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준비되지 않은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33.00
Description
“외교와 정치사의 숨은 행간을 통해
20세기 최악의 전쟁을 꿰뚫어보다.”
“히틀러는 어느 정도는 베르사유조약의 산물이었고, 어느 정도는 동시대 유럽에 널리 퍼져 있던 관념의 산물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독일의 역사와 독일의 현재의 산물이었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제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의 전쟁”이었다. 사악한 사람인 히틀러와 그 일당이 치밀한 계획에 따라 전 세계를 차곡차곡 전화 속으로 몰아넣었으며 다른 이들은, 심지어 독일인까지도 히틀러의 모략에 놀아난 피해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인 테일러는 오직 히틀러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해석이 모두에게 면죄부를 줄지는 몰라도 역사 전부를 설명하진 못한다고 반박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는 한 사람의 일탈로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 이면에는 보다 많은 정치적, 외교적 움직임이 얽혀 있었다는 것이다.

오직 히틀러 한 사람에게만 전쟁의 책임을 묻던 기존의 견해에서 벗어나 테일러는 히틀러를 세계를 파멸로 이끈 “역사의 기획자”에서 그저 권력을 쫓았던 “역사 속 한 인물”로 내려놓는다. 그리고 복잡하게 꼬인 당시 외교와 정치사의 숨은 행간을 찾아 그동안 히틀러의 뒤에 숨어 면죄부를 받던 이들을 역사라는 무대 위로 다시 끌어올린다. 이 책의 출간으로 테일러는 나치의 부역자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고, 옥스퍼드 대학에서의 강의도 접어야만 했다. 대중과 학계 모두 그에게 찬사보다는 격한 비난을 보냈지만 끝내 이 책이 자아낸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책의 설득력이 너무 강력했던 것이다. 참신한 해석의 이면에 감추어진 엄격한 사료 채택 방식과 논리적인 완결성은 거칠게 비난하던 이들조차 이 책을 “거의 완벽한 역사학의 마스터피스”라 부를 수밖에 만들었으며,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도 이 책을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에 관한 비할 데 없는 고전으로 올려놓았다.

저자

A.J.P.테일러

저자:A.J.P.테일러
20세기가장인기있고논란이많은역사가중한사람으로주류역사학을뿌리부터뒤흔들어놓는독창적이며치밀한저술은‘흠잡을데없이거의완벽한역사학의마스터피스’로도불린다.옥스퍼드대학에서수학했고,맨체스터대학에서의강의생활을거쳐옥스퍼드대학의교수로서학문활동에힘쓰는한편,칼럼니스트,라디오해설자,TV토론의단골출연자로활약하여이름을날렸다.전간기국제관계를다룬《제2차세계대전의기원TheOriginsoftheSecondWorldWar》은참신한해석의이면에감추어진엄격한사료채택방식과논리적인완결성으로고전의반열에올랐다.이책은제2차세계대전의원인에대한기존의견해를거의모든점에서반박하였으며,출판되자마자역사학에서벌어졌던그어떤논쟁보다도격렬한논쟁을불러일으켰다.뜨거운열기가식은후에도사람들은책이지닌강한설득력에매료되어책을손에서놓지못했다.
제2차세계대전을‘히틀러의전쟁’이라부르며전쟁의원인을오로지히틀러에게만돌리는기존역사가들의견해에대해테일러는한악인의음모만으로유럽전체가전쟁에돌입하게되었다는설명방식에는문제가있다고이의를제기한다.그는역사가들이히틀러한사람에게모든책임을돌려왔던것은그러한설명으로모두가,심지어독일인들까지만족을얻을수있었기때문이라고말한다.히틀러혼자서억지로역사를움직였고,이제그가죽었으니역사는제자리로돌아왔다는것이다.하지만테일러는히틀러를역사의기획자에서역사의한인물로내려놓는다.히틀러가전쟁을일으킨강력한연료이긴했지만엔진자체는세계에이미존재해있었다는것이다.“히틀러는어느정도는베르사유조약의산물이었고,어느정도는동시대유럽에널리퍼져있던관념의산물이었다.무엇보다도,그는독일의역사와독일의현재의산물이었다.”
또한테일러가서술하는역사는인간외적인동인만으로설명되는추상적체계가아니라구체적인시대와장소에서사람들의생각과행동이이루어낸사건들이다.이야기의중심도독일이나유럽질서같은문제그자체가아니라그러한문제가벌어지는상황에서전쟁에휘말리게되는인간들이만들어내는과정이다.이러한상황을염두에두고역사를살펴보면,제2차세계대전이일어나게된과정은히틀러의침략과이에대항한사람들의이야기라기보다는독일문제로인해흔들리는유럽질서속에서그문제를안고고군분투하는유럽정치가들의노력과실패의이야기로보이게된다.테일러는그과정에서국가의이익을지키려하고그시대의관념에발목잡혀있으며개인적인관점을고집하는정치가들의혼란된모습을발견하며이렇게덧붙인다.“전쟁의원인은독재자들의사악함만큼이나다른이들의실수에도있었다.”
1906년에출생하여1990년에사망했으며,세계적논란과명성을동시에가져다준《제2차세계대전의기원》외에도《독일역사강의CourseofGermanHistory》,《전쟁은어떻게시작되는가HowWarsBegin》,《전쟁은어떻게끝이나는가HowWarsEnds》,《비스마르크?권력자와정치인Bismarck:TheManandtheStatesman》,《보어전쟁부터냉전까지FromtheBoerWartotheColdWar》,《사진과그림으로보는제1차세계대전TheFirstWorldWar:AnIllustratedHistory》(출간예정,페이퍼로드),《사진과그림으로보는제2차세계대전TheSecondWorldWar:AnIllustratedHistory》(출간예정,페이퍼로드)등정치사에관한많은저작을남겼다.

