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그곳에서 그때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

그것이 그곳에서 그때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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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지한의 《그것이 그곳에서 그때: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은 서울시립미술관과 SeMA-하나 평론상의 수상자가 동반자가 되어 만들어가는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간되었다.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는 비평의 몫에 대한 공공 미술기관의 책임감과 평론가들의 생명력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평론가가 가지고 있는 비평적 문제의식을 장기적 연구로 분배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획이다.

2019년 SeMA-하나 평론상 수상자인 장지한은 본격적 연구에 돌입하기에 앞서, 2020년부터 미술관과 약 6개월간 사전 연구 활동을 수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2년간 자신만의 담론적 독자성을 획득하기 위한 고구를 지속해 왔다. 2021년 출간된 《그것이 그곳에서 그때: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에는 그 노고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에는 연구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 현대미술의 현장, 담론의 특이성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그것이 그곳에서 그때》는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을 한자리에 모은 책이다. 그간 김범과 정서영의 작품은 정신성에 기반한 수직적인 위계를 해체하고 가벼움과 냉소를 향하고자 하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했던 맥락에서 읽혀왔다. 갖가지 ‘물질’이 쏟아지던 새로운 세계는 누군가의 얼굴이 아니라 차가운 ‘사물’을 필요로 했고, 집단과 집단 사이의 좁은 틈에서 등장한 ‘개인’은 웅장한 서사가 아니라 산뜻한 ‘개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두 작가의 작품은 ‘사물’을 ‘개념적인’ 방식으로 활용함으로써 가볍지만 날카로운 ‘농담’을 던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동시대’의 지배적인 담론과 작가들의 사유를 구분해 보려 시도한다. 이는 ‘시대의 요구’가 아니라 ‘작가의 질문’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두 작가에게 사유된 것은 무엇인가. 저자가 최근 미술계에서 전례 없이 ‘유행’한 ‘유령’이라는 현상에 주목한 것도 두 작가가 갖고 있는 질문의 심연을 들여다보려는 시도였다. ‘유령’은 가끔 세계의 모호한 감각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말처럼 보이기도, 무엇보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범과 정서영에게 유령은 반대로 자신의 바깥을 향하는 통로였으며, 유령은 내면이 아니라 ‘타자’를 향하는 ‘외존(外存)’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작품이라는 장소에서 흔히 ‘유령’ 이라고도 불리는,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의 목소리와 ‘관계’ 맺는다. 그렇기에 작품에서 떠오르는 것은 ‘그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제3의 무엇이며 그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 은 시대를 대변하는 기호가 아니라 어떤 존재가 ‘그곳’에서 ‘그때’ 잠시 머물기에 적절한 장소다.

한편, 이 책의 구성은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이미지를 시간순으로 성실하게 따라가기보다 그들이 작업을 시작한 8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의 작업을 비평가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재배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중에는 잘 알려진 작품도 있지만, 오랫동안 작가의 작업실 한편 먼지 쌓인 박스 속에 보관되어 온 작품도 있다. 글의 경우 작품의 일부인 것도 있지만 잡지에 기고한 단상이나 학위 논문, 그리고 출간할 생각이 없던 개인적인 일기에 가까운 것들이 뒤섞여 있다. 두 작가의 작업이 30여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방대한 작업 세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생각하면, 그 복잡한 경로를 차분히 그려내는 일은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다.
저자

장지한

미술평론가로,2019년에SeMA-하나평론상을수상했다.한국예술종합학교미술이론과를졸업했고,뉴욕주립대학교(빙엄턴)미술사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저서로『그것이그곳에서그때-김범과정서영의글과드로잉』(2021)이있다.

