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철학 : 이솝우화의 물음을 따라 생각하기

우화의 철학 : 이솝우화의 물음을 따라 생각하기

$15.00
저자

김태환

서울대학교를졸업하고같은대학교대학원에서독어독문학석사와박사학위를,오스트리아클라겐푸르트대학교에서비교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91년조선일보신춘문예평론부문에당선되어평론활동을시작했으며,계간지《문학과사회》편집동인으로활동했다.현재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푸른장미를찾아서』,『문학의질서』,『미로의구조』,『우화의서사학』등이있고,옮긴책으로는『모던/포스트모던』,『피로사회』,『시간의향기』,『투명사회』,『심리정치』,『에로스의종말』,『삶과나이』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이솝우화가우리에게묻는것

창피함과부끄러움은어떻게다른가:「꼬리잘린여우」
고통의역설:「노인과죽음」
합리적형벌:「개미에물린남자와헤르메스」
부러움인가시샘인가:「제우스와프로메테우스와아테나와모모스」
지배에관한우화:「말과당나귀」
지독한사랑:「사랑에빠진사자와농부」
인간과옷:「도둑과여관주인」
빚이란무엇인가:「아테나이의채무자」
재현의정치:「함께길을간사람과사자」
꾀의영웅:「고양이목에방울달기」
아름다운것과유용한것:「샘물가의사슴과사자」
현재와미래:「어부와멸치」
믿음을상실한세계:「불가능한일을약속한남자」
자유와생존:「야생당나귀와집당나귀」
나르시시즘의위험:「키타라연주자」
면피의정치학:「여우와나무꾼」
갈등해결법:「여주인과하녀들」
자연과문화:「늑대와노파」
환멸의정치학:「여우와고슴도치」
내로남불의기원:「두자루」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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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솝우화가촉발한질문과해답>>>

우화는동물이나식물,혹은사물을인격화하여주인공의말과행동에풍자와교훈의뜻을나타내는이야기이다.특히우화의대명사인이솝우화의풍자는플롯이익살맞아독자에게읽는재미를주고,이솝우화의교훈은사건의결말을알려주어독자에게삶의길을안내해준다.그래서독자는이솝우화를읽으며즐거움과유익함을만날수있다.그게다일까?더있다.이책의저자처럼곰곰이꼼꼼히생각하면이솝우화가촉발한철학적질문을스스로발견한다.예컨대,이책의저자는「꼬리잘린여우」이야기에서는‘부끄러움’과‘창피함’의차이를따져보고,「제우스와프로메테우스와아테나와모모스」이야기에서는‘부러움’과‘시샘’은어떻게다른지를찾아낸다.또한저자는「샘물가의사슴과사자」이야기에서는‘아름다움’과‘유용함’은배치되는지를생각하고,「야생당나귀와집당나귀」이야기에서는‘자유’와‘생존’은서로를위협하는관계인지를살핀다.

책속에서

이솝우화에서내게각별한인상을불러일으킨것은깜짝놀랄반전의즐거움을선사하는이야기도도덕적원칙을선명하게예증해주는이야기도아니었다.어떤불일치와모순,불확실성을드러내는이야기,그리하여의문과궁금증을불러일으키는이야기,나의지식과세계상의불완전성을드러내고해결되어야할문제를의식하게해주는이야기가우선적으로나의마음을끌었다.프로메테우스가인간의마음에창(窓)을내서거짓말을하지못하게했어야한다고주장하는모모스는‘왜인간의마음은보이지않는가’라는질문을가능하게했고,사자에게서달아나다가아름다운뿔이나뭇가지에걸려죽게된사슴이야기는과연아름다움과삶의필요(유용성)가상충관계에있는가치인지를묻게했다.질문이생겼을때우리는비로소새로운인식으로가는길을발견한다.(9~10쪽)

창피함은일종의부끄러움이다.그래서창피함이무엇인지알기위해서는우선‘부끄러움’의감정을분석해볼필요가있다.부끄러움은무엇보다도타인의시선에대한반응으로일어나는감정이다.직접적이고강력한부끄러움의감정은나의부족함,나의결함이타인에게노출될때발생한다.그런데나의부족함이타인에게인식되려면,그타인이나에대해일정한기대를가지고있어야한다.기대하는바가있기에부족하다는판단이가능한것이다.그리고그러한판단이타인의실망스러운눈빛에나타날때,나는그시선의함의를알아차리고부끄러움을느끼는것이다.(16~17쪽)

그렇다고해서이솝우화에사랑에관한이야기가전혀없는것은아니다.「큐피드와죽음」이라는이야기에서사랑의신인큐피드는더운여름날지친몸을이끌고서늘한동굴에찾아들었다가그만화살통을바닥에쏟는다.그런데그동굴은죽음의거처였고,큐피드가쏟아진화살을주워담았을때그의화살통에는죽음의화살들이섞여들었다.반대로동굴에는죽음의화살사이에큐피드가흘린사랑의화살이남겨졌다.그래서간혹사랑에빠져야할생기넘치는젊은이들이갑작스러운죽음을맞고,죽을때가다된노인들이사랑에빠지는일이벌어지게되었다.(68쪽)

인간과옷사이의복합적인관계는창세기낙원추방의신화에도잘표현되어있다.이에따르면인간은태초의무구함을상실하면서그타락의결과로비로소옷을필요로하게되었다.그러나성서는이와동시에인간이인간으로서자각을가지게된것이옷의출발이라고말하기도한다.인간이자신을인식하게된최초의징표는벌거벗었다는사실에대한깨달음이었다.이는옷이사후적으로인간에게덧붙여진것이아니라,인간존재의본질적조건에속한다는것을시사한다.벌거벗음이라는관념은옷에대한인식을전제하기때문이다.그러면인간은어떻게옷이란것이존재하기도전에옷에대한관념을얻은것일
까?아마도태초의인간이이미신의옷을보았기때문일것이다.창세기의신은벌거벗은모습으로인간앞에나타나지않았다.인간이선악과를먹고알게된것은자신이신을닮은존재라는것,그런데도신과달리옷을입지못하고벌거벗은상태라는사실이었다.그렇다면옷을입고자하는욕망은신의형상을닮은인간이신에더접근하고자한데서나온것이라고성경은이야기하고있는셈이다.(86~87쪽)

이솝우화에서야생의삶과인간에게예속된삶의대비는동물계에국한되지않는다.어떤사람이원예사에게잡초는잘자라고생기가있는데,가꾼채소는왜아무리물을주고돌봐주어도약하고잘시드는지물었다.원예사는놀라운답을준다.대지의여신에게잡초는친자식이고,인간이심은채소는의붓자식이기때문이다.진정한생명력은인간의손길에서벗어난야생속에있다는것을우화는말하고있다.(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