역자:유영수
서울대학교외교학과를졸업하고미국뉴욕주립빙햄튼대학교에서정치학박사학위를받았다.공군사관학교전임강사를지냈고,현재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조교수로가르치고있다.논문으로<민주주의국가의인권정치:한국과스페인의양심적병역거부권인정문제를중심으로>,<체제전환과정의제도,선호,그리고인권보호>등이있다

목차

화보6
머리말다시생각함15
1장잊혀진문제45
2장제1차세계대전의유산65
3장전후십년103
4장베르사유의종언137
5장아비시니아문제와로카르노의종말181
6장반무장상태의평화,1936~1938년207
7장병합:오스트리아의종말255
8장체코슬로바키아의위기289
9장여섯달동안의평화347
10장신경전393
11장단치히를위한전쟁447
주495
참고문헌506
연표514
인물소개522
옮긴이의말547

출판사 서평

“벼랑끝전술과유화정책의잘못된만남”

제2차세계대전은여러모로이전의전쟁과는양상이달랐다.육지에서는참호전으로대표되던절대방어의개념이무너졌으며,하늘에서는민간폭격도불사하는폭격기가총력전이라는새로운전쟁의시대를고했다.한편,바다에서는거대한함포를자랑하는전함대신항공모함이해전의새로운강자로떠올랐다.그러나무엇보다달라진것은제2차세계대전의발발양상이었다.
히틀러를포함하여,전쟁에얽힌국가의정상들중진정으로전쟁을원한사람은한명도없었다.한편에서는아무런준비도계획도없이그저“더잃을게없으니무력도불사하겠다”고만떠드는허풍장이히틀러가있었고,다른한편에서는전쟁이라는최악의상황을막겠다는강박에사로잡혀“유화정책”만을시도하는영국과프랑스의정치인들이있었다.그리고그주변을폴란드,체코,오스트리아심지어는볼셰비즘에대한혐오를넘어강대국으로인정받고싶은소련까지,복잡한상황을통해각자자국내권력과국가이득을거머쥐려는사람들이맴돌았다.
저자는히틀러의행동동기를권력,그리고강인한모국에대한열망으로해석한다.다른나라의여느정치인과별다를것없는동기다.그러나히틀러가결정적으로다른점은그의행동방식에있었다.그는행동하기보다기다렸고,실력행사보다는큰소리를치는것을더좋아했다.지금은우리에게도익숙한소위“벼랑끝전술”이다.반면히틀러의맞수가되어야할주요국가대표들은이런히틀러의전술에속수무책이었다.히틀러는군비를은폐하는대신부풀렸고,대규모전쟁을준비하는‘척’만했다.이런방식으로히틀러는상대가자신이원하는일을알아서가져다주기를기다렸다.


