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리 - 아니 에르노 컬렉션 (개정판)

남자의 자리 - 아니 에르노 컬렉션 (개정판)

$12.00
Description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보편적 차원으로 확장해나가는 독보적인 글쓰기와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 개정판이 1984Books에서 출간되었다.

아버지의 삶을 회고하며 그의 말과 제스처, 취향,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 자신과 함께 나눴던 한 존재의 모든 객관적인 표적을 사실을 바탕으로 '필요한 단어'만을 사용해 옮겨 적은 이 작품은, '어떤 현대 문학과도 닮지 않은 압도적인 걸작'이라는 평과 함께 1984년 르노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설은 중등교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정확히 두 달 후에 있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비명도 오열도 없이 진행되었던, '고상한 세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덤덤하게 흘러가는 장례식과 사망 이후의 형식적이고 통상적인 절차들을 끝내고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이 모든 것을 설명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작가에게 찾아온다.

'시처럼 쓴 추억도 환희에 찬 조롱도' 없는 단조로운 방식으로, 현실이 스스로 제 모습을 투명하게 드러내도록 쓰인 이 소설은 쓰지 않으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느 불투명한 삶을 구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벌어진 나와 아버지와의 거리, 계층간의 거리 역시 드러낸다. 언제나 '두 강 사이를 건너'게 해준 '뱃사공'이자, 자신을 멸시하는 세상에 자식이 속해 있다는 사실이 커다란 자부심, 심지어 존재의 이유였던 '한 아버지, 한 남자의 자리'는 다시 한번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우리 옆의 '자리'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저자

아니에르노

1940년9월1일프랑스릴본에서태어나노르망디이브토에서성장했다.프랑스작가이자문학교수이다.루앙대학교에서문학을공부한뒤중등학교교사,대학교원등의자리를거쳐문학교수자격을획득했다.자전적요소가강한그녀의작품들은사회학과밀접한관계를이루고있다.유년시절과청소년기를노르망디의소읍이브토Yvetot에서보냈고,노동자에서소상인이된부모를둔소박한가정에서태어났다....

목차

남자의자리-7p
기억을말하는방식(옮긴이의말)-108p

출판사 서평

1984년르노도상수상작

"어떤작품과도닮지않은압도적인걸작"-패리스매치
"감정을억제하고필요한단어만으로쓰인강렬한작품이자훌륭한문학적성공"-르몽드

시처럼쓴추억도
환희에찬조롱도없을것이다

프랑스현대문학의거장'아니에르노'가그리는아버지의삶과죽음

"몇시간만에아버지의얼굴은알아볼수없을만큼변해있었다.오후가끝날무렵방에혼자남겨졌다.차양을통과한햇살이장판위로슬며시들어왔다.그것은더이상내아버지가아니었다.퀭한얼굴에코만보였다.흐물흐물한파란색양복에감싸인그가마치누워있는한마리의새처럼보였다.눈을커다랗게부릅뜬남자의얼굴은그가숨을거두자마자이미사라지고없었다.이제다시그얼굴조차도보지못하게된것이다."-본문중에서

자신의개인적체험을보편적차원으로확장해나가는독보적인글쓰기와꾸준한작품활동으로전세계독자들에게사랑받고있는아니에르노의『남자의자리』가1984Books에서출간되었다.
관계후남겨진흔적을사진찍고그흔적이면의보이지않는것을글로적은『사진의용도』,개인의역사를공동의역사로확장하며커다란문학적성취를이뤄내프랑스유수의문학상과2019년맨부커국제상최종심에도오른대표작『세월』,글쓰기에대한자신만의철학을밝힌『진정한장소』,날것그대로의폭력성을감추지않고드러낸강렬한첫소설『빈옷장』에이어,이번소설『남자의자리』에서작가는자신의아버지의생애를다룬다.

아버지의삶을회고하며그의말과제스처,취향,인생에영향을미쳤던사건들,자신과함께나눴던한존재의모든객관적인표적을사실을바탕으로'필요한단어'만을사용해옮겨적은이작품은,'어떤현대문학과도닮지않은압도적인걸작'이라는평과함께1984년르노도상을수상하기도했다.

