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 스커트 (박유하 소설집 | 우상의 거부와 인간 주체성의 옹호)

노을빛 스커트 (박유하 소설집 | 우상의 거부와 인간 주체성의 옹호)

$13.14
Description
장편소설 《하얀손 그림자》와 《블랙홀》에서 묵직한 주제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박유하 작가의 작품집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현대인의 관계 장애로 진단하는 현장을 밀도 높게 그리고 있다.
저자

박유하

1989년「동그라미와공의융합」『동서문학』등단
2010년장편『하얀손그림자』출간
2020년장편『블랙홀』출간
2020년소설집『노을빛스커트』출간

목차

작가의말

노을빛스커트
나비,나비!
두꺼비집
심연深淵
오,카프리!
갈수없는나라
가로수그늘
보다큰집
환幻

해설/김성달
인간다움에의옹호와우상에의거부

출판사 서평

이소설은

표제작인「노을빛스커트」는옷에집착할수밖에어머니와딸의심리를현실의촘촘한디테일로엮었다.화자의내면적인성숙과정을‘옷’이라는알레고리를통해표현하면서도우리시대현실이처한병적상황을정확히읽어낸다.이소설에서옷에대한탐닉과매혹은돈으로대변하는물신적세계의폄훼와경멸의이중겹을두르고있다.소설의화자는제아무리탐닉과몰두를부르는옷이라도그것을만드는것이인간이라는사실을망각하지않는다.그래서너무나인간적인‘노을빛스커트’이다.「나비,나비」는율전에사는사람들과그렇지않은사람들을통해우리사회에존재하는‘간격’의이야기를하고있다.그들사이의간격은영구히극복할수없는한계를내포한다.혜온,새론.준범세사람의삶은상대에대해갖고있는좀처럼좁혀지지않는거리를보여준다.고통의삶속에있는새론이개천에핸드폰을집어던지는행위로도쉽게해소될수있는물리적간격이아니다.소설에서나비는인생을불행하게만드는상징이기도하면서,희망을보는일종의은유이기도하는데인생에끼어드는불행의방식을각자다른각도로보여준다.「두꺼비집」은그림을배우려고모인사십대여성들의언어유희와권태그리고심리가대화속에서긴장감있게투영되어있다.함께하지만외로운,외로울수밖에현대인들의자유를‘두꺼비집’의형상과회상을통해직절하게증언한다.현대인이처한암울한고독은바로여기서시작되고,작가는그지점을명확히꼬집는다.「심연深淵」은유부남을사랑한여자가그가죽은후남몰래그의무덤을찾아갔다가그에게아이를기르는또다른여자가있다는사실을알게되면서겪는이야기를차분하게들려준다.이작품의화자들은아직까지사랑에대한믿음과의지를간직한다.하지만그것은어디까지나의지로서요청된희망이고,사랑의현실은어쨌든모든것이찢기고조각나기형적이다.「오,카프리」는친구의남편과불륜관계인여자의심리가돋보인다.인간은누구나외롭다.그래서종종사랑을하면서그외로움을이긴다.외로워서사랑하지만언제다시외로워질지모르기에사랑하고있어도외롭다.그외로움의감정이마성의통로가되어남자와여자는그렇게섹스에탐닉했는지도모른다.섹스야말로비합리성의영역으로어떤의식으로도포착할수없고,언어로도파악할수없는유일한것이다.그래서그들의미래는심각하고아주위태로웠고결국남자가죽는다.‘홀려서라도살아야하는’것이라는여자의항변이오랫동안귓가를맴돈다.「갈수없는나라」는각기다른가정의남편과아내를통해그들의아픈가정사를진솔하게보여준다.아내에대한권태와남편의폭력이라는억압으로거세된욕망의상실현장을선명하게보여주면서도삶의무의식저깊은곳에대한동경은,자칫무의식적의미의패배와함께나타날수있다는것도동일하게들려준다.「가로수그늘」은어린시절부터함께성장한가로수와남자를화자로내세운다.가로수와사람의밀월관계를순수하게보여주는작품이면서도환상과악몽에관한이야기이기도하다.가로수를화자로내세우는작가의방식은현실에관한비판과저항의방법으로읽히면서도,오히려현실의일부이자현실그자체가되어있다는것을보여주면서,이소설의환상성이단순한낭만적판타지가아니라섬뜩한악몽의현실이라는것을독자들이느끼게만든다.「보다큰집」은집짓는과정의디테일이생생하고,70대여자화자가집을지으면서주체적인자아를찾아가는상황이인상적이다.소설의인물들이어떤인간적감정으로도연결되어있지않으며다만집짓는과정의일부로서작동한다.인간에게가치있고의미있는특질들이점점무가치해지고무의미해지는우리시대적상황을집짓는과정의미학적아이러니로표현하고있다.「환幻」은식물인간이된남자의독백이우주의블랙홀속으로흘러들어가는것처럼간절하게독자들에게와닿는다.삶의의미와가치의생성을위한가정기본적인토대인육체의상실을통해삶은최소한의의미마저설자리를잃는다.육체가소멸되는지점에서블랙홀의매력을이야기하고,누굴믿고살겠느냐는작가의질문은어찌보면두렵기까지하다.영원한정신과함께하지못하는몸의유한성을불랙홀로병치하는작가의육체성에관한감각의가치는돋보인다.
박유하작가의소설집『노을빛스커트』는참신한상징과표현들을통해의미와가치로결속된세계전체를보여주기보다는,그것을통해현실의불행과상처들을드러내는데주안점을둔다.그것은우상의질서에압도당한채살아가는인간들의주체성저하와말살에관한저항의극한몸부림이자,작가자신이살아가는현실의제약속에서인간주체성옹호를위한첨예한작가정신의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