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이현신 소설집)

10cm (이현신 소설집)

$13.00
Description
이 소설은
이현신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개인과 개인의 미세한 틈을 통해 발견해 낸 사회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사회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속에 함몰되거나 퇴행하는 부정적인 모습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개체 위에 만들어진 기억의 서사와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내면의 갈등을 통해 사회가 만든 거대한 질서를 성찰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을 말하는데도 그 자체에 국한되지 않고 또 다른 차원의 폭넓은 의미론적인 형상을 만들어 낸다. 그 결과 해외입양아, 빌라 이웃, 심리상담사, 손을 다친 환자, 의사, 몸의 자율성을 잃은 남자, 골프장 캐디, 여행사 직원 등 다양한 인물 형상이 자기 반성의 알레고리로 등장한다. 소설은 그 주체들이 구축한 개인 그 ‘틈’의 망막에 타자가 비추기 시작하고, 사회로 향한 응시가 비추기 시작하는 자아를 정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

이현신

이화여자대학교문리대국어국문학과졸업.
제14회해양문학상대상수상.
번역서『모래알갱이가있는풍경』.
공저『거짓말삽니다』,『혼자괜찮아』,『미니픽션』,『2020신예작가』.
현)한국소설가협회편집국장.

목차

추천사‘작가의몸만들기’와작가의예술정신/김호운
작가의말

달래꽃

다다음생에도

10cm
선(線)
은밀하게
낯선봄

◆작품해설
개인과개인의‘틈’에서읽어내는사회적상상력의세계/김성달

출판사 서평

「달래꽃」은해외입양아를소재로다룬소설로바르샤바대학문학부박사과정의여성이화자인데출구없는막막함감정이가득한소설이다.자칫입양아라는태생에게가해지는일방적이고도허무주의적인운명론으로비약하지않으면서도,불가항력적인삶의조건앞에서자아를응시하는존재론적비감이배면에깔린격조높은소설이다.
「틈」은낙원빌라입주민들사이에서일어나는갈등을통해타인과코로나19시대의사회를사유하는소설이다.낙원빌라501호에사는순영은502호에사는귀례씨와사이가좋지않을뿐만아니라302호여자와도,총무와도그렇다.낙원빌라를둘러싸고일어난크고작은일들때문이다.타인에대한불순한혐오와괴팍한편견이바이러스와함께틈새를비집고스며든다해도,그틈이야말로사회적동물인인간의숨통이라는깨달음의여운이오래도록머무르는소설이다.코로나바이러스의지속적인위험에노출된현실과삶에대한사유의폭과범위를넓혀가지않으면,그리고공존하는사회를위한열린사유를계속하지않으면필히있을수있는위험을피해갈수없다는경고로읽히는값진작품이다.
「다다음생애도」는친구명훈의옆에서그를관찰하는상담심리사가화자인소설인데감정을드러내지못하고,신뢰나헌신을사랑과혼동하는명훈과그를웃게하는유일한여자의감정선이밀도높은긴장감으로나타나는작품이다.삶의한가운데로소리없이비집고들어온용인받지못한사랑을무심과허심을가장한채속절없이바라보기만하는명훈이보여주는막막한슬픔이작품전체를지배하고있다.명훈이세상에대해느끼는자아감각은우리사회에만연한상실의고통에더욱예민하게귀를열고숙고하게만드는인식과감각의토대로자리매김하는소설이다.
「손」은손으로살아가는사람들의이야기인데,손의사회학으로도손색이없는소설이다.‘내손가락에장해를입힌건손가락의기능을높여주기위해만들어진기계’였다는말은산업화사회의폐부를찌르는전언이면서,사회에서소외될수밖에없는현실이신체에깊이각인되는순간이기도하다.이소설은엄지손가락이잘린손이개인의지각을넘어서는거대하고불가지한힘으로변화하는과정을무방비로견뎌야하는화자의심리적묘사가압권이다.복부에손가락을심은장면은작가가불가지한세계를이해하기쉬운형태로나타내는나름의방법으로활용하고있어,소설의거리감을당기고있다.자기연민없이어떠한수동적정념에도흔들리지않으면서엄지손가락소멸의공포를견디는화자의모습이인상적이다.
표제작인「10cm」는서른네살의영상의학과의사윤주와그의연인이자선배의사인경민의이야기이다.골육종초기인경민에게수술을권하는윤주와,그럼에도양성종양환자를수술해야하는경민의고민이생생하게살아움직인다.소설은‘10cm’라는거리를둘러싸고있는의미론적그물망을아주촘촘하게기워내어,그안에서발견하는삶의숨결을재발견하고있다.그현장이자칫비현실적으로비칠수도있는데도작가는나름의민감하고예리한통찰력으로,그현실에맞서는자아의응시를적절하게그려내고있다.
「선線」은돌연사한친구의장례식장에서그의마지막을지킨여성을보는순간덮치는감정에몸을가누지못하는남자가화자이다.표면적으로는육체의욕망적인사랑에관한소설로보이지만몸에대한자각을순도높게표현한작품이다.이작품에서무엇보다도중요한것은몸의통제불가능성에대한공포스러운자각과,몸안에살아숨쉬는그욕망에뒤섞인체념과비감을잡스러움과섞어형상화한것이다.
「은밀하게」는화장실있는집에서사는게소원인남자의이야기이다.어머니,아버지라는불변의가치에대한믿음과환상이무너진곳에서자라온화자의고립된자아의식을절대화한소설이다.개인의행복이절대가치가되었다는신부님의말을‘은밀하게’들으려는나의심리는태아에게나쁜농약을훔치는행위와맞닿아역설적으로인간의존엄을발견하는중요한순간으로작용하면서우리사회에대한진지한고민으로읽힌다.
「낯선봄」은코로나19시대를살아가는인간의모습을실감나게묘사하고있다.코로나19위에덧씌워진온갖관념덩어리는걷어내고긴박하고비정하게바이러스를견뎌야하는인간의모습을리얼하게보여준다.바이러스앞에속수무책으로내던져진인물의고독과공포속에숨어흐르는주변상황과특성을감정이배제된건조한어투로들려준다.이런화자의어투는소설의인물들이보이는모습이나태도와정확히조응해그울림의폭이크다.금방이라도밖으로터져나올것같은절망과공포를억눌러가라앉히려는안간힘과갈등하면서만들어내는조용하고격렬한내면의긴장이영화의한장면들처럼선명한이미지로다가온다.
이현신작가의소설집『10cm』는인간과현실에대한근본적인성찰과문제의식을통해삶에대한깊이있는감응과통찰을제공하면서도치열한자아탐구를포기하지않는다.인물들은강제된고단한삶의횡포를고정된것으로감내하는것이아니라,보다적극적으로맞서며자아를표현하는방법을체득하면서실천하고있다.어느것으로도환원되지않는존엄한개체로서냉혹한삶을견디고있는다양한삶의모습을예민하게포착하면서도,개인과개인사이의미세한틈에서일어나는현상을사회적상상력으로조각해가는작가의손길은우리에게반성적감각의능력을강하게촉구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