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 빌런 고태경

GV 빌런 고태경

$13.50
Description
삶은 언제나 실망스런 노 굿(NG),
하지만 때론 오케이가 없어도 가야 한다!
2020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정대건 《GV 빌런 고태경》
“소설 속 여러 요소가 균형을 이루고 있고 장편으로서 완성도를 충실하게 갖췄다.
영화라는 동시대 문화 현장 속에서 저마다 간직한 꿈을 되돌아보게 만든 작품”
-심사위원 권여선·손정수

2020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정대건의 《GV 빌런 고태경》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흥행에 실패한 독립영화 감독 조혜나가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에서 ‘GV 빌런’ 고태경을 만난 뒤, 그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GV 빌런’은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와 악당이라는 뜻의 ‘빌런(villain)’의 조합어로,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상하고 무례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관객을 말한다. 동시대의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젊은 감각으로 해석해낸 이 소설은 영화와 영화관을 둘러싼 느슨한 취향의 집합체를 상상하게 하면서, 편안하지만 따듯한 영화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경쾌하고 군더더기 없는 필치로 그려낸다.

이 소설은 영화계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빌런’에 대한 이야기이자 실패한 청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손에 닿을 만큼 기회에 가까이 갔던’ 유명 감독의 조감독 출신 고태경. 흥행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영화가 엎어지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폐인이 되어 인생의 나락에 떨어지기도 한다. 영화감독을 꿈꿔온 조혜나의 삶 역시 비슷하다. 영화에 매진했지만 늘 ‘노 굿(NG)’과 ‘오케이(OK)’ 사이에서 올바른 선택을 내리지 못했다고 자책하게 되는 영화감독의 삶은, 매 순간 선택을 마주하는 우리의 삶의 면면과도 닮았다. 최선을 선택하지만 언제나 최고의 결과를 내지는 못하는 우리의 삶. 이런 삶들 속에서 《GV 빌런 고태경》은 사랑하는 걸 놓치지 않고 더 꼼꼼히 클로즈업하며 마음 편하게 ‘오케이’라고 외칠 수 있는 삶의 순간에 집중하기를 요청한다. 비단 성취와 성공의 순간만은 아닌 ‘오케이의 순간’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소설은 일견 실패로 보이는 두 주인공의 삶이 카메라 안에서 교차편집되는 순간을 따라가며, 생산성이 있는 사람이 되길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실패한 순간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실패해볼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삶 속에서 이 소설은 모든 준비생과 지망생들, 유예된 청춘에게 담백하고 따듯한 위로를 건넨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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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대건

2020년장편소설『GV빌런고태경』을출간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고,소설집『아이틴더유』를출간했다.다큐멘터리[투올드힙합키드]와극영화[사브라],[메이트]를연출했다.

목차

1원찬스007
2GV빌런과의조우015
3선택의프로027
4여의도PA제작지원036
5베리임포턴트펄슨051
6조건이있어065
7시네필들은시네마테크에서재회한다081
8촬영시작093
9유튜버윤미와프리솔로105
10단팥죽은언제든지117
11택시드라이버인서울127
12감독똑바로해140
13영화제초청153
14바르샤바,진쿠예바르조171
15가편집본183
16나행복하지가않다197
17장례식장208
18신피디와의미팅221
19서울영화제234
20막이내리고250

작가의말258
추천의말260

출판사 서평

“완성한것만으로도대단한거야.
모든완성된영화는기적이야.”

첫독립장편영화<원찬스>의흥행실패이후이렇다할작품을내지못한서른세살의영화감독조혜나.그녀는자신의단편영화에출연한배우이자전남자친구그리고충무로의주목을받는신예배우인종현의GV(관객과의만남)에게스트로초청받아GV를진행하던중‘GV빌런’의공격을받는다.‘베레모빌런’으로알려진고태경은혜나의이전작품의편집에대해지적하고혜나는이에반박한다.이날의소동은유튜브영상으로화제가된다.그러던중혜나는고태경이자신이가장좋아하는영화<초록사과>의조감독이었다는사실을알게되고GV빌런인그를주인공으로하는다큐멘터리를구상하여지원금사업에선정된다.조혜나는여러번머리를조아린끝에간신히고태경의승낙을받는다.고태경이내건조건은한가지,<초록사과>의주연배우였던채화영에게건넬시나리오가있으니자신을채화영의인터뷰자리에함께데리고갈것.채화영은현재최고자리의여배우라그약속을지킬수있을지알수없었지만,조혜나는우선약속을하고촬영을시작한다.

“대신조건이있어.나는조감독이약속하나해줬으면좋겠어.”
갑자기조건이라니,무슨제안을할지부담이밀려왔다.
“채화영의인터뷰에나도데리고가줘.채화영에게직접건네줄시나리오가있어.그걸내입봉작으로생각하고있어.”
고태경의태도는진지했다.
―본문77쪽

다큐멘터리를시작하면서혜나는영화학교를같이다녔던친구들에게도움을구하게되고그들의근황을알게된다.누구보다영화를좋아하던은미는프로유튜버가되어영화를‘진부한것’이라고말하고,다큐멘터리를찍던승호는광고외주로일하며CG촬영등의스탭일을전전하고있다.그리고혜나는전남자친구인종현과점점가까워진다.한편혜나는조금이라도더많은사람들이보았으면좋겠다는일념으로자신의영화<원찬스>를불법다운로드사이트에무료로풀어버려영화사와갈등을빚지만,한편바르샤바영화제에초청되었다는좋은소식이들려오기도한다.혜나는종현과의관계를회복하기위해종현과함께바르샤바로향하지만바르샤바에서종현과혜나는자꾸어긋나기만한다.

