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 성교육 강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뛰어들다
성교육 현장에서 시작된 질문, 왜 지금 미디어 문해력인가?
와이미교육의 이시훈 대표강사는 남자아이 성교육 분야에서 활동해온 교육 전문가다. 강남·청담·목동 등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연과 상담을 진행하며, 매년 5천여 명의 아이들과 양육자를 만나 성장기 자녀의 고민과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해왔다.
늘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온 저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아이들의 고민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아이들의 놀이와 친구 관계는 물론, 성에 관한 정보를 접하는 경로와 방식까지 디지털 환경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딥페이크 성범죄, 온라인 그루밍, 성착취물과 관련된 피해 등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성 관련 문제들은 기존의 성교육만으로 설명하거나 예방하기 어려운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몸과 경계를 지키는 법을 알려주는 것만큼이나,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과 콘텐츠를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저자가 성교육을 넘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 관심을 확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디어 속 성 관련 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지, 알고리즘이 어떤 콘텐츠를 추천하는지, 온라인에서 어떤 행동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세대에게 필요한 성교육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엄지 중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다. 저자는 성교육과 미디어 교육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디지털 세상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교육의 기준을 제안한다.
아이 손안의 디지털 놀이터, 새로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함께 자란 알파세대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 수단이 아니다. 친구들과 소통하고, 게임을 즐기고, 관심사를 발견하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일상적인 공간이다. 말 그대로 아이들의 ‘손안의 놀이터’인 셈이다. 그러나 이 놀이터는 현실 세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숏폼 영상은 짧은 시간 동안 새롭고 강한 자극을 제공하고,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은 콘텐츠가 끝나도 이용을 계속하도록 만든다. 추천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행동을 분석해 관심을 끌 만한 영상을 보여주고, 게임의 확률형 보상은 다음번에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아이들을 자극한다. SNS에서 친구들의 소식을 놓칠까 봐 불안해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 역시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환경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대개 비슷하다.
“스마트폰 그만 봐!”, “한 번만 더 보면 압수야!”
아이 역시 억울하다.
“엄마 아빠도 맨날 스마트폰 보잖아요!”, “애들 다 하는데 왜 나만 못하게 해요?”
『엄지 중독』의 이시훈 저자는 아이의 스마트폰 문제를 단순히 의지나 참을성의 부족으로 보지 않는다. 아이들이 미디어를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미디어가 사람의 눈길과 시간을 붙잡는 방식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용 시간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의도하지 않은 성 관련 콘텐츠를 접하거나 낯선 사람의 접근에 노출될 수 있고, 친구의 허락을 받지 않은 사진을 공유하거나 외모를 놀리는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아이는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놀이터에는 새로운 안전교육이 필요하다. 무조건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대신, 무엇이 위험한지 알아보고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다.
『엄지 중독』은 미디어를 무조건 차단하거나 사용 시간을 통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부모와 아이가 함께 기준을 만들고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아이의 관심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실제 강연과 상담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전 퀵 가이드와 체크리스트, 가족 미디어 사용 협약서 등도 담았다.
중요한 것은 부모 역시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그만 보라고 하면서 정작 부모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지는 않은지,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에도 각자 화면 속 세상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만 자기 조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미디어 이용 습관을 점검하고, 일방적인 금지 대신 서로 납득 할 수 있는 약속(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부모가 언제까지나 아이의 스마트폰을 감시하고 모든 콘텐츠를 대신 골라줄 수는 없다.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모든 위험을 차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아이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힘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아이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아이로 길러야 할 첫 번째 이유다. 이 책이 스마트폰을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부모와 아이가 다시 마주 보고, 온 가족이 함께 디지털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미디어 리터러시 양육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