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티기 (김종필 시집)

뭉티기 (김종필 시집)

$13.80
Description
詩를 먹다 _음식에 얽힌 세상살이의 오묘한 맛
초설 김종필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뭉티기〉는, 시인의 고향이자 삶 터인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음식과 식재료를 소재로 지어진 시집이다. 뿌리 깊은 향토 음식에서부터 조금은 생경스러운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거리에 얽힌 이야기들이 72편의 시로 펼쳐진다.
지역민은 물론, 지난 시간을 함께 살아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추억하며,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는 음식으로 소박한 한 상을 차려놓았다.
시인은 말한다.
“시는 먹고 느낄 수 있는 가없이 맛있는 음식이다. 맵고 짜고, 달고 쓰고, 울고 웃고, 죽고 살고...”
저자

김종필

필명초설
1965년대구출생
시집〈어둔밤에도장승은눕지않는다〉,〈쇳밥〉,〈무서운여자〉
수필집〈하고싶은말이많은만큼외롭다〉

목차

ㆍ시를먹다...초설


1부_춘(春)

012따로국밥
014수구레국밥
015콩국
016참게가리장국
018홍합탕
020논메기매운탕
021동태맑은탕
023나새이된장국
024갱시기
026묵밥
027떡국
029추어탕
031부대찌개
033미역국
035깡통꽁치
036비지찌개
037무청시래깃국


2부_하(夏)

040뭉티기
042막창구이
044복불고기
046피조개
048양미리구이
049돈까스
051북성로불고기우동
053칼치
055고추부각
056이태리달걀찜
058양푼이찜갈비
059묵은김치찌짐
061미나리찌짐
063닭발
064돼지갈비
066간


3부_추(秋)

070누른국수
072야끼우동
073납짝만두
075국화빵
076냉면
078수제비
079짜장면
082절편
083두부
084잡채
085월남쌈
087식빵
088라면
089찜닭
091콩나물잡채
092바나나


4부_동(冬)

096숙주나물
097미꾸라지
099김치할매
101잔술
103김밥
105멸치
107배추뿌리
109메주콩
111깍두기
113과메기
114무침회
115홍게
116전복죽
117충무김밥
119박바가지밥
120땡초
122연잎밥
123가시두릅
124더덕
125쑥
126얼갈이배추
128뚱딴지
130옻순


ㆍ환대의기억과슬픔의시간을먹다...황정산(시인,문학평론가)132

출판사 서평

*표사(表辭)_정지창(문학평론가,前영남대학교교수)
초설김종필시인은대구의공장노동자다.그는새벽4시에전을펴는달성토성장에나가국밥한그릇에막걸리한잔걸치는것을좋아한다.그가좋아하는음식들을춘하추동사계절로나누어차려놓으니어느새푸짐한서민의잔칫상에군침이넘어간다.
그러나'갱시기,뭉티기,납짝만두,옻순'이반드시봄,여름,가을,겨울에맞춰먹는계절음식은아니다.대구의서민들이사시사철즐겨먹는음식이라는것을이곳사람들은잘안다.
시인이차려준갖가지음식을맛보고나니그는단순히음식만을읊조리는것이아니라음식에얽힌세상살이의오묘한맛을전하고있다는것을깨닫게된다.가령시인은라면은반쪼개는게좋고,계란은휘저어풀어야한다는자기만의조리법을소개한다.왜냐하면라면은외로울때끓여먹는음식이니까.
라면을끓여먹을때는/반쪼개는게좋다/외로움도짧을거니까
외로움끓이고있다면/노란핵그리움/미련없이휘저어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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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의기억과슬픔의시간을먹다_황정산(시인,문학평론가)

1.들어가며

시인김종필의이번시집은음식에관한시들만으로만들어졌다.하지만이시에등장하는음식들은특별한음식들은아니다.우리생활에서흔히볼수있는음식들이이시집에모두등장한다.어떤음식들은어린시절기억을떠올리고,또어떤음식들은바로어제저녁밥상위에올려있었던것이기도하다.이시집시들을읽다보면우리가참많은것들을먹고살았구나하는생각이먼저든다.
200년전프랑스법관이자음식평론가였던샤바랭J.A.Brillat-Savarin이라는사람은“당신이무엇을먹었는지말해달라,그러면당신이어떤사람인지말해주겠다.”라는말을했다고한다.한사람이먹은음식이바로그의정체성을형성한다는말이다.음식은한사람의기억을지배하여그사람의정서와생각을형성한다.더나아가음식은한시대,한사회를살았던사람들에게정서를공유하게하고연대감을갖게한다.음식은한사회의문화이고역사이기도하다.
김종필시인의이번시집시들은바로음식을통해살펴본삶의기억이고기록이다.


