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역 (김영민 소설집 | 양장본 Hardcover)

종각역 (김영민 소설집 |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김영민 작가가 세 번째 펴내는 작품집이다. 소설집 『카모테스』에서 관조의 우아한 시선으로 독특한 미학적 효과를 보여준 작가는 이번 소설집 『종각역』에서 죽은 자(낯선 것)들과 산 자(익숙한 것)들의 기이한 결합의 환상성을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표제작인 「종각역」에서 나는 낮과 밤에 알바를 하면서 악착같이 살다 사고를 당해 죽지만 죽은 사실을 모른 채 이승과 저승의 중간지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만난다. 익숙한 지명 때문에 한 번쯤 걸어봤을 그 ‘종각역’을 떠올리던 독자들은 그곳의 전혀 낯선 분위기에 호기심과 두려움을 느끼면서, 주인공이 죽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달으며 놀라움도 절정에 다다른다. 그래서 ‘종각역’이라는 익숙한 공간은 사건의 서술을 넘어서는 낯선 맥락으로 독자들을 압도한다. 죽은 자들의 공간 ‘종각역’은 당혹스럽고 충격적이면서도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저자

김영민

서울예대극작과졸업.국민대국문과박사과정수료.『월간문학』등단.
소설집『카모테스』,『녹색칼국수』.

