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에서 살아남기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위한 12가지 질문)

신냉전에서 살아남기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위한 12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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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동맹에게 버림받을 것인가?
분쟁에 연루될 것인가?
가속하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외교는 어떻게 자율성을 획득할 것인가?

한국은 초강대국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한국에 안전보장과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던 한미동맹은 지금 한국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격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이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크게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에게 버림받을지, 아니면 중국과의 분쟁에 연루될지 선택을 강요당하는 ‘방기와 연루의 딜레마’에 빠져든 형국이다.
이 책은 한국이 처해 있는 국제정치적 입지와 나아갈 바를 밝힌 외교 전략서이다. 이 책의 저자 최용섭 선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12가지 질문’을 통해 어떻게 하면 한국이 ‘방기와 연루의 딜레마’ 늪에서 빠져나와 외교적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대답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오래된 동맹조차 가차 없이 내팽개치는 냉혹한 외교 지형 속에서 ‘분단블록’을 ‘평화블록’으로 바꾸고, 평화경제공동체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한 공동 번영을 현실화하는 미래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

최용섭

고려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국제안보를,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 정치를 공부했다.
영국 외무성장학금으로 수학한 워릭대학교 정치국제학과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The Pacific Review〉, 〈Contemporary Security Policy〉 등 다수의 유명 해외 학술저널에 기고했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강사 등을 거쳐 지금은 선문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재벌을 위해 당신이 희생한 15가지』 등이 있으며, 〈Third World Quarterly〉에 게재한 「분단블록의 극복과 그 한계: 그람시 이론을 통한 한국 사회구성체 분석(Overcoming the division bloc and its limitations: a Gramscian approach to South Korean social formation)」으로 2021년 한국정치학회 학술상(논문 부문)을 수상하였다.

