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왕관 (김다은 장편소설)

손의 왕관 (김다은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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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사람을 구원하려면 얼마나 많은 단어가 필요할까?
창조하는 신, 창작하는 인간.
세계와 언어의 격돌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은유!
굵직한 역사적 소재를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조명해온 김다은의 장편소설 『손의 왕관』. ‘글자는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이 소설은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은 작가 강천우가 성경 낱장으로 통도배된 방에서 자신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인류의 스테디셀러이자 신의 영감으로 쓰인 ‘성경’과 아름답게 조탁된 인간 언어인 ‘시’를 두 축에 놓으면서 신의 창조와 인간의 창작을 치열하게 대비한다.

뿐만 아니라 성경이 조선에 유입된 계기인 ‘제너럴셔먼호 사건’과 일제강점기 일본 고관대작들이 기생에게 신라여왕의 금관을 씌우고 조선을 조롱했던 ‘차릉파 금관 사건’을 소설 속에 녹여내며 인간이 얻을 수 있는 명예와 권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세계와 인간 언어의 격돌을 아름답고 섬려한 언어로 포착하면서, 이 소설은 언어를 읽고 쓰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한 사람을 구원하려면 얼마나 많은 단어가 필요할까?
저자

김다은

첫소설《당신을닮은나라》가‘제3회국민문학상’을수상하면서소설가로등단했다.장편소설《소통말통》《바르샤바의열한번째의자》《금지된정원》《모반의연애편지》《훈민정음의비밀》《이상한연애편지》《러브버그》,창작집《쥐식인블루스》《위험한상상》,문화칼럼집《발칙한신조어와문화현상》《너는무엇을하면가장행복하니?》,서간집《작가들의연애편지》《작가들의우정편지》《작가들의여행편지》《해에게서사람에게》를출간했다.프랑스어장편소설《LeJardininterdit》,단편소설〈Imaginationdangereuse〉〈Leratdebibliotheque〉등이있다.이화여자대학교불어교육과와불어불문과대학원을졸업하고,프랑스파리제8대학에서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추계예술대학교문예창작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7

1부네가가서아무리말해도
당나귀들의뒷발질13
빛의왕관27
시의여왕36
하늘의천46

2부고양이의실체
고양이의실체65
손가락의예언74
사슴의갈급함86
성경방의비밀95

3부감옥의왕
감옥의왕111
죄의공룡129
차릉파의왕관141

4부의인
공개157
어둠의독방172
모순의언어185
은유의극점196

작가의말216

출판사 서평

“술집에성경을바르면어떤결과가나오는지우리내기할까요?
평생에한번은신과줄다리기를해봐야지요.”

첫작품의성공으로기대와견제를한몸에받고있는드라마작가천우,그는차기작을타진하기위해한술집에서방송국제작국장을만나고,보조작가수동이술집벽에쓴질문과마주한다.

Q.술집을성경으로도배하면?
①사람들이불편해하며오지않는다.
②성경을무시하려고의도적으로술을더많이마신다.
③주(酒)님의영향으로술을마셔도취하지않는다.
④술집이교회가된다.
⑤아무런영향도받지않는다.
-본문20~21쪽

의견이분분한가운데천우는아무런변화도없을거라며코웃음을치고차기작의모티프인‘차릉파의금관사건’에대한이야기를꺼낸다.그러나국장은드라마2국의신설에분노하며시청률만을강조하고,국장의무관심속에천우의시나리오작업이시작된다.작업실을찾던천우는연을끊어온친형만우를피해오랜친구우걸에게연락한다.우걸은자신의밭옆의농막을작업실로내어줄테니자신이살고있는청송으로오라고제안하고,천우가장난삼아던진말에반응하며천우가머물집을성경으로도배하기시작한다.

