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의 장미 (김호운 소설 | 양장본 Hardcover)

사라예보의 장미 (김호운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김호운 작가의 작품집으로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종횡으로 직조되면서 우리 앞에 드리워진 거대한 풍경을 그리고 있다. 『사라예보의 장미』 개개의 작품 속에서 인물들이 벌여나가는 서사는 다채로운 인간의 삶을 여실하게 보여주면서 새로운 인간 이해의 구체적이고도 다성적인 차원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재현하는 동시에 인간과 역사와 공동체에 대한 작가 고유의 해석 과정을 자연스럽게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제작 「사라예보의 장미」는 오랜 내전으로 황폐화하된 사라예보의 스산하고 음울한 시공간을 경험적으로 재현한 1인칭 소설이다.
저자

김호운

1978년『월간문학』신인상으로등단.
장편소설『황토(荒土)』(전2권)『님의침묵』(전3권)『스웨덴숲속에서온달라헤스트』
『표해록(漂海錄)』『바이칼,단군의태양을품다』『장자의비밀정원』등,소설집『겨울선부리』『그림속에서튀어나온청소부』등,콩트집『궁합이맞습니다』(전2권)『바람잡힌남편』등,에세이집『연꽃,미소』,인문학저서『소설학림』등작품집30여권출간.한국소설문학상,한국문학백년상,녹색문학상,둔촌이집문학상,PEN문학상,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리더스에세이문학대상수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문화체육관광부문학진흥정책위원회위원역임.현재국립한국문학관자문위원,산림문학회고문,국제펜한국본부자문위원,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공동회장,한국문인협회부이사장,한국소설가협회이사장.

