은카페에서서호를바라보며시간을보내려던계획은포기했다.늦은점심을포식한탓에저녁때가려고했던유명한식당러우와이러우樓外樓를못가본게가장아쉽다.

▶1월16일귀환과반가운책

아쉬움을남기고샤먼을떠났다.모두따져보니늘어난관광객이이유인데,갑자기늘어난한국인들의관심이어느정도일조했을것이다.중국대부분의유명관광지에대해“그때는정말좋았지”라는얘기가들리는걸보면결국몰려드는인파가약과병을다주는것같다.

논문집을받고보니내논문의큰실수하나가눈에들어온다.한국에서발표한원논문의전거를명시하지않은것이다.두번이나교정을하면서도어떻게그생각을전혀못했는지상당히부끄럽지만방법이없다.그래도열흘후이시간쯤한국행비행기를타기위해푸동공항으로가고있을생각을하니마음이설렌다.

▶1월22일홍대용과심재훈의중국체류

정들었던푸단대학외국인교원아파트를떠나며직원들과찍은사진으로상하이생활을마쳤다.고맙게도출토문헌연구중심에서는처음푸동공항도착때와마찬가지로귀국때도리무진서비스를제공해주었다.

홍대용과심재훈이동시대같은반에서만났다면어땠을까?전교1등인홍대용을그저평범한심재훈이쉽게쳐다볼수나있었을까.심재훈이시대를잘타고태어난행운아라는점은분명해보인다.그래도홍대용은시대를잘못타고난바로그이유로인해조선후기의최고학자로국사교과서를멋지게장식하며민족주의의세례를받은후학들의무수한연구대상이되고있지않을까.
역사가참아이러니하다.상하이생활을진짜로마무리하며내일기에의미를부여하려다보니주제넘는억설을늘어놓았다.내가내뱉었던,그리고받았던작은환호가아직귓전에울리는꿈같은상하이85일을이렇게내려놓는다.

[머리말]
중국고대사를공부하는나는2018년10월29일부터2019년1월21일까지85일동안상하이上海푸단復旦대학에서보내는행운을얻었다.나름의미있는시간을보내면서일기형식으로내행적과함께다양한단상을페이스북에80회연재했다.이책은그내용을토대로한다.
상하이는동아시아고대문명의중심인중원,즉황하黃河유역과상당히떨어져있기때문에고대중국에관한연구가그다지활발한지역은아니었다.그렇지만몇가지측면에서근래들어새로운중심으로떠오르고있다.
첫째,20세기후반이래중국의방대한고고학성과는상하이가위치한창강長江일대도예외가아니다.이책에서도일부소개할허무두河姆渡나량주良渚등에서발견된신석기문화는최소한하상주夏商周로대표되는중국고대국가성립전까지창강유역에도그발전수준이황하유역에뒤지지않는토착고대문화가존재했음을보여준다.앞으로이지역신석기문화를비롯한고대문명의발전에관한연구가더욱활발해질것으로보인다.
둘째,중국최고의박물관중하나인상하이박물관의존재이다.1952년창건된상하이박물관은1996년현재위치인인민광장남측에신관을개관했다.청동정鼎을연상시키는건물상부의모습처럼상하이박물관소장품의핵심은중국고대문명의정수인청동기이다.이책에서도소개하듯이그시대와지역을망라하는고대중국의다양한청동기전시는세계어느박물관도상하이박물관처럼중국청동기공부를위한생생한교육장이되기어려움을입증한다.도자기와조소彫塑,새인璽印,서화상설관뿐만아니라다양한특별전도상하이가고대중국연구의중심이되도록일조하고있다.
셋째,고대중국연구의명실상부한최고연구기관이2005년상하이푸단대학에설립되었다.푸단대학역사학과출신으로베이징北京대학중문과에서많은업적을쌓은중국고문자연구의최고석학추시구이?錫圭교수가세운출토문헌여고문자연구중심出土文獻與古文字硏究中心(이하출토문헌연구중심)이그것이다.갑골문과금문金文,간독簡牘등지속적으로쏟아지고있는중국의출토문헌은동아시아고대문명사를다시쓰도록추동하고있어서중국은말할것도없고세계인문학연구의주요대상으로자리잡은지오래이다.설립당시부터중국전역의고문자연구자중우수인력을스카웃해서관심을끌었던푸단대학의출토문헌연구중심은이제그본산이되어고대중국연구의한축을이루고있다.
이러한요인들중나를상하이로강하게이끈것은당연히세번째요인,즉출토문헌연구중심의존재이다.나는고문자를전문적으로연구하는사람은아니다.그럼에도불구하고출토문헌과고고학자료를고대사연구의자료로활용하는나에게출토문헌연구중심소속학자들의연구는더없이중요한토대가되고있다.그연구의중심에서그들과직접교류해보고싶었다.운좋게도푸단대학에서외국학자들에게제공하는푸단펠로우쉽을받게되었다.설레는마음으로상하이에입성하여돌아오기까지의과정이이책에고스란히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