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삼킨 아이

목소리를 삼킨 아이

$16.00
Description
이란 정부에 의해 강제 추방된 이란 역사상 최고의 현대작가 파리누쉬 사니이가 들려주는 소통,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
스스로 목소리를 숨긴(‘선택적 함구증’) 소년의 이야기
상처받고 싶지 않은 아이의 슬픈 절규!

사촌 형도, 사촌 누나도, 나를 ‘벙어리’라고 부를 때마다 즐겁게 웃었기에 나는 그게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반드시 행복할 때만 웃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떻든 간에, 나는 벙어리였다. (p.10)

『목소리를 삼킨 아이』는 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파리누쉬 사니이의 두 번째 소설로, ‘보카치오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이란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나의 몫』에 이어 출간과 동시 이란에서 큰 호평을 얻으며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 10여 개국 이상에 판권이 팔렸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소설은 일곱 살 때까지 말을 할 수 없었던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어 자신의 삶에 일어난 사건들을 묘사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침묵하는 아이와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소설 속 주인공인 소년 샤허브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언어 능력이나 지적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말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소설 속에는 그 원인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샤허브의 침묵은 한편으로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외로운 아이의 절박한 방어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받고자 하는 미숙한 아이의 고집스러운 투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목소리를 삼킨 아이』에는 부모에게조차 말을 하지 않는, 보통보다 심한 형태의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개개인의 복잡한 정서들을 따듯한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의 재능에 찬사를 보냅니다. (……) 『목소리를 삼킨 아이』를 읽고 난 후 다른 사람들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떠오른다면, 아마도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의 이 갈등 속을 통과했고 현재에도 그 갈등을 경험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한재현(소아정신과 전문의)

애들이 ‘벙어리’라고 부를 때마다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고, 물건을 부수거나 누군가에게 화풀이하면서 말썽을 일으켰다. 그러나 벙어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순간부터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벙어리라는 말을 들어도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대신 무언가가 목구멍에 걸려 있는 것 같은, 누군가가 내 심장을 할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색깔들도 전부 희미해졌고 태양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나는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앉아 양 무릎에 얼굴을 묻고 몸을 한껏 옹송그렸다. 다시는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몸을 작게 만들려고 했다. 더는 놀고 싶지도 않았고, 웃는 법도 기억나지 않았다. 나를 기쁘게 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때로는 하루 이틀 동안 지속되었다. (p.9)

저자

파리누쉬사니이

1949년이란에서태어난파리누쉬사니이는소설가이자심리학자,사회학자로이란의기술및직업교육부최고조정위원회연구부서장을지냈다.여러그룹을이끌고정부차원의다양한연구를수없이진행해왔으며다수의대학에서후학을양성한경험도풍부하다.그녀의여러작품가운데첫번째책인『나의몫』은이란정부에의해두번이나판매금지조치를당했으나독자들로부터큰호응을얻으면서이란역사상최고의베스트셀러라는기록을세웠다.이작품은전세계29개국에서출판되었으며2010년이탈리아‘보카치오문학상’을수상하였고,미국의권위있는해외문학소개월간지[WorldLiteratureToday]가발표하는‘2013년주목할만한번역도서75종’에포함되기도하였다.『나의몫』은이란여성들의억눌린삶을대변하는이야기로,이란혁명전후에겪었던무수한고통과힘겨운투쟁을들려주는감동적이고강렬한여성소설이다.여주인공의반세기를담은이야기를통해왜많은이란여성들이인권의자유와사회적정의를위해싸운선구자들로불려야하는지분명히이해할수있게해준다.이어그녀의두번째소설『목소리를삼킨아이』가출간되자마자이란에서큰호평을받았고미국,프랑스,노르웨이,루마니아,이탈리아등이미10여개국이상에판권이팔렸으며그밖에여러작품이현재검열을받고있다.

목차

목소리를삼킨아이
옮긴이의말
‘선택적함구증’을지닌아이의힘겨운성장기한재현(소아정신과전문의)

출판사 서평

마음의상처를지우지못하는아이의슬픈외침인“아라쉬형네아빠”

샤허브는다섯살이되었는데도말을하지않는다.의사는걱정할이유가없다고하지만주변사람들로부터샤허브는벙어리라고놀림을당한다.마음에깊은상처를안은채아직어리기만한샤허브는자신의형아라쉬와같은착하고똑똑한아이들부류만이‘아버지의아들’이될수있는반면,서툴고문제아취급받는자신같은아이는‘엄마의아들’이라고믿어버린다.심지어샤허브는아버지에대한호칭을자신의형이름을붙여‘아라쉬형네아빠’라고명명하며오로지내면의자아와마음속대화를나눈다.
외할머니를제외하고샤허브는가족이나친척들가운데그누구에게도이해받지못한다.외할머니만이샤허브가필사적으로갈구하는이해심과친절함을지니고있는것같다.두사람의유대관계는샤허브가점차어떤행복감을맛보고마침내자신의목소리를찾게되기까지깊은우정으로이어진다.

