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 분천 어린 농부 (강명희 중편소설)

잔치국수 분천 어린 농부 (강명희 중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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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설 『65세』로 독자들에게 깊이 각인된 강명희 작가의 중편 소설집으로 독일에서 억척스럽게 자신을 지키며 사는 한인 여성들의 모습과, 분천골에서 흙에 기대어 농사짓는 사람들의 애환과 순응을 그리고 있다.
「잔치국수」는 독일에 사는 70세 전후의 홀로 남은 한인 여성들 이야기이다. 이 여성들의 남편들은 죽었거나 떠났거나 하고, 자녀들이 없거나 떨어져서 산다. 1960년대 간호사나 초청 이민으로 독일에 간 여인들은 기회의 땅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혹은 가난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억척같이 일하고 자녀교육에 열심이었다. 그 결과 가난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혼자가 되어 외롭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현재를 그리고 있다. 노년의 여인들은 기대 없는 고통에 위안이 되었던 사람을 반추하고, 어둡고 무거운 현실의 고통을 넘어서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을 현실화하려던 시간도 돌아본다. 그러면서 고통을 돌파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 헌신의 열정과 꿈에 기대고 있었던 과거의 자신을 잊지 못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서로가 이해하고 협조하며 화목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미워하고 싸우며 울고 화해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네 삶의 모습이지 하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분천」은 예쁘고 똑똑한 딸 문양이 죽자 그 상실감에 집을 나갔던 주인공 여재가 40년 만에 죽기 직전의 모습으로 고향 집에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남편이 집을 나가고 혼자 남은 문양이 엄마는 악착같이 농사를 짓고 땅을 사들이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끈질기게 남편을 기다린다. 이 소설에서 독자들은 문양 엄마가 농사 짓는 묘사를 만나는데, 그 장면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현장감 있고 리얼해 작가의 리얼리스트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린 농부」는 ‘갯벌을 치맛자락처럼 두르고 있는 섬’ 강화도에서 낯선 김포로 재가를 한 화도댁과 그가 데리고 간 아들 경만이 험난한 세상에 좌절하지 않고 굳세게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뱃사람이었던 남편이 죽은 화도댁은 재가를 종용하는 시어머니의 뜻에 따라 딸들은 시댁에 남기고 아들만 데리고 재가를 한다. 그 상황은 결코 쉽잖은 결정이었지만 그렇게라도 새 삶을 시작하겠다는 본인의 의지와 고뇌 그리고 희생을 땅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과 접목해 절실하고도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강명희 작가의 중편 소설집 『잔치국수, 분천, 어린 농부』는 나은 삶을 모색하고 기회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낯선 지역 다른 세상으로 떠나 열심히 일하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우리의 삶을 특유의 찰진 문장과 현실감 있는 묘사로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의 진가는 우리 삶과 일상의 평범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시대적 상황이나 개인의 고민을 생동감 있고 다각적으로 조명해 그 현실을 부피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뛰어난 세태소설의 면모를 보여주고도 있다. 그것은 강명희 작가가 결혼이나 가족이 압박하는 고통 속에서도 여성들의 삶을 사뭇 씩씩하고도 명랑하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일상의 우울과 고통을 선연한 감각으로 자각하며 묵묵히 견디면서도, 불쑥불쑥 냉소와 허위로 일상을 비웃는 자기 언어와 자기방어의 기지를 발휘하고 있다.
지나간 시간에 의존하는 소설은 자칫 개인의 내면으로 침잠해 회한이나 회고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명희 작가의 중편 소설집 『잔치국수, 분천, 어린 농부』는 그런 우려를 말끔하게 지우고 있는데, 그것은 감염의 효과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나의 꿈이 모두의 꿈으로, 나의 고통이 모두의 고통으로 전이되는 감염력을 느끼면서, 우리가 겪어온 그 시대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인간과 삶의 다층적인 세계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강명희

김포에서태어나김포여중을다녔고,인천으로유학가인일여자고등학교를나왔다.김포에서농경사회의질서를알았고,인천에서세상에대해눈떠갔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국문학을전공했고,국어교사로재직하다2003년한라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
2013년첫번째소설집????히말라야바위취????가주어진환경에서애쓰고살아가는사람들의이야기라면,2015년두번째소설집????서른개의노을????은돈과욕망으로마른장마처럼황폐해가는인간군상을그렸다.세번째소설집????65세????는시골에서인생을관조하며자연과생명을그려내고자했다.네번째소설집????잔치국수.분천.어린농부????는독일에서억척스럽게우리것을지키며사는한인들의모습과분천골에서자연을스승삼아살며농사짓는이야기를썼다.

2021년문학나눔에????65세????가선정.27회숙명문학상수상.2021년한국소설작가상을수상.

현재화성시봉담읍분천으로귀향해서농사를짓고있다.

목차

작가의말

잔치국수
분천
어린농부
「잔치국수」「분천」「어린농부」를읽고/강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