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연간의 격정 1 (김혜량 장편소설)

화평연간의 격정 1 (김혜량 장편소설)

$16.00
Description
매혹적인 황실 퀴어 로맨스이자
세밀한 인물묘사와 웅장한 서사의 정치드라마
문치주의 절정기, 북송의 황궁에 피어난 기묘한 격정!
“격정은 기묘하다. 기묘해서 격정인 것이다.”
문치주의 절정기, 북송의 황궁에서 피어난 기묘한 격정!

태학생 유가경, 황제 조융, 환관 추신 등 입체적 인물들의
권력과 욕망에 대한 섬뜩하고 매력적인 이야기!

황궁 퀴어 로맨스이자 뛰어난 인물묘사와 웅장한 서사의 정치드라마인 『화평연간의 격정』(전2권)은 문치주의 절정기 북송의 수도 동경성 개봉시, 왕조 창업 이래 백여 년이 흐른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 제목에서 ‘화평’은 가상의 황제 조융의 연호를 말함이며, 소설은 마지막 문장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황제 조융의 집착과 복잡한 그 내면을 다룬다. ‘북송의 황궁에서 피어난 기묘한 격정’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뿐만 아니라 이 소설을 읽는 독자의 무의식 속에 잠재하고 있을지 모를, 좋은 아버지를 갈망하는 ‘파더 콤플렉스’나 ‘젠더 비틀기 욕망’ 같은 정신분석학적인 면을 엿보게 함으로써 작품의 매력과 읽기의 맛을 더한다.

황제의 격정은 추신이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그 격정은 기묘했다. 기묘하기에 격정이겠지만 그토록 이지적이던 황제가 뭔가에 사로잡혀 막무가내로 굴 때마다 추신은 황제가 몹시 낯설었다. 길어봐야 열흘보름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유가경의 위리안치가 이렇게 길어질 줄도 몰랐다. 문제는 유가경이 상냥한 부모 밑에서 구애 없이 자란 덕에 너무 천진하여 쉽게 길들지 않은 데에도 있었다. 황제와 치고받고 몸싸움을 하다니…… 아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태에 추신은 아예 모른 척을 했다. 유가경은 물정에 밝은 강남 도련님이 아니었다. 조금만 머리를 쓰면 앞날이 열릴 텐데 요령이 없는 건지 욕심이 없는 건지, 이 또한 추신이 예상하지 못한 점이었다. (1권: 192-193)
저자

김혜량

대학에서동양철학을전공했고졸업후홍보일을했다.인류의고태적인원형이어떻게상징으로발현되는지, 상징이어떻게이야기되는지, 이야기가어떻게인간의문제를돌파하고현실을창조하는지를연구하고있다. 몇년전부터는그연구결과를서사문학으로바꾸어내는작업도진행중이다.

목차

1부
태학생유가경柳佳璥/환관추신秋身/황제조융趙隆/금림밀원禁林密園/
우중한담雨中閑談/옥이울때/비단꽃/나의이름/각저/쌍병雙餠/능금하나/
그리고달콤한것이따라왔다/물밑그늘/불충한자여,어찌유혹을멈추느냐/
마음없는몸일지라도/세번째어리석음/개봉의첫눈/그흔들리는소매끝에/
십사세/그림자극/네가엿보았으니네가엿들었으니/방상씨/스물즈음/
천자의하늘/다시봄/여러겹그믐/잉어식해/유가경이라면편하게했을말/
올가미/나의항아님/소주에온미남자

출판사 서평

화북의격정과강남의낭만,
독하고도눈부신팔루스와에로스의충돌을온몸으로겪는한남자의이야기

작가가우연히접한고서와그에딸린한점의두루마리그림에서새롭게태어난로맨스고장극(시대극)『화평연간의격정』은팔루스와에로스의충돌을독하고도눈부시게겪는한남자의이야기로,수많은시간을할애한사료탐구와끝없이펼쳐지는상상력그리고운명처럼주어진글쓰기에대한열정으로지어진소설이다.

“벗이여,차향茶香에취하고문향文香에취해
등롱불빛영롱한개봉의밤거리를걸어보세나.”