엄마가아빠얘기를꺼낼때면머리끝까지화가났다.아시가말했다.“엄마는정말바보야!우리아빠도아닌데.아라쉬형네아빠잖아.엄마는말도할수있고,우리가뭘원하는지알아차릴만큼똑똑하면서,왜이렇게단순한사실을이해하지못하는거지?착하고정상적이고똑똑하고귀여운애들은아빠자식이고,멍청하고못생기고병든애들은엄마자식이라는걸모르나?아라쉬형네아빠가형을부를때면항상‘아들,이리오렴’이라고말하고,어딜가든다른사람들한테형을자랑스럽게소개한다는사실을엄마는모르고있어.형을바라보는아빠의눈빛에다정함과미소가가득한데도말이야.그러면서우리는쳐다보고싶어하지도않고,다른사람들한테소개하고싶어하지도않아.그리고항상엄마한테이렇게말하지.‘여보,당신애좀데리고와봐.’그러니까우리는자기아들이아니라,엄마아들이라는거잖아.엄마는왜이런걸이해하지못하는거지?어차피우리도그런아빠는필요없어.우리한테는엄마만으로도충분해.”(p.117)

소설은샤허브와샤허브의엄마마리얌의시선을따라화자가번갈아가며전개되는구조를띠고있다.따라서독자는마리얌의입장에서서술될때샤허브가처해있는곤경을더넓은시각에서바라볼수있게된다.엄마마리얌과아빠나세르는학창시절서로를열렬히사랑하는행복한연인이었다.하지만결혼후십여년이지나자나세르는매일일로지쳐슬픔과피로에찌들어있고,마리얌은직장을그만두고집안일에만얽매이는현실에우울해하며“평범한가정주부”로서의삶을원망한다.

요즘들어도통샤허브를이해할수없었다.조용하기만하던아이가갑자기까다롭고예측불가능한아이로변하더니이상한행동을했다.샤허브를혼내야하는건지,샤허브가정말발달이늦는건지,우리부부가가정교육을잘못한건지도알수없었다.지금까지나는가족을위해내삶전부를바치며살아왔다.밤낮도없이몸종처럼일했다.그런데샤허브에게뭐가부족했던걸까?(생략)나는모든사람으로부터인정받기위해남자형제들보다공부도열심히했고,회사에서도누구보다열심히일했다.그런데어쩌다이렇게평범한가정주부가되어버린거지?내가머릿속에그려왔던내삶의모습은이렇지않았다.어쩌다가내꿈과희망을전부잃어버리게된걸까?대체무엇때문에?(p.59)


소년샤허브의자아이자상상속의친구‘바비’와‘아시’

침묵을택한샤허브의이야기는잔인할정도로억압적인이란정권하에살아가는삶을비판적으로담은소설로해석되기도한다.하지만평범하지않은,대단히현실적인성장소설로독자들의마음을사로잡는다.샤허브가‘말하기’를시작하기전까지자신의속마음을털어놓는유일한대상은내면의자아이자상상속의친구인‘바비’와‘아시’다.샤허브가친할머니의머리위로벽돌을던지고,아라쉬형이완성한작품에잉크를부어망가뜨리고,가지치기용가위로아빠의차를긁고,사촌형의침대에접착제를부어버리는등말로표현하지못한감정을다소위험하고과격한행동으로표현할때‘바비’는샤허브의마음속에자리한외로움과두려움을대변하면서그런행동을말리고,‘아시’는샤허브의내면에서들끓는분노와복수심을자극하면서계속부추긴다.마치샤허브에게‘그렇게까지하고싶은마음은이해하지만큰일날지도몰라,위험해,무서워,그만해.’라고말하고싶은독자들의마음과‘넌충분히그렇게해도돼.참을만큼참았잖아.하고나면후련해질거야.어서해.’라고말하고싶은독자들의마음을모두대변하기라도하듯,바비와아시는샤허브가어떤결정을내리려할때마다다급하게말을쏟아낸다.

