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안전거리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

$13.00
Description
나답게 살기 위한
관계의 안전거리를 가늠해보다
삶에 안전거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독서 애호가의 내 마음 운전법
적당한 거리는 어떻게 우리 삶을 구원하는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애호 생활 에세이 브랜드 ‘라이킷(Lik-it)’의 일곱 번째 책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가 출간되었다. 레이먼드 챈들러, 트루먼 커포티, 찰스 부코스키 등의 작품을 번역해 취향 또렷한 독자들이 믿고 찾는 전문 번역가이자 미스터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소설을 쓰는 작가 박현주의 에세이집이다. 진정한 자립 의지를 다지며 운전을 결심한 작가의 우여곡절을 담은 이 책은, 전 세계의 현대 문학들을 첨예한 순간에 시의적절하게 소환하는 독서 에세이이기도 하고, 짙은 안개 속으로 먼저 뛰어든 인생 선배의 자전 에세이며, 삶의 기술을 담은 실용서이기도 하다. 작가의 경험과 기억, 그가 향유한 책과 음악과 영화 등 요약하기 어려운 것들의 의미와 분석이 지하철 노선도처럼 질서 정연하게 서술되어 있다. 도로 위에서뿐만 아니라, 이상적인 삶을 위한 관계의 안전거리를 가늠해보는 그의 글들은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의 정적인 일상을 적극적으로 주행하라 부추긴다.
저자

박현주

소설가,전문번역가,에세이스트.
소설《나의오컬트한일상:봄여름편》《나의오컬트한일상:가을겨울편》《서칭포허니맨:양봉남을찾아서》,에세이《로맨스약국》을썼고,《스밀라의눈에대한감각》,레이먼드챈들러선집,트루먼커포티선집,찰스부코스키의소설과에세이,《바바리안데이즈》,《조용한아내》등을번역했다.
2018년《하우스프라우》로제12회유영번역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_승리의나무와해피콤마

1.때이른저녁안개,인생점검의순간에서
[기동력]모두비슷한고민,모두다른해결
[필기시험]신의법과인간의법
[실기시험]실패를벗어나우아한영혼으로
[차량구매]좋은파트너의체크리스트
[코너링]이중구속과여자의선택
[자기길]돌아보지않고,넘겨보지않고
[관점변화]더연약한곳에서바라보는풍경
[옆자리]내옆에있는사람은누구일까?
[주차]이세상에서자기자리를찾는다는것
[안전거리]그리워도가깝지않게

2.직접적은유로서의운전
[날씨]삶을좌우하는절대성과인간의노력
[교통체증]모두같은길위에있다는동지의식
[백시트드라이버]충고와참견사이
[의사소통]아래층계단의말
[경쟁]내앞길을막는사람들
[음악]나의드라이빙BGM을참아주기를
[돌발]돌아서가도이어져가는삶
[평균]위비곤호숫가의삶과남보다잘(못)하는나

3.초보딱지를떼며
[비밀]우리끼리만하는말인데
[노화]좋은밤을향하여온화하게가지말라
[번아웃]꾸준하게,멈추지않고
[애착과이별]내운명에동승한사랑하는무생물
[한밤의강변도로]일체감의환희와떠날때의애정
[반성과자책]만약……하지않았더라면
[첫고속도로운전]위로와생명의빵
[고독]혼자가는길의외로움과자유로움
[증발]잠적의기술과떠나는여자들

에필로그_두려움많은영혼도피해서는안되는것

출판사 서평

일과사랑,성공과실패,문학과음악
운전대를스치고지나가는모든것에대하여

세상의많은것들이인간삶의은유로쓰일수있겠지만,‘운전’만큼딱떨어지는메타포도드물것이다.운전은기계나자동차를부려서움직이게하는능동적행위를뜻한다.삶이원치않는방향으로흐르거나,내가남들보다느리고불리하다는생각이들때면누구나스포츠카를탄레이서처럼질주해버리고싶은욕망을느낄것이다.꽉막힌교통체증없이뻥뚫린꽃길을꿈꾸지않는이없을것이며,갑자기뺑소니사고같은일을당해황망했던경험도다들한번쯤있을것이다.우리는내삶을장악하고있을때만족감을느끼고,통제불가능의상태에불안과좌절을느낀다.

“여성이일과사랑에서어디까지갈수있는지내다보면,그길에는때이른저녁안개가깔려있다.(…)그리하여내가멈추지않고계속가는방식으로선택한것은문자그대로직접적은유로서의운전이었다.(18~19쪽)

이책은저자가인생점검의필요를마주한순간에서시작된다.뜻대로되지않는일과사랑,되돌아가기엔너무멀리와버린길,뿌연앞날.누구나맞닥뜨리기마련인슬럼프를경험한저자는남들보다조금은늦은나이에운전을배우기로결심한다.단지물리적인이동일지언정,과감하게혼자서자유롭게앞으로나아가는경험이절실했던것.마음먹기도쉽지않았는데,면허를따내는것부터순탄하지않다.저자는실패와연습을반복하며자신이옮기거나읽은소설속인물들의시행착오를떠올린다.

