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예술·언어·이론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예술·언어·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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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예술은 어렵고, 예술에 대한 말들은 더 어렵다.
…정말?
이 책은 예술, 언어, 이론이 어렵다는 인상에서 시작한다. 책을 읽다 내뱉게 되는 ‘어렵다’는 개인의 불평이나 노력 부족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이 ‘어려움’을 미학 연구자 이동휘는 ‘열심히 공부해서 극복하자’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 말에 머물러 ‘왜 어려운 것인지’, ‘어려우면 어쩌자는 것인지’ 등을 질문한다. 그리고 ‘어려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한편 작가 이여로는 이동휘의 제안을 한 번 더 짚고 넘어간다. 지금 우리가 ‘어렵다’고 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여로는 이미 예술평론이라는 걸 써왔음에도 ‘내가 쓴 글들은 뭐고 내가 말한 것들은 뭘까’라는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여로는 이론이나 평론이 아니라 생각에서, 회화나 그림이 아니라 낙서에서, 음악이 아니라 소리를 같이 들어보는 활동으로 자신의 글을 시작한다.

그러니 예술도 언어도 이론도 잘 모르겠고 관심조차 없어도, 이 책은 읽는 데 지장이 없다. 바로 두 저자가 그런 ‘잘 모르겠는데’의 상태에서 함께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두 저자의 새로운 예술, 언어, 이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에 대해 각자가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지, 나아가 어떻게 그것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을지, 아이들이 손에 잡히는 물건을 뜯어 보듯 세 단어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며 고민의 과정과 방법을 제시한다.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질문, 단순한 활동은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 어떤 예술작품을 즐기고, 어떤 예술이론을 공부하고, 어떤 예술작품을 만드는, 그런 활동과 교육들이 제도나 일상의 안팎에서 내내 활발했던 것에 비하면, 인기가 없는 문제다. 그러나 초보자, 학생, 아마추어가 교육을 받으면 언젠가 전문가로 성장해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은 여러모로 난감하다. 우리는 이미 예술에 대한 인상을 짧게라도 주고받고, 일상에서 간단한 손재주라도 부린다. 그런데 왜 어떤 말은 예술이론이고, 어떤 말은 개인의 생각일까? 왜 누구의 손재주는 미학적, 주체적 실천이고 누구의 손재주는 그저 애들 장난일까? 이러한 구별의 기준은 대개 암묵적이고 관행적이어서 명확한 이유가 별로 없다. 특히나 이론이나 언어가 예술과만 함께하는 것도 아니다. 일상의 지식과 실천들 역시 이론과 언어에 관계하고 의존하고 있음에도 그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그러한 관행과 제도에 접근할 수 없는 우리들 대부분은 초보자, 학생, 아마추어로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시급한 문제이기도 하다.

예술을 통해서 생각해보기
이 책은 언어와 이론의 문제를 무엇보다 예술을 통해서 생각해본다. 책의 결론을 미리 밝히면, 의외로 이론이나 언어는 책이나 선생님을 통해 학습 받는 고정된 체계가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자율적인 체계다. 각자의 직관을 재료 삼아 단순한 조작과 방법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에서 우리는 바로 그렇게 만들어지는 체계를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예술을 참조해 어떻게 자신의 이론하기를 통해 독립된 언어에 이르는지 밝혀 낸다. 그래서 일상성을 일상적이라고, 단순함을 단순하다고 무시할 게 아니라, 그곳이야말로 각자에게 정당한 시작의 자리임을 밝힘으로써 우리는 작지만 결정적인 권한을 갖게 된다.

총서 콜론: 이어진 것을 끊고 새로운 의미로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예술·언어·이론』으로 시작하는 총서 콜론은 전문서와 대중서라는 구분을 가로질러 새로운 저자, 독자와 함께 총서를 만들어 나간다. 심리치료, 음악학, 커피, 시론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주제들로 이어질 총서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쉬운 정보나 감상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분야의 핵심을 이루는 질문을 던지고 함께 답해갈 수 있도록 이론적 도구를 제공한다. 이를통해 우리는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일상성에서 전문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이해하고 체험할 것이다.
저자

