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외부 : 소진된 미술의 퍼포먼스

쏟아지는 외부 : 소진된 미술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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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미술평론가 김정현이 2014년에서 2023년 사이에 쓴 글 중 37편을 묶은 비평모음집. 저자는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제정한 제1회 SeMA-하나 평론상을 수상한 이후로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현장 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신인 평론가로 글쓰기를 시작하여 지난 10년의 활동을 돌아보는 『쏟아지는 외부』에서 저자는 미술과 자본의 특수한 관계를 의식하며 “속물적인 인정 투쟁과 비판적 각성의 계기가 뒤섞여” 있는 ‘젊음’의 지평을 상기한다. 지근거리에서 목도한 너무 이른 좌절, 몰락, 죽음의 흔적이 글의 곳곳에 묻어있다. 저자는 실패를 무릅쓰고 비판적 미술을 추구하며, 예술의 신체적 수행성과 상상력을 강조하는 비평적 관점을 구축한다. 본문은 여섯 개의 장으로 구분했다. [닮기로서의 글쓰기]에서는 시각언어를 문자언어로 미메시스하려는 저자의 문학적 실험을 소개한다. 닮으려는 욕망의 전제는 대상에 대한 긴밀한 애정이다. 이론을 파괴하는 주이상스는 비평을 경계에 세운다. [소진되는 신체의 퍼포먼스]는 저자의 주요 연구 대상인 퍼포먼스에 관해, 첫째, 동시대 미술의 의미심장한 현상으로서 미술과 극장의 교류에 주목하고, 둘째, 장르적 정의에서 이탈해 예술의 신체적 수행성으로 확장된 관점을 보여준다. [페티시 매체 또는 재귀적 질문]은 회화, 조각, 장소와 같이 매체적, 담론적 종말 선언 이후에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다. [도구로서의 여행]에서는 저자가 주요 활동지인 서울을 벗어나 국내외 미술 현장에서 발견한 동시대 미술 비평의 단서를 에세이와 리서치 형식을 오가며 풀어낸다. [정체성 정치의 현재]는 청년, 여성, 포스트 식민 주체 등의 소수자 주체를 표방하는 당대의 작업 및 현상에 대한 시각을 담았다. [생존의 윤리]는 아카데미, 기관, 시장 등의 지배적 구조에 동화되지 않고 예술의 윤리를 실천하려는 젊은 예술가들에 주목했다.
저자

김정현

저자:김정현
미술평론가.비평과창작이서로개입하는방식에관심을갖고글을써왔다.서강대학교영문학,정치·경제·철학(PEP),심리학3전공학사,홍익대학교미술사석사졸업및박사중퇴.2015년제1회SeMA하나평론상을수상했다.
퍼포먼스아트연구자이자독립큐레이터로《마지막공룡》(2020),《아무것도바꾸지마라》(2016~2020),《퍼포먼스연대기》(2017)등을기획했다.

목차


서문

1.닮기로서의글쓰기
박정혜―납작한3차원의세계에서
숙취심한날(2017)
곽이브―P.와p.의대화
기민정―어느소설가에대한그림에대한소설
어쩌면…있을지몰라
이형구―…와…

2.소진되는신체의퍼포먼스
퍼포먼스의감염경로는?―퍼포먼스예술의동시대성을찾아서
정금형―구매자를위한박물관
기계안무의갈림길
윌리엄켄트리지―체력소진이라는지표
덤타입―멀티미디어퍼포먼스의삶과죽음
황수현―초현실,움직이거나이끌리거나
퍼포먼스와사물성
이민경과이보딤체프―진정성의폭력을대하는두가지태도
당신의정확한불안

3.페티시매체또는재귀적질문
회화에대하여(2018~2021)
이제―떠나지않았던모든것들이도착했다
윤지영―(하나의)조각이후
장서영―빛의피부를만지는일
박이소―추억없는세대를위한회고전

4.도구로서의여행
유감스럽게도더이상직접볼수는없지만―현대미술과재현의문제
미술관소장의지리학
걸어다니는것만으로세상이바뀌기를바라는예술
어느비평가의타임캡슐

