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정원에서

그리움의 정원에서

$12.00
Description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보뱅이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그녀에 대한그리움으로 가꾼 작은 글의 정원 『그리움의 정원에서』가 1984Books에서 출간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지슬렌마리옹’, 1979년 가을에 처음 만나, 그로부터 줄곧 그가 가장 바쁘고도 고요한 방식으로 사랑한 여인. 1995년 여름 파열성 뇌동맥류로 세상을 떠나고, 같은 해 가을과 겨울, 크리스티앙보뱅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감을 넘어서 그만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전히 생생한 그녀의 모습을 이 책 속에 담았다.

“나는 이 책에서 동시에 발산되고 있는 두 사랑들을 보았다. 삶 전체를 향한 지슬렌의 사랑, 그리고 그런 지슬렌을 향한 보뱅의 사랑. (..) 삶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의 글. 그리고 나는 이 사람들을 사랑하는 글을 쓰고 있다. 이중의 사랑의 기록들을 따라가며, 삼중의 사랑이 차가운 동심원처럼 숲처럼 피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내내 피곤한 미로 속을 헤맸다. 그 안에서 점차 단순해지고 맑아지는 무언가를 느끼면서.” - 김연덕 시인

저자

크리스티앙보뱅

프랑스의대표시인이자에세이스트.동시대에서는찾아볼수없는독특하고맑은문체로프랑스의문단,언론,독자들모두에게찬사를받으며사랑받는작가.1951년프랑스부르고뉴지방의크뢰조에서태어났다.평생그곳에서글쓰기를하며문단이나출판계등사교계와는동떨어진생활을하는고독한작가다.대학에서tpourpre』를출간했고아시시의성인프란체스카의삶을유려한문장으로풀어낸『가난한사람들LeTres-Bas』이라는작품으로세간에자신의이름을알렸다.유서깊은프랑스문학상,되마고상및가톨릭문학대상,조제프델타이상을수상한바있다.

목차

서문-8p
그리움의정원에서-13p
이중의사랑기록(추천사)-121p

출판사 서평

나는이책에서동시에발산되고있는두사랑들을보았다.삶전체를향한지슬렌의사랑,그리고그런지슬렌을향한보뱅의사랑.(..)삶을사랑하는사람을사랑하는사람의글.그리고나는이사람들을사랑하는글을쓰고있다.이중의사랑의기록들을따라가며,삼중의사랑이차가운동심원처럼숲처럼피져나가는것을느끼며내내피곤한미로속을헤맸다.그안에서점차단순해지고맑아지는무언가를느끼면서.?김연덕시인

프랑스가사랑하는시인이자에세이스트,크리스티앙보뱅이사랑하는여인을잃고,그녀에대한그리움으로가꾼작은글의정원『그리움의정원에서』가1984Books에서출간되었다.그녀의이름은‘지슬렌마리옹’,1979년가을에처음만나,그로부터줄곧그가가장바쁘고도고요한방식으로사랑한여자.1995년여름파열성뇌동맥류로세상을떠나고,같은해가을과겨울,크리스티앙보뱅은형언할수없는상실감을넘어서그만의섬세하고부드러운목소리로여전히생생한그녀의모습을이책속에담았다.

상실은문학에서자주등장하는주제이다.사랑하는사람의잔인한죽음에직면하여,그것을견디기위해혹은그사랑을영원히보존하기위해우리는글을쓰고싶은충동을느끼는지도모른다.무엇을쓸지는분명하다.사랑하는이의존재와부재,전해야할말과끝내전할수없어택한침묵,고통과그리움,남겨진시간과영원.그러나이것들을어떻게쓸지는저마다다를것이다.‘나는사랑하는사람을잃은후에도읽을수있는책을쓰고싶다’(『환희의인간』,1984Books)라고말한바있는보뱅의모든작품의근원에는실상사랑하는이의죽음이담겨있다.‘죽음을말할때는사랑을이야기하듯부드러운목소리로,열정어린목소리로말해야’하며,‘죽음의고유한특성과사랑의감미로움에어울리는세밀한언어를선택해야’한다고보뱅은말한다.이부드러운목소리,열정어린목소리,세밀한언어는말과침묵사이에서태어나고통을넘어영원한사랑을전한다.

보뱅은함께했던일들을추억하며‘과거시제가아닌순수한현재시제로,오로지현재의시점으로써야한다’고느끼는데,때때로어떤기억들은불완전하거나단순한과거시제를사용해이야기하기도한다.과거시제의사용은시간적거리를나타내어부재를느끼게하고,현재의사용은지슬렌의생생한존재를느끼게한다.이시간적불일치는양쪽모두를강렬하게만드는데,말하자면때로는시간과죽음의지배가지슬렌을지배하기도하지만때로는영원한현재로지슬렌을불러오기도하는것이다.그렇게존재와부재를오가는지슬렌은보뱅에게사랑그자체였다.그리고사랑은여전히현재로서여기에존재한다.그리하여보뱅은묻는다.“죽음은‘사랑’을빼앗을수없다.그렇다면도대체죽음이네게서낚아챌수있었던건무엇이었을까?”

그의시적언어속에서말과침묵은서로화해한다.시간과영원은영원한현재라는개념을중심으로합쳐지고‘그리움과공허와고통마저도’‘가장큰기쁨이된다’.16년동안어디든함께했지만1995년8월12일만큼은그럴수없었던,자신은넘어가지못한저편을보기위해애를쓰고그녀와의기억들을현재시제로이야기하며부활의작업은이루어진다.그렇게쓰여진보뱅의글은위안할수없는슬픔에머물지않고사랑하는이의환원할수없는부분을자신의내면에보존할수있게해준다.슬픔이허무와맞서싸우는방식이라면보뱅에게기쁨은사랑하는사람이사는영원으로들어가는방식이다.