목차

006’미술’있다…정서영
010그것이그곳에서그때…장지한

015유령
017무제…김범
018GHOSTWILLBEBETTER…정서영
020유령…장지한
027무제…김범
030늘공기를바꾸고싶다…정서영
033거기엔…김범
038유령…장지한

065그것
066그것…장지한
078다른꽃두개…정서영
081사자…김범
082박하사탕…정서영
085나무…김범
088조각적인신부…정서영
094그것…장지한

139그곳그때
141무제…김범
144유들유들한덧셈…정서영
149늙은어부…김범
150Continuity…정서영
154그곳그때…장지한

167제의육화가담투사
168시각적제의(祭儀)로서의미술창작…김범
180사물에의가담과투사에의한조각작품제작연구…정서영
196제의육화가담투사…장지한

출판사 서평

장지한의《그것이그곳에서그때:김범과정서영의글과드로잉》은서울시립미술관과SeMA-하나평론상의수상자가동반자가되어만들어가는〈SeMA비평연구프로젝트〉의일환으로출간되었다.〈SeMA비평연구프로젝트〉는비평의몫에대한공공미술기관의책임감과평론가들의생명력에서시작된프로젝트로,평론가가가지고있는비평적문제의식을장기적연구로분배하고지속할수있도록지원하는기획이다.

2019년SeMA-하나평론상수상자인장지한은본격적연구에돌입하기에앞서,2020년부터미술관과약6개월간사전연구활동을수행했고,이를기반으로2년간자신만의담론적독자성을획득하기위한고구를지속해왔다.2021년출간된《그것이그곳에서그때:김범과정서영의글과드로잉》에는그노고의시간들이고스란히담겨있다.이책에는연구자가자신만의시각으로바라본한국현대미술의현장,담론의특이성이여과없이드러난다.

《그것이그곳에서그때》는김범과정서영의글과드로잉을한자리에모은책이다.그간김범과정서영의작품은정신성에기반한수직적인위계를해체하고가벼움과냉소를향하고자하는시대의요구에부응했던맥락에서읽혀왔다.갖가지‘물질’이쏟아지던새로운세계는누군가의얼굴이아니라차가운‘사물’을필요로했고,집단과집단사이의좁은틈에서등장한‘개인’은웅장한서사가아니라산뜻한‘개념’을필요로했기때문이다.그래서인지두작가의작품은‘사물’을‘개념적인’방식으로활용함으로써가볍지만날카로운‘농담’을던지는것으로알려져있다.그러나저자는이책을통해‘동시대’의지배적인담론과작가들의사유를구분해보려시도한다.이는‘시대의요구’가아니라‘작가의질문’을살펴보기위함이다.

그렇다면두작가에게사유된것은무엇인가.저자가최근미술계에서전례없이‘유행’한‘유령’이라는현상에주목한것도두작가가갖고있는질문의심연을들여다보려는시도였다.‘유령’은가끔세계의모호한감각전부를아우를수있는말처럼보이기도,무엇보다누군가의‘마음속’에존재하는것처럼보인다.그러나김범과정서영에게유령은반대로자신의바깥을향하는통로였으며,유령은내면이아니라‘타자’를향하는‘외존(外存)’의목소리였다.그들은작품이라는장소에서흔히‘유령’이라고도불리는,보이지않는어떤존재의목소리와‘관계’맺는다.그렇기에작품에서떠오르는것은‘그것’이라고밖에말할수없는,제3의무엇이며그들의작품에등장하는‘사물’은시대를대변하는기호가아니라어떤존재가‘그곳’에서‘그때’잠시머물기에적절한장소다.

한편,이책의구성은김범과정서영의글과이미지를시간순으로성실하게따라가기보다그들이작업을시작한80년대말부터최근까지의작업을비평가의주관적인관점으로재배치하는방식을취하고있다.그중에는잘알려진작품도있지만,오랫동안작가의작업실한편먼지쌓인박스속에보관되어온작품도있다.글의경우작품의일부인것도있지만잡지에기고한단상이나학위논문,그리고출간할생각이없던개인적인일기에가까운것들이뒤섞여있다.두작가의작업이30여년에가까운시간동안방대한작업세계를쉽게파악할수없는방향으로진행되어왔음을생각하면,그복잡한경로를차분히그려내는일은저자가말했던것처럼여전히큰숙제로남아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장지한은이책을통해너무나익숙해서제대로직면하지않았던작가와작품의조각보를재배치해보려는시도를멈추지않는다.그리고저자는그들의사유를경유하여,우리에게이렇게질문해온다.‘동시대이후’를살아가는지금우리에게‘동시대’의사유를살펴보는일은어떤의미인가.그리고어쩌면,동시대의사유를살펴보는일은더이상‘무엇이사유되지않는가’를스스로에게되묻는일일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