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하는 저급들 : 퀴어 부정성과 시각문화 - SeMA 비평프로젝트

진격하는 저급들 : 퀴어 부정성과 시각문화 - SeMA 비평프로젝트

$18.00
Description
퀴어하고 저급한 것들은
어떻게 정치적이고
급진적일 수 있는가
페미니즘과 퀴어 예술, 하위문화에서 발견되는 소수자의 저항적 형식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담론 세계를 축성하고 있는 평론가 이연숙의 첫 책 『진격하는 저급들』이 출간되었다. 이연숙은 하나금융그룹이 후원하는 제4회 SeMA-하나 평론상의 수상자인바, 특전으로 주어지는 연구 및 출판 지원 사업인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로 이 책을 묶었다. 서울시립미술관(SeMA)이 구축한 국공립미술관 최초의 미술 분야 평론가 지원 시스템으로서 동시대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빛나는 비평의 성좌를 만들어가고 있는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 총서의 세 번째 책이기도 하다.
시각문화의 영토를 분방하게 오가며 지금 발발하고 있는 문제들과 언제나 긴장감 있게 겨루고 있는 이연숙. ‘퀴어’라고 말하면 당연한 수식처럼 따라붙는 죽음과 자기파괴, 혐오와 수치심, 분노와 우울 같은 단어들 앞에서 우리는 자주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그는 머뭇거리면서도 확실히 기세가 좋다. 말하면 말할수록 너무 사적이거나 하찮은 투정이 되어버려서 우습도록 비장해지고야 마는 ‘퀴어한 삶’ ‘퀴어한 미적 양식’ ‘퀴어한 예술’을 비평한다는 것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무엇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중요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결국 실패하리라는 낭패감”을 미리 안겨주지만, 이연숙의 목표야말로 퀴어한 삶에서 서로 경합하고 있는 바로 그 부정성, 저급한 것들의 역량을 동시대 (시각)문화예술 속에서 탐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체에 내장된 동력, 리듬, 통찰, 지성, 정념, 아름다움, 감수성과 ‘미친 맛’”(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을 가진 그의 비평은 유난한 집중력과 풍부한 해석을 선보이며 저급한 것들이 얼마든지 기세 좋을 수 있는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가로지르다(quer)’가 어원인 ‘퀴어(queer)’에 내재된 근원적 힘, 즉 ‘자기 자신을 초과하려는 움직임’을 발견하는 일, 그것을 위해 평론가는 시각문화 속에서 온갖 저급한 것들을 꺼내 일단 앞으로 진격할 수 있도록 미덕을 발견하고 등을 두드려준다.
죽음 자기파괴 혐오 수치 분노 우울 실패…
삶에서 경합하는 저급한 것들을
‘생리적인 반응으로’ 노출할 수밖에 없는 이의 목소리

