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의 신세계 (변영희 소설집)

열일곱의 신세계 (변영희 소설집)

$13.00
Description
직지소설문학상, 한국문학인상, 손소희 문학상 등을 수상한 변영희 작가가 새롭게 펴내는 작품집이다. 8편의 단편을 묶은 『열일곱의 신세계』는 6·25전쟁 때부터 현재까지의 폭넓은 시기를 넘나드는 인물들의 사연이 절절하게 녹아있으면서도, 좁은 인과관계를 넘어서는 광대무변의 세계를 보여준다.
저자

변영희

청주시남주동에서태어났다.1984년『문예운동』에「동창회소묘」발표이후장편소설3부작『마흔넷의반란』『황홀한외출』『오년후』『무심천에서꽃핀사랑』을출간했다.소설집『열일곱의신세계』『입실파티』『매지리에서꿈꾸다』『모정삼만리』가있다.수필집『몰두의단계』『나의삶나의길』『갈곳있는노년』『비오는밤의꽃다발』『애인없으세요?』『문득외로움이』『거울연못의나무그림자』외.E-book『이방지대』『사랑파도를넘다』『졸병의고독』외다수.직지소설문학상.한국문학인상.무궁화문학상소설대상.손소희문학상.한국수필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

아까시꽃의비원
자연인의셈법-마음을비우고창자를비우고
소울메이트
구원의성소
화려한초대
꽃밭방공호
열일곱의신세계
그리움의시원(始源)

