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13.00
Description
늦가을의 우울함이 깃든 시베리아 동부의 끝자락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공연장
3회전 공중 돌기 연속 4회에 도전하는 목숨을 건 ‘러시안 바’ 트리오
“항상 두려워요.” 니노가 대답했다. “연기자가 도약할 때마다 두려운걸요. 아픈 게 두렵고. 안나를 다치게 할까 봐 두렵고. 관객도 두려워요. 난 겁이 나요. 하지만 그것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에 대해 좀 더 책임 의식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그만큼 실수도 덜 하게 되죠.” (p. 77)

안나, 안톤, 니노. 이 세 명의 트리오는 ‘러시안 바’ 종목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5개 팀 중 하나다. 그들은 러시아 울란우데 경연대회 출전을 목표로 훈련 중이다. 연출가이자 안무가인 레옹과 의상 제작자이자 화자인 나탈리는 그들의 아주 작은 감정의 소리까지 들어야 한다. 안나가 바 위에서 자신을 지탱해주는 다른 두 사람을 신뢰하지 않으면 그녀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위험에 빠지게 된다. 동물들이 없는데도 여전히 가시지 않는 서커스 공연장의 그 질척한 냄새 속에서 계절의 빛은 점점 더 옅어지고, 이야기가 진척됨에 따라 인물들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든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출발지인 동시에 도착지이고, 한국에서는 아주 가까운 도시이자 스위스에서는 너무나 먼 도시이며, 유럽과 연결된 유일한 도시이다. 바로 이 혼란스러움에 대한 도취가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줄거리를 구상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 이 소설은 또 다른 형태의 도취와 맥락을 같이한다. 현기증을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감정은 운 좋게도 내가 여행 중에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 러시안 바 위의 공중 곡예사를 비롯한 모든 아티스트들과 서커스 곡예사들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 - 저자 서문 중에서

※‘러시안 바’: 길이 3미터, 너비 25센티의 긴 널판 양 끝을 남자 두 명이 어깨로 받치고, 다른 한 명의 멤버가 그 널판 위에서 연기하는 묘기
저자

엘리자수아뒤사팽

1992년프랑스인아버지와한국인어머니사이에서태어난엘리자수아뒤사팽은파리와서울,스위스의포렌트루이를오가며자랐다.비엔스위스문학연구소에서학위를취득했으며현재스위스에살고있다.『속초에서의겨울』은올해프랑스에서출간된그녀의첫소설로,불어나독어로쓴첫작품에한해2년마다선정되는스위스의문학상<로베르트발저상>을수상하였으며프랑스에서는<문필가협회신인상>을수상했다.소설은혹한으로모든것이느려지는속초를배경으로유럽에한번도가본적이없는혼혈의젊은여인과고향노르망디에서멀리떨어진곳으로영감을찾으러온중년의만화가사이에벌어지는이야기를담고있다.서로다른문화권에서성장한두사람사이의미묘한관계를바다위에떨어지는눈송이처럼섬세하게그려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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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낯선관계속의‘신뢰’와‘소통’,그속에비쳐나는고독한삶의빛깔

엘리자수아뒤사팽의세번째소설인『블라디보스토크서커스』는전작들의배경이었던한국(『속초에서의겨울』,2016)과일본(『파친코구슬』,2018)에뒤이어,이번엔러시아의국경선근처블라디보스토크서커스무대와객석으로독자를데리고간다.1992년생인저자는이번에도늦가을의풍경을아주탁월하게묘사하고있다.블라디보스토크,늦여름에서겨울로넘어가는시즌.공연이없는황량한서커스울타리안에서세명의단원이러시안바훈련을한다.아버지와아들로보이는두남자가러시안바를어깨위에올리고서트램펄린챔피언이었던안나를공중으로날아오르게한다.울란우데에서열리는국제서커스경연대회를준비중인이들은3회전공중제비연속4회성공을목표로삼고있다.서로가최고수준의유대감을갖춰야한다.가까워졌다가도어느순간엔“마치원자핵이터진것처럼”서로멀리떨어져야하는그들은고독한존재들이다.의상제작을위해러시아에온나탈리는이미친분이형성되어있는이들팀에끼어들려고애쓰지만,왠지자신감이없다.낯선곳,낯선사람들과의만남속에서‘러시안바’라고하는서커스종목을통해의사소통을이루고서로간‘신뢰’와‘친밀감’을느끼게하는섬세하고감미로운소설.

