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

가벼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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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짙은 어두움 속에서도 삶의 환희를 찬양하는 시인이 쓰는 소설은 어떤 모습일까. 〈가벼운 마음〉은 보뱅의 시적인 문장과 단어들이 가벼이 날아올라 춤추며 흐려진 영혼에 빛을 비추고, 우리 안에 오래 묻혀 잊혀졌던 것들을 깨워 다시 한번 삶의 환희로 우리를 초대하는 작품이다. 〈작은 파티 드레스〉 〈환희의 인간〉 〈그리움의 정원에서〉와 같은 산문에서 보여주었던 일상의 삶 속에서 발견하는 보석같은 순간들과 죽음마저도 넘어서는 사랑에 대한 찬가도 아름다웠지만,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이야기되는 그의 사유 역시 실로 자유롭고 우아하며, 이야기꾼으로서의 새로운 면모 역시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

크리스티앙보뱅

프랑스의대표시인이자에세이스트.동시대에서는찾아볼수없는독특하고맑은문체로프랑스의문단,언론,독자들모두에게찬사를받으며사랑받는작가.1951년프랑스부르고뉴지방의크뢰조에서태어났다.평생그곳에서글쓰기를하며문단이나출판계등사교계와는동떨어진생활을하는고독한작가다.대학에서tpourpre』를출간했고아시시의성인프란체스카의삶을유려한문장으로풀어낸『가난한사람들LeTres-Bas』이라는작품으로세간에자신의이름을알렸다.유서깊은프랑스문학상,되마고상및가톨릭문학대상,조제프델타이상을수상한바있다.

목차

가벼운마음-9p
천사혹은늑대의일(김연덕시인추천사)-186p

출판사 서평

“가장중요한건즐거움이야.누구도너한테서즐거움을빼앗아가지못하게해라.”

자유와사랑,가벼운마음을향한여정
프랑스가사랑하는작가,크리스티앙보뱅의소설

소설은서커스단의한가운데서자란한여자아이의이야기로부터시작된다.서커스단의철창속에머무는,산처럼풍성한검은털에노란별빛의눈을가진진짜늑대와사랑에빠진아이는제안에늑대의순수한영혼을간직하며곡예사,광대,곡마사,조련사등에둘러싸여자란다.서커스단의떠돌이삶조차도자유에대한그녀의욕구를채우지는못한다.그녀의이름은‘빛’이라는단어에서유래한‘뤼시’,빛을따라쉬지않고움직이는것이야말로자신의임무라여기며가출을일삼고그때마다새로운이름과새로운이야기를지어낸다.그리고방탕한아이는아버지의말없는체념과어머니의태양같은웃음과함께매번돌아온다.
기숙생활을하며새로운사람들과의만남을통해자신의삶을이어가는뤼시는로망을만나결혼해파리에서의생활을시작하고,그곳에서만난알방(괴물)과사랑에빠지고,두사람을모두떠난후우연히시작한영화배우생활마저뒤로한채,자신이가진질문들에바람을쐬어주고그질문들을응시하기위해쥐라의호텔방에머무르며글을쓰기시작한다.그리고마침내자신의그늘에안녕을고하고,요양원에서우연히만난할머니와함께마지막여정을떠난다.

모든면에서뤼시는스스로에게‘수호천사’라부르는직감을따른다.그녀를크레테유에있는도시의지하실,파리의이웃의품,영화세트장또는쥐라의호텔방그리고요양원의할머니를태우고떠나는마지막여정으로이끄는힘이바로그것이다.‘침묵하게하고도망가게하며비사교적인사람’으로만듦으로서,그러한방식으로자신을보살피는수호천사의목소리를따라간다.“가끔은일단저질러야한다.이해하는것은그다음이다.시간이지난후에야비로소그일을왜했는지깨닫게된다’는믿음으로어떤제약으로부터도해방된그녀는"그후엔,그때생각하자”라는주문을외우며가벼운마음을향해나아간다.

"내가원했던삶은요약할수없는삶이었고,대리석이나종이가아닌,음악같은삶이었다."

섬세하지만날카로운펜아래에서자유롭게빛나는주인공뤼시를통해크리스티앙보뱅은독자들에게삶의교훈을가르치려들지않고,가볍고즐거운음악을우리에게들려줌으로써삶의풍요로운리듬을되찾게한다.짙은어두움속에서도삶의환희를찬양하는시인이쓴소설은어떤모습일까?그소설에는음악이흐른다.아니,내가틀렸다.그건음악이다.