2.함께나눔으로의음식

이시집시들은모두음식이중요한소재이다.하지만그음식만이크게부각되어있지는않다.김종필시인은음식맛과향이라든가그것을만든과정,또는그음식에얽힌에피소드같은것을세세하게묘사하지않는다.시인에게는그음식자체보다는그음식을사이에두고식탁너머에있는사람이중요하다.누구와함께그음식을먹었는가가그의시에서핵심적인정조를만들어내고있다.

을씨년스러운저녁
작년오늘처럼모여들어
이겨울석쇠에처음굽는양미리
고이는침삼키며
그동안잘지냈느냐묻고
교통사고로병원에있는아이
시골에홀로지내시는부모
베트남처가다녀온

살아내는이야기맛나게구우며
머리부터꼬리까지고루익은
알배기양미리한입베어물고
더따뜻한말씨
양미리알처럼쏟아놓을수있으니
아직은살만하다
...「양미리구이」전문

양미리는가장값싸고대중적인생선이다.시인은이흔한양미리를여러사람들과함께먹은추억을떠올린다.양미리는서로다른사람,서로다른처지와상황에있는사람들을한자리로불러모으는음식이다.석쇠에다구워둘러앉아먹어야하는음식이기때문이다.민어나농어같은맛이좋은고급생선도아니고,조기나갈치같은중요한식재료로대접받는생선은아니지만,양미리는우리의입맛을돌게한다.생선자체맛보다도석쇠에올려놓고둘러앉아함께구워먹는그시간의소중함이우리침샘을자극하기때문이다.양미리를올려놓은석쇠주변에는“살아내는이야기”가있고양미리를굽는것은바로이렇게각자안부를굽는것이기도하다.그리고이렇게저렴한음식이라도함께할수있는시간이있다는것은“아직살만”한행복이남아있다는것임을시인은확인하고있다.그런데함께한다는것은서로가구별없이하나가되는것이아니라각자따로,그러나서로가존중하는그런사이가되는것이다.다음시는음식을통해그것을표현하고있다.

귀한양반점잖게먹는밥이
따로국밥이었다지요
양반아닌사람있을까요

쌀밥에갖은반찬곁들이는따로국밥
목울대꿀렁이면
실없이헛기침해도좋습니다

이래저래부대끼며
훌훌불어후루룩마시는국밥

앞선시간반추하듯
입안에든밥알굴리며음미하는따로국밥

맛다르지요
사는모습다른것처럼

귀한그대만난오늘은
따로국밥먹고싶습니다
...「따로국밥」부분

타인을환대하는것이무엇인가를생각하게하는작품이다.따로국밥은국밥이긴하지만국과밥이따로제공되는나름품격을갖춘음식이다.그러면서도국과밥이잘어우러져밥을주식으로하는우리입맛에딱맞는음식이다.그런점에서그것은따로하지만조화를이룬다는화이부동(和而不同)의정신을잘보여주는음식이기도하다.시인은바로이러한자세로“귀한그대”를환대하고자한다.환대란이렇게서로사는모습이다르지만,그다름을인정하고그사람이내삶으로들어왔을때받아들이고대접하는것이다.그래서원래는“귀한양반점잖게”먹는음식이따로국밥이었지만,상대를귀하게여기는환대의정신을가질때우리는“양반아닌사람있을까요”라는말처럼모두가양반으로대접받을수있는평등한세상이될수있다고시인은생각하고있다.다음시는함께하는정서를좀더감각적으로표현하고있다.

묵은말랑하다
입에들어가는것중
더말랑한것은없다
익은김치잘게썬고명
검은눈처럼뿌려진김가루
그냥보기만해도
아입술벌어진다
첫키스가이맛이었을까
말랑하고달다
...「묵밥」전문

함께하는것중가장강렬한기억은사랑하는사람과키스할때경험일것이다.시인은담백한묵맛에서이짜릿한시간을감각적으로느낀다.그것은묵에여러재료가함께했기때문이다.묵의부드러운식감과김치의매콤새콤한맛,그리고“검은눈처럼뿌려진김가루”의시각적느낌이합쳐져첫키스순간을떠올리게해준다.사랑은이렇게나아닌것과내가시간과상황을뛰어넘어감각적일치를이루는것이다.그것은환대가몸과마음으로가장지극한상태에도달하는순간의경험이다.묵밥을먹은기억을이렇게첫키스순간으로연결하는시인의감각과상상력이놀라울뿐이다.

3.삶과시간,기록의음식

사실우리의생활은많은부분이음식으로채워져있다.음식을먹고살아가고또음식을위해살아간다.음식을기억한다는것은그것과함께한삶과그삶의시간을기억한다는것이기도하다.그러므로음식에는우리가살았던삶이버무려져있다.그런점에서음식을먹는다는것은그기억을반추하고그기억을다시내몸감각으로받아들이고재현하는것이다.