문치주의의부드러움이지배했던북송,송대는중국역사상가장많은명재상과문장가를배출한문화흥성의시대였습니다.한족이세운송조는연운을제외한화북과하남,강남과사천을차지한대국이긴했지만제국은아니었습니다.학문과문화,산업과기술문명이전례가없을정도로발달했음에도돈으로평화를사야할만큼군사적으로는열세였으니까요.이런불균형은당시송인들의무의식에깊은그림자를드리웁니다.그래서일까송대는소설의주인공들만큼이나양면성이강한시대였던것같습니다.황제의권한이크게늘었지만동시에사대부의지위도어느때보다높았던시대.동성애를도락의하나로여기면서도완고한성역할을강요했던중세라는배경.사료를접할수록북송은인물들이사랑의일로갈등하고고민하기에적합한시공간으로비춰졌습니다.-작가후기중에서

“짐의지아비가되어다오!”
원하는것을얻고자휘몰아치는황제조융의기이한욕망

태학생유가경은역모에휘말린친구를구명하기위해위험을무릅쓰고황제를알현한다.하지만알고보니역모사건은유가경의됨됨이를시험하려황제가꾸민소동.그런데의리있는사내라고치하하던황제가돌연애절한요구를해온다.“짐의지아비가되어다오.”그말은유생인유가경에게나라의근간인강상지도를무너뜨리라는명령과다를바없었다.하극상의공포에유가경은경기를일으키고모욕감을느낀황제는유가경을밀원에가둬버린다.밀원은탱자가시에둘러싸여탈출이불가능한곳,게다가황제가밀원에대화금지령을내렸기에환관들은시중만들뿐유가경을유령취급한다.이제유가경이대화를나눌수있는상대는오직황제뿐이다.죽이고싶을만큼밉지만말이하고싶어점점황제를기다리는유가경.그런그에게황제는“진심으로짐을연모하면”풀어주겠노라조건을내걸고,유가경의수심은깊어만간다.

가경이겨우내민손을잡아어루만지더니황제가부드럽게깍지를꼈다.손가락사이로전해지는온기에가경은실눈을뜨고마주선사람을보았다.역시천자님이신가.용안에서퍼지는신성한기운이스며들자살갗에작은전율이일었다.그떨림을받아들이기위해가경은가만히눈을감았다.구주에선누구라도황제의신첩이될수있는것이다.아무렴누구라도.
“짐의지아비가되어다오.”
순정한목소리,삿됨없는천자님의음성.그래,구주에선누구라도황제의……황제의……황제의……번쩍눈이떠졌다.
뭐?무엇이되라고?(1권:p.47-48)

주도면밀한황제조융과세상물정모르는강남도련님유가경
그리고황제의곁을지키는아름다운환관추신,
이들사이에벌어지는거침없는설전과미묘한심리전

유가경을통해잃어버린시절을되찾을거라망상하는황제.사실그는당쟁의한가운데서국정을틀어쥐고몰락해가는왕조를부흥시킨능력자였다.조정에선지는법을모르는그였지만물처럼부드럽게흐르는유가경을손에쥐기란생각보다쉽지않다.그리고스토리가전개되면서하나하나드러나는황실사람들의과거사와황궁에떠도는고약한소문들.그중심에는늘환관추신이있다.황제의어린시절글선생이자정치적동반자로서황제를아들로여기며절절한부정을쏟아부어온추신.그는황제와천하를위해서라면무엇이든결행하는음모가(지략가)인동시에이상주의자다.추신은유가경,유렴부자에게가책을느끼면서도환하게피어오른황제의얼굴에기쁨을감추지못한다.한편유가경은몸이주는쾌락에탐닉해밀원생활에적응해간다.그러던어느날우연히궁을빠져나갈출구를찾아내지만곧바로붙잡히고황제의저주와함께밀원에방치된다.밀원에갇혀황제를기다리던유가경은병이나고또그렇게앓는동안황제에게인간적인연민을느끼는데…….