내임무에대해생각해봤다.내가만들어야할의상들.짜릿한흥분이온몸을훑고지나간다.나에대한그들의신뢰가자부심을느끼게했다.난경험이거의없다.울란우데경연대회까지시간이얼마남지않았다.그러다더럭의심이든다.우린서로를잘모른다.그런생각이들자그들의신뢰가비정상으로느껴진다.실력도검증되지않은,잘알지도못하는여자한테맡길정도라면의상제작이라는내역할은그리중요한게아닐확률이높다.(p.54)

일상의침묵과긴장된삶속에유연함을만드는적절한거리와암묵적인동조

러시아인이며65세로가장나이가많은안톤은젊은파트너인니노를여덟살때부터훈련시켰고,니노는독일에서서커스를운영하는가정에서자랐다.그리고공중곡예사인안나는우크라이나인으로,전직트램펄린챔피언이었으나최근이들팀에합류했다.레옹은퀘벡출신의기술전문가이자트리오공연의연출가이다.서커스무대의상을제작해본경험이없는젊은여인이자화자인나탈리는전혀알지못하는이들코카서스인들의세계를발견하고,모두가함께섞여사는공동체삶의환경속에서자신의자리를찾고자애쓴다.이들각자에겐내면의고통이존재한다.완벽한운동선수였던안나는이전에겪은사고에대한강박이있지만이를외면하며거짓말을하고,관객의퇴폐적인욕망을두려워한다.안톤은자신이이제나이가들었다는사실을부정하고있는것처럼보인다.
[“안톤이바를놓친다고상상해봐.그가자기에게더이상버틸힘이없다는걸느끼지못한다면어떻게될까?평생해오던일을그만둬야한다는걸넌어떻게알수있을거같아?”(p.174)]
니노는중압감을떨치기위해열네살때부터술을마시곤했었고,지금은속귀에문제가있다.속귀의문제는균형감각을잃을위험이있고따라서다른사람을위험에빠뜨릴수있지만그는그것을고백하길거부한다.나탈리는때로자신이이들과거리를두고있음을느낀다.이렇듯각자가지닌비밀스러운고통과의사소통의어려움에도불구하고이들은점차서로에게익숙해진다.모두가서로에게이방인으로,내면의긴밀한관계가없는이인물들은공동의창조적행위안에서결속되어겉으로표현은안해도서로를돕는다.적절한거리와암묵적인동조속에서.그리고무엇보다가장중요한건신뢰를찾는일인데,신뢰야말로목숨을앗아갈수도있는위험에맞서게해주는유일한것이기때문이다.

나는이미균형감각이사라진허벅지를있는힘껏양손으로꽉움켜잡고있었다.어떻게당신들을믿고쓰러지라는거야?난속으로화가났다.아무보호장비도없이바닥에서1미터60센티나떨어진데떠올라있다니!등뒤에서니노로부터계속지시가떨어졌다.“당신은다칠수가없어요.절대로안다친다니까요!그냥똑바로서있기만해요.그상태에서그냥레옹쪽으로쓰러지라고요.허리에서움직임이나와야해요.그자세를똑바로유지해요.”(p.131)


무거움과가벼움,무력과긴장감사이의아름다운균형

그녀의글을읽고있으면긴장된근육이보이고,도시까지올라오는바다냄새가나고,새콤한사탕의맛을느끼게된다.저자의글쓰기는그녀가묘사하고있는관계들만큼아름답다.자신에게충실한그녀는문화들과대륙들이서정적인입맞춤을하게만든다.감탄이절로나오는스펙터클.《르피가로》

