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씨네 정미소 (이경희 장편소설)

구씨네 정미소 (이경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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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라져가는 풍경 속, 남겨진 마음이 묻고 있다.
《구씨네 정미소》는 한 가족의 삶에서 시작해, 식민지와 전쟁, 그리고 산업화의 소용돌이를 거쳐 온
우리 공동체의 기억으로 확장된다.
삶의 결은 정미소에서 빻아낸 쌀처럼 고단하면서도 투명하다.
떠난 자와 남은 자, 버린 것과 지켜낸 것의 갈림길에서 작가는 묻는다.
우리가 이어받은 것은 무엇이며, 이미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저자

이경희

저자:이경희
무슨이야기를할것인지에대한즐거운고민을시작한지18년되었다.여전히설레고즐겁다.
물리적인나이를따지면늙었고,문학적역량을따지면난여전히신인이고어설프다.하지만,계속세상과소통하기를멈추지않을것이고,하고싶은이야기를할것이다.고향에서엄마와살기시작한것또한내문학의지평을넓히기위한선택이었던만큼앞으로도여성을둘러싼폭력과나이듦과죽음에관한이야기를꾸준히풀어놓을생각이다.

2008년실천문학으로등단
소설집《도베르는개다》,《부전나비관찰기》
장편소설《기억의숲》,《잠들지않는마을》,《불의여신백파선》,《늙은소녀들의기도》,《모란시장》
산문집《에미는괜찮다》
테마집《선택》,《1995》,《당근케이크》
장편동화《칠성제화점》

목차


1.모이라이23호점
2.구씨네머슴딸,춘화
3.도태리를떠나는만석과춘화
4.만석과춘화의동행
5.구씨네첫째아들백석의실종
6.만석과춘화의동거
7.제물포로간춘화
8.당산마을에정착한춘화
9.인민재판을당하는춘화
10.줄다리기,춘화의축제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1.모이라이23호점

아버지의콧수염은구씨가문의저주였다.
그기이하고도비밀스러운아버지의콧수염을볼적마다그는가문의저주가왜자신을비켜간것인지두려웠다.아버지가가끔콧수염을만지며어떤상념에잠겨있는듯보이면,왠지잊고있던구씨가문의불행을더듬는것만같았다.그러나끊어질듯끊어지지않고이어진그놈의저주도아버지가죽으면끝이었다.아버지한테남은것이라곤쓸모없는기억과채워지지않는식욕뿐이었다.

3.도태리떠나는만석과춘화
만석은떠날준비를마친후자고있는천석을보았다.모자라긴해도더없이다정한동생이었다.구씨내외는드러내기싫은아들이라천덕꾸러기취급을하지만,만석은동생천석을끔찍이아꼈다.백석은잘생기고머리까지좋아경성제국대학에다니지만,만석에게결코자랑스러운형이아니었다.백석도구씨내외와마찬가지로언청이로태어난만석과천석이가족이라는사실을따뜻한눈길로받아들이지않았다.만석은밥상머리에앉을때마다자신과천석을바라보는가족들의냉랭한시선을느꼈다.

6.만석과춘화의동거
춘화는청자다방청소로하루를시작했다.봉마담이나오기전에청소를해놔야만석의잔소리를피할수있었다.사람들은만석이봉마담과그렇고그런사이라고춘화에게자주눈치를주었지만,춘화는신경을쓰지않았다.두사람의관계를몰라서태연한척하는것이아니라따져봐야아무득될것이없기때문이었다.춘화와만석은처음부터좋아해혼인한것이아니라어쩔수없는상황에내몰려한집에살게된것이었다.물론그날일을후회하는것은아니지만,혼인이라는말조차해보지못하고그냥살아그런지별다른질투심이느껴지지않았다.그렇다고만석과몸을섞지않은것은아니었다.그날,국밥집여자가내어준지금의청자다방자리에서두사람은함께잠을잤고,그것이좋아해서그랬던것인지혼인하고싶어그랬던것인지는기억나지않았다.아마서로를이용해야만객지에서자릴잡을수있다고생각한것도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