목차

종각역·7
닭집언니·35
라스베이거스를떠나며·63
빨간머리삐아프·91
삐이이·117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김영민작가가세번째펴내는작품집이다.소설집『카모테스』에서관조의우아한시선으로독특한미학적효과를보여준작가는이번소설집『종각역』에서죽은자(낯선것)들과산자(익숙한것)들의기이한결합의환상성을적절하게보여주고있다.
표제작인「종각역」에서나는낮과밤에알바를하면서악착같이살다사고를당해죽지만죽은사실을모른채이승과저승의중간지대를돌아다니는사람들을만난다.익숙한지명때문에한번쯤걸어봤을그‘종각역’을떠올리던독자들은그곳의전혀낯선분위기에호기심과두려움을느끼면서,주인공이죽었다는사실을점차깨달으며놀라움도절정에다다른다.그래서‘종각역’이라는익숙한공간은사건의서술을넘어서는낯선맥락으로독자들을압도한다.죽은자들의공간‘종각역’은당혹스럽고충격적이면서도놀라움과안타까움이뒤섞인감정이입을이끌어내는데성공하고있다.
「닭집언니」는슬프고상처투성이풍경을냉정하게보여주면서도가슴에따뜻한온기가전해진다.나는비가오는날이면닭집에가서가스검침원S,닭집의주인언니G와함께맥주를마신다.어느날S로부터검침갔다가영감과그손자에게성폭행을당할뻔했다는이야기를듣는데,영감의이부자리에성인의여자인형이누워있더라는말에놀란다.S는얼굴에진한화장을한인형이불쌍해보였는데,그인형이꿈에나타나도와달라며울며차라리영감과결혼을시켜달라고했다는것이다.그이야기를들은G는영감과인형을결혼시킨다.알고보니젊어서부자에난봉꾼이었던그영감은G의엄마와도염문이있던남자다.나는G가이동네의토박이로모친과함께창피를무릅쓰고온몸으로부딪치며살아온이야기를들으며그때뭘하고있었던걸까되돌아보면서,인형의‘첫날밤’이라는G의말에몸서리를친다.뭔가세게한방얻어맞은것같은묵직함이더해지는G의회상은이소설의압권이다.안타까운불안이나두려움의감정이아니라,시간을되돌릴수없는것의스치는듯한체념이일정한거리를두고바라보면서생기는독특한미학적효과가복합적으로작용하고있는소설이다.
「라스베이거스를떠나며」의K는운영하던남성복쇼핑몰을폐업하고오피스텔마저정리한후무작정라스베이거스로간다.K는혼자서이틀간라스베이거스를돌아다니다가술집에서P를만난다.P와함께끝이없는쇼핑타운을걷던K는무심한듯능숙하게스며드는P를따라카지노로들어가100달러를금방잃고만다.돈을딴P가K를자신의자리에앉히지만돈은계속빠져나가순식간에잔액은0이된다.라스베이거스의카지노에서잭팟을터트린다는것이헛꿈이라고느낀K는조용히귀국해서바닥부터다시시작할생각을하며일행과함께비행기에오른다.벼랑끝으로내몰린어떤절실함과상처의아픔이시종일관억제되고정제된언어로잔잔하게밀려온다.그억제가가져오는소설의형상은내몰린삶의현장에대한작가의내밀한응시와성찰의결과이다.
「빨간머리삐아프」의삐아프는대학로반지하소극장에서연극공연을하는배우이다.작은몸집에어울리지않는큰목청으로프랑스가수‘삐아프’를닮아서얻은별명이다.그녀는쉬는날이면‘헤나염색방’의화숙을찾아가수다를떨었는데하루는화숙이강아지뭉치의빨간주둥이와러그를가리키며영원히변치않을것이라고한다.화숙은헤나를구입하면서따라온검은씨를심었는데그것이녹색넝쿨을이루어복숭아향의빨간꽃이피었다.뭉치가그것에주둥이를댔는지주둥이의붉은색이좀처럼지워지지않는다.화숙이실습을위해인모가발에염색한붉은색에반해버린삐아프는결국그꽃의씨앗으로염색을한다.하지만머리에염색한붉은색이지워지지않을뿐만아니라눈썹과속눈썹심지어팔뚝에서올라오는옅은털까지,털이란털모두가빨갛게변한다.화숙을탓할수없다.그녀는부탁을들어주었을뿐이다.화숙은임시휴업을하면서까지붉은색을없앨방법을찾아고심한다.미안한삐아프는화숙의거처에머무르면서아침준비를한다.오랜만에누군가와마주앉은아침밥상앞에서삐아프는이유를알수없는눈물이흘렀고,그모습을본화숙도덩달아눈물을글썽인다.해결방법을찾아낸화숙은삐아프가싫은것은아니지만같이살고싶지는않다.지방소도시의어느작은골목같은서울변두리의이동네를좋아하는화숙은염색방을최대한오랫동안지킬생각이다.이소설은한편의독립영화를보는것처럼장면장면이영화장면으로다가온다.좀처럼사라지지않는붉은색과그것을통한감각적인이미지는두여자의감정을섬세하면서도인상적으로처리한다.
「삐이이」는의식을잃은육체에서빠져나온나의이야기이다.여행작가39세남자인나는늦은밤횡단보도를건너다승용차에깔렸고,운전하던여자는죽은모양이다.그여자는나와눈이마주쳤지만보이는지안보이는지알수없다.내뒤를따라나온여자는급히주차장으로간다.주차장의흰색소나타앞에서멈춘여자는남자가통화중인앞좌석에앉는다.통화를듣고있던여자가남자의뒤통수를후려치지만허공을스칠뿐이다.다시장례식장으로돌아간여자는자신의사진앞에서울고있는어린여자아이옆에주저앉는다.나의삶은먼저죽은형의몫까지살아내야하는일종의의무감이곁들여진삶이라는생각을하며한강을걷던나는살고있던오피스텔808호실로직진한다.내물건임에도방안의어느것하나내손으로만질수없다.냉장고의기계음이살아있는생명체같이반갑다.나는다시병원으로돌아간다.여자는아직도병원주차장에서남편의주위를맴돈다.병실에누워있는내얼굴을보니이세상에그다지미련이없어보인다.만약인생에1에서100까지의수치가정해져있다면그야말로딱50같은삶을산나는그냥쉬고싶다.그때삐이이강한기계음이들려온다.살아오면서결코가볍게넘길수없는디테일이하나하나모여삶과죽음의응축된현장을집약한슬픔의냄새가강렬하게전이되는작품이다.
김영민의소설집『종각역』에서화자들은삶과죽음그환상성의현장을분명한목소리로들려주면서도,지금도서울변두리골목을지키면서살아갈것같은소시민의정서를담백하게그리고있다.파편적인서사와시·공간이앞뒤로잘려나가는것은곧죽음의터널을건너가는과정이고,그과정의존재들이얽히고설켜들어가는현실의모습을다층적이면서도복합적으로보여준다.그런다채로움은김영민작가특유의자각이만들어낸산물이다.소설집『종각역』에서작가는그것을확실하게입증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