공장일몹시힘겨울때면
하루품으로먹는
뭉글뭉글핏덩이처럼검붉은뭉티기

가을잎물들듯말라가는나이
기왕이면몸에좋은뭉티기자주먹으라던
젊은한의사말처럼
된밥에뭉티기한점이면힘불끈

오직몸으로살아내야하는처지
혼자다먹을수있는한접시뿐이지만
내살한점떼어주는마음이면
세상살이간격좁혀질까생각하는목요일
...「뭉티기」부분

소엉덩이살을막썰어낸것을‘뭉티기’라고한다.시인은비교적싼뭉티기로공장노동자의힘겨움을씻어내고있다.그살코기힘으로“힘불끈/오직몸으로살아내야하는처지”를견뎌내며,한접시내살같은뭉티기한점씩나누어먹는서로돕고평등한대동세상에대한소망을가질수있었고,지금도시인은뭉티기한점으로그런세상에대한꿈을잃지않는다.다음시음식도과거시간을환기하고있다.

군복입고돌아오던그추웠던날
밤기차에서졸다대구역광장귀퉁이
포장마차속다닥다닥붙어서서먹던
유부찹쌀꽈배기동동뜨는콩국
뾰족한우울방울방울녹여내렸지

그냥우울할때설탕조금더
마냥즐거울때소금조금더
늙고작아지는귀시린겨울이지만
귀달린작은양은냄비에담긴
노랗고구수한콩국앞에놓고
낯설지않은누군가마주앉길
바람날선겨울외롭지않았으면
...「콩국」전문

군대시절은고통의기억을떠올리게한다.육체적고통뿐만아니라격리와통제로인한자유의억압이그러한고통을가중시키기때문일것이다.그러므로군대로돌아간다는것은“서럽던날”일수밖에없다.그고통을잊고달래기위해시인은“유부찹쌀꽈배기동동뜨는콩국”을찾곤했었다.하지만그것만으로부족할때거기에설탕과소금은우울을달래고즐거움을배가시킨다.군대라는고통의시간을함께한음식이있다는것은그고통의기억을잊지않는다는것이기도하지만,그것을극복할힘을잃지않고있다는것이기도하다.시인은콩국이라는음식을대할때마다이고통의시간을다시환기하고그시절을기억해낼것이다.하지만또한,이기억이있어세상에편재하는고통과슬픔을이해하고그것을넘어서고자하는꿈과희망과힘을잃지않을것이다.이흔한‘콩국’속에이런힘이있음을시인은우리에게구수한언어의힘으로바꾸어보여주고있다.다음시음식은가난했던시절을떠올리게한다.

손발꽁꽁얼어붙을때
따뜻한구들아랫목
두꺼운이불뒤집어쓰고
뜨거운갱시기후후불며먹던기억난다고중얼거렸더니
또래공장일꾼들도가난한시절이었지만
식구들오들오들떨며먹던날그립다고

멸치끓여낸국물에
먹다남은김치더잘게썰고
밥한주걱쌀떡한줌
콩나물달걀풀고김가루뿌려간본후
참기름한방울똑

한숟갈먹으니
더맛있는거못먹여애타던엄마
한숟갈먹으니
이미늙었던아버지
한숟갈먹으니
내밥그릇넘보던형들

궁상스럽던그겨울저녁그리워
숟가락들고
멍하니입열고있으니
아내가툭툭
...「갱시기」전문

‘갱시기’는경상도에서많이먹는김치로만든죽이다.그것은식재료구하기힘든겨울에가장손쉽게만들수있는음식이다.그러면서도한국사람입맛에잘어울리는음식이어서가난한옛날을추억할때자주등장하는음식이기도하다.시인역시이궁상스러운음식맛을그리워하면서가난했던옛날을추억하고있다.그곳에는늙은아버지와서로먹을것을경쟁하던형제들이있었다.하지만그시절에“오들오들떨며먹던”그음식으로그가난한시간을견디고지날수있었다.그러므로이흔한음식에는그시간의고통과슬픔의기억이고스란히담겨있다.지금도“그겨울저녁그리워”그음식을찾는것은그음식에배어있는시간의맛을시인은느끼고있기때문일것이다.그것은다른어떤비싼음식으로도대체할수없는맛이다.이음식을기억하고아직도그맛을느낄수있다는것은시인자신이그기억의시간을거쳐왔고,이음식이자신의삶과자신몸일부가되었다는것을의미한다.그런점에서‘갱시기’는그냥음식이아니라시인자신의정체성일부이다.다음시음식도과거가난한시절을떠올린다.

먹을게귀하던시절
욕심부려
이웃집배추뿌리도캤는데

어른되고사철먹거리넘치니
언젠가선술집배추뿌리가
비싼인삼대접이라
어이없는웃음이터졌다

추억만남겨준아버지먼길떠나시고
한뼘언땅없는나는
김장이라는말만들어도
아삭아삭그리웠네
...「배추뿌리」부분

가난했던어린시절먹을게없어먹던‘배추뿌리’가귀한음식으로대접받고있는현실에어이없어웃으면서시인은그시절먹던그배추뿌리맛을잊지못한다.가난했기에아버지는“추억만남겨”주고“먼길떠나시고”안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