“이토록허무한게인연이라니.”
그녀들은진심인지묻지않았다.자신또한그녀들에게묻지않았다.가경에게그런부자연스러운질문은예의가아니었다.황제는막무가내였다.너는내게진심이었느냐…….
사선을그으며균일한속도로내리는눈속에있자니발밑에서오는감각이지워져몸이공중에떠있는느낌에가경은순간휘청했다.까아아아,까마귀한마리가울면서눈내리는대숲으로날아갔다.이토록서툰사람이라니.
사랑은사람을겁먹게한다.한없이불안하게하고,한없이약하게만들고,한없이치졸하게만든다.한없이제정신이아니게만든다.(1권:p.221)

증오에서연민으로,연민에서사랑으로,
사랑에서권태로,권태에서순정으로
그리고그안에서린집착과질투,욕망,원망,경애

증오가연민이되고다시집착과욕망이생겨나면서조융과유가경,두사람의관계가점차사랑으로발전해갈때쯤,일개서생을앞에두고여인인양행동하는황제를내심혐오하던추신또한마음을돌려그들을축복한다.그러한가운데2부의막이오르면서추신의마음속으로들어온한여인(고고)의등장으로세사람의일상에금이가기시작한다.그렇다고기녀고고가뛰어난미인이거나절창인것도아니었다.질투로이성을잃은황제는추신에게복수하기위해무모한계획을세우고,동시에유가경을향해서는과도하게집착하며또다른갈등을불러온다.조융의욕망과질투는과연무엇을위한,또누구를향한것일까.곧풀려날줄만알았던유가경은평생황제의부속품으로살아야한다는사실에경악하고,뒤늦게야황제의양위계획을알게된추신은사태를바로잡기위해비정한결단을내린다.세사람사이고조되는갈등과오해,운명의장난같은시간의차이로어긋나버린약속,인과율을벗어나지못하는삶의길.무엇이이들을구할것인가.

“결국호랑이가죽을뒤집어쓰고달아나지.여인인척내숭을떨더니.그래봐야본색은이기적인맹수일뿐.그것이천자라고.하하하.이름을융,융,융이라부르라니!봄이니꽃이니,이런한심한노릇이라니!흐음,이제야마음이홀가분합니다.사실좀미안했거든요.제가허풍을친것같아서.아무리그래도그렇지우리를열어놓고나가래도안나가고,내가미쳤지.두달이넘게고민을하고,사람도이렇게길들여질수있는건지.누구와말도못하고,이런농락을당하고도말이죠.이것도색이라고,집착을만들고.하,아무리궁하기로남색에빠져서.이름에먹칠을하고자손을포기하려했다니.평생을둘만바라보자합디다,평생을!아시겠어요?그게얼마나숨통을죄는말인지.지아비,지아비,지아비!그야차같은것의지아비가되라니!미치지않고서야!기가막힙니다.기가막혀.멀쩡한선비의앞날을망쳐도유분수지.하하.안그렇습니까?”
(2권:p.265-266)

“절대용서하지않아!”
누군가의마음을잡아두기위해이보다더강렬한주술이있을까?
변치않는다는건추한것인가아름다운것인가?

처음부터추신을향했던연정,오직추신을기쁘게하려지금껏격무를감당해오며황제노릇을했건만이제배신감에조융은양위를결심하고유가경과함께소주로떠날계획을세운다.한편조융의꿍꿍이를꿈에도모른채추신은여전히황제를위해혼신을다하지만……추신의몰락과충격의반전을예고하는밀원의풍경은인간사의덧없고쓸쓸한최후를보여줄뿐이다.쇠약해진추신의입에서흘러나오는“절대용서하지않겠다”는말조차도조융은끝내자신과추신을연결시키는한가닥끈으로붙잡는다.누구의침입도불가능한,온통가시장막으로둘러싸인비밀스러운그곳,밀원은애초누구를위해지어진공간인가.