목차

작가의말

단편소설
사라예보의장미
더닝크루거
나비바늘꽃
바람이된섬
그림자의그림자
미켈란젤로의돌
일곱살
우상을위하여
틴테레토의거울
파란비닐우산
봉숭아꽃물

엽편소설
거미와개미
헤르타밀러의손수건
해설/유성호
한시대를해석하고증언하는첨예한서사적도록圖錄

김호운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이소설은
김호운작가의작품집으로다양한인물과사건이종횡으로직조되면서우리앞에드리워진거대한풍경을그리고있다.『사라예보의장미』개개의작품속에서인물들이벌여나가는서사는다채로운인간의삶을여실하게보여주면서새로운인간이해의구체적이고도다성적인차원으로나타난다.그것은우리시대의다양한삶의모습을재현하는동시에인간과역사와공동체에대한작가고유의해석과정을자연스럽게포괄하고있기때문이다.,
표제작「사라예보의장미」는오랜내전으로황폐화하된사라예보의스산하고음울한시공간을경험적으로재현한1인칭소설이다.작가의분신으로보이는‘나’는어둑한아침에사라예보의한광장에있는여행자안내소에서민박집을소개받고직원을따라가면서건물외벽여기저기나있는총탄자국들을만나는데,직원은빨간페인트로메꾸어놓은총탄자국을이곳에서는‘사라예보의장미’라고부른다고한다.그순간나는언젠가보았던,내전으로고립된사라예보의한어린이가그린탱크포구에장미한송이꽂아놓은그림을떠올린다.내가묵게된민박집의여주인은두아들과남편을내전으로잃었고,큰딸마저수용소로끌려가성폭행에시달리다가스스로목숨을끊었다.민박집여주인은언제나광장에나가‘영혼없는동공’으로어디론가를쳐다보기만한다.그런가여운어머니를향한탄흔을메꾼빨간‘사라예보의장미’보다더붉고진하고아름다운샤샤의눈물어린미소는사라예보를향한역설적희망을잔잔하게담아내고있다.이작품은사라예보의구체적인지명을통해인간역사의비극성에개입하고그것을불가피한존재조건으로수용해낸수작이다.작가는이작품을통해지나간역사를배음(背音)으로삼으면서인간이해의심층을더욱예각적으로보여준다.
「더닝크루거효과」는인간과사회가복잡한관계망으로엮여있다는것을보여주는작품이다.알면알수록혼란스럽고진실에대한관심은크지만그것을정작알려고하는사람은줄어드는시대를우리는살아가고있다.작가는그것을일러더닝크루거효과가지배하는사회라고명명한다.번역일을하면서이세상에속이흰맑고아름다운사람이반드시존재할것이라는희망을가지고살아가는평범한시민나(정화수)와그의친구추현국을통해삶의고비마다휜색이되어서는안되는사람이흰색으로위장하면더무서운세상이된다는것을보여주면서,세상은그렇게부조리한역학으로무장한채천천히흘러간다는것을입증하고있는소설이다.
「나비바늘꽃」은작년에입적한승찬스님의추모법회에참석한소설가김진우가바라보는송광사풍경으로시작된다.김진우는승찬스님과세번이나인터뷰한인연을가졌다.번아웃증후군을앓고있던그는첫번째인터뷰때평생자신을끈질기게옥죄던질긴끈이심안(心眼)에들어오는경험을한다.두번째인터뷰때는스님으로부터‘들고있는무거운돌을자유자재로내려놓을수있는그힘’을발견한다.세번째인터뷰때는이야기를마치고‘나비바늘꽃’을바라보는데,나비들의군무(群舞)인줄알았는데다시보니‘꽃’이었다.‘나비바늘꽃’말이다.이소설은불교적명제를단순하게문학적으로번안하는데머무르지않고,성(聖)과속(俗)의경계에서삶의이치를궁구해가는비승비속(非僧非俗)의경지를추구하고있다.
「바람이된섬」은정답게살던단독주택들이모두재건축을하는데도사람사는‘집’을고집하면서그야말로‘섬’으로남아버린어느집이야기이다.이소설에는실존적퇴로가없는‘섬’에서살아온고단한중년사내가거기있고,집은바람이되어가고,질긴섬을감싸고있던희망은도둑을맞았다.스스로섬이되어버린사내의모습을통해한시대의주변과심층을동시에이해하게만드는소설이다.
「그림자의그림자」는여성화자로설정된‘나’가만난두남자에관한이야기이다.‘나’의전남편은사업에열중하다가여비서폭행사건에휘말려옥중에있고,옛남자친구는지리산에서30년째신비롭게은거하고있다.그렇게존재론적으로극과극을이루는두사람사이에나는가와바다야스나리『설국』을불러와결국자신이맞서싸운것은존재자체도아니고존재의그림자도아니고그림자의그림자였다는것을확인하게된다.최근우리사회를강타한의제인위계에의한성폭력의한양상을다루면서그안에담긴복잡한역학을제기하고있는문제적단편이다.
「미켈란젤로의돌」은이혼한아내와재결합을꿈꾸면서고민끝에그녀와해외여행을함께하는화자의이야기이다.피렌체에서그유명한다비드상을만난‘나’는그상(像)도아름다운예술로탄생하기전에는골목한쪽에팽개쳐져있던돌덩이에불과했을것이라고생각하며‘나’역시새로운부활에이르지않겠는가하면서이혼한아내를제대로한번이해해볼작정을한다.그러면서다비드의눈에서이글거리는저눈빛처럼,자신에게도르네상스의기운이서서히달아오르는것을느낀다.
「일곱살」은동화와도같은따뜻함을담고있는불가적사유의작품이다.이소설에서작가는우리가본래의자리로가기위해서는시간을되돌려다시그시점으로돌아가야한다고말한다.‘생각하는대로갈등없이그생각을실천하는’것이야말로참모습이라고고조곤히말해주는소설이다.
「우상을위하여」는어린새끼돼지와함께읍내장터에서노숙하며살아가는한여인에관한관찰기이다.영화‘꼬마돼지베이브’와일정하게상호텍스트성을형성하면서,이기괴한돼지엄마의외관과내관을따라가는이소설을읽다보면몸과마음과시간과정성을다하는생명지향의언어가은은하게스며든다.
「틴테레토의거울」은대학전임의기회를놓치고학원강의로세월을이어가는노경(老境)의학원강사를그린다.열세살어린아내를두고강의를나올때마다불안을느끼는강사는학원주인의방에서틴테레토의복제유화를만나는데,그그림은아내의불륜현장에들이닥친남자의모습을그리고있다.노동과휴식,이성과감성,사랑과불안사이의갈등을가지고살아가는한소시민의상황을서양화와의상호텍스트성으로치열하게풀어낸작품이다.
「파란비닐우산」은초겨울추위가느껴지는어느비내리는날,여성화자인‘나’는가족들이모두나간빈집에서자신을닮은듯한‘신발장옆에세워둔파란비닐우산’을발견한다.그우산을들고결혼전에남편과자주갔던커피숍으로향한‘나’는오랜만에남편과의실존적동일성을느낀다.그러자파란비닐우산위로굴러떨어지는빗방울이보석같이반짝이면서,아름다운빗속풍경과비닐우산그리고부부가만나이루어갈공간의시공간이눈부시게다가온다.아름다운공감의순간이빗줄기처럼번져가는이야기이다.
「봉숭아꽃물」은봉숭아꽃물을들이는남자를통해살아있는생명의순수함과천사와도같은사랑의마음을탐색하고있다.초승달처럼손톱끝에걸린봉숭아꽃물은삶의은총과지극한모성을찾아가는주인공의깨달음을은유하고있다.
김호운작가의소설집『사라예보의장미』는이처럼한편한편이음색으로훌륭한연주를하고그것이한데모여거대한오케스트라를형성하고있다.열편의작품은물론권말에실린짧은소설두편까지그교향악에서빠지지않는다.「개미와거미」는서울변두리허름한빌딩옥탑방에들어선거미가개미부자와의만남을통해가족간의사랑과연민을알아가는알레고리작품이다.「헤르타뮐러의손수건」은언제나넉넉한가슴과관심을보여주셨던어머니의마음을발견하는작품이다.이처럼사유와언어가따뜻하고융융하고심층적인이소설집은한시대를해석하고증언하는첨예한서사적도록으로읽힌다.그래서독자들은이작품을읽어가는과정에서객관적인사실과함께감동적인문학적진실을만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