『진격하는 저급들』은 총 여덟 편의 글로 구성되었다.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웹진 『코랄』에 2023년 4월부터 8월까지 연재한 일곱 편의 글과 2022년 9월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한 라운드테이블 ‘여성 퀴어 작가의 콜렉티브’(야광 콜렉티브, 홍지영, 이연숙 참여) 녹취록이 바탕이 되었다.
이 책의 프롤로그이자 모든 수록 글을 감싸는 ‘들어가며: 젠더문제’는 죽음, 자기파괴, 혐오, 수치, 분노, 우울, 실패 등 퀴어한 삶 속에서 경합하는 저급한 것들이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탐사하겠다는 목표를 더듬거리며 말한다. 독자들은 이 문체를 접할 때 그것 역시 이 글의 견고한 형식이자 전략임을 간파해야 한다.
이하 1장 ‘슬픈 퀴어 초상’에서는 미셸 푸코, 래드클리프 홀, 오드리 월런의 자기서술을 모아 ‘슬픈 퀴어 아카이브’를 제안한다. 조각가 조이솝의 ‘눈물 셀피’는 이 아카이브의 소장품이자 그 정치적, 미학적 실천 가능성을 예증하는 사례로서 ‘슬픈 퀴어 이론’의 등장을 강렬하게 암시한다.
2장 ‘단식 광대는 왜 춤추는가’에서는 인셀들의 영웅으로 전락한 ‘조커’를 둘러싼 도덕적 판단을 잠시 중단하고, 그가 유일하게 애쓰고 있는 행위인 단식과 타락, 기괴한 춤으로 표현된 몸 재현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하지도 않으며 오직 춤만 추는 몸, ‘퀴어’를 유비하는 몸이 무엇을 부정하고 있는지, 어떻게 자신만을 위한 쾌락을 생산하는지 재고할 것을 요구한다.
3장 ‘뉴플 스케치’에서 저자는 과거에 클럽의 도어퍼슨(doorperson)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지금은 사라진 레즈비언 클럽의 풍경을 스케치하고 인류학적 탐구를 시도한다. 그 탐구의 이름은 ‘레즈비언 분류학’으로, 레즈비언들 사이에서는 너무나 익숙하고 진부한 분류이지만 그 바깥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분류다. 만취해 춤추는 팸, 체격 좋은 부치, 아무 데나 추파를 던지는 나르시시스트 등 클럽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 전형적이고 과잉 성애화된 인물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오늘날 레즈비언 전용 공간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를 묻는다.
4장 ‘사이버펑크 혹은 살아남기의 장르’는 넷플릭스 시리즈〈사이버펑크: 엣지러너〉의 간략한 작품론이면서, 스타일적 매너리즘에 빠진 사이퍼펑크라는 장르를 향한 총체적 피드백이기도 하다. 이 장르가 갖고 있던 본연의 대항적 에너지를 되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심문하는 날카로운 시선은 퀴어 예술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
5장 ‘한심하고 쓸모없는 트위터 중독자들’은 며칠간 트위터(오늘날의 X)가 다운되어 서비스 종료를 예감했던 긴박한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트위터 종말을 앞두고 한심하고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되곤 했던 인터넷 공간 속 ‘트페미들의 키배’ ‘헛소리’ ‘쓰레기 정보’ ‘시간 낭비’ 등과 이것들에 심취해 있던 트위터 중독자들의 참된 역량을 주장하는 이 글은, 하루빨리 디지털 중독에서 빠져나와 진짜 현실 속에서 삶의 능력을 회복하라고 종용하는 뇌과학과 심리학 베스트셀러들의 대척점에 소중하게 서 있다.
6장 ‘레즈비언 황무지’에서는 (여성) 성소수자-퀴어 시각 예술이 ‘덜’ 보인다거나 ‘안’ 보인다는 세간의 평가를 재고한다. 이런 비가시성은 그러한 예술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하는데, 이 막다른 자리에서 그 비가시성을 차라리 (여성) 성소수자-퀴어 시각 예술의 존재 조건으로 다시 생각해보자는 반전의 제안이 돋보인다.
이 책의 마지막 글은 대담으로 구성되었다. 라운드테이블 ‘레즈비언은 왜 구린가’에서는 ‘레즈비언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탐문하며 그곳에 자리했던 청중의 의견을 포함해 여러 의견을 취합하고 심화하는 방식으로 레즈비언 미학의 특수성을 쌓아올린다. 수다와 넋두리, 열정과 회한이 섞여 현장감 있게 읽힌다. 이로써 『진격하는 저급들』을 이루는 말들에는 끝내 마침표가 붙지만, 그 역량을 체감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실패와 우정을 위한 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저자

이연숙

저자:이연숙

대중문화와시각예술에관한글을쓴다.닉네임‘리타’로도활동한다.페미니즘과퀴어예술,그리고하위문화에서발견되는소수자문화의저항적형식에관심을두고연구와비평을지속하려한다.콜렉티브‘아그라파소사이어티(AgrafaSociety)’의일원으로웹진『세미나』를공동기획·편집했고,프로젝트‘OFF’라는이름으로페미니즘강연과비평을공동기획했다.블로그http://blog.naver.com/hotleve를운영한다.2015크리틱엠만화평론우수상,2021SeMA-하나평론상을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며:‘젠더문제’

1장슬픈퀴어초상
2장단식광대는왜춤추는가
3장뉴플스케치
4장문제는디자인이다
5장한심하고쓸모없는트위터중독자들
6장레즈비언황무지
7장라운드테이블“레즈비언미술은왜구린가”
감사의말
2023SeMA비평연구프로젝트: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죽음자기파괴혐오수치분노우울실패…
삶에서경합하는저급한것들을
‘생리적인반응으로’노출할수밖에없는이의목소리

『진격하는저급들』은총여덟편의글로구성되었다.SeMA비평연구프로젝트의일환으로서울시립미술관웹진『코랄』에2023년4월부터8월까지연재한일곱편의글과2022년9월에서울시립미술관에서진행한라운드테이블‘여성퀴어작가의콜렉티브’(야광콜렉티브,홍지영,이연숙참여)녹취록이바탕이되었다.