“여기있어도그들이하는말이들린다.무책임하고미성숙하고변덕스러운더러운년.그러나그들이진짜단어를찾을수있을까?자신들의인생에서갖지못했기에단어목록에없는유일한언어.자유라는단어를.”

책속에서

내첫사랑은누런이빨을가지고있다.두살,두살반인나의눈안으로그가들어온다.눈동자를지나어린소녀의마음속에슬그머니스며들어구멍을파고,소굴을짓고,은신처로삼는다.내가당신에게말하는시간에도그는여전히그곳에있다.그무엇도그자리를대신할방법을알지못한다.그무엇도그렇게멀리내려갈방법을알지못한다.-9

마야,과자를만드는것과사랑하는건비슷하단다.얼마나신선한지가문제거든.그리고모든재료는제아무리씁쓸한재료라해도달콤한걸로바뀌지.-20

먹고자하는욕구가육체에있듯이창작의욕구는영혼안에있다.영혼은배고픔이다.세월이흐르면서나는두부류,오직두부류뿐인창작자들을구분할수있게되었다.그들은마른자들과뚱뚱한자들로나뉜다.줄이고버리고최소한의손길로창작하는사람들,이들은자코메티,파스칼,세잔이다.축적하고확장하고병적인허기를가지고창작하는사람들은몽테뉴,피카소다.그리고음표로가득채워진바흐또한이부류에속한다.내가다른작곡가들보다바흐의음악을유독좋아하는까닭은그의음악이감정을해방시켜주기때문이다.슬픔도후회도우울함도없이,단지똑딱거리는벽시계추같은음표의수학만있을뿐이다.-34

뚱보의음악을들으며깨달은게있다.행복은분리된음이아니라,두음이서로퉁겨튀어오를때생기는기쁨이라는것이다.불행은당신과상대방의음이서로조화를이루지못하고이탈할때찾아온다.우리가겪는가장심각한분열은다른어디도아닌리듬에서나온다.-43

모든아이가모차르트는아니다.하지만모차르트는어린시절의모든것이다.물위에서춤을추는기법과움쑥한구렁에서도잠을자는방식으로.모든아이가랭보는아니다.하지만랭보는어린시절의모든것이다.속임수를대하는순수한취향과반복하는말이나반짝이는돌들에즐거워하는마음으로.’-57

때로는가장깊은감정이라할지라도,우리의모든감정에는지울수없는희극적요소가존재하는것처럼보인다.감정의깊이는사랑과아무런관련이없을때가많고,모두이기심과연관되어있는게틀림없다.우리가우는것은자기자신때문이고,우리가사랑하는것은오로지자신뿐이다.이생각자체는그리어리석지않지만,그런생각뒤에슬픔이따라온다면어리석은일이될것이다.나는진실이란게무엇인지모른다.그러나슬픔에관해서는알고있다.슬픔은다른무엇도아닌허구라는걸.-116

나는난생처음으로사랑을한다.그전에했던모든건아무것도아니었고,그전에있었던모든건존재하지않았다.우리는온세상모든사람과잘수있지만그것으로변하는건아무것도없다.마음이가닿지않는한육체는처녀지로남아있다.나는결혼하지않았고,나는스물네살이아니다.사랑속에서처음으로나는영원한나이를갖는다.-124

지혜는흔히말하는것과달리나이가들면서저절로오는것이아니다.지혜는시간의문제가아니라마음의문제이며,마음은시간안에있지않다.-128

침묵하면서살기를원한다.내마음을사로잡는것은침묵이다.내아버지의묵직한침묵이나요양원의침묵이아니라쥐라산맥숲속의침묵,백지같은침묵이다.-139

우리를사랑하는사람들은우리를미워하는사람보다훨씬더위험하다.그들에게저항하는건훨씬어렵다.당신이원하는것과반대로하도록당신을이끄는데있어서친구보다더좋은것은없다.-169

탁자위에놓인원고를본다.내게결정내릴시간을주고,그결정이내안에스며들수있도록이원고를썼다는생각이든다.어쩌면우리가무언가를하는것은결코그자체를위한것이아니라,단지우리와닮았을다른무언가에다다를시간을스스로에게주려고하는건지도모른다.-177