실패는주저앉기쉽지만언제까지나머물수는없는집과같다.우리는실패를두려워하고너무나미워하지만,일단한번찾아오면언제까지나거기있고싶다는마음도든다.또다른실패는더크고,더아프고,더강렬하리라는것을알고있기에.이미맛본실패는헤어날수없는나쁜친구처럼어느새편안해지기까지한다.하지만우리는그안온한실패를언젠가는떠난다.(31쪽)

세상에존재하지않을것같은,형편에맞으면서도안전하고마음에쏙드는디자인의차를구하느라진땀을뺄때는결혼과파트너에대해성찰한다.그렇게어렵사리손에쥔운전면허와차를몰고달리는것도만만치않다.날씨,교통체증,주차,사고를비롯해,참견쟁이동승자,도로위의무법자등세상엔내길을가로막는것들이너무많기때문이다.

사람들은스스로인생을개척해나가야한다고말하지만,남의충고를따라서개척해볼까하는순간‘스스로’는없어진다.도전은신중해야하지만,또한과감해야한다.좋아하는일을해야하지만,노동은본질적으로즐거움의영역이아니다.너무소중한사랑이라떠나보내지만,그러기에그사랑을잊지못한다.인간의삶에있는이중구속,특히여자들은이런이중구속의지배를쉽게받는다.(…)우리는어느방향으로가야할지몰라제자리에서갈팡질팡한다.(49쪽)

그럼에도불구하고저자는자기길을찾아내고야만다.“옆에서어떻게하든”자기갈길을쭉가면된다는것을깨닫는다.그리고내길은정해져있는것이아니라,내가간길이나의길로발견됨을,이리저리옮기며달려도이으면하나의선이됨을,그리고내가가는길이맞는길이되도록평생에걸쳐노력해야함을어렵사리깨닫는다.

경쟁심은오로지차안에만,순간의마음속에가둬야한다.그들은자기갈곳으로가고,나는내갈곳으로간다.경쟁에서벗어나는길은승리가아니라망각에있다.깜빡이도켜지않고끼어드는무례한자도있지만,먼저기꺼이보내줄수있을때도로는비로소나의길이된다.(127쪽)


달리는운전,멈추는독서
행간을달리며사유하는삶과관계의안전거리

차안운전자의위치에서본세상과길위의도보자의위치에서본세상이다르듯,저자는독서행위속에서도자신의입장을바꿔가며작품속인물과의적정거리를측정한다.
“입장(立場)은말그대로서있는곳이라는뜻이다.나는운전을하면서내가어디에앉아있는지,어디에서있는지에따라서우리의입장은너무나도다를수있다는것을몸으로실감했다.심지어운전하는나와걸어가는나는똑같은상황도다르게감각했다.역지사지라는말이있지만,사람은늘선자리를바꾸면바뀐자기입장에서생각했다.그렇다고는해도상대편입장이사라지는건아니다.도로에차만있는것이아니듯이.”(61쪽)

문학소녀들의바이블과같은《제인에어》에서‘나쁜아내’로등장했던버사가운전대를잡은버전인진리스의《광막한사르가소바다》를소개하며,《스토너》의잔잔한감동이내포하고있는잔혹성을지적한다.그러면서도여자주인공이폭력을겪는서사들을소개하는것을지양한다.현실을기술함으로써여성독자들이폭력의기억에시달리지않게하기위해서이다.

늘연약한곳에서풍경을바라보지않으면,내가다른사람에게는위협이될수도있다.그걸기억하지않으면운전은할수가없다.나의길을똑바로갈수가없다.(66쪽)

한두다리만건너면연결되는도시서울처럼,한두사람만건너면이어지는삶에서관계의충분한안전거리유지는어쩌면불가능할지도모른다.하지만우리모두가경험으로알듯이지나치게가까워지는것은서로에게위험하다.자유롭게나아가기위해서는일정한거리감이반드시필요한것이다.
유동적이고포괄적인자아로서이토록다양한이야기들을선별하여들려주는저자의글이끝에다다랐을때쯤엔깨닫게된다.적당한거리를판단하고유지하기위해서는다양한경험과지혜가필요함을.자유는그대가중하나임을.
운전대를잡고진땀을흘리던날들,그리고초보딱지를떼고이제는제법여유를찾은지금에서야비로소보이는것들,문학작품들속빛나는지성,내가애착을품고그토록사랑했던것들.《당신과나의안전거리》는운전에서비롯된좌절과기쁨이없었다면절대이렇게꿰어지지않았을자아성찰과도같은이야기이다.자신의감정을존중하고행동함으로써성숙해나가는한한여성의다채로운상념을모은이책에서지금자신에게필요한질문과이야기를찾아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