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귓속말

소설가의 귓속말

$13.50
Description
문학은 기대하지 않은 채로 기대된다
40여 년을 한 가지 일에 매달렸던, ‘쓰는 자’의 삶
소설가 이승우가 말한 것과 말하지 못한 것 그리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

이승우, 그를 두고 누군가는 작가와 독자와의 신뢰를 말한다. 책의 내용을 보지 않아도, 표지에 현혹되지 않아도 저자 이름만으로 맺어지는 믿음 같은 것. 또 누군가는 그의 문장을 읽을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고 했다. 유려하게 반복되며 힘들이지 않게 긴장되는 그의 문장들을 깜빡 놓칠까 불안해서다. 이런 독자들의 반응이라면 저자의 마음은 한 키 정도 느슨해질 법도 한데, 그의 글쓰기는 유독 더 냉엄하고 외려 더 혹독하다. 그 냉엄함과 혹독함은 어디에서 왔을까? 어떤 연유로 그에게 달라붙어 그를 지독하게 ‘쓰는 자’로 만들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이미 그의 많은 소설과 글 속에 있다. 우리는 그의 소설을 읽으며 동시에 ‘쓰는 자’의 태도도 읽는다. 쓰는 자의 굳은 마음, 작가로서 지켜야 할 윤리 같은 걸 소설 안에서 읽는다. 즉, 그는 작가로서 여전히 작가의 존재증명을 위해 끊임없이 쓰는 셈이다. 스물 셋에 등단해 40여 년을 한 가지 일에 매달렸던, 즉 ‘쓰는 자’의 삶을 택했던 그가 그 오랜 시간 글을 쓰면서 말한 것과 말하지 못한 것 그리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놓았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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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승우

1981년《한국문학》신인상에〈에리직톤의초상〉이당선되어등단했다.소설집《모르는사람들》《신중한사람》《사람들은자기집에무엇이있는지도모른다》등,
장편소설《캉탕》《사랑의생애》《지상의노래》《식물들의사생활》《생의이면》등이있다.《생의이면》을비롯한몇권의책이프랑스,독일,일본등에번역출판되었다.
현재조선대학교문예창작과교수로있다.오영수문학상,동인문학상,황순원문학상,현대문학상,동서문학상,대산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7웅크리고앉은큰개와내가빠진웅덩이
19‘-체하기’와혼잣말

28자화상을그리는일
41발있는자는걸어라
45산천이아니라사람
52아무리완전하게써도
64손을잡는다는것
76쓸수있는글
88나는나외에아무도대표하지않는다
93시간과체력과돈과인내,그리고
97보여주려고한것과보여준것과본것
107사람들은자기집에무엇이있는지도모른다
112귓속말을하는황제와사신
-카프카의〈황제의전갈〉을읽으며
125푸네스처럼새롭게
138보르헤스와류노스케를읽으며
155쓰이지않은소설의독자
160실존의딜레마에대한질문
165소설쓰기의영광
171그다음은?
175소설속에는소설가가있다
180댈러웨이부인의런던
190세계의독자를염두에두고?
205번역되지않는것들
209소비자를가장한독자
219회사라는권력아래비-인간
224격렬하게아무것도안하고싶다

출판사 서평

대산문학상,동서문학상,현대문학상,황순원문학상,동인문학상등을수상했고,프랑스의문학상인페미나상외국문학파이널리스트에올랐으며매번한국작가중에서노벨문학상수상가능성이가장높은작가로거론되는소설가이승우의문학에세이가은행나무에서출간되었다.오직소설쓰기에전념하는이승우가언제,어떻게영감을받아글을쓰는지에대한,작가로서지녀야할태도와독자의임무를동시에말하며함께해외문학과당대고전으로남은국내외작가들의작품을조명한다.더불어40여년동안소설가로살면서한인간으로서의진솔한고백과삶의가장눈부시고빛났던순간들을소개한다.또한어떻게‘작가’가탄생하는지,만들어지는지에대해내밀하고담담하게고백한다.사람의마음을깊이들여다보는그의현미경같은문장들이문학,철학,종교,역사등에대해특유의통찰과인류에게꼭필요한이야기,사랑,고통,슬픔에대해깊은사유를건넨다.

지극히사적인아픔을표현하는방법,내게소설쓰기란그런것

“표현될수없는아픔을표현하려는욕구가무조건적무의지적으로만들어낸표현,그것이손을뻗는동작이고,그리고어떤사람에게는,그러니까나같은사람에게는소설을쓰는것이다.”-70쪽중에서