다른사람들에게노출되지않게숨는것.이침묵의권리를존중하는것이야말로엘리자수아뒤사팽의글쓰기특징이다.그녀는환경속에서비밀의비율을훌륭하게측정한다.《텔레라마》

이소설의이야기속에는서커스아티스트들의얼굴에젖어있는,진짜도아니고가짜도아닌그런묘한미소가떠돌고있다.왠지불편한어떤것이지속되고있는게분명한데도,작가는그것이무엇인지확실히드러나지않는수수께끼를공들여다듬어낸다.《르몽드》

이소설에는작가의전작들에서독자들이사랑했던모든것이들어있다.무거움과가벼움,무력과긴장감사이의균형.눈길을끄는화려한러시안바공연에저자는요란한북소리도,지나친탐구도없이신중한기술과단음계적색조를부여한다.하지만더확실한건,이젊은작가가우아함과유연성을잃지않으면서힘과포용을얻는데성공했다는것이다.《리브르엡도》


안전그물이나눈속임없이삶의실체를붙잡아낸놀라운작품

『블라디보스토크서커스』는작가와실제‘러시안바’트리오와의만남을통해탄생했다.작가가만난이들은부모로부터스타라이트서커스단을물려받은서커스아티스트조니가세가구성한트리오였다.작가가그들을만난것은대륙횡단열차여행도중경유한모스크바에서였다.낯선세계속에빠져든엘리자수아뒤사팽은소설속의화자와같았다.서커스세계에문외한인초보의상제작자를화자로그린것에대해작가는,소설속여주인공은서로잘알지못하는사람들을위해또하나의피부같은의상,즉정체성을창조해야했다고말한다.의상은하나의상징성을덧입히기때문이다.
[난다시의상에대해생각했다.안나는편안함을느껴야한다.옷이꽉조이지않고그녀의동작과혼연일치를이뤄야한다.피부처럼착달라붙지만,너무꼭끼지는않게.관객에게안나의몸을보여주지않으면서도,보이게만드는것이가능할까?(p.189)]
적나라하게펼쳐보이지않으면서암시하거나떠올리게하는기술에있어서는엘리자수아뒤사팽에게필적할사람이없다.그녀의소설에서감동적인표현같은것은없다.이지점에서독자들은인물들의감정을추측하게된다.더정확하게말하면,그감정들을느낀다.그녀가다루는깊이있는주제는신중한접근,첨예한연구,효과적인글쓰기로표현되었다.엘리자수아뒤사팽의이세번째소설은서커스의안전그물이나눈속임같은것없이뛰어난솜씨로작품을성공시켰다고할수있다.이로써엘리자수아뒤사팽는그녀가단어들을사용해서공중곡예를시킬줄안다는점을또한번확인시켜주었다.

“난말이죠,관객이오는건그저서커스가아직도제대로실행되고있는지확인하기위해서라고생각해요.우리가어디까지버티는지보려는거죠.사람들은꿈을원하지만,솔직히그들이바라는건흠을찾는거예요.다른사람들에게서단점이나결함같은걸발견할때,오히려자신은안심하게되거든요.”(p.83)

엘리자수아뒤사팽ElisaShuaDusapin
1992년프랑스인아버지와한국인어머니사이에서태어난엘리자수아뒤사팽은파리와서울,스위스의포렌트루이를오가며자랐다.비엔스위스문학연구소에서학위를취득했으며현재스위스에살고있다.첫소설『속초에서의겨울』은스위스문학상인‘로베르트발저상’을수상하고‘프랑스문필가협회신인상’그리고프랑스어로쓰인첫번째소설에한해심사하는‘레진드포르주상’을수상하는등출간과동시에유럽문단의뜨거운주목을받았다.『속초에서의겨울』로작가의입지를굳힌엘리자수아뒤사팽은두번째소설『파친코구슬』에서도쿄를무대로태생의뒤얽힌실타래들을풀고,한국전쟁후일본에정착한한국인의디아스포라를이야기한다.한국을배경으로정체성탐구의여정을시작한첫작품에이어두번째작품에서일본을배경으로가족관계와소통의단절을더깊이들여다보았다면,이번세번째작품에서는유럽과아시아의경계선상에있는러시아를배경으로낯선이들과의소통을시도한다.『블라디보스토크서커스』에서는한국인,일본인,러시아인이주민의대부분을차지하는블라디보스토크를무대로공중곡예를선보이는인물들의섬세한감정선을따라투명하고매력적인이야기가펼쳐진다.