소설은중등교사자격시험에합격하고정확히두달후에있었던아버지의죽음으로부터시작한다.비명도오열도없이진행되었던,'고상한세계'와는전혀다른방식으로덤덤하게흘러가는장례식과사망이후의형식적이고통상적인절차들을끝내고돌아가는기차안에서'이모든것을설명해야만한다'는생각이작가에게찾아온다.

"아버지와그의인생에대해그리고사춘기시절그와나사이에찾아온이거리에대해말하고쓰고싶었다.계층간의거리나이름이없는특별한거리에대해.마치이별한사랑처럼."-본문중에서

『남자의자리』에는아니에르노의아버지의삶이있다.그는'읽지도쓰지도못하는'농가의일꾼이었던할아버지의자식으로태어나서공장노동자로살다가같은노동자였던어머니를만나카페겸식료품점을운영한다.노동자보단상인이기를원했고,쾌활한사람이었으나부부관계는원만하지못했다.미술관같은곳은가본적이없고,사는데책이나음악같은것은필요하지않다고말하며물질적필요에얽매인삶이다.이것이그녀가기록한아버지의삶이며,한남자의자리이다.그리고그것은자신에게있어서'교양있는부르주아의세상으로들어갈때,그문턱에두고왔던유산이기도하다.

작가는'시처럼쓴추억도환희에찬조롱도'없는'단조로운글쓰기'방식으로아버지의생애를서술한다.소설의시작부분에서밝힌'물질적필요에굴복하는삶을설명하기위해서는무엇보다예술적인것,무언가<흥미진진한것>혹은<감동적인것>을추구해서는안된다'는그녀의글쓰기태도는특히인상적이다.인터뷰집<진정한장소>에서아니에르노는아래와같이말한바있다.

"저는아버지가겪은지배에―실제로―글에의한지배를더하고싶지않았어요.이지배에덧붙이는방법은두가지가있는데,사회적참상묘사주의―적대감만을보여주기,묘사를비관적으로하기―와포퓰리즘―경제적인,문화적인지배에속하는모든것들을감추고지우는,노동자신분의위대함이라는찬사를보여주기―이죠.이양쪽의함정에빠지지않기위해제가생각했던유일한방법은,제가썼던사실을바탕으로하는"단조로운"글쓰기였어요.그렇지만기사형식의글을말하려는것은아니었죠.어떤것도추구하지않는확인된사실의글쓰기,가치에대한판단을철저하게없앤,현실에가장가까운,정서를벗겨낸글쓰기.그것은저의것이었던,결국더이상저자신을분리하지않게된세계의바람과한계를느끼게만들기위해,필요한단어만으로아버지의세계에뛰어드는일이었죠.그렇게남자의자리에서는더이상폭력성이표현되지않았어요.말하자면그것을감정처럼"억누른거죠"-<진정한장소>중에서"

그렇다면문학적요소를뺀문학의가치는무엇일까?"기억속불투명한혹은어두컴컴한곳에불을밝히는것,나는그것이작가,아니에르노의문학의방식이라생각한다.그저보여주는것,화자의감정에붙잡히지않도록칸막이를없애는것.이모든것은불투명한인생을밝히기위함이다.쓰지않으면더는존재하지않는어느불투명한삶을구하기위함이다.그러니이보다더완벽한오마주가어디있을까?그녀의글은아버지를향한,그녀가내려놓고떠났던세상을향한오마주다.그리고이오마주는예술의편에서있지않다.삶이먼저,문학은그다음이다.삶이문학이되기위해꾸며야할이유도필요도없다."(옮긴이의말)

소설은쓰지않으면더는존재하지않는어느불투명한삶을구하는한편,그과정에서벌어진나와아버지와의거리,계층간의거리역시드러낸다.언제나'두강사이를건너'게해준'뱃사공이자,자신을멸시하는세상에자식이속해있다는사실이커다란자부심,심지어존재의이유였던'한아버지,한남자의자리'는다시한번개인적차원을넘어서우리옆의'자리'를돌아보게할것이다.