이동휘

서울대학교미학과와동대학원에서사회미학을공부했고,논문으로「아도르노반유대주의론의감정적토대」(美學)가있다.이후「보잭홀스맨과할리우」(OFF)를쓰고「예술은게임이다」를옮기는등웹여기저기서예술이론분야의텍스트작업을해왔다.크라우드펀딩플랫폼텀블벅에서일하며,번역서『게임:행위성이라는예술』(워크룸프레스)이출간예정이다.https://economic-writings.xyz

목차

1.이토록어려운예술이론(이동휘)
2.예술은사적이다(이동휘)
3.소리연습:예술이라부르기전에(이여로)
4.예술과개념(이동휘)
5.문자없는언어:예술(이여로)
6.예술이론,예술이론성,언어(이동휘)
7.생성의기술:이론(이여로)
8.배열a[Array,petit,a](이동휘)
9.언어이후의삶(이여로)
10.독후감혹은코미디(이동휘)

출판사 서평

책요약
1.예술이론은좀어렵다.이는‘그것이정말인지아닌지를독자가당장알수가없음’을말한다.우리는예술이론의어려움을극복하는것보다‘어려운예술이론’자체를생각해보는데관심이있다.
2.예술은사적이다.따라서감상자각자가예술이라는게임에직접참여하는것이중요해진다.이러한예술작품성은개인의해석적의지와역량외부에서규정되지않는다.
3.예술에는좋아보이는것들이있다.그걸예술을해야만얻을수있을까?예술의의미가아니라예술에서의미가생성되는과정을되짚어본다.우리는혼란한생각과감각이하나의언어로체계화되는과정에서그것을경험한다.
4.우리는예술에대하여말한다.예술과개념이라는말은멀게들리지만,개념은다만생각의단위일뿐이다.따라서예술에대해일상적으로하는말과생각도사실은개념적판단이고예술은언제나개념을통해말한다.
5.예술작품이라우리가부르는것은문자없는언어의한종류다.춤추기와낙서하기를통해언어에이르는더구체적이고단순한방법을배워본다.그것은정돈하며지향하는이중동작,그리고물질과관념을연결짓는기호생성이다.
6.예술에대한어떤말이나글을예술이론이라고부를만한예술이론성의척도는어디서찾아야하나?바로언어이다.예술이론은이론이기이전에말이고글이다.
7.이론은낯설고전문적인것으로들리지만사실일상적으로누구나조금씩하고있는것이다.왜냐하면이론은설명이고설명은‘왜냐하면’이기때문이다.‘왜냐하면’은원인을알고결론을내리는게아니라일단던지고이유를만든다는점에서자기생성적이다.즉언어에이르는더구체적인방법이다.
8.예술이론성이성립할조건이란,예술이론들의언어를①배열에포함한다,②그리고대조한다는것이전부이다.내용의정확성,사실성,박식함이아니다.
9.자기만의언어를갖추게되면모든게만족스럽게끝날까?하나의언어는다른언어들을만나며끝없는의사소통의세계에진입한다.이것이언어이후의삶이다.
10.공동집필의실제과정을스스로기술하며다음을증명한다.이론-텍스트의내용이그에상응하는이론가-텍스트의형식을언제나보장하지않는다.그렇기에‘이론을한다’는것이무엇인지를규정할때이론가역시이론의환경이자매체로포함시켜야한다.

편집자의말
이책의제목은각자에게다르게읽힐것같습니다.예술에대한전문적인관심과직업을가진사람이라면공감할수도있고,반대로시급하지도않은데인기만많은문제라고비판적으로읽힐지도모릅니다.전문연구자의길바깥에서처음자신의예술이론을시도해본이동휘나,비전공자로얼떨결에예술평론과창작을시작한이여로두저자에게는‘시급하지만인기는없는문제’였습니다.하지만예술을통해배운것을예술아닌것들에서도관찰하고이해할수있기를바라며만든이책은,모두다른각자의시급한문제에다소간도움이될것입니다.
이책이둘이서쓴책이라는점을마지막으로언급하고싶습니다.어떤공저서는서문에서‘우리는이책의모든문장을한마음으로함께썼다.’고밝힙니다.그랬다면보기좋았겠지만,아쉽게도이책의경우는조금다릅니다.두저자는아주유사한동기와열정에서함께출발해사뭇다른층위와방향으로각자나아갔습니다.두저자의연구는서로를구분할수없을만큼일치하지는않았고,오히려이따금맞닿았다가도완전히빗나가고심지어불화하기도했습니다.그러니까이책은어떤의미에서는매우전형적입니다.같이한다는건대개그런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