이책의프롤로그이자모든수록글을감싸는‘들어가며:젠더문제’는죽음,자기파괴,혐오,수치,분노,우울,실패등퀴어한삶속에서경합하는저급한것들이어떤역량을가지고있는지탐사하겠다는목표를더듬거리며말한다.독자들은이문체를접할때그것역시이글의견고한형식이자전략임을간파해야한다.

이하1장‘슬픈퀴어초상’에서는미셸푸코,래드클리프홀,오드리월런의자기서술을모아‘슬픈퀴어아카이브’를제안한다.조각가조이솝의‘눈물셀피’는이아카이브의소장품이자그정치적,미학적실천가능성을예증하는사례로서‘슬픈퀴어이론’의등장을강렬하게암시한다.

2장‘단식광대는왜춤추는가’에서는인셀들의영웅으로전락한‘조커’를둘러싼도덕적판단을잠시중단하고,그가유일하게애쓰고있는행위인단식과타락,기괴한춤으로표현된몸재현에관심을기울인다.그리하여아무것도먹지않고하지도않으며오직춤만추는몸,‘퀴어’를유비하는몸이무엇을부정하고있는지,어떻게자신만을위한쾌락을생산하는지재고할것을요구한다.

3장‘뉴플스케치’에서저자는과거에클럽의도어퍼슨(doorperson)으로일한경험을살려지금은사라진레즈비언클럽의풍경을스케치하고인류학적탐구를시도한다.그탐구의이름은‘레즈비언분류학’으로,레즈비언들사이에서는너무나익숙하고진부한분류이지만그바깥에서는아무것도아닌분류다.만취해춤추는팸,체격좋은부치,아무데나추파를던지는나르시시스트등클럽에서흔히만날수있는이전형적이고과잉성애화된인물들의기억을떠올리며오늘날레즈비언전용공간이사라지고있는이유를묻는다.

4장‘사이버펑크혹은살아남기의장르’는넷플릭스시리즈〈사이버펑크:엣지러너〉의간략한작품론이면서,스타일적매너리즘에빠진사이퍼펑크라는장르를향한총체적피드백이기도하다.이장르가갖고있던본연의대항적에너지를되찾기위해필요한것은무엇일지심문하는날카로운시선은퀴어예술전반으로확장될가능성을배태하고있다.

5장‘한심하고쓸모없는트위터중독자들’은며칠간트위터(오늘날의X)가다운되어서비스종료를예감했던긴박한순간을떠올리게한다.트위터종말을앞두고한심하고쓸모없는것으로치부되곤했던인터넷공간속‘트페미들의키배’‘헛소리’‘쓰레기정보’‘시간낭비’등과이것들에심취해있던트위터중독자들의참된역량을주장하는이글은,하루빨리디지털중독에서빠져나와진짜현실속에서삶의능력을회복하라고종용하는뇌과학과심리학베스트셀러들의대척점에소중하게서있다.

6장‘레즈비언황무지’에서는(여성)성소수자-퀴어시각예술이‘덜’보인다거나‘안’보인다는세간의평가를재고한다.이런비가시성은그러한예술의한계로지적되기도하는데,이막다른자리에서그비가시성을차라리(여성)성소수자-퀴어시각예술의존재조건으로다시생각해보자는반전의제안이돋보인다.

이책의마지막글은대담으로구성되었다.라운드테이블‘레즈비언은왜구린가’에서는‘레즈비언적인것’이무엇인지를탐문하며그곳에자리했던청중의의견을포함해여러의견을취합하고심화하는방식으로레즈비언미학의특수성을쌓아올린다.수다와넋두리,열정과회한이섞여현장감있게읽힌다.이로써『진격하는저급들』을이루는말들에는끝내마침표가붙지만,그역량을체감하기위해서라도우리의실패와우정을위한대화는계속되어야한다는메시지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