5.정체성정치의현재
‘우리들’의공동체,독립과고립의경계에서―신생공간과프로젝트그룹의문화정치학
미디어담론에서영매의아카이브로
예술가,장사꾼,임시변통한나
배성희―쏟아지는외부
현아―어디에서왔습니까?
김우진―바벨의그림자
방향키조작하기―우주에서지상으로

6.생존의윤리
김방주―장난감의모랄
시체와유령
배민경―예술의지겨움에대하여
강기석―무겁게허우적대는발
홍세진―차갑게와닿는사물
김지영―생존의윤리

부록
수록지면정보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쏟아지는외부’는집중을요하는가치있는대상과의마주침이외에도,놀랍도록팽창한미술제도의윤리적결함과,세계의위기를가속하는[프랑코‘비포’베라르디의표현을따르자면]신경전체주의시대에대한경계심을담고있다.이것은양가적이다.마치온종일대낮이이어지는백야의경이로움과피로처럼.
---p.11

욕망의성취불가능성이아닌욕망하기자체의불가능성을환기하는동시에,끊임없이욕망을추구하는주체의모습을보여주는것은어떤의미가있을까?어쩌면작가주체의이러한무능과범속함을상기하는것이야말로퍼포먼스의동시대성,더나아가동시대미술의급진성을찾아볼수있는대목이아닐까.
---p.66

회화와도시는닮았다.둘다오래된것이라는점에서.(...)도시가자신의오랜역사를지우고계속해서새로운것을욕망하는속도의주체인데반해,회화는자신이더이상새로울것없으며역사를더써내려갈만한주체가아니라는점을받아들이고있다는차이가있을뿐이다.
---p.153

최근미술계에서부상하고있는세대론은‘예술가의생존권’투쟁과결합하며빠르게지지층을넓혀가고있다.그러나세대론은미술자본의독특성을교묘하게은폐하고만다.미술계에서노동착취의문제는단한번도젊은세대나작가에게만한정된것이아니었으며,그보다는‘업계’전체의오랜관행이었다.계급양극화와적자생존이야말로현재의미술생태계를설명하는키워드라고할수있다.체제의왜곡을세대의억압으로가장함으로써얻을수있는것은도대체무엇일까.새로운것을젊은것과동일시하려는태도는거의자동적이며,젊음과나이듦을우열로구분하는이데올로기는현대미술의‘역사적전통’이자자본의확장근거이다.청춘이든잉여든88만원세대이든‘새로운세대’를표방하는이들은‘새로운시장’혹은‘시장의확장’을바라는욕망을내비친다.자본에대한미술의욕망이더욱세련되어지고있다는현실인식이야말로최근의세대론논쟁에서깨우쳐야할부분이다.
---p.244

이들은섹슈얼리티를재현하는두가지다른태도를보여주지만모두남성과여성‘성기’의형태와형상을반복적으로강조한다.마치페미니즘과퀴어미학-정치의투쟁이성기형상을둘러싼이미지전쟁에있는것처럼,선명한주제만큼단순한방법적선호처럼보이는것이다.동시에이들이선택한도상의상투적인인상은내밀함의부재로부터온다.예술이세계에대한예술가의주관적해석을담고있다할지언정,그것이그들자신의정체성과상호투과적인개인서사의구축으로흐를필연성은없다.
---p.281

보들레르는「장난감의모랄」(1853)에서아이들이장난감을고장낼까봐염려하는부모들의어리석음을지적하며,아이들이장난감을내동댕이치고쪼개고부술때그들은헛되지만그장난감의영혼을붙잡으려노력하고있는것이라고말한다.장난감은이렇게단순한놀이의대상이아니라제의적대상이된다.만약우리가예술을대할때부모의위치에서그것의물질적가치를유지하기위해한없이조심스러운태도를취한다면,예술은상품경제의논리에편입했다가한물간유행상품목록에자리잡을것이다.예술이다행히아직어린아이가놀다질려창고에처박아둔고물덩어리가되어버리지않았다면,예술은어린아이의천진한놀이속에서박살나면서도영혼을지니게될것이다.
---p.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