목차

프롤로그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 회복을 꿈꾸며

1장 미국은 왜 일본 편을 들까?
2장 사드는 정말 국익에 도움이 될까?
3장 일본은 왜 과거사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걸까?
4장 일본은 왜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했을까?
5장 중국은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6장 북일 관계가 개선되려면 납치 문제가 선결되어야 할까?
7장 한국 사회는 왜 대북정책을 두고 분열할까?
8장 북한이탈주민들이 김일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뭘까?
9장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김정일 시대의 북한과 어떻게 다른가?
10장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한은 정말 핵을 포기할까?
11장 남북경협과 한국의 경제발전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12장 무엇으로 남북의 공동 번영과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에필로그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와 한반도 넥스트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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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방기와 연루의 딜레마’에 빠진 한반도
본질적으로 동맹에는 안보와 자율성 사이의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동맹을 통한 안보협력으로 자국의 안보를 강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국의 정책, 특히 대외정책의 자율성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미동맹에도 이러한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게다가 한미동맹은 동등한 지위에서 서로의 요구 사항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닌 비대칭적 동맹이다. 북한이라는 존재와 양국의 현격한 군사력 차이 등으로 인해 주로 미국의 전략적 고려에 따라 한미동맹의 양상이 결정된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 한국은 어떤 선택지를 취하느냐에 따른 방기와 연루의 딜레마에 놓여 있다. 여기서 ‘방기(abandonment)’는 동맹국을 버리는 것을 의미하며, ‘연루(entrapment)’는 동맹관계로 인해 원하지 않은 국제 갈등이나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의미한다. 방기의 위험과 연루의 위험은 서로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동맹에서의 안보 딜레마를 야기한다. 즉 방기의 위험을 줄이는 정책은 연루의 위험을, 연루의 위험을 줄이는 정책은 방기의 위험을 높이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방기와 연루의 딜레마를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에 적용해보면 한국은 미국이라는 동맹국으로부터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중 패권 경쟁에 연루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초강대국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군사적으로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영토를 지켜낼 수 있었고 경제적으로는 수출을 통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었지만, 안전보장과 막대한 부를 가져다준 한미동맹이 오히려 지금은 한국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변심과 일본의 우경화, 한반도 사드 배치는
모두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
늘 내 편을 들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나와 사이가 나쁜 아이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가 궁금하지만 친구는 쉬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내가 잘못했다고만 한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기분이지만 화를 낼 수도 없다. 친구에게 버림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일본군위안부나 강제징용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일본 편들기가 이런 꼴이다.
미국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의 의견을 확고하게 지지해주었고 심지어 일본과 외교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워싱턴의 기류는 바뀌고 있었다. 이미 일본이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사과했는데도 한국이 계속해서 딴지를 걸며 문제 해결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주로 미국의 극우단체나 친일본 단체들에서 이런 주장을 폈는데 이제는 미국 정부, 그것도 민주당 정부의 국무부에서 공개적으로 그런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어떤 이유로 불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바뀐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그 짧은 기간에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 전면적으로 수정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급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을 핵심 동맹 파트너로 삼고, 그 실행 전술로 중국에 대한 ‘균형’에 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되는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우경화와 군사력 증강 방침을 지지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 변화 속에서 일본 정부의 우경화는 폭주하다시피 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인적 구성을 봐도 알 수 있다. 현 기시다 내각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두고 “사실 관계를 무시한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주장하는 일본회의 출신 각료만 전체 20명 중 14명에 달한다. 이러한 비율은 10년 가까이 유지되어온 것으로 아베 내각에서도 20명 중 14~15명, 스가 내각에서도 20명 중 14명에 이르렀다. 일본회의 소속이 아니면 고위층을 바라보기 힘든 게 일본의 현 정치 상황이다. 아베 시대부터 현재까지 우익 또는 극우라고 할 수 있는 일본회의의 영향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극우 세습의원들이 좌지우지하는 일본 정치 상황과 맞닿아 있다. 일본의 세습의원 비율은 중의원의 경우 약 26%, 집권 자민당으로 좁히면 약 40%에 달한다. 게다가 세습의원 대부분이 그들의 할아버지 시대인 제국주의 시기부터 정치에 몸담은 집안 출신이다. 따라서 할아버지 때부터 가지고 있던 세계관이 상당 부분 이어져오고 있다. 즉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의 구세주’이며 군국주의 시대의 일본 역시 매우 자랑스러운 역사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과거의 역사는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그러니 사과할 이유도 없다.
일본은 이제 미국의 지지를 받으며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이는 2차대전 후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세 가지 목표 중 하나인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막는’ 일과 상충되는 정책이다. 과거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일본 사회에서 군국주의가 부상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평화헌법의 무력화와 강력한 군사력을 주창하는 일본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화당 정부건 민주당 정부건 한미동맹을 미일동맹에 종속화하는 것을 가시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에 과거사 문제를 덮어두고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한국을 비난하고 일본에는 오히려 군사 강국화에 대한 지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용이라고 했던 사드(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었다. 한국의 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이야기했듯 사드가 대북한용이 아니라는 것은 한국을 방어하는 데 사드의 효용성이 낮다는 미 국방부의 보고서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 찬성론자 역시 사드로 수도권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의 실제 목적은 무엇일까?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북한과 중국의 장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미국 영토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중국해에서 미국과 일본의 해상 군사력을 무력화하는 중국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봉쇄할 수 있다. 결국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대중국 재균형 전략)과 그에 수반된 동아시아 한미일 MD 체계 구축의 필요성에 당시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를 목적으로 호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미국의 변심, 일본의 우경화 폭주, 난데없던 사드 배치는 모두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통한 대중국 봉쇄다. 이는 향후 더 극명화될 수 있는 미중 대립에서 한국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뿐만 아니라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는가’와도 관계된 사안이다. 다른 무엇보다 통일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핵과 미사일을 가진 북한이라는 존재와 이웃하고 있다는 지정학적 제약, 그로 인해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에 의지하는 정도가 클 수밖에 없는 지금 한국의 대외정책은 그 자율성에서 심각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반발에도 전격적으로 배치된 사드는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향후 미국이 대중국 균형정책을 강화하거나 대중국 봉쇄정책을 시도할 경우 한국 정부를 크나큰 딜레마에 빠뜨릴 수 있는 문제이며, 그러한 상황이 도래할 경우 한국이 겪을 피해는 사드 배치로 겪었던 수준을 훌쩍 상회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 제약의 근본 원인은 북한 문제이다
급변하는 역내 정세 속에서 한국의 선택지가 줄어들고 미중 패권 경쟁에 연루될 위험이 높아지는 주요한 원인은 바로 북한의 존재다. 많은 외국 학자와 정책결정자가 한국을 북한에 납치된 ‘인질’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선 북한 문제를 먼저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금까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중시해왔다. 그러나 분단 당사자가 아닌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큰 도움을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들은 한국을 위해서도, 북한을 위해서도,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아닌 자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친중국 편향 외교’라는 미국 일각의 우려 속에서도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기 위해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에 참석하는 성의까지 보였지만 돌아온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중국의 거친 반발을 무릅쓰고 사드 배치를 결정함으로써 한중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어갔을 뿐이다. 일본 역시 자국의 이익과 연관되었을 때만 북한 문제에 관심을 보일 뿐이다.
결국 우리 스스로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 사회는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두고 둘로 나뉘어 있다. 이것은 북한 문제 해결이 어려운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작동한다. 하지만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 확대 및 확보는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국내적으로는 북한 문제를 두고 나뉜 여론을 하나로 모으고, 국외적으로는 북한 문제 해결에서 주도권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한국이 외교적 자율성을 획득하는 첫 단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금의 북한에 대한 충실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을 포함한 외국은 북한 핵ㆍ미사일 같은 군사적 측면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현재 북한 사회가 어떠한 변화를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핵 협상에 임하는 북한 집권자들의 진정한 의도를 알기 위해서라도 개혁개방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을 파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오늘날 북한 사회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미래의 한반도 모습을 설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만 한국은 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북한 사회는 빠른 속도로 시장경제화되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가문 독재자들에게 불쌍한 주민들이 다른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살며 억압받는 곳,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야만 목격할 법한 발전이 매우 더딘 곳, 얼마 전까지 수십만 명의 주민이 굶어 죽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