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서울을 걷다 (건축하는 시인의 시 이야기)

사라진 서울을 걷다 (건축하는 시인의 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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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게으른 시인의 택도 없는 ‘소망’
매일 사라지는 서울도 그의 문장과 그림이 되었다.
건축가이자 시인인 함성호는 순하다. ‘순하리 소주’보다 순하다. 아름다운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선 것에 분노는 하지만 저항방식은 강정마을에 작은도서관을 짓는 식이다. 바닷가에서 자랐던 시인은 복잡한 도시로 떠나왔지만 그 도시는 조용필 노래 〈꿈〉에 나오는 “그 곳은 춥고도 험한 곳/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그 누구도 말을 않는다”는 ‘뜨거운 눈물을 먹는 곳’만은 아니다.
시인은 이 번잡스런 서울이라는 도시가 복잡스런 활력이 있어 마음에 든다고 한다. 어느 지자체할 것 없이 ‘걷고 싶은 길’을 만든다고 가로를 정비하고 나무도 심고 벤치도 가져다 놓는 등 야단법석을 떤다. 정돈된 거리는 깨끗하지만 난잡한 풍경이 주던 활력을 잃어버려 아쉽긴 하다. 그러나 그 역시 도시의 욕망이기에 자연스럽다고 시인은 긍정한다.
건축평론가이기도 한 저자는 갖은 이유로 서울에, 도시에 치를 떠는 이들에게 권한다. 자신이 사는 곳의 ‘옆’을 자세히 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많은 이야기 우리가 무심히 걷는 이 거리에 많은 이야기가 스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역사와 사연이 묻어있는 경복궁 영추문, 김소월이 시로 그려낸 ‘왕십리’는 이성계가 한양을 수도로 잡을 때의 스토리가 묻어있다. 지금도 젊음이 넘쳐나는 홍대앞 주차장 골목은 시인이 청춘시절에도 풋풋한 젊음 새로운 음악과 미술과 문화가 흐르는 해방공간이었다. 신동엽 시인은 종로5가와 청계천5가 사이의 거리에 있는 동대문시장, 광장시장 인근에서 만난 소년에게서 그의 아버지는 도시 노동자로, 누나는 매춘부로 전락했다는 사연을 듣는다. 말은 하지 않지만 충북 보은 속리산 기슭 어딘가 무너진 마을에서 왔을 것이라고 시인은 읽는다.
어디 그뿐이랴 중구, 창신동, 압구정동, 대학로, 삼청동, 종묘, 장충단, 충정로, 신촌 등 서울 곳곳에는 역사와 자연과 사람이야기로 넘쳐난다. 자본과 도시의 욕망이 불도저로 밀어버린 이 괴물 같은 수도서울에도 미처 무너뜨리지 못한 자연이 남아있다고 함성호는 말한다. 서울 어느 동네라도 조그만 물줄기라도 흐르지 않는 곳이 없고, 야트막한 동산 하나는 있다. 옥수역 근처 야트막한 봉우리에 지천으로 핀 응봉 개9나리, 늦은 저녁 청색의 황홀경을 선사하는 당산철교, 서울과 일산 사이 강가를 비현실적으로 날아드는 철새들, 나룻배를 타고 건너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잠수교…….
이 책, 『사라진 서울을 걷다』는 서울이라는 거리를 너무도 말하고 싶은 함성호의 수다이다. 그는 이 거리를 알게 되면 더욱 걷고 싶은 거라고 자신한다. 자신의 글이 누군가의 일상 여행에 참고가 되었으면, 그 누군가의 바쁜 걸음을 멈추게 하고 자신이 걷는 주변을 잠시라도 두리번거리게 할 수 있게 한다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나온 시인의 게을렀던 작업의 결과물이다.
저자

함성호

조용하지않은번잡한바닷가에서나고자랐다.집을짓기전에는땅의마음을,시를쓰기전에는문장의파동을염려한다.1990년『문학과사회』여름호에「비와바람속에서」외3편을발표함과동시에시인이되었고,1991년건축전문지『공간』에서건축평론신인상을받고건축평론가로활동했다.시집으로『56억7천만년의고독』,『聖타즈마할』,『너무아름다운병』,『키르티무카』가있으며,건축평론집으로는『건축의스트레스』,『당신을위해지은집』,『철학으로읽는옛집』,『반하는건축』,『아무것도하지않는즐거움』이있다.그외에도만화비평집『만화당인생』과티베트기행산문집『허무의기록』을썼다.현재건축실험집단‘EON’의대표로지내며여전히말없이피고지는대상에게속절없이사랑한다말하는버릇이있다.

목차

머리말7

오늘도서울에서는

때로는적막하고,때로는막막하게?마포麻浦15
오누나가누나?왕십리往十里25
이슬비오는날,낯선소년이?종각鐘閣에서동대문東大門까지35
그리고많은사람이울었다?중구中區50

자본만이풍경이되어

헌책방거리를찾아서?창신동昌信洞61
바람부는날이면?압구정狎鷗亭73
아무일이없을때도만났다?대학로大學路92
스스로저버린것이다?청계천淸溪川103

모두를전생으로만든다

이파리하나하나에걸려있어?삼청동三淸洞129
봄을이렇게노래했다?인왕산仁王山139
스스로그러한오늘의시간을위하여?선유도仙遊島151
또우리의손때를입히자?인사동仁寺洞162

때때로많은것을허물었지만

물질을잃고,출렁이는물그림자?종묘宗廟175
많은이야기가담배연기처럼?장충단로奬忠壇路186
언덕이조개로덮여?충정로忠正路195
접근하기가상당히어려운?자하문로紫霞門路205

그곳에는언제나사람이있었다

그날우리는아현고개를넘어갔다?신촌新村217
주차장골목의아이들?홍대弘大230
경복궁주변?서촌西村247
그집,茶(다),菓(과)?필동筆洞265
영추문옆의집?효자로孝子路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