“전쟁은독재자한명의사악함이아니라
선량한다수의실수에서일어난다”

저자를이를증명하기위해당시의외교기록과히틀러의공식및비공식발언,전후의전범재판기록과,전쟁이전과전쟁기간내주요국의통계지표를치밀하게인용한다.그결과얻어진진실은우리에게는충격적이다.어떤자료를찾아봐도독일은당시전쟁을할여력도생각도없었다는현실만드러나기때문이다.흔히예시로드는독일의재군비는1936년봄까지는대부분‘근거없는’신화였다.독일의군비지출은영국의군비지출보다적은수준이었고,히틀러자신도경기하락을가져올군비지출로국민의인기를잃고싶어하지않았다.전쟁직전인1938∼1939년사이에지출된실제독일의재군비비용은경쟁국인영국과동일한비율인대략15퍼센트였는데,심지어비율이아닌절대치로만비교해본다면영국의전쟁의지가더컸다고말할수도있을정도였고,전쟁이일어난뒤에도독일의재군비비용은별다른변동이없이“평시같은전시경제”를유지하고있었다는것이다.
히틀러는총력전이아닌소규모무력시위와으름장만으로총체적인승리를얻으려했고,다른이들의어리석음으로인해목표한바에거의다가갔다.1938년의오스트리아병합이나같은해9월의뮌헨회담,1939년3월의프라하점령에서도히틀러는그저큰소리좀치고기다렸을뿐이다.오히려그의상대들(오스트리아의슈슈니크,체코슬로바키아의하하,영국의체임벌린,프랑스의달라디에)이히틀러의위협에초조해하며히틀러가원하던바를해주었다.히틀러자신은독일이전쟁을수행할능력이없다는걸누구보다잘알고있었지만그의상대들은불행히도그사실을몰랐던것이다.저자의말,그리고히틀러자신의시인에따르면그것은외교적전술이라기보다는도박에가까웠다.
하지만히틀러의도박에도끝은찾아왔다.어쩌면저자의말처럼“폴란드인들가운데같은종류의정치적도박꾼들을만난것이히틀러의불운”이었을지도모른다.마지막까지전쟁을피하기위한각국의노력은실패하고,결국제2차세계대전이발발한다.


역사의책임은누구에게물어야하는가?

“독일인들이히틀러를권좌에올려놓았고,그들만이히틀러를축출할수있는유일한사람들이었다.”
-<저자의말>중에서

사실전쟁의책임을히틀러에게돌리는것만큼모두를만족시키는것도없다.히틀러에대항할것을주장하던대항론자에게사악한히틀러의존재는이제까지의자신들의주장을정당화해주었고,유화론자들또한미치광이히틀러만아니었더라면자신들의정책이성공할수있었다고주장할수있었으며,독일인들또한독재자히틀러에게전쟁의책임을전가함으로써자신들에게는책임이없음을주장할수있었던것이다.
하지만이책은저자의말처럼“영웅이없는이야기이며어쩌면악당조차없는”이야기다.테일러는2차대전의책임을히틀러한사람에게만지울수는없으며무고한사람은아무도없었다고말한다.각국의외교관과정치인,군인들은전쟁에대한두려움,권력과선거에대한집착,공산주의에대한두려움,심지어개인적야심으로매순간오판을했고,독일국민들은선거를통해히틀러에게전권을넘겼다.몇몇은전쟁을대비하자하고,몇몇은전쟁을시작해야한다고주장하며,대부분은전쟁을근심했지만,어쨌거나진심으로전쟁을바란사람은한명도없었다.그러나결국전쟁은일어났다.여기에서볼수있는건많은이들의오판과착각,그리고그바탕이된근거없는낙관과비관뿐이다.
테일러가서술하는역사는인간한둘이어쩔수없는역사의굵직한흐름그자체가아니라그흐름에휘말리게되는인간들이만들어내는과정이다.이러한상황을염두에두고역사를살펴보면,책의내용은히틀러의침략과이에대항한사람들의이야기라기보다는독일문제로인해흔들리는유럽질서속에서그문제를안고고군분투하는유럽정치가들의노력과실패의이야기로보이게된다.악당은드물었지만,현명한자는그보다더적었다.테일러는그과정에서국가의이익을지키려하고그시대의관념에발목잡혀있으며개인적인관점을고집하는정치가들의혼란된모습을발견하며이렇게덧붙인다.“전쟁의원인은독재자들의사악함만큼이나다른이들의실수에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