난생처음으로사고를친순간이었다.복수의맛은달콤했다.조금겁이나기도했지만,소동이다끝난뒤에는최근아라쉬형에게물려받은삐거덕거리는커다란침대에평온하게몸을뉘었다.내가이침대를얼마나싫어했는지도,샤디에게물려준내아늑한아기용침대를얼마나좋아했는지도,더이상은중요하지않았다.부모님이아라쉬형에게사준서랍달린새침대를내가얼마나갖고싶어했는지도더는무의미했다.심지어는샤디가매일밤떼를쓰면서엄마침대로기어가잠을잘때도질투심이느껴지지않았다.
엄마가내게잠옷으로갈아입고양치질을하라고일러주기위해방으로왔을때나는자는척을했다.놀랍게도엄마는그냥불을끄고나가버렸다.어둠마저도이제는두려움의대상이아니었다.마치단하루동안의경험을통해철이들어버린것같았다.확실하지는않지만,내가늘방구석에숨어지내던아시와바비를발견한순간도그날밤이었던것같다.나는그날겪었던속상한일들을아시와바비에게말해주었다.아시와바비는나를위로해주었고,잘대처했다며칭찬도해주었다.
아시가말했다.“잘했어.형이그렇게당할만한짓을한거잖아.”
바비는내게뽀뽀를해주었고,우리셋은같이이불을덮고웃었다.(p.26)


‘선택적함구증’을가진아이와그가족의이야기

관심과사랑을갈구하는아이는어른의세계를이해하지못하고,혼란스러워하는아이의눈높이에서볼줄모르는어른역시아직미숙한아이의행동을이해하지못하기는마찬가지다.이불화의원인은,부모의행복한모습이아이에게얼마나큰영향을미치는지깨닫지못하는데서온다.단지아이를걱정하는데그치는것이아니라기다려주고이해하며관심을기울여주는것이진정한사랑임을배워가야한다.소설의결말은치유하기힘든어린시절의상처를말해주고있기도하다.성인이되어서도샤허브의마음깊숙한곳에아버지는여전히‘아라쉬형네아빠’로남는다.소설속유일하게샤허브를이해하는외할머니의편견없는시선과생각은동심을바라볼줄아는것이얼마나중요한지,아이가얼마나사랑스럽고소중한존재인지일깨워준다.

“사랑을그렇게이상하게보여주는사람이어디있니!너는샤허브걱정만하지,샤허브가있다는사실에기뻐하지는못하잖니.네가보여주는건걱정이지,사랑이아니란다.네가샤디에게하는것처럼샤허브를안아주거나뽀뽀해주는모습을나는한번도본적이없어.”
“샤디는아직아기라서외면할수가없어요.게다가샤허브는제가다가가기만하면도망가버려요.”
“샤디를외면해야한다는말이아니라,샤허브에게도관심을가져야한다는말이란다.샤허브가왜도망가는지는너스스로자문해봐야하는문제고.”
“엄마,있잖아요.저그동안의사선생님들도수없이많이찾아가고샤허브의상태에대해배우려고책도정말많이읽었어요.그런데뭘해도아무소용이없어요.”
“우리때는너희들처럼책을많이읽지는않았어도자식들이랑서로더편한관계를맺으며지냈단다.아이들이겪는문제도지금보다적었고,자라는과정도더자연스러웠지.사랑에관한배움은네마음속에새겨져있는거지,책에서찾아야하는게아니야.고등교육을받아야만그런배움을얻을수있는것도아니고.”(p.284-285)


파리누쉬사니이의소설은모국인이란의사회적문제를깊이파헤치는가운데,섬세하고풍부한글쓰기와함께고통으로몸부림치는소년의내면을폭로하고있으며동시에여성의지난한삶을묘사한다.또한소설속인물들의긴밀한대화와홀로투쟁하는주인공의내면의목소리는더나은세상을향한희망의상징이된다.-《라레푸블리카》,이탈리아

새로운문학적감각을선사하는작품.
아이의무언의목소리는무정함과무관심에대한비명이된다.-《파노라마》,이탈리아

심리학자이기도한저자는부모로서아이에게치유할수없는상처를입히는일이얼마나쉽게일어나는지,또한아이에게가해진심각한손상을부모가얼마나아무렇지않게지나칠수있는지를폭로한다.―≪TheCulturalSuppl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