책속의문장

사망을확인해준당직의사에대한기억은없다.몇시간만에아버지의얼굴은알아볼수없을만큼변해있었다.오후가끝날무렵방에혼자남겨졌다.차양을통과한햇살이장판위로슬며시들어왔다.그것은더이상내아버지가아니었다.퀭한얼굴에코만보였다.흐물흐물한파란색양복에감싸인그가마치누워있는한마리의새처럼보였다.눈을커다랗게부릅뜬남자의얼굴은그가숨을거두자마자이미사라지고없었다.이제다시그얼굴조차도보지못하게된것이다.-11

나는곧바로그가주인공인소설을쓰기시작했다.중간쯤에이르자거부감이찾아왔다.
최근에서야나는소설이불가능하다는사실을깨달았다.물질적필요에굴복하는삶을설명하기위해서는무엇보다예술적인것,무언가≪흥미진진한것≫혹은≪감동적인것≫을추구해서는안된다.나는아버지의말과제스처,취향,아버지의인생에영향을미쳤던사건들,나역시함께나눴던한존재의모든객관적인표적을모아보려한다.
시처럼쓴추억도환희에찬조롱도없을것이다.단조로운글이자연스럽게내게온다.내가부모님께중요한소식을말하기위해썼던글과같은글이.-18

나는천천히쓰고있다.사실과선택의집합에서한인생을잘나타내는실타래를밝혀내기위해애쓰면서,조금씩아버지만의특별한모습을잃어가는듯한기분이다.글의초안이온통자리를차지하고,생각이혼자뛰어다닌다.반대로기억의장면들이슬며시미끄러져들어오게두면,아버지의있는모습그대로가보인다.그의웃음,그의걸음걸이,그가내손을잡고장터에데려가고,나는놀이기구를두려워한다.다른이들과나눴던상황의모든조건들이중요하지않게된다.나는매번개인적이라는함정에서빠져나온다.
물론들었던단어와문장에최대한가깝게써야하는이런작업에서글쓰기의행복이란전혀존재하지않는다.때때로볼드체로강조했던문장들은독자들에게중의적인의미를나타내거나,내가모든형식에서거부했던향수,감동,조롱을공모하는쾌락을주기위한것이아니다.그저그단어와문장이아버지가살았던세계이자내가살았던세계이기도한곳의한계와색깔을말해주기때문이다.그리고그곳에서는어떤단어를다른단어로받아들이는법이없었다.-40

글을쓰며하류라여겨지는삶의방식에대한명예회복과그에따른소외를고발하는일사이에서좁다란길을본다.이러한삶의방식은우리의것이었고심지어행복하기도했으며,우리가살던환경의수치스러운장벽들(≪우리집은잘살지못한다≫는인식)이기도했으니까.행복이자동시에소외라는말을하고싶은것이다.아니그보다도이모순사이에서흔들리는느낌이다.-48

내기억속에언어에관한모든것은돈문제보다더한원망과아픈언쟁의원인이었다.?58

이제와서이세세한것들의의미해석을꼭필요한일이상으로스스로에강요하는것은,그것이무시해도좋은것이라고확신하며거부했었기때문이다.모욕적이었던기억만이그일들을간직하게해줬다.아래에있던세계의추억을마치저급한취향의어떤것처럼잊게하려고애쓰는세계,내가살고있는이세계의욕망앞에무릎을꿇었던것이다.-65

어느날그가이렇게말했다.≪책,음악,그런건너한테나좋은거다.내가살아가는데는필요없어.≫-75

내가교양있는부르주아의세상으로들어갈때,그문턱에두고가야했던유산을밝히는일을마쳤다.?103

아니에르노의기억은이미나를관통해내안에있다.나의단단한껍질은이미허물어졌다.이제나는알몸의기억을마주한다.마침내내기억은허구를벗었다.
무엇이보이는가?
거기,소설보다더큰삶이있다.나의아버지와내가떠나온세계가있다.
당신은어떠한가?
소설보다더큰무엇이보이는가?-113(옮긴이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