“어차피경화수월이런가.”볼수는있어도잡을수없는이무늬들.살아움직이는것같아도너나나나본래가빛이만든그림자가아닌가.그렇기에너는늘소중한것이다.조융은추신의눈썹을만져보았다.어릴때처럼아무렇지도않게코와입을만져보았다.아아,이아름다운형상이어찌그림자일수가있는가.추신이백치가되면거리낌없이만나러올수있다.그땐내가침을닦이고유락을떠넘겨주겠다.뺨을어루만지고이마를맞대고서로목을기대고.그대는뭐가뭔지아무것도모르겠지.누구의손길인지누구의온기인지.그대만모른다면애초일어나지도않은일이아닌가.(2권:p.332)

무의식을자극하는서사,
파더콤플렉스와젠더비틀기욕망이은은히박혀진소설

황제를부성으로대했던추신과그런추신에게속마음을들킬수없는조융.숙왕조민과그아비인조융,그리고유가경부자.소설속인물들관계와그들의서사가,기다림과배려로아들의감정을고스란히바라봐준아버지의명대사로주목받은영화〈콜미바이유어네임〉을떠오르게한다.영화말미,상처받은아들에게아버지는슬픔과괴로움,기쁨까지도간직하라고말해준다.“우린빨리치유되려고자신을너무많이망쳐.그러다가서른살쯤되면파산하는거지.그러면새로운사람을만날때마다보여줄것이없어져버리게돼.하지만아무것도느끼지않으려고아무것도느낄수없게만들면안되잖아.그런낭비가어딨겠니?”감정이치유되는과정과그끝은영화와이소설이극명한대비를이루지만황제
조융과환관추신,아버지조융과아들숙왕,유렴과유가경,그리고황제와유렴의관계에이르기까지그들의최후가영화속대사와또다른의미에서맥락을같이하는지도모르겠다.

“영원,누구한사람에게영원을약속할애가아닌데,그런제아들이모처럼각오를했다면,한사내로서목숨과바꿀만한사랑을했다면,어찌그죽음이부질없다하겠나이까.소신은모르옵니다.영원한사랑이무엇인지.그런사랑이존재하는지도감히모르옵니다.모르옵니다만……소중하게여겨주소서,그아이의마음.그마음을오래도록귀하게여겨주소서.”(2권:p.322)

[주요인물소개]

황제조융(37세)
몰락해가는송왕조를물려받아17년간정사를돌보느라여념이없었다.이기기위해선바닥까지내려가고치졸한머리싸움도마다하지않는다.자신의몸과마음조차천하를위한도구라고생각하는철저한실용주의자.조융을이처럼책임감강한군주로조각해낸이가환관추신.4세때부터조융은글선생추신을기쁘게하기위해최선을다했다.추신에대한동경은욕망이되고숨겨야할비밀이되고결국마음의병이된다.당파로사분오열된조정,적폐는쌓이고개혁은느리다.중흥을이루었다칭송받지만조융의내면은삭을대로삭아붕괴되기직전이었다.그런조융앞에햇살처럼나타난유가경.그러나유가경의입장에서조융은가증스러운괴물일뿐,연모의정이생길리없다.조융은유가경의마음을얻기위해계략을짜고,곁에서이를지켜보는추신은안타깝기만하다.
 
태학생유가경(23세)
유가경은다정하다.눈앞의것을사랑한다.지나간사랑은금세잊는다.시를입에달고사는낭만의강남도련님.화사한기운만타고난봄사내.스물이넘도록세운뜻이없다.학교는사교의장이고향락으로가는징검다리일뿐,개봉에와서도환락을피할수가없다.매일매일이즐거운그에게‘조융’이라는재앙이닥친다.스물세해를평탄하게살아온유가경으로선감당할수없는이해괴한상황.조융의비틀린심성과뻔뻔한언행에유가경은경악한다.“이야차같은것이대송의황제라니!내게황제의지아비가되라니!”

환관추신(52세)
굴원의시를가슴에품고산다.황족마저주눅들게하는기품의소유자.명필에뛰어난지략,천재적인정치력을발휘하는시대의기린아.모든방면에서불세출의면면을지녔지만특히수려하고우아한외모를갖춘추신에게사람들은열광하고기꺼이매혹된다.아들과도같은조융이성군이되는것이추신의꿈.인의를최고의가치로여기면서도대의를위해서는살인도마다하지않는냉혹한면이있다.대송의염원인연운16주를수복하고유교적이상국가의완성을이루고자초인적인능력을발휘한다.심연에거대한슬픔을지닌인물.
 
숙왕조민(21세)
조융의3황자로태어났으나실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