출판사 서평

「아까시꽃의비원」은남의집에세들어살면서능력없는남편에의지해아이들을키우며아까시꽃을따먹어야하는여자의남루한일상을아까시꽃향기로피워올린작품이다,세아이를두고눈을감아야하는여자의먼피안을바라보는동공이쉽게잊히지않는데,그것은이작품이세월로서의삶을살아온여자의시간을곡진하게보여주기때문이다.
「자연인의셈법」은몹쓸종양으로며느리를잃은화자의절통한심정이뼈를깎아내리는언어로예리하게폐부를찌르면서도,그언어의표층사이사이를가로지르는자연에의셈법을포착하고육화하는방식은남다르다.그남다름은궁극적으로시대정신과의조응속에서생성된것이리라.그래서가족을잃은아픔을넘어서서의학이나병원에관한강렬한현실비판으로도읽힌다.
「소울메이트」는언제나타날지모르는영혼의동반자를찾아다니는딸이꿈속에서보았다는고봉산을함께오르는혜영은딸이이곳에서남자를만나시집이나갔으면싶다.복통때문에단식원에들어간혜영을기어코끄집어올린것은꿈에서전생의인연을만났다는딸의성화였다.산의사찰에서만난주지스님으로부터삼국시대설화같은이야기를들으며보이차를석잔째비웠을때하늘의별과달구름,산과바다,바람과북소리를거느리고온한남자를만난다.딸이그렇게간절히원하던‘소올메이트’이다.꿈이현실이고현실이꿈인,그러나가능성이많은꿈에서상징과은유의실마리를얻어자신이가진열망과목표를이룬다는것을보여주는독특한형식의작품이다.
「구원의성소」는인터넷시니어기자로갓들어간혜영은곧청와대관람이있을것이라는말을듣고상념에잠긴다.오일쇼크무렵빚보증을선남편이사라진후시골로숨어들어두아들을어렵게키우며살던시절,글짓기대회에나가상을타서청와대에들어가영부인을만나던일이떠오른다.그러면서그당시그녀가아이들과하루에도몇번씩찾았던개울이그립다.그곳은삶의번뇌를씻고해탈의기미를일깨워주던신성한장소이기때문이다.관람셔틀버스가청와대후문으로다가가자혜영의눈앞에불현듯산촌시절,작은위로이며구원의성소였던개울이펼쳐지기시작한다.회상과반추로이루어진이기억의순례는현재와과거가나누는대화이자,나이가들어시니어기자가된육체가과거반짝이는햇빛을튕기며맑게흐르던개울물에투영된자신의젊은표정을되돌아보는순간이기도하다.
「화려한초대」는건설회사자재관리책임자인남편을따라낯선산골로와아이를키우는여자가화자이다.할머니와손주둘이있는집에세들어사는여자는1977년그해극심한가뭄으로물고초를겪지만느닷없는집중호우로물바다가된마을에서용케빠져나온다.하지만주인할머니는미처빠져나오지못하고산에올라간손자동진이는겨우발견되어보육원에보내졌는데미국으로입양된다.그동진이가금의환향해고향에공장을짓고초대하자여자는기꺼이응한다.그곳은여자가처음살아본산골이었고그만큼그녀의영혼에각인된많은기억들이존재하는곳이다.그런기억을고집스럽게소환한작가는무당벌레,산딸기,개울가,작은물레방아,펌프,물양동이같은표정들을살가우면서도고통스럽게우리앞에소환하고있다.
「꽃밭방공호」는집마당에꽃밭을없애버리고만든방공호를통해굴곡진시대를살아가는군상들의모습들을핍진하게그리고있다.방공호의협소한공간에서봉희가겪은공포는유년을불행하게만드는원인이면서도,그런공포를밑자락에깔면서도봉희의집방공호와만석이집방공호의묘사같은것을통해그시절을훨씬부피감있고설득력있게보여준다.그러면서도역사적인순간의역사적인장면을방공호에에두르는작가의솜씨는생득적이다.
「열일곱의신세계」는뒤늦게공부를시작한인애가잠자는것도끼니챙기는것도잊고논문에매달린것을본딸은당장외국에나가지않으면죽는다고극성을떨어기어이캐나다로보내려고한다.어릴때수양딸로보내야수명이길어진다며한사코자신을보내려는부모님때문에트라우마를겪으며숱한죽음의고비를넘긴인애는나는쉽게죽지않는다며한사코여행을뿌리치지만딸은기어코그녀를비행기에태운다.비행기를타고서야인애는캐나다여행이그녀에게‘이것이괴로움이요,이것은괴로움이쌓임이요,이것은괴로움의사라짐이요,이것은괴로움이사라지는길’이라는미묘한법을몸으로체험하는것같다.비행기에서새날이밝아오자인애는자신을둘러싼검은장막이일시에걷히고상쾌함이밀려오는것을느낀다.그순간자신도모르게입에서열일곱살인애가만났던영화자이언트의주제곡이흘러나온다.어떤미묘한법을체험하고다시만나는열일곱은호기심과순정함이뒤섞인청춘기의영혼이면서도,자신의전모를숨김없이드러내고발화하는순간이기도하다.
「그리움의시원」은충북옥천의정지용문학관과생가탐방에참가한해연은여고시절에자신을따라다니던찬영을떠올리며그시절을회상한다.찬영이일방적으로보낸편지때문에훈육주임에게괴롭힘을당하던일,누명을쓰고감옥에들어간언니,가까운친척이납북되자그의생사를찾아나선큰형마저소식이두절된찬영,그런그와많은이야기를주고받았던루비다실과돈암동태극당과같은기억들이끊이지않는다.이런저런상념에사로잡힌채정지용시인의손을잡고그의시향수를읊조리는인애는거대한물줄기가되어소년찬영이뛰어놀았을넓은들동쪽끝으로끝없이흐르는무량한그리움의시원을발견한다.스스로도통제하기어려운그어떤심연의그리움은응축된힘을내장하고있는자신의다른모습이기도한데,그런모습과시간을상당히효과적으로서술해내면의울림이깊다.
『열일곱의신세계』의모든이야기는이렇게다양한모습으로반복변주되어꼬리에꼬리를물고이어져결국은풍요로운기억의환유적소설쓰기로나타난다.우리사회가온통가치변환적인유용성을지향하고있는이때변영희작가가자신의기억과경험을통해집요하게들려주는지난날의가슴저미는실패와좌절과회한과그리움의작고큰개울은어느덧도도한장강의물결로어우러져인과관계를넘어선광대무변의세계로흐르고있다.
작가가가진과거혹은기억에의무게만으로도능히이변화무쌍한시대의감각에맞설수있는세계를보여줄수있다는것을『열일곱의신세계』는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