김주경옮김:이화여대불어교육학과와연세대학교대학원불문학과를졸업.프랑스리옹제2대학교에서박사과정수료후현재전문번역가로활발히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눈표범』,『엄마를위하여』,『달콤쌉싸름한꿀벌』,『내가생각해도난정말멋진놈』,『살해당한베토벤을위하여』,『성경-세계최고의베스트셀러』,『레미제라블』,『느리게산다는것의의미1,2,3』,『흙과재』,『교황의역사』,『80일간의세계일주』,『신은익명으로여행한다』,『어리석은철학자』,『인간의대지에서인간으로산다는것』,『인생이란그런거야』,『토비롤네스』외다수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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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첨:프랑스문예비평지《리테라튀르》저자와의인터뷰

엘리자수아뒤사팽의글쓰기는다름아닌자신의경험을통한영감에서비롯된다.프랑스인아버지와한국인어머니를둔이유라시안여성은자전적인소설들을통해서자신을알고자한다.조국을떠난사람에게이런글쓰기는정체성탐구에속한다.“이곳과저곳에동시에존재하는것,그어디에서도진짜속할수없다는것,그것은오랫동안내게불편한것이었어요.하지만이제나는더불어사는것을배웠고,그런상황이오히려나의창조성을살찌우는풍부함이라는것을알았어요.”저자의말대로그의소설들은정체성의혼란을딛고일어난성숙의결과물이라고할수있다.다음의인터뷰내용을통해우리는저자와그작품세계에한발짝더가까이다가갈수있다.

Q.소설의배경이러시아인데,어떤점에서이여행지가중요할까요?
A.이여행지는우연의산물이에요.2018년에넉달동안포렌트루이에서도쿄까지기차와배를타고여행을한적이있어요.그때처음으로러시아를횡단했죠.사실그때까지난한번도러시아에대해서특별한관심을가져본적이없었어요.유럽국가들과인접한땅이라는것만으로이미잘알고있다고생각했던것같아요.하지만기대와달리,러시아에서아주큰문화적충격을경험했어요.그리고모스크바에서우연히‘러시안바’트리오를만나게되었는데,그세사람은처음본순간부터내게영감을주었어요.거기에다블라디보스토크라는도시가매우인상적으로다가왔죠.난직관에따라행동했어요.첫째는러시안바트리오를따라가야한다는것,그리고둘째는블라디보스토크를소설의무대로삼아야한다는것이었죠.그래서부다페스트까지트리오를따라가서수천개도넘는질문을퍼부었죠.실은앞선두작품에이어세번째이야기는뉴욕에서일어나기를바랐어요.그런데그렇게되지않았어요.언젠가는그도시에관해글을쓰게될거라는건확실하지만요.

Q.서커스라는다소낯선세계를통해무엇을이야기하고싶었던거죠?
A.서커스공연장이라는장소를택한것도우연이었어요.그장소는정말생각지않게,강요라도하듯내게다가왔어요.내가만났던트리오로부터받은영감을글로쓰고싶었거든요.이아티스트들이서커스를하고있는것은사실이지만,그들의훈련이나기술,추구하는방향은정말차원이다른것이었어요.이들과의만남이내게특히중요하게여겨졌던건,그들이구현한‘모험과신뢰’의관계가결국‘인간관계’를은유하고있다는생각때문이었어요.게다가늘내안에서되풀이되는것이지만,‘소속’이라는것,한존재가하나의그룹에서차지하고있는‘자리’라는것에대해질문을던지고싶었어요.

Q.사랑의감정은흔히말하듯이‘복잡한’방식으로전개되는데,여주인공과토마사이의관계가바로그렇죠.글을쓸때‘사랑’에어떤위치를부여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