“사람들과술먹으면서농담반진담반했던이야기였어.성경을술집벽에바르면사람들에게어떤변화가생기는지내기를해보자고했거든.말이그렇지,그런쓸데없는내기를누가실행에옮기겠어.무심코한말인데네가그런엄청난일을벌여놓았더라고.”
“너는어떤결과가나올것이라고했어?”
“5번.아무런변화도일어나지않는다.”
“변화가있으면어쩌려고?성경말씀이어떻게작동하는지정말궁금하지않아?”
-본문51~52쪽

천우가성경으로통도배된집에머무는동안우걸은천우의형인만우에게연락하여천우가청송에있다는것을알린다.이제아버지의나이가되어가정을꾸린만우는자신이천우가쓰는글을이해하지못해서로를오해했던과거를아쉬워하고이번기회에화해를하고자청송으로찾아온다.그러나천우가자리를비운탓에만남은성사되지못하고,만우는우걸과함께성경을바른방에서하룻밤을머물고돌아간다.

“어떻게시를이해하게되셨습니까?”
“아버지가되니이해가되었어.사랑하면다이해가되나봐.그런데천우가이시들을벽에붙여달라고했나?”
-본문93쪽

한편천우는고립된농막에서지내다가밤만되면산중턱에서환하게빛나는왕관모양의건물을발견한다.천우는그것이차릉파의금관이자자신의앞날을상징하는금관이라고생각하며시나리오를완성한다.금관을쓰는꿈에부풀며시나리오를전송한날,우걸은만우와함께농막을찾아오고생각지도못했던말을꺼낸다.돌아가신두형제의아버지에게숨겨진재산이있다는것.재산을상속받을수있는조건으로우걸은두형제에게그들의운명을결정할질문을던진다.성경이도배된방과아버지의유언은어떤관련이있었던것일까?그들은아버지의유산을물려받을수있을까?

불가해한언어를온몸으로뚫고나가는인간언어의투쟁,
불가역의세계를움직이는인간의상상력!

이소설은신의언어를부정하는작가‘강천우’를통해언어와구원의문제를심도있게파고든다.인간언어를다루는천우가성경과반목하는순간은신의언어와인간언어가치열하게격돌하는언어전쟁을재현한다.《손의왕관》은불가해한언어인신의언어를인간의언어로뚫고나가려는인물이겪어내는우여곡절을여러비유와상징을통해보여주는데이는창작과창조를대비하는작업이기도하다.쓰는사람인천우가하나의세계를창조하는모습은신의창조를연상하게한다.창작속에서인간은절대적창조자로서자신의세계를끝내펼쳐내려고한다.작가는이러한인간의욕망을1인칭과3인칭을가로지르며표현해낸다.서로다른존재들의입장과관점을동등하게발화하면서도,신의언어와싸우는인간의고집과위엄을최대한드러냄으로써작가는신의언어를온몸으로고집스럽게통과해나가는한인간의모습을생동감있게그려냈다.
한편《손의왕관》은역사의순간을지금의눈으로다시써내며불가역의역사를현재로끌어들여새롭게고쳐읽게만든다.소설의주요모티프가된‘제너럴셔먼호사건’과‘차릉파왕관사건’은첨예한권력관계속에서벌어진역사적사건이며동시에소설전반에걸친신의권능과인간권능에대한은유이기도하다.일제강점기일본인들이기생차릉파에게신라여왕의금관을씌우고일본의고관대작을접대하게한차릉파왕관사건은천우가작성하는시나리오속에서차릉파가접대를거절하는사건으로재구성된다.이러한다시쓰기는인간창작자의권능속에서뒤틀린역사를다시읽게한다.한편제너럴셔먼호에탔던선교사가고작성경몇권을조선에던지고순교한사건은일면실패의기록으로보인다.하지만그성경의낱장이주막에도배되고후에그주막이교회가되는사건은무용하게보이는선교사의죽음을다른각도에서조명한다.이는차릉파왕관사건과비교되며진정한권능이어디에있는가를고민하게한다.
창작하는손에서시작된언어가세계를다른방식으로조명함을보여줌으로써《손의왕관》은세계와언어를대비하면서도인간의상상력이불가역의세계를변화시킬수있음을다시인간언어의방식으로,소설의방식으로드러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