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이서안 소설집)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이서안 소설집)

$14.00
Description
“남도의 끝자락, 그 섬에 코끼리가 살고 있다??”
조선시대 사라진 코끼리를 찾아 섬으로 떠난 다큐멘터리 PD,
바다 절벽 아래 수몰된 수백 년 전 시간의 흔적을 그려내다!
바닷물이 빠진 꼬리 섬 밑동으로 드러난 코끼리 뼈들……
다시 물이 차오르기 전에 카메라 영상에 담아내야 한다.
그러나 코끼리 울음소리는 물이 차오르는 동시에 뚝 끊어지고
불과 몇 분 만에 섬은 바닷물에 잠겨 흔적을 감쪽같이 감추었다.
역사의 시간이 바닷물에 수장되어 실체를 감추고 있었다.

쿵. 쿵. 바다 전체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같았다. 해저의 맨 깊은 곳에서부터 차 올라오는 소리, 그것은 구슬프고 처절한 애한의 소리였다. 파도를 가로지르며 소리는 점점 가깝게 들렸다. …… 바닷물은 멀찌감치 뒤로 물러나면서 섬 밑에 바닷물은 거의 없고 울퉁불퉁한 바위들만 민낯을 드러냈다. …… 코끼리의 울음은 계속되었다. 그 울음소리는 긴 시간과 아울러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었다. 마치 처절한 울음의 내막을 알아달라는 듯이. (p. 69~70)
저자

이서안

국민대학교문예창작대학원을졸업했다.2017년경상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과녁」이당선돼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2018년목포문학상「풍경」으로본상을수상했다.2021년동아일보신춘문예중편소설「그섬에코끼리가산다」가당선되었고,첫번째소설집으로『밤의연두』가있다.

목차

I
그섬에코끼리가산다

II
글라스파파
어쩌면이제
프렌치프레스

III
냉동캡슐에잠든남자
셰어하우스
고래를찾아서

출판사 서평

그섬에코끼리는정말존재하는것일까?
홍PD의제안으로촬영감독K와코끼리가있다는남도의섬으로취재를떠나는김PD.남도의작은섬에코끼리가산다는것에의문이생겼지만홍선배는여러시사다큐멘터리프로에서실력을인정받아굵직한상들을휩쓴데다일처리에정확한사람이라그가준기회를호기라여기고프로그램의절차를생략한채그섬으로간다.지금맡고있는다큐멘터리프로가5년째안정된시청률을유지하고있지만,시간이갈수록다큐의본질을생각하기보다어떻게하면시청률을끌어올릴까하는데치우쳐매너리즘에빠져가던참이었다.그러나코끼리가있다는섬에코끼리는없고,집집마다간직하고있는코끼리목상과노인들의인터뷰로촬영을마쳐야할판국이다.이프로를방송으로내보내려면코끼리를CG로편집해야할지모른다고김PD는고심한다.그와중에그나마촬영한취재테이프가담긴배낭이감쪽같이사라져버리는데…….


조선시대에사라진코끼리가살아있다는믿음을가지고남도끝작은섬을찾아간다큐멘터리PD.코끼리가아니라수장된코끼리무덤을발견하는것으로끝나지만,거기까지의모든과정이능숙하게서술됐다.신뢰와불신사이의협곡으로독자를계속끌고가는스토리텔링기술,『조선왕조실록』의몇줄로부터유토피아의꿈에도달하는박력있는상상,일본군침략으로부터섬을지킨‘독립투사’코끼리라는유머등여러이유에서찬사를받을만하다.

-최수철소설가,황종연문학평론가

불타버린세종대왕의교지,그리고조상대대로이어온코끼리지킴이의숙명
“코끼리를잘돌보아라.……풀이많고물이좋은곳을찾아반드시살려놓아라.”(p.50)한가문의운명을송두리째바꾸어버린세종대왕의교지,섬으로유배간코끼리를따라정주부의후손은89세가된오늘의정노인에이르기까지조상대대로귀양지섬에서평생을보내야했다.그리고1941년세계2차대전때일본의동남아야욕으로코끼리들은섬사람들을구하려다모조리절벽에서떨어져죽었다.남도의작은섬,이제더이상코끼리는없지만코끼리가남긴얘기들은무성했다.조선에온코끼리는의도하지않게사람둘을죽였지만,이곳에와서그코끼리의후예들은섬사람들을구하고자신들은죽었다.은혜를갚은셈이었다.교지한장과코끼리한마리때문이라고하지만,그러기에는코끼리가이섬마을에미친영향도컸을뿐아니라코끼리를지켜온자부심도컸다.섬의바다절벽아래코끼리무덤.신기하게도25년마다짧은순간이꼬리섬은홍해가갈라지듯바닷물이빠지며밑동이드러나고코끼리울음소리가들린다.이러한장관을카메라에담는다면대단한특종으로최고의다큐멘터리상을받을수있을지도모른다.그러나그것은수장되어야할역사다.코끼리가살아있다고변함없이믿고있는이작은섬의노인들은이제살날이얼마남지않았다.수장된역사처럼섬전체가수몰되지않기위해섬은살아남아야한다.그래서섬과코끼리에대한믿음은보존되어야했다.

바다를향해있는섬의절벽은이상하게도코끼리의코가고개를숙이고있는형상이었다.그장소에서코끼리들이떨어져숨졌다고정노인은말했다.정노인이가리킨손끝의떨림에서옅은슬픔이느껴졌다.바다가모든비극을쓸어가버렸다가다시이섬을향해토해내었다.임금의교지를받들어코끼리와이섬에서생애를바친정주부집안의일대기를섬과바다만알고있었다.수백년의역사에서코끼리를지키기위해분투한시간??어명을내린임금도죽고코끼리를기억하는사람들도죽었는데자자손손이어명을지키기위해그들은숨죽인시간을살아내었다.몇백년의팩트들??코끼리들과그시대의사람들은없어도어쩌면이바다와섬이수몰된시간의서사들을모조리기억하고있을지도모르겠다.(p.53)

밤하늘의빛나는별들과진한에스프레소향을연상시키는
여섯가지다채로운이야기
전체3부로구성되어있는이소설집에는,코끼리를찾아남도의작은섬으로취재를떠난다큐멘터리감독을중심으로신비로운이야기가펼쳐지는1부「그섬에코끼리가산다」이외6편의단편이실려있다.2부에서는베니스의유리공장을배경으로이야기가시작되면서16년만의귀국길을통해그간가슴에묻어두었던삶의비밀이밝혀지는사연을담은「글라스파파」에이어,어린시절의치기어린장난이가져온아픔과슬픈기억이한편의명화처럼펼쳐지는「어쩌면이제」,진한에스프레소향과함께번져나오는직장인들의애환을섬세하게그려낸「프렌치프레스」가소개된다.그리고3부는자기도모르는사이어느소설가의책속주인공이되어있는여자의이야기「냉동캡슐에잠든남자」,장의사였던아버지를회상하는형사이야기「셰어하우스」,불법포경선을타고남도의고래잡이에나선박포수의서글픈꿈이담긴「고래를찾아서」편으로짜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