더이상손쓸수없어진통제가필요치않은환자에게최선의처방이란손을잡아주는것이라고말한다.의료인들은할일이없다.다만입을다문채손을잡을뿐.신음하는환자의손을잡아주고있으면고통은서서히물러갔다.일본의작가엔도슈사쿠의경험담에서비롯한이에피소드는죽어가는어느한환자에게가만히손을잡아주는간호사와손을맞잡음과동시에고통은사라지고평온을되찾아가는환자를목격한이야기이다.이승우는이이야기를소설쓰기와연관짓는다.‘고통은살아있음의유일한방증’이되기도하지만‘타인의아픔을이해한다는오만’이될수있다는데에견주어소설쓰기또한아픔을표현해내는것이고,그러나아픔을온전히이해하고있다는오만을경계하는것이라는견해로나아간다.이승우에게소설쓰기란그런것이다.무슨일이일어날지모르는상태에서독자를향해손을내미는행위이자,의도와목적없이,그렇게밖에할수없어서손을잡는것.표현할수없는아픔을표현하기위해손을내밀고,내민손의간절함을피하지못해그손을잡는문학,자신은그런문학이쓰이며읽힌다고믿어의심치않는다.

영감은어딘가다른데서오는것이아니라안에서불러일으켜지는것

“모든문장은,아무리잘쓴문장도,불완전하고불충분하다.그것이문장의속성이다.책을읽는다는것은이제까지의자신의삶이참여해서하는일종의번역작업이다.”-54쪽중에서

창작의영감은어디에서오는가?이평범한질문에이승우는움베르토에코의말로갈음한다.“영감이란약삭빠른작가들이예술적으로추앙받기위해하는나쁜말.”이생각건너편에는작가가신비스러운어떤존재라는생각이깔려있고작가는단지초자연적인존재의언어를받아적는필기구에지나지않다고말한다.문학을선택된소수의사람들에허용된특별한재능으로판단하는것.물론이승우자신도창작자로서글쓸때의창작의영감을경험했다.하지만그경험이신비스러운초자연적인순간이아닌,글을계속쓰게하는,소설의이야기가계속뻗어가게하는추동의역할로써의순간이라고못박는다.행운이자은혜라고불리는영감이건만,글쓰는자에게이영감은철저한글쓰기의에너지이자동력일뿐큰의미를부여해선안된다고경계한다.또한작가에게영감은누군가로부터어딘가로부터오는게아니다.창작자내부에서불러일으켜지는것이며그일으킴을이해할때작가는필기구를멈추고창작자의이름을얻게된다고조언한다.

우리내부에도우리가의식하지못하는것들이가득하다

“나는타인들로이루어져있다.내가나를이해하기어려운것은나를이루고있는타인들을이해하기어렵기때문이다.”-109쪽중에서

남의집벽장에1년동안숨어산어느여자이야기가있다.프랑스작가에릭파이의작품《나가사키》를소개하며이승우는‘나’를결합하는조건들,‘나’를만드는조각들에대한깊은사유를우리들에게전한다.집안에아무도모르게숨어들어은밀한시간들을훔친여자보다낯선존재를모르고오랜시간동안평범한삶을산남자에초점을맞춘다.우리는여전히우리주위에혹은집에무엇이있는지모른다.비슷한말로돌려말하면,사람을이루는것은사람속에들어와살고있는다른사람들이다,라고말한다.지금하고있는당신의생각은당신만의오롯한생각일까?또우리안에우리가입주를허락한생각이나사람들만있는것일까?유익하거나필요한생각이나사람만들어와살고있는걸까?언제들어왔는지모를아는생각,모르는생각이복잡하게얽혀있을뿐우리내부에도우리가의식하지못하는것들이가득하다.저자는어떤사람이어떻게자리잡고있는가에따라그사람의됨됨이가만들어진다고말한다.우리가의식하지못하는우리안의타인.그타인들이우리의됨됨이를만드는데중요한역할을한다.그러기때문에늘우리는누가나의생각과말과행동을정하는지살피고탐구해야한다.단순히요약컨대,자기를들여다보는공부를끊임없이해야하는것과같다.

보여주려고한것과보여준것과본것

“유혹과위협앞에서때론긴장하고때로는초연하게써온것이,그처럼아슬아슬한것이문학이었다.”-218쪽중에서

이승우는말한다.중요한것을쓰는것이아니라절실한것을쓴다고.중요한것은나아닌무언가를대표하려는유혹에빠뜨린다.물론작가의사회적인역할수행에대한요구는때론정당하고윤리적이다.다만,발언하려는욕망으로인해무엇의중요함이도리어훼손되기일쑤다.이승우는쓰는자의태도중에서가장핵심적인조건들을열거한다.작가는중요한가를묻지말고절실한가를물어야되며내가관여되지않은절실함들을찾아나서야한다고말한다.절실한것만쓰려고할때나는나아닌누구,혹은무엇을대표하려는마음에서자유로워진다.그래서작가는휘둘리지않게된다.
이승우는자기문학을하려고하는창작자들에게세가지를주문한다.욕망의억제,세상과의거리두기,초연함.그는40여년동안소설을쓰면서앞서언급한세가지를기준삼아글을써왔다고고백한다.절실한것들을보여주려고했고절실하게본것들을소설로말해왔다고생각한다.그리고그것들이오랜시간층층이모여나의문학이된것이라고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