“난진짜궁금해서그래.아무런보상이주어지지않는데,세상의인정조차주어지지않으면,그것을왜계속해나가겠어?보상심리로?할수있는게그것밖에없어서?그런삶을응원할수있어,너?”
―본문113쪽

마음이상한채한국에돌아온혜나는멈춰있던고태경과의작업을다시재개하지만,가편집본을보여달라는고태경의요구에화를내며감독입봉이두려워서시나리오를보여주지도못하는겁쟁이라고그를몰아세우고만다.한편다큐멘터리를도와주던승호는영화를그만두겠다는선언을하고,지원사업마감은다가오는데다큐멘터리작업은마감을눈앞에두고교착상태에빠진다.


내가사랑하는걸미워하는게아니라,
내가사랑하는걸더욱사랑하는방향으로가고싶어

베레모GV빌런으로알려진고태경은혜나의작품에이런저런꼬투리를잡는빌런이지만동시에영화관의마스킹상태를꼼꼼히살피고,노인영화학교에서노인들에게영화를가르치고,낙원상가에위치한끝내주는단팥죽집을알고,무엇보다20년째입봉을준비하는50대의감독지망생이다.그러나팍팍한세상속에서우리는우리곁에있는작고사소한무례에더민감하게반응하고즉각적으로그를‘빌런’으로정의한다.이소설은일면짜증스러운존재로보이는GV빌런의삶을조명하면서우리가타인의삶에대해성급하게내리는판단들을유보하게끔한다.한편이소설은영화감독조혜나에대한소설이기도하다.1990년대한국영화의르네상스시기에영화감독을꿈꾸게됐지만이렇다할성공없이영화를찍겠다는마음으로버텨온서른세살의조혜나는취업이나승진을위해고군분투하지만번번이밀려나는청춘의모습을닮았다.자신의첫장편영화<원찬스>를불법다운로드사이트에스스로업로드하는그녀의모습은경제와문화가부흥하던시기에꿈을키우기시작했지만만만치않은현실앞에서좌절하는우리의모습과도같다.

“잘하고싶었는데,큰잘못을저지르지도않았는데,콘티도열심히그렸는데.우리는왜우리가사랑하던것들을미워하게될까”라는조혜나의고백처럼,성과만을강조하는사회는우리가사랑하던것을미워하게만들고,존재에대해죄책감을느끼게하며,우리에게1인분의몫을다할것을요구한다.그리고그것을위한생산적인선택만을강요한다.그러나“삶은엉터리고대부분실망스러운노굿”이라는것을깨닫는순간터져나오는조혜나의고백,“선택의프로.그런건애초에불가능했다.나는앞으로도실수하고후회하고반복하겠지만,적어도내가사랑하는것들을미워하지는않을거다”는고백은우리의삶에부여된성취의강박에대해고민하게하고,그것을벗어난온전한삶에대해생각해보게한다.


책속에서

나는촬영회차가반토막난〈원찬스〉현장에서프로듀서에게어떻게안되겠느냐고무릎까지꿇었지만,촬영은전부마치지못하고종료되었다.십년동안염원하던내집을드디어짓게됐는데공사기간과재료가절반밖에주어지지않은거랄까.부실시공이될수밖에없었다.
“여느영화과졸업단편보다도준비가안된현장이었어요.제작기간때문에어쩔수없이엔지를오케이해야했어요.”
내가말해놓고그것이지금까지의내인생을요약하는것만같았다.노굿을오케이하면서살아온인생,변명같은인생.관객들은그런사정에관심이없다.영화는영화로말하는것이다.
―본문68쪽

“공모전결과듣고며칠간밥먹는게죄책감이들더라.그래서좀굶었어.‘이렇게하루종일비생산적인인간이어도되는걸까?’싶고.‘나는언제쯤죄책감없이영화를보거나맥주를마실수있을까?’‘내가아무비용이들지않는인간이면좋겠다’뭐이런생각을계속하고있더라고,내가.그거너무나쁘잖아,자신한테.그치?”
나는승호가하는말이무슨말인지잘알았다.일인분의사람이되지못했다는생각때문이었다.
“이모든지난한과정이지나서나중에뭔가가되어서‘그런때도있었지’하고추억할후일담이되어야하잖아.그런데,그렇게되지않으면어떡해?”
이힘든시간이쓸모가있다는것,그렇지않다면원한이생기고만다.승호는진심이었다.승호는솔지처럼술기운에“나이제이놈의영화판떠날거야!”라고외치고언제그랬냐는듯다시현장에갈타입이아니었다.
“영화는내게좋은것만줬는데.영화가나한테상처를준게아닌데.영화가미워지고극장도안가게되더라.영화도밉고나도밉고…….나,그저영화가좋아서그다음은생각도않고영화학교에갔어.돌아보면난그다지감독이되고싶지도않았어.꼭감독이돼야하는거아니잖아?그게행복의척도도아니고.”
행복은고사하고어떤설문에서영화감독이가장스트레스많은직업군이라고하던걸.승호가덧붙였다.
“내가사랑하는걸미워하는게아니라,내가사랑하는걸더욱사랑하는방향으로가고싶어.행복해지지않는다면뭘위해서이모든일을하겠어?”
―본문201~202쪽

그리고언젠가마침내극장으로,그어두컴컴한곳으로사람들을초대한다.신기루를좇는사람들이영화를만들기위해땀흘리고,완성된영화가빛이되어먼지를뚫고흰스크린위에움직이는환상의그림을만들어낸다.그렇게우리가보낸세월이빛이된다.생각만해도가슴이뛴다.
―본문2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