지성을강조하는프랑스문학계에서이책이받은사랑은이례적인것이었다.무엇이프랑스독자들의마음을움직였던것일까.지슬렌은보뱅에게만약자신이죽는다면그후에무엇을쓸지에관해묻고서는아래와같이당부한다.
“문학을해서는절대로안돼,글을써야지.그건전혀다른거거든.약속해.”
보뱅은지슬렌과의약속을지킨듯하다.이것이문학인지아닌지는더이상그에게중요한것이아니었을테다.그해가을과겨울,그가침묵속에서써야만했던글,오로지그리움으로가꾼작은글의정원.이것은문학이아니다.사랑하는여인을잃고도끝없이계속되는현재속에서,여전한사랑과삶과웃음에대한찬가이다.


<책속에서>
삶과마찬가지로죽음또한자신만의간주곡과계절을지니고성장해간다.오늘,우리는봄의문턱에있다.내일이면라일락과벚꽃이축제를벌일것이다.지슬렌,너를보기위해네가죽기전으로돌아간다면,?하지만너는언제나그이전,그앞에있었다.그러니돌아간다는건적당한단어가아니다.?소나기를맞으며눈부시게웃음짓던생기가득한너를볼수있으리라.그리운너의미소.우리는그리움속에서시들어가고,그안에서켜켜이쌓이는삶을깨닫기도한다.-8

네죽음은수수께끼같아서그안에온화함이있는지냉혹함이있는지알수없다.나는선택의여지가없다고,온화함을받아들이려면냉혹한죽음의실체마저받아들여야한다고생각한다.네가내게준것들은모두고귀하고순수한것들이었다.그러므로나는이제네죽음안에감춰진고귀하고순수한것을찾는다.어디서든,심지어최악의곳에서도찬탄할만한소재를찾는일,나는네가가르쳐준대로글을쓴다.
-22p

이제나는지상에있는선명한네존재를거치지않고,정면을,바로앞을응시하는법을배워야만한다.내게네죽음은젖을떼는과정이다.-28

나는오늘생각한다.네죽음이누구나겪는본질적이면서도자비로운불운으로나를다시데려왔기에.나는생각한다.책의저자들역시,아무리근엄하고수많은생각을했던그들이라도부지불식간에이비참함을알았을거라고,그러니가장자신만만하고가장똑똑한사람들조차순진하고어리석은본능을따라갈수밖에없는거라고.그본능이란고칠수없는것을고치기위해글을쓰는것이다.-32

그리고나는깨달았다.사람들이죽음에대해안다고믿는모든것과,고통에대한그리고다시일상으로돌아와야한다는필연성에대한진부한모든말들을전염병처럼피해야만한다는것을.또한나는깨달았다.삶과마찬가지로죽음에있어서도다른이의말에귀기울이지말아야하며,죽음을말할때는사랑을이야기하듯부드러운목소리로,열정어린목소리로말해야한다는것을.죽음의고유한특성과사랑의감미로움에어울리는세밀한언어를선택해야한다는사실을.-34

너는내게혼미해질정도의강한질투를알게했다.무엇하러숨기겠는가.질투는사랑과유사한점이하나도없으며,그보다더사랑에난폭하게반하는감정도없다.질투는눈물과비명으로자신의사랑의크기를증명한다고믿지만,각사람이가지고있는자기자신에대한원초적인편애를표현할뿐이다.질투에세사람이연루되는건아니다.심지어두사람도아니다.불현듯자신의광기에사로잡힌한사람이있을뿐이다.-39

아이들에게둘러싸여있고,두번결혼했고,수많은관계로이어져있던너.나는너보다더자유로운사람,더자유롭고,더지혜롭고,더사랑이깊은사람을본적이없다.자유와지혜와사랑은세단어이나똑같은말이다.각단어가다른두단어와유리되면알맹이도의미도없는텅빈언어가되어버리므로.-44

‘마음에그를품고싶다는욕망이생기지않는한,우리는누구도사랑할수없다.마음에품는다는건사랑하는자를자신의소유로만들지않고마음을주는것이다.하지만마음을어떻게영원히줄수있는가?’
너는이질문에대한답을가지고있다.우리모두가답을안다.답은우리가사는동안질문에스민불안을회피하지않는것이다.답은질문에대답하는것이아니라,지슬렌,너처럼춤추고웃음을터뜨리면서질문속에영원히머무르는것이다.-70

인생은난폭하다.사랑은난폭하다.부드러움은난폭하다.만일우리가죽음의가혹함에소스라친다면,아마도그까닭은우리의삶을거의허상에불과한,너무나안온하고온화한터전에두었기때문일것이다.-71

사랑에절망하는것,네게그것은또다시사랑하는방식이었다.네눈이그렇다고말했고,네목소리가그렇다고말했고,네삶전체가그렇다고말했다.너는사랑그자체였다.죽음은‘사랑’을빼앗을수없다.그렇다면도대체죽음이네게서낚아챌수있었던건무엇이었을까?-73

미래는아무것도아니다.과거는아무것도아니다.현재의순간이우리가죽는순간과조우할때까지,우리에게는단지현재의순간만주어져있을뿐이다.사랑은인생에서가장연약하고부드러운것들가까이머무르며이순간을사용하는가장훌륭한방법이다.-108

너로인한그리움과공허와고통마저도내안으로들어와나의가장큰기쁨이된다.그리움,공허,고통그리고기쁨은네가내게남긴보물이다.이런보물은결코고갈되지않는다.이제내가해야할일은죽음의시간이올때까지,‘지금’에